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켜와 떨켜층
나무에는 떨켜 또는 떨켜층이라는게 있다.
가을철이 되면 나무는 월동 준비를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데 나뭇잎이 떨어지는 원인은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라 한다. 떨켜가 없으면 나무는 살기 어렵다. 재생과 순환을 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떨켜 없는 나무는 봄을 맞이하지 못한다. 봄이 없는 나무, 그 나무는 죽은 나무다.
나무가 나뭇잎을 내고 떨어지는 것은 생리고 순리다. 앙상한 나무를 바라보면 죽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떨켜를 통해, 또 낙엽을 만들고 떨어뜨림을 통해 나무는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는 지혜를 품고 있다.
생존이자 생태계의 순환과 반복과 재생의 자연스러움과 어울림을 지키고 있다.
이 약속 때문에 지구의 생명과 함께 나무는 오늘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연장하고 있다.
그러니 낙엽이 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무는 때를 골라 떨켜를 만들고 떨켜로 생명을 지키는 지혜를 갖고 있는 셈이다.
사람과 사회도 떨켜가 필요하다. 나무가 떨켜로 탐스러운 나뭇잎을 땅,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Gaia)에게 내려 보내는 것은 새로운 생명의 약속인 봄을 마중하기 위한 것이다.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이기도 하고 세상을 모두 지배하는 지배 여왕이라는 애칭도 있다. 로마 신화의 텔루스(Tellus)와 동일하게 생각하는데, 지모신의 형태다. 대지를 다스리는 가이아는 나무의 나뭇잎 선물을 새 생명과 봄으로 화답하는 친절을 베푼다. 나무와 가이아의 선물과 친철은 우주를 지탱하는 약속이자 순리다.
지금 우리 사람, 우리 사회도 떨켜가 필요하다. 새로운 생명을 위해 모든 인연의 고리를 끊을 떨켜가 있어야 할 때다. 떨켜를 위한 떨켜층, 떨켜층을 위한 떨켜가 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