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사순 제1주일) 그래도 믿는다. 예수님, 사람이 되신 하느님도 유혹을 받으셨다. 하느님도 사람이 되면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그러나 그분은 우리와 다르게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셨다. 예수님도 기도하셨던 걸 생각하면 그분도 성경에 있는 하느님 말씀을 읽고 기억하고 복종하고 믿으셔야 했다, 우리처럼 말이다. 광야에서 당신을 유혹하는 악마를 물리치신 것은 당신의 강한 의지가 아니라 하느님 말씀에 대한 완전한 신뢰였다. 돌을 빵으로 만들어보라는 유혹을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라고 하시며 물리치셨다. 이는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를 내려 주신 의미에 대한 신명기(8,3) 말씀이다. 자신을 경배하면 세상 모든 걸 다 주겠다는 유혹에는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하는 말씀으로 맞서셨다. 이 또한 신명기(6,13) 말씀이다.
그러자 악마는 성경 말씀으로 예수님의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 하느님이 천사들을 시켜 당신을 보호하신다는 시편 말씀(91,11-12)을 들려주며 그게 정말인지 확인해 보라는 거였다. 하느님이 계시는 성전 꼭대기에서 떨어져 보라는 요구였다. 당신이 정말로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인지 확인해 보라는 요구다. 예수님도 우리처럼 하느님을 믿으셔야 했음을 생각하면 참 그럴듯한 제안이다. 이 유혹 역시 신명기(6,16) 말씀으로 물리치셨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루카 4,12).” 하고 대답하셨다. 이 유혹은 예수님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혹이다. 하느님이 계신가 안 계신가, 계신다면 세상이 왜 이런가, 남들은 안 그러는 거 같은데 나만 굳이 용서하고 인내하고 봉사와 희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십중팔구? 아니 백전백패다. 단식재 지키는 날에는 별별 것이 다 먹고 싶고, 건강을 위해 단식할 때마저도 흔들리니 사흘 굶어서 남의 담 안 넘는 놈 없다는 속담까지 생겼을 거다. 나의 가장 약한 부분, 그런 시간에 유혹이 고개를 든다. 성경도 잘 안 읽는데, 성경 구절로 달려들면 그냥 따라갈 판이다. 하느님 말씀에 반대되는 것들은 유혹이 되지 않는다. 늘 하느님 말씀 비슷한 게 유혹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자신의 안위가 교묘하게 숨어 있다. 웬만한 기도와 식별 능력으로는 혼자서 그런 것을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영적 동반자가 필요하고, 그 이전에 자신이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해달라고 매일 기도해야 한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라서 유혹을 받으신 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그런 유혹을 받는다. 우리는 실패하지만, 예수님은 성공하셨다. 십자고상이 그 증거다.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의 징표다. 그분은 아버지 하느님을 시험하지 않으셨다. 끝까지 믿고 신뢰하셨다. 예수님에게 믿음이 필요 없었다면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하신 번민과 고뇌는 거짓이고 쇼다. 메시아라면 자신을 구원해 보라고(루카 23,35),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고 그러면 믿을 거라는(마태 27,42) 사람들의 빈정거림에 당장 못을 뽑고 내려와서 당신이 하느님이라고 증명해 보이고 싶으셨을 것이고 또 그러실 수 있었다. 그러나 구세주 메시아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그것은 아버지 하느님이 바라시는 게 아니었다. 그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수난과 죽음을 피해 다른 길을 가셨을 거다. 그 잔을 마시지 않게 해달라고 청할 일도 없었을 거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셔서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분의 하느님 신뢰와 이웃사랑은 승리했다. 사랑, 용서, 자비가 승리한 거다. 아버지 하느님이 그분을 죽음에서 일으키셨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광야에서 홀로 아사 직전까지 단식하는 일은 없지만 하느님 말씀과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을 믿어야 할지 아닐지 고민한다. 그래봐야 세상을 늘 그대로고, 그렇게 한다고 상은커녕 손해나 안 보면 다행이다. 마음의 상처만 입는다. 그게 사실이고 현실이어도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믿어야 한다. 믿으나 안 믿으나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는 믿겠다. 믿음은 하늘나라를 약속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 어디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자신의 능력과 의지력을 믿지 않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까지 하느님을 신뢰하셨던 예수님을 믿는다. ‘그분을 믿는 이는 누구나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로마 10,11).
예수님, 주님은 저희처럼 유혹까지 받으실 정도로 참으로 한 사람이 되셨습니다. 제 이 몸과 마음으로 하느님을 신뢰하고 복종하셨습니다. 저는 못하지만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음을 믿습니다. 믿음이 부족하니 믿음을 더해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의 약점을 고백했으니 유혹의 덫에 걸리지 않게 저를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