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13 <자로> 편
20230218
<안연> 편과 마찬가지로 <자로> 편은 정치하는 자세와 그 방법을 논한다. 첫 장에서는 솔선수범을 권고한다. “그들보다 먼저 앞장서고 나서 그들을 수고롭게 하라.” 3장에서는 정치란 명분 즉, 신분에 따라 지킬 도덕상의 본분을 바로 잡는 것이라고 말하며 군자는 자신의 말에 대해 대충하는 것이 없도록 한다고 한다. 또한 5장에서는 시경을 많이 외운다고 해도 통달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한다. 13장에서는 “진실로 그 자신을 바르게 하면 정치에 종사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느냐?”라고 말한다. 또 17장에서는 서두르면 도달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편의 핵심은 위정자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을 따르면 백성들도 인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4편에서 등장한다.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들은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의로움을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윗사람이 신의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진정으로 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11장에서는 “선한 사람이 나라를 1백 년 동안 다스리면, 또한 잔혹한 사람을 교화시키고 사형할 일이 없어진다”고 한다. 공자는 바람이 불면 풀이 눕듯이 군자의 덕이 전해지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며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만약 왕도를 행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반드시 한 세대가 지난 이후에야 인하게 될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공자의 목적은 군자들에게 덕을 가르치는 것에 있지만 그는 천하가 도를 따르도록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이루어진다면 어지러운 세상이 바로 잡히겠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게 다가올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공자는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먼저 9장에서 그는 “잘살게 해줘야 한다”라고 말하며 먼저 백성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먹고살기에 바쁜 백성들에게 삶의 여유를 주려는 부분도 있겠지만 <안연> 편에 등장한 것처럼 이는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다. 나라가 안정을 찾고 살만하다면 백성들은 위정자를 신뢰하고 그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먹고 입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기에 이것이 없으면 그다음으로 가기도 어려움을 공자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산다는 것은 숨 쉬고 밥 먹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그 너머의 의미를 추구하려 한다. 공자는 먼저 먹이고 그 후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성들이 도를 따르려 한다고 해서 공자가 말하는 군자에 이를 수 있을까? 바람에 눕는 풀이 바람이 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비약이 심해 보이기는 한다. 이는 <자로> 편 20장에 등장한다. 공자는 “어떻게 하면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자기의 행실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사방에 사신으로 가서도 임금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면 선비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가는 것을 묻자 “일가친척들이 효성스럽다고 칭찬하고 마을 사람들이 우애가 있다고 칭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그다음 가는 것에 대해서는 “말에는 반드시 믿음이 있고, 행동에는 반드시 과단성이 있다면, 꽉 막힌 소인일지라도 또한 그다음 가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상황에 따라 모든 사람이 뛰어난 선비는 아니지만 소인 또한 선비의 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완벽한 인에는 이를 수는 없다. 23장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지만 뇌동하지는 않고, 소인은 뇌동하지만,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지만 다른 사람들의 뜻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런데 18장에서는 이런 말이 등장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숨기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숨겨주지만, 정직은 그 가운데 있습니다.” 조화를 이루고 휘둘리지 말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나타난다. 공자의 사랑은 반쪽짜리 사랑이다. 그렇지만 그는 시도라도 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독교를 믿는 나에게 공자의 말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공자가 말하는 도에 하나님을 통해서 이를 수 있을까? 기독교에서는 모든 사람이 가족이고 형제이다. 나는 기독교를 절대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방법으로 생각하고 그 비법을 알기 원하며 하나님을 믿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기독교는 일으켜 세우는 종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