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이만큼 좋을진 몰랐지?
경북 울진군
수정일 : 2021.08.19
<전체 이동 경로>
등기산 스카이워크 – 차량 20분, 13㎞ – 월송정 – 차량 30분, 30㎞ – 왕피천 케이블카 – 차량 20분, 15㎞ –
국립해양박물관 – 차량 10분, 8㎞ – ‘폭풍 속으로’ 드라마세트장 – 차량 25분, 20㎞ - 이현세 벽화거리
여름의 동해,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바라보니 가슴이 두근두근!
코로나19로 전국민적으로 모든 이동을 최소화해야 하는 요즘 시기에 한여름 휴가철은 마치 난이도 ‘최상’의
시험 문제 같다. 이 고비만 잘 넘으면 좀 쉬워지고 편해지지 않을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요동치는 마음을
가까스로 가다듬는다. 하지만 한창 자라면서 온몸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경험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집에서
애꿎은 TV만 봐야 하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아이는 오늘도
무럭무럭 자란다.
그래서 다녀왔다. 작고, 가볍고, 짧게. ‘한국도 이제 동남아야’라는 농담이 마냥 우스갯소리 같지만은 않은, 그 어느 해보다 무더운 여름날에 3인 영유아 가족의 소규모 1박 2일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던 중 시원
한 ‘동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중 경상북도 최동북단에 위치해 내륙 어디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다양한 자연 및 문화유산이 있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길 거리가 다양한 ‘울진’이 낙점됐다. 아이와 함께 동해 해안선을 따라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가슴 가득 끌어안는 코발트빛 동해 – 등기산 스카이워크, 월송정
등기산 스카이워크
7번 국도에 들어서자 코발트빛 바다가 우리를 반긴다. 멀리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격려해주는 듯 햇빛을 받은 윤슬이 바다 위에서 찬란하게 일렁인다. 이번 울진 여행의 시작은 후포 등기산공원 안에 조성된 등기산 스카이워크.
비나 눈이 오는 날, 혹은 날씨가 좋아도 강풍이 부는 날은 개장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행히 오늘은 운이 좋았다. “바람에 모자 날아가지 않게 조심하세요!” 공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스카이워크 쪽으로 걸어간다.
전체 길이 135m, 폭 2m, 바다와의 높이 20m에 이르는 등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목재 구간과 스틸 구간을 제외한 접합 강화유리 구간이 무려 57m라 걷는 내내 심장이 콩닥콩닥, 발끝이 저릿저릿하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당장이라도 바닷속으로 빠져버릴 것만 같다. “우리, 끝까지 갈 수 있을까?”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전체 길이 135m로, 그중 57m는 강화유리 구간이라 걷는 동안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함을 만끽할 수 있다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걷는다
후포 갓바위, 소원을 빌면 이뤄준다는 소문이 있다
무섭다며 당장 울어버릴 것만 같던 아이
어느새 적응했는지 이제 여유롭게 고소감을 즐기기까지 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
돌아가기가 아쉬운지 아이의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 손은 아빠 손을, 나머지 한 손은 엄마 손을 잡고 하늘 바닷길을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 발밑 유리를 통해 파도치는 바다가 보이자 더 가지 못하고 한자리에 멈춰 서서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기세다. 그렇다고 왔던 길
로 돌아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이에게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먼저 가세요!”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길을 비켜주며 아이와 함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걸어가니 아이도 이 낯선 바다 세상에 적응해가기 시작한다.
어느새 울음을 멈추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다. 도리어 무섭다며 왔던 길로 돌아가겠다는 엄마 손을 이끌고 스카이워크 끝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와~ 진짜 잘했어!” 작은 두 다리를 움직여 스스로의 힘으로 이곳까지 무사히 걸어온 아이가 무척 대견하다.
등기산공원 출렁다리
출렁다리를 지나 등기산공원으로 향한다
등기산공원 전망 정자
전망 정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식은땀이 비죽비죽 흐르던 대망의 스카이워크 탐방을 마치고 등기산공원으로 향한다. 등기산 능선과 능선을
잇는 출렁다리를 건너 망망대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정자까지 걷는다. 8월,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 때문
인지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일이 힘에 부친다. 하지만 더우니까 여름이지! 서늘한 바람이 불면 이내 그리워
할 이 여름을 긍정적으로 즐기기로 한다. 마음을 달리 먹으니 등기산으로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이 꿀처럼
달다.
울진 여행 두 번째 여정을 위해 월송정(越松亭)이 위치한 평해읍 월송리 바닷가로 차를 돌린다. 월송정은 알려져 있듯 유명한 관동팔경 중 하나로, 신라의 네 화랑이 이곳의 울창한 소나무숲의 경치에 빠져 이름 붙었다는 설, 중국 월나라의 소나무를 배에 싣고 와 심었기에 이름 붙었다는 설 등 이름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해변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보는 바다가 동화처럼 아련하다. 월송정 위에 오른 아이도 만경창파에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월송정
월송정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동해
월송정으로 이어지는 소나무숲
아름다운 바다도 원 없이 보고 듣고 느꼈더니 슬슬 배가 고프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쉬엄쉬엄 느릿느릿 걸으
며 오감 가득 체험하니 벌써 오전 일정이 다 지나갔다. 힘찬 오후를 위해 이쯤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늦장을 부리다 자칫하면 브레이크타임에 걸려 밥때를 놓칠 수 있으니 꼭 식당 방문 전 식사 가능 여부를 확인할 것! 오후 여정인 왕피천 케이블카가 자리한 근남면으로 이동해 미리 검색한 맛집 ‘산수옥’을 방문한다.
이렇게 날이 더울 때는 시원한 물 막국수, 비빔 막국수 생각이 절로 난다. 아이도 반찬 삼아 담백하게 먹을 수 있는 수육도 함께 주문해 맛있게 먹는다.
‘산수옥’의 별미 물 막국수
막국수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좋은 수육
국내 최초 해맞이 케이블카 – 왕피천 케이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