일본 야스쿠니 신사의 상징적 의미
- 아베 각료 야스쿠니 참배보류 의미 -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각료들이 8월15일 제 62회 종전기념을 맞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류했다고 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집권기간 매년 참배하였으며 올해도 참배하였다. 아베총리는 작년 9월 총리 취임 후부터 중국 및 한국과 관계 때문에 참배를 자제하였다. 이번 결정은 9월에 예정된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불필요한 마찰을 사전에 차단 등 주변국과의 관계고려, 미 의회의 종군위안부 결의문채택의 영향, 참의원 선거 참패 후 더 이상 국정혼란을 피하고 이념보다 국민생활을 중시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여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야스쿠니 신사는 원래 1853년 페리함대 내항 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자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교오도(京都) 히가시야마(東山)에 쇼콘샤(招魂社)로 건립된 것이 최초이다. 현 도쿄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직후 막부(幕府)군과 싸움에서 숨진 영혼을 “호국의 신”으로 황실이 직접 제사지내기 위하여 1869년 6월 29일 도쿄 구단자카(九段坂)에 쇼콘샤가 건립되고 1879년 6월 4일 야스쿠니신사로 개칭되었다. 현재 야스쿠니 신사에는 안치된 1000여개의 영새부(靈璽簿)에 도쿠가와 막부 무진전쟁부터 세이난(西南)전쟁, 청일, 러일전쟁, 태평양전쟁까지 11개 전쟁 전몰자 246만여 명의 이름과 본적을 기록한 명부가 합사되어있다. 야스쿠니는 “나라를 편안하게 한다.”란 뜻으로 야스쿠니신사는 호국 신사이자 황국 신사이다. 전몰자를 호국의 영령으로 제사지내고 여기에 천황의 참배라는 특별대우를 해줌으로서 전쟁 때 마다 천왕 숭배와 군국주의를 고무 침투시키는데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전몰자들은 천왕을 위해 죽음으로서 신(神)이 되어 국민이 예배를 받고 있고, 충혼(忠魂)이 국가의 영생에 직결되어 수백만 순국열사의 영혼이 현재도 신으로 여기에 모셔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일본 젊은이들은 전쟁터에 나갈 때 “ 야스쿠니 신사에서 만나자” 약속하고 떠날 만큼 모든 가치의 기준을 천왕에 대한 충성심에 두고 있다. 따라서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대외침략과 발맞추어 국가 신도의 군사적 성격을 대표하는 신사로 군국주의 몸통이며 유족에게 전사의 아픔과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감정의 연금술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1978년 10월 2차 대전 A급 전범 14명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合祀)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전 일왕 히로히토(裕仁)도 1975년까지 8회를 참배 했으나 A급 전범의 합사에 대해 “ 전사자 영혼을 위로하는 신사의 성격이 변할 것이며, 전쟁에 관련된 나라들과 깊은 화근을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와 반대를 나타내면서 합사 후는 참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내부의 양심적인 지성인들도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전쟁과 역사의 일국화(一國化)이며 역사를 폭력적 반윤리적으로 고쳐 쓰자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니혼게이단련(日本經團連)의 오쿠다히로시(奧田碩)회장도 A급 전범의 필요성을 제기한바 있으며, 연립여당 공명당도 야스쿠니 참배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국민을 죽인 태평양 전쟁전범 앞에 총리의 참배를 반대하며,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규정한 헌법에도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지도자들이 국내외 비난을 무릅쓰고 신사 참배 강행은 특유의 단결력을 확인하자는 정치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본다. 그들의 참배가 일부 극우파의 소행으로 주장하지만 아시아 각국을 무력으로 찬탈한 전범들의 과거 역사를 정당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뿐 아니라 국민들과 청소년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야스쿠니 신사 우측 부속건물인 유슈칸(遊就館)에는 침략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각종 전시물이 진열되어있다. 유슈칸 1, 2층에는 고대 전쟁에서 사무라이들의 갑옷부터 서남전쟁, 청일, 러일, 태평양 전쟁 등의 전쟁배경부터 작전과정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가미가제(神風)대원들을 포함한 각급 전쟁 영웅들의 동상과 전쟁유물, 야마토호의 대형 포탄을 포함한 각종장비들도 전시하여, 일반인 및 청소년들의 관광코스로 활용하고 있다. 팸플릿, 전시물과 동영상을 통해 일본은 만주와 한반도에서 5족(일본, 조선, 만주, 몽골, 중국)이 평등하게 잘사는 대동아 공영권을 만들었으나 미국 중국의 방해로 생존권을 위해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전쟁의 당위성을 주장을 하고 있다.
자기 부친이 일본군 장교로 태평양 전쟁에서 전사하여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일본의 한 예비역 장군은 매년 종전기념일에 손자를 데리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손자에게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국가관을 심어준다고 하였다. 우리가 조상의 묘소를 참배하듯이 야스쿠니에 합사된 전몰자의 후손들의 참배까지 문제될 것은 없다. 단지 종전 후 도쿄 전범재판에서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시 되고 있다.
아베총리와 각료들은 누구보다도 야스쿠니 참배론자 들이다. 그러나 취임 후 아직까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는 하지 않은 것은 전략적인 침묵일 뿐 언제 다시 참배할지 모른다. 지난 4.21-23일 야스쿠니신사 춘계대제 때에는 자기 개인비용으로 5만원 상당의 비쭈기나무 화분을 공물(供物)로 보내 언론의 지탄을 받은바 있고, 이번 8.21일부터 인도방문을 앞두고 도쿄전범 재판에서 A급 전범들의 무죄를 주장했던 인도 “라다비노드펄”(1886-1967) 재판관의 가족을 만날 계획에 있는 점으로 보아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안하지만 승전국으로서 패전국 재판에서 전범취급은 인정을 못하고 있다.
현재 일본정부는 외국의 국립묘지 헌화 관행을 들면서 여러 해법을 찾고 있다. 법적으로도 야스쿠니신사는 종교 법인이기 때문에 “국가가 종교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헌법 20조에 위배될 소지도 있어 정부 관리하의 특수법인으로 바꾸거나 국영화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A급 전범자을 분사(分祀)하여 국립묘지로 적혀있는 인근 치도리카후치 무명 전몰자 묘역이나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결론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대아시아 외교의 아킬레스건으로 주변국 뿐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도 국론을 이분하는 정치적 사상적 대결장이 되고 있다. 2차 대전 전범들 앞에 일본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과거침략전쟁을 미화하고 군국주의를 정당화하는 근거이며 주변국에 대한 모독이요 인류평화 정신에 도전이다. 일본총리의 참배중지나, A급 전범 분사, 제 3의 추도시설건립이던 가시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아베 총리와 내각의 이번 참배보류는 아시아의 선린우호관계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베총리는 이번 8.15일 도쿄 키타노마루 공원에 있는 무도관에서 열린 제62회 종전기념 및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하여 추도사에서 “ 아시아 각국 국민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 일에 대하여 참회하고 애도를 드린다.”고 밝힌 내용을 상기하면 앞으로도 총리 및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영구중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