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산 오르는 도중의 조망, 멀리 왼쪽은 박지산(1,394m), 그 앞은 석두산(764m)

언젠가 그림 속에서 오대산을 볼 때에는 畫裏當年見五臺
구름을 쓰는 푸른 봉우리 높았다 낮았다 하더니 掃雲蒼翠有高低
지금 오매 골짜기마다 물이 다투어 흐르는 곳에 今來萬壑爭流處
구름을 뚫은 길이 낯설지 않은 것을 스스로 깨닫겠네 自覺穿雲路不迷
―― 매호 진화(梅湖 陳澕, 생몰년 미상, 고려시대 문인), 「오대산에서 노닐며(遊五臺山)」
▶ 산행일시 : 2016년 12월 10일(토), 맑음, 낮에는 더움
▶ 참석인원 : 17명(영희언니, 모닥불, 은하수, 악수, 대간거사, 수담, 사계, 상고대, 두루,
향상, 신가이버, 해피, 오모, 대포, 무불, 마초, 메아리)
▶ 산행거리 : GPS 도상 8.9km
▶ 산행시간 : 8시간 3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2 - 동서울터미널 출발
07 : 45 -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
08 : 52 - 거리개자니 근처, 산행시작
09 : 15 - 910m봉, 헬기장
09 : 34 - 동대산 남릉 937.1m봉, (1차)왼쪽 골짜기로 내려감
09 : 52 - 골짜기
10 : 25 - 1.089.2m봉
10 : 50 - 1,131.0m봉, 전망바위
11 : 13 - 1,086m봉, ┫자 능선 분기
11 : 33 - 1,095.0m봉, (2차)오른쪽 골짜기(아홉사리골)로 내려감
11 : 43 ~ 12 : 18 - 1,037m봉, 점심
12 : 37 - 골짜기
14 : 03 - 동대산 남릉 △1,339.2m봉
14 : 25 - 동대산(東臺山, 1,433.5m)
15 : 04 - 1,422.7m봉, 헬기장, (3차)왼쪽 골짜기로 내려감
15 : 36 - 골짜기
16 : 18 - 동대산 서릉 1,017m봉
16 : 50 - 신선골, 신성암(神聖庵)
16 : 55 - 선재길, 상원사 오가는 도로, 산행종료
17 : 30 ~ 19 : 22 - 진부, 목욕, 저녁
21 : 26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동대산 정상에서, 뒷줄 왼쪽부터 향상, 사계, 신가이버, 해피, 대간거사, 대포, 악수,
오모육모, 두루, 상고대, 앞줄 왼쪽부터 무불, 은하수, 모닥불, 수담, 메아리 대장, 마초,
(영희언니가 찍음)

2. 발왕산(1,458m), 그 오른쪽 뒤는 두루봉(1,226m)

3. 오른쪽은 황병산(1,407m), 가운데는 소황병산(1,337m)

▶ 동대산(東臺山, 1,433.5m)
밤이 점점 길어진다. 지난주에 비해 해 뜨는 시각이 8분이나 늦어졌다. 제2영동고속도로(광
주원주고속도로)의 양평휴게소를 지날 무렵 차창 밖 추읍산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미리 대기
했는데 너무 어두워 육안으로 산 모습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여서 담지 못했다. 날이 추
운 탓인지 한산한 횡성휴게소를 들리고 나서 차안에서 산행채비를 서두른다. 마치 적진에 곧
낙하하려는 특작부대원처럼.
해피 님이 덕산에서 주문해 온 그 고장 명주인 탁주 1말과 산아 님이 태안에서 보내온 자연
산 생굴은 여러 일행에게 나누어 배낭에 넣었다. 우리 차는 6번 국도 거리개자니를 지나고
산모롱이에서 멈춘다. 이곳에는 어제 비 대신 눈이 왔다. 천지가 눈부시게 환하다. 눈밭을 질
러 거목의 낙엽송 숲 골짜기로 신속히 들어간다. 눈에 덮인 너덜이 잠시 동안 미끄럽다.
골짜기로 떨어져 내렸다가 다시 사면을 오르고, 오늘 산행의 콘셉트다. 일전의 구봉팔문 일
자산행을 복습하는 산행이다. 오른쪽 가파른 산죽 숲 사면을 오른다. 눈이 수북한 낙엽과 버
무려져 꽤 깊다. 스패츠를 매는 편이 나았다. 나중에는 바지자락이 눈에 젖고 얼다가 녹기를
반복하여 등산화 속 양말까지 축축하니 젖었다. 적막한 이 산중에 우리들의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진다.
910m봉. 헬기장인 듯한 눈밭으로 변한 공터다. 다투어 입산주 탁주 마신다. 덕산 명주인 탁
주다. 술맛이 아주 좋다. 또한 안주가 걸다. 산아 님이 태안에서 보내온 생굴은 그냥 먹기 알
맞게 간이 배었다. 무불 님은 집에서 소장금(蘇長今)의 솜씨를 빌려 보쌈김치와 함께 족발
(앞발이다)을 요리해 왔다. 덕분에 얼굴이 더욱 불콰하여 일어난다.
살짝 내렸다가 한 피치 오르면 동대산 남릉 937.1m봉이다. 주릉 따라 오르다 뒤에서 골로 가
시라는 채근이 빗발쳐 잡목과 산죽 숲 헤치고 아홉사리골로 간다. 아홉사리골은 눈에 묻힌
한겨울이다. 계류는 동안거에 들어갔다. 우리는 곧바로 건너편 사면을 오른다. 굴곡이 심한
산을 만들어 가는 셈이다. 오르막은 사뭇 봄날이다.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양광 가득한 사면
이다. 땀난다.
나뭇가지 사이로 발왕산 주변의 경치가 감질나게 보인다. 나뭇가지 수렴이 해어진 틈을 찾느
라 오르락내리락 발품을 팔기도 한다. 능선에는 눈이 바람에 쓸려 있어 깊다. 눈길을 간다.
1,131m봉. 암봉이다. 직등하여 절벽 위 암반에 오르고 환성을 합창한다. 동대산 최고의 경점
이다. 동대산 남릉에 이런 경점이 있을 줄은 짐작조차 못했다. 어쩌면 오대산 전체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에 꼽힐만할 경점이 아닐까 싶다.
4. 산행시작, 산모롱이 골짜기로 들어간다

5. 골짜기 너덜을 지나다 오른쪽 가파른 산죽 사면을 오른다

6. 동대산 남릉 937.1m봉을 올랐다가 왼쪽 골짜기(아홉사리골)로 내리고, 다시 맞은편 사면
을 기어오른다.

7. 능선에 올라서도 숲속이라 조망은 가렸다

8. 어렵게 찾아낸 나뭇가지 사이의 발왕산

9. 멀리 가운데는 박지산(두타산), 그 왼쪽은 백적산(1,141m)

10. 왼쪽은 박지산, 그 앞 뾰족한 봉우리는 석두산

11. 발왕산

12. 오른쪽 멀리는 잠두산(1,243m)(?)

13. 오대산 비로봉(1,564m)

14. 오른쪽 멀리가 박지산, 그 앞 뾰족한 봉우리가 석두산

발왕산과 박지산을 이정표로 삼아 첩첩 산을 일일이 아는 체 한다. 한참을 머물고도 경치가
흐트러지면 몰라도 저대로 두고 발걸음을 떼기란 참 어렵다. 나뭇가지 사이로 황병산이나 기
웃거리며 간다. 1,086m봉. 왼쪽으로 지능선이 분기한다. 두 번째 골로 가려고 왼쪽 지능선을
내린다. 잡목과 잡석이 어울린 완만한 능선이다. 앞뒤 일행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지만 내가
뿌리친 나뭇가지에 생눈물이 나도록 얼굴을 맞는다. 대간거사 님은 언젠가 이런 경우 ‘3년
동안 정신이 번쩍 든다’고 했다.
포리스트 카터(Forrest Carter(1925~1979)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중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난다. 카터 할아버지의 말씀을 경청할 일이다.
“산길을 따라 더 올라가자 첫새벽의 장밋빛이 동쪽 산등성이를 어루만졌다. 소나무 가지들이
길 위로 낮게 드리워져 내 얼굴을 건들기도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보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소나무들이 진짜 나인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 아침 바람이 불
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그 바람소리가 슬퍼하거나 한숨 쉬는 소리가 아니라, 소나무 숲 사
이를 지나 노래하면서 산의 모든 친구들에게 내가 집에 온 걸 전하는 소리라고 하셨다.”
내리막이 주춤한 1,095.0m봉에서 오른쪽 지능선을 약간 내리고 평평한 터가 나와 17명 점
심자리 편다. 대포 님이 대간거사 님으로부터 전수 받은 의발(버너)이 쉭쉭 내는 소리가 여
름에는 시끄럽지만 이 추운 겨울에는 따스하다. 사골우거지국, 생굴 넣은 라면, 커피, 다 맛
본다. 그리고 오른쪽 사면을 내린다. 설벽이다. 잡목이 있는 곳을 찾아 자세 낮추고 낭창낭창
한 나뭇가지를 자일 대용한다.
골은 깊은 협곡이다. 얼음으로 코팅하여 미끄러운 너덜지대를 더듬으며 내리다 건너편 가파
른 사면을 식생상태 조사차 흩어져 오른다. 발걸음으로 갈지자 무수히 그리며 땀 뺀다. 왼쪽
뒤에 있는 비로봉 연릉이 좀 더 잘 보일까 잡목 숲 우거진 바윗길을 애써 일로 직등하지만 내
내 가린다. 등로에는 거목인 신갈나무가 많다. 그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한철이다.
가파름이 한결 수그러든 설원을 오르고 동대산 남릉 △1,339.2m봉이다. 이번에도 삼각점은
너른 설원이라 찾지 못했다. 동대산을 향하여 북진한다. 왼쪽으로 동피골 가는 눈길이 조용
하다. 눈 온 뒤로 아무도 오가지 않았다. 한 피치 길게 올라 진고개를 오가는 주등로와 만난
다. 진고개 오가는 눈길도 조용하다. 알고 보니 가을철 산불방지통제구간(11월 15일 ~ 12
월 15일)으로 묶였다.
동대산이 오늘은 우리들의 차지다. 정상 너른 공터가 바람 한 점 없어 따스하다. 동대산 정상
에서 오른쪽 사면의 나무숲을 약간 헤치고 들어가면 노인봉 쪽으로 가경인 전망이 훤히 트인
다. 백마봉, 노인봉, 소황병산, 황병산이 설산의 장중한 모습이다.
15. 멀리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이 박지산

16. 멀리 가운데에서 약간 오른쪽이 계방산(1,577m)

17. 해피 님, 전망바위에서

18. 박지산

19. 멀리 왼쪽이 박지산

20. 멀리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이 잠두산(?)

21. 풍력발전기 있는 데는 선자령 주변

22. 멀리 왼쪽이 잠두산(?)

23. 오른쪽이 박지산, 그 왼쪽 뒤는 두루봉

24. 맨 앞은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25. 오른쪽은 잠두산

▶ 신성암(神聖庵)
동대산 정상 너른 눈밭에서 먹고 마시며 오래 휴식한다. 일단 두로봉 가는 길로 들어선다. 낯
설다. 오늘처럼 훤한 날에 이 길을 간 적이 없다. 백두대간 중 오대산 구간은 대개 밤에 진고
개에서 동대산을 올라 두로봉, 만월봉, 응복산, 약수산을 넘어 구룡령까지 간다. 길 좋다. 간
간이 오른쪽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기웃거리면 진고개 건너 노인봉 쪽 조망이 트인다.
헬기장인 1,422.7m봉에서 백두대간 길 벗어나 왼쪽 지능선의 잡목 숲 뚫고 우리 길을 간다.
완만하게 내리다 사면을 대트래버스 한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잡목의 내 얼굴 어루
만짐을 비롯한 신체 접촉은 도를 넘었고, 자갈 깔린 사면에서 자주 미끄러지는 건 앉아 쉬었
다 가라는 자갈의 강요다. 낙엽 수북한 협곡으로 떨어지고, 다시 눈 쌓인 북사면을 대 트래버
스 하여 동대산 서릉을 오른다.
동대산 서릉으로 갈아타고도 신성암 가는 길이 험하다. 언 돌길이 미끄럽고 잡목 헤치기에
팔심이 부친다. 해가 비로봉을 넘어가자 금방 으스름해진다. 보이지 않게 멀리 가버린 선두
의 자취 찾느라 이곳저곳을 더듬기도 한다. 마침내 신선골로 떨어지고 계류 옆 소로 따라 간
다. 어쩌면 신성암도 소동파가 득도의 경지를 인정받은 아래 시구에 착안하지 않았을까?
계곡의 물소리는 바로 널리 퍼지는 설법(說法)이고 溪聲便是廣長舌
산의 모습은 어찌 청정한 법신(法身)이 아니랴 山色豈非淸淨身
목조다리 건너 ‘선재의 길’이다. 신성암은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때 맞춰 두메 님이 달려오고, 오늘도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를 손바닥이 얼얼하게
(17명이니) 나눈다.
26. 발왕산

27. 오대산 두로봉(1,422.7m)

28. 눈길

29. 오대산 동대산

30. 동대산 정상에서, 해피 님 입회 이후 입회한 회원님들

31. 오른쪽은 황병산, 가운데는 소황병산

32. 왼쪽은 노인봉(1,338m)

33. 가운데가 노인봉, 그 왼쪽은 백마봉(1,094m)

34. 신성암(神聖庵) 계류 건너편 낙엽송 숲 소로

35. 신성암 앞 신선골 계류
첫댓글 역시 멋진 사진입니다
악수님의 실력도 대단하시구요!
ㅋ,ㅋ
멀리 보이는 산능선 경관들은 산수화 같이 먹으로 그린듯합니다.
해피님 이하등등 사진에서는 양쪽에 파란색 레이저 광선이 나오고...
역시 산은 강원도네요

산은 겨울 산


산행은 오지팀
산행기는 악수님
올 첫눈 산행이었습니다...운
산에서는 날리기만 했으므로^^...2주 연속 시원한 조망속에 눈이 호강한 날이었네요,,수고 많으셨습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에서 읽었던 문구가 새삼 떠올라 더 훈훈한 산행기입니다.
메마른 가슴과 영혼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오지와 오지인들~~^^
무한 감사와 더불어 다음산행 다시 기대와 기다림으로 오늘도 으쌰쌰합니다.
소장금 ㅎㅎ 꼭 아내에게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