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에 3차 뉴타운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은 8·31 강북개발 활성화와 맞물리면서 ‘부동산 투자 열풍’에 휩싸인 반면 지난해 지정된 1, 2차 뉴타운지역은 이같은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분위기는 거래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3차 후보지인 동대문구 이문·휘경 뉴타운 인근 이문동 굿모닝부동산 이진우 사장은 “뉴타운 발표 전날 계약을 했던 사람이 위약금 1000만원을 물더라도 해약을 하고 싶다고 문의해 온 적도 있다”며 들뜬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1, 2차 뉴타운 지역은 이미 열풍이 한바탕 훑고 지나간 뒤라 거래가 없고 매물도 나오지 않아 ‘굳히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3차 후보지, 위약금 물며 매물 회수=3차 뉴타운 후보지는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죽이기에 대한 반대급부인 강북개발 활성화 대책에 대한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 상반기 뉴타운 후보지 신청 소문이 돌면서 오르기 시작한 호가가 8·31 대책으로 절정을 맞는 분위기다.
강남에서 처음 뉴타운으로 지정된 거여·마천지구의 경우 ‘200만평 신도시 조성’ 호재까지 겹치면서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들어가자 거래는 올 스톱됐다. 신도시 발표 후 폭주했던 문의전화도 뚝 끊겼다. 일부 중개업소는 문을 닫고 ‘휴대폰 영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가격 상승 압박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마천동 스피드공인 관계자는 “호재에 따른 가격상승은 당연한 것 아니냐. 정부가 세무조사로 이를 막으려고 하지만 워낙 개발호재가 메가톤급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천동 일대는 지난달 말부터 수십곳의 부동산중개업소가 새로 문을 열었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 호가가 치솟고 있다. 거여1동 금호어울림 39평형 매매가는 4억5000만∼5억1000만원이었지만 호가가 6억∼7억원까지 올라 매매가와 호가 편차가 크게 확대됐다.
거여동 애플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아예 없다. 특히 거여동 쪽은 개발된다고 해서 급매물까지 사라졌다. 한달 사이에 5억원까지 오른 곳도 있다는 소문이 도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했다.
연립, 빌라 지분값도 덩달아 뛰었다. 지분이 10평형 안팎인 물건은 지난해 말까지 평당 1500만원이었지만 뉴타운 소식에 2500만원을 넘어섰고 곧이은 신도시 조성 발표로 평당 3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문·휘경 뉴타운은 곳곳에 ‘경축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순식간에 매물이 소화되는 등 기대감이 높다. 인근 이레부동산 관계자는 “발표 후 하루에 50통 정도의 전화 문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평당 300만원 하던 20평짜리 단독주택이 850만원으로 3배 가까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당분간 기대심리로 매물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휘경동 뉴타운부동산 김태종 사장은 “30평형대 지분을 평당 800만원에 팔겠다던 주인이 다시 좀더 지켜보겠다며 매도를 보류하고 있다”며 매매성사가 어렵다고 했다.
최근 뉴타운 신청에 들어가면서 잇달아 집을 처분했다는 이문동 주민 박모씨는 “작년에는 그렇게 팔려고 내놔도 안나가더니 뉴타운 얘기가 돌면서 순식간에 4채를 팔았다”며 안도했다.
매매와는 달리 전세 수요는 적은 편이다. 이 지역 전세가는 지난해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정도 떨어져 단독주택 20평이 4000만원, 30평형이 5000만원선이다.
은평구 수색역(경의선 6호선)∼증산역(6호선) 일대 수색·증산 뉴타운도 개발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경우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상 서북부권 부도심인 데다 마포구 상암지구와 서대문구 가좌뉴타운 사이에 끼여 있어 연계 개발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 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도 달아 오르고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지구지정에 앞서 노후빌라 소형지분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노후주택과 소형 매물은 아예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수색5구역 인근 부동산뱅크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3?5구역의 경우 수색역과 인접한 역세권이면서 사업속도도 가장 빠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올해 초 800만∼1000만원선이었던 주택가격이 (실평수 10평 기준) 지금은 1500만원선을 넘는다”고 말했다. 특히 10평 미만의 소형 평형 주택가격은 초기투자금이 작다는 이점 때문에 1700만∼2000만원도 넘어서고 있다.
◇1, 2차, 거래 ‘올 스톱’ 굳히기 들어가=지난 2003년 2차 뉴타운 후보지로 결정된 전농·답십리 일대는 한바탕 집값이 크게 오른 후 지금은 굳히기에 들어갔다. 호가는 크게 뛰었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는 게 현지업소의 설명이다.
특히 세입자를 못찾은 빈집이 늘어가면서 전세가는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많은 임차인이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이사를 가고 있지만 그 공백을 메워줄 새로운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향후 매매가나 전세가 할 것없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전농동 B공인 관계자는 “뉴타운 내 지분값이 평당 200만원 이상 올라 지금은 평당 1000만원 이상 호가한다”며 “뉴타운이 우후준순으로 생겨 희소성이 퇴색되면서 찾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미래공인 관계자는 “뉴타운 지정 후 집값이 30%는 올랐지만 개발지역이 워낙 많은 데다 요즘은 경기도 안 좋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답십리동 광신사부동산의 김수진 사장은 “6000만원 이상 하던 방2개짜리 전세물이 지금은 5000만원 정도로 내렸다”고 말했다.
상계 뉴타운 역시 거래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는 한산한 모습이다. 인근 현대공인 관계자는 “뉴타운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호가만 높여서 부르고 있지만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물을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워낙 외지고 열악한 지역이어서 지분투자로 가격이 급등해 재미를 본다는 생각은 안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타운 후보지 지정된 뒤 지분 시세는 현재 평당 1200만∼1300만원.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지만 33평형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다세대의 경우 대지지분 13평형 이상, 단독은 20평형 이상은 있어야 한다.
아파트 시세는 다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뉴타운과 인접한 불암대림, 불암동아, 불암현대 등의 경우 현재 30∼40평형대가 2000만∼4000만원 올려서 부르고 있다. 하지만 거래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출처 : 05.09.06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