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친구 2 ]
(1)
“와! 얘들아! 이것 봐!.”
영아는 수박밭에 들어가자 신나서 함성을 지르며 수박이 익었나 똑똑 두드린다.
영아뿐 아니라 두 아이들도 덩굴채인 수박을 보며 감탄한다.
“연희야! 이것 봐 귀엽지?”
하며 영아는 새끼수박을 가리킨다.
10cm가량 겨우 자란 수박은 정말 귀여웠다.
“연희야! 이것 봐 영아랑 똑같이 생긴 것 있지?”
“어디?”
영아가 동연과 연희가 보고 있는 수박을 봤다.
“내가 어디, 그렇게 생겼냐?”
바로 호박처럼 찌그러지듯 못생긴 수박이 조그맣게 열려있다.
“얘들아~ 너희가 가장 가지고 싶은 것 하나씩만 따가라, 선물로 주마”
“야호~.”
하며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하나씩 수박을 골라 딴다.
“영아야 너 새끼수박은 왜 따니? 그건 보기완 달리 맛없어.”
“하지만 귀엽잖아. 서울 갈 때 가져 갈꺼야. 큰어머니 보여드릴려고.”
“얘도 참.”
하며 연희와 영아가 수다 떨면서 웃고 있을 때
“얘들아! 이것 봐 굉장하지!”
연이 두 팔 가득 들어오는 아주~ 커다란 수박을
욕심 부려 따 들고서 만족스럽다고 웃는다.
“어휴! 그 커다란 수박을 가져가려고?”
“그럼! 나, 이렇게 큰 수박은 처음 봤는데? 이거 가져갈 거야.”
“그래도 그렇지.”
“고모부가 뭐라 하실텐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수박을 끌어안는 동연
그런 동연을 보고 못 말리다는 투로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흔들다가 웃는 영아와 연희
옆에 있던 연희 고모부는 이런 언쟁을 보며 크게 웃는다.
“하하하! 괜찮다, 연희야 처음 보는 수박밭이라 그런 것 같으니 너무 그러지 말아라.
어디보자! 허허허, 녀석.. 이 밭에서 제일 좋은 최상품으로 골랐네. 그래.”
영아와 동연은 서로 마주보곤 눈을 크게 뜨면서 수박을 보고 놀란다.
“그래 가져가서 부모님과 맛있게 나눠먹으렴. 하하.”
“네 감사합니다!”
커다란 수박을 들고 좋아서 꾸벅 인사하는 동연
“자 이곳은 이제 떠나고 저 아래로 가는 장터에 가볼래?”
“네! 아저씨.”
영아와 동연이 동시에 말하자 연희가
“그래! 너희끼리는 아주 친하다 이거지!”
하며 뾰루퉁해진다.
“연희야, 샘나면 너도 껴라! 자 그러는 의미에서 내 수박 좀 가지고 가라!”
동연이 커다란 수박을 연희에게 건네준다.
양팔로 잡은 수박은 어찌나 무거운지 연희는
“어구! 진짜 무겁다, 동연아! 빨리 가져가~.빨리! 빨리!”
다급히 하는 말 때문에 또 한바탕 고모부는 웃는다.
“자 여기 수박 넣고 들고가는 자루가 있으니 여기에 넣고 들고가라.”
하며 동연에게 주자 동연이 곧 연희가 든 수박을 받아 거기다 넣고 들고 간다.
(2)
‘와글 와글’ 하는 장터, 서울에 있는 시장만큼 복잡하진 않지만,
내놓은 물건은 참 많다.
“꼬꼬댁 꼬꼬꼬.”
하며 매매하는 닭이 목놓아 운다.
“동연아! 저기 너하고 닮은 것 있다!”
하며 영아가 가리키니까 연이 그걸 본다.
순간
“꿀꿀꿀~.”
돼지였다.
그걸 보고난 동연은 코를 손가락으로 올리며
“꿀꿀! 꿀꾸구꿀! 닮았냐?!”
하자 연희와 더불어 까르르 웃는다.
“아저씨 이건 또 뭐예요?”
하며 시장을 구경하며 가던 영아가 묻는다.
“아~! 그건 상어다.”
“무슨 상어가 이렇게 작아요?”
하며 생선 가게에 진열해 놓은 물고기를 본다.
“죠스를 보니까 굉장히 크던데 또 tv로 본 백상어나 수족관 상어는 정말 컸어요~!
이건 왜 이렇게 작아요?”
“그야 그건 이거와 종류가 다르지. 이건 요리에만 쓰이는 식용상어란다~
그리고 너가 말한 상어는 식인상어이고 그걸 잡게 되면 가죽을 벗겨 따로 쓰고
고기는 비린내가 너무 심해서 먹지 않고 고래 사냥이나 물개 사냥 할 때 먹이로 사용되지~.”
“아 그래요?”
영아와 연희 고모부의 대화에 연희와 동연은 같이 고개만 끄덕이고 쳐다본다.
이렇게 마을을 대충 둘러보고 난 모두는 5시쯤에 집에 돌아왔다.
“자~ 저녁식사 준비할테니, 너희는 씻고 토끼랑 돼지 먹이랑 닭 모이 좀 주거라.”
연희의 고모부 말에
“야!~~~”
하며 좋아하는 모두들 토끼와 닭, 돼지가 있는 우리로 간다.
영아는 토끼 먹이를 주고 연희는 마당을 쓸고 연은 닭과 돼지 먹이를 준다.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라 신났다.
영아는 자기가 시골에 살았을 때는 어머니의 등살에 밭이라곤 손도 대지 않았음은
물론 그림과 공부에만 열중하던 터라 시골에서 살았어도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그렇게 영아 어머니는 영아를 고생 시키지 않으려고 혼자서 발버둥치다
너무 힘든 고생 끝에 병을 얻어 돌아가신 것이다.
영아는 잠시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때 저멀리서 들리는 연희 고모부의 목소리.
“자~ 자! 얘들아 끝났으면 저녁식사해라!
그리고 오늘 저녁에 너희들 피곤하지 않으면 밤낚시 어떠냐?”
“와~ 멋있을 것 같아요.”
영아의 말에 연희, 동연 모두 찬성한다.
(3)
식사를 끝낸 일행은 고모부가 준 각각의 낚시대를 둘러메고 통통배를 탔다.
“통통통! 싸아~.”
하며 작은 배는 앞으로 질주한다.
어느 정도 와서 배를 세운다음 전등을 환히 키자 바다 밑 고기들이 불빛으로 몰린다.
그때 낚시대를 던진 모두는 가슴을 조이며 물고기가 물리길 빈다.
그다지 깊지 않은 이곳은 바다의 가장자리인 곳이다.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위험할까봐서이다.
드디어 영아의 작은 낚시대의 촉이 흔들린다.
“영아야 너 물렸다.”
그 소리에 영아는 얼른 끌어 올렸다.
그런데 아주 작은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며 올라온다.
실망한 영아는 깡통에 담은 다음
다시 물고기 낚시대 바늘에 홍합 먹이를 걸어 던진다.
그리고선 깡통을 들고 가서 연희 고모부에게 보여준다.
“아저씨! 이건 무슨 고기이길래 이렇게 작아요?”
“하하 그건 망둥이라는 고기다. 먹진 못해.”
영아의 시무룩한 얼굴에
“앗! 큰놈이 잡혔나보다!”
하는 아저씨의 말에 기대가 살아난다.
아저씨가 낚시대를 들어올리자 아주 큰 고기가 잡혔다.
뒤를 이어 연희도 큰 물고기를 낚았다.
영아는 게가 잡히는가하면 망둥이가 잡히고 그래서 실망을 또한다.
그때 드디어 동연이
“물렸다.”
하자 모두 동연의 낚시대를 본다.
그게 웬일인가! 낚시대가 댕겨지지 않는다.
아주 큰 월척으로 생각한 동연은 온 정신을 집중해서 진지하게 끌어올린다.
그때
“앗! 이게 뭐야.”
하며 끌어올린 것을 모두 자세히 보니..
진흙이 가득 담긴 어부 장화이다.
찢어진 틈으로 낚시바늘이 걸린 것이다.
“으하하.”
모두 놀리듯 웃자 연은 얼굴이 빨개진다.
5마리의 큰물고기에, 10마리 망둥이, 3마리 게, 5마리 낙지 등이 이들이 잡은 낚시이다.
먹을 수 없는 망둥이는 놓아주고 큰물고기 1마리는 즉시 매운탕을 끓여 시식했다.
아주 싱싱하고 맛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낚시질은 끝나고 일행은 연희의 고모가 잇는 집으로 돌아와 첫 취침에 들어갔다.
(4)
“꼬끼오!”
새벽5시를 알리는 닭 울음소리에 영아는 잠이 깼다.
여느 때완 달리 잠이 푹 들어서 일어나는데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영아는 밖으로 나간다.
우물가에 내려가 씻은 다음 연희를 깨웠다.
연희가 부스스 일어나며
“영아야 너 웬일이니?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새벽공기가 맑아서 나도 모르게 일어나지더라.”
“아! 그래?”
“자! 우리 일찍 준비하고 바다로 나가자. 난 그림 그리고 넌 수영하고.”
영아의 말에 좋아! 하는 연희는 수건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연희와 영아 일어났니?”
연희의 고모이다.
“네~ 아주머니.”
영아는 미닫이 문을 열며 말한다.
“그런데 연이라는 학생은 어디 갔니!
아침 일찍부터?”
“모르겠어요. 못 봤는데, 아무래도 세수하러 갔나 봐요~.”
“아니! 아까 새벽 5시부터 여지껏 없더라?”
지금 6시이다. 영아도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
‘세수하러 갔다 우물에 빠졌나~?
혹시! 화장실에 갔다, 빠졌나? 꽤, 깊어 보이던데’
영아는 이상한 상상을 했다.
“연희야 너 세수하다 동연이 못 만났니?”
“응, 못 봤는데!”
세수하고 오는 연희는
“음 아마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서 작곡하느라 바다에 나갔겠지!
아침 먹을 때쯤에는 오겠지!”
“음 그래. 기다려보자!”
영아와 연희는 방청소를 하고 연희의 고모를 도와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동연은 영아가 일어나기 30분전에 잠에서 깨어
세수한 뒤 음악노트를 들고 뒷산 꼭대기에 올라갔다.
아래 바다가 내려 보이고
이른 아침이라 시원한 바람에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신다.
그리고 노트를 편 다음 생각 나는 대로 열심히 리듬을 적는다.
2시간 정도 흐른 7시가 좀 넘은 시각에 연은 작곡에 열중하느라,
자기를 찾는 것도 잊었다. 그때
“얘! 너 거기서 뭐하니?”
어떤 여학생이었다.
까만 단발머리에 커다란 눈.
귀여워 보이는 첫인상을 가진 소녀가 연을 불렀다.
“너 뭐하냐니까? 벙어린가?”
“나, 바다 구경 해!”
“아냐, 뭔가 쓰고 있었던 것 같던데~.”
“아 이거 작곡 하는거야!”
“뭐 작곡? 하하 웃긴다, 너!”
“야 말조심해 언제 봤다고 그러니!”
“나야 막하던 말던
너가 우리 산에 올라와서 앉아있으니까 그렇지!
더군다나 우리 할아버지 묘소 앞에.”
그 말을 들은 연은
“어구~.”
하며 미안해했다.
“괜찮아~ 하지만 난 너 마음에 들어 친구 되어줄래?”
동연은 깜작 놀란다.
“싫다곤 못하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동연이 그렇게 말하자 단발머리 여학생은
하얀 얼굴을 찡그리며 째려보곤 휙 돌아 달아난다.
연은 어쩌나 보려고 농담 삼아 장난친 건데
그걸 믿고 기분 상해 달아나는 학생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