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의자를 바라보며
88올림픽 꿈을 안고 마련한 38평형 신도시 아파트.
우리 부부는 부모님 그리고 장인어른 장모님 일정을 살펴 좋은 날을 날잡아, 집들이 겸하여 뫼시다.
정성껏 상을 차리고 飯酒 곁들이다.
잠자리 드실 때에 안방에 마련해드리다.
한 때 외삼촌께서 사사받은 인연을 가진
남종화가 남농(南農) 서화가 그림 작품이라 하여
검정 천에 싸서 장롱 위에 간직해온,
여덟폭 머릿병풍 꺼내 북쪽에 두르고,
마누라가 신혼 때 해온 광목천에 풀먹히고 다림질하여 바느질한 그 비단 이불 꺼내어 깔아 드리고,
안방에 마련한 부모님 자리.
안 방 건넛방은 딸애방.
문간방은 아들방
그리고 아들방 건넛방은 손님방.
효창동 본가에서 직장 따라 수원 분가하여,
삯월세 단칸방에서 살던 설움 떨치고,
당당한 꿈이 서린 내 집 마련하여 살아온 세월이
어언간 사십여년.
이제는 덩그랗게 꿈의 둥지만 남고,
인연 따라 갈 길 찾아 모두 다 떠나다.
어느 덧 우리 부부 둘만 남아,
이 방 저 방 네 개 방을 오가며 호사를 누리고 산다.
며칠 전 1988년도 대기업 과장 봉급 두 달치 지급하고 구입한 영창피아노를 폐기물 처리가 싫어,
중고피아노상을 인터넷으로 뒤져, 무상 제공하다.
그런데 웬일이냐!
피아노 나무 옻칠 니스칠한 고급 의자는 안가져 간다.
고급 의자라 깔개 만들어 덮고 아주 곱게 사용하여,
흠집 하나 없고 아치형 조각된 멋진 다리를 가진 의자인 데 말이다.
음악 연주회 때에 등장하는 그런 의자 이건만.....
피아노 앞에 놓인 피아노 의자가 짝을 이룰 때에,
그 품격을 얻지....?
피아노 없는 의자는 천덕꾸러기 되어
베란다에 내놓아,
물건 받침대로 사용하니 볼 품 없고
웬지,
바라보는 내 마음과 그 신세가 피아노 의자와 같구나 하는 감상에 젖어, 그저 애잔하기만 합니다.
첫댓글 삶이 그러하네요...
소풍같은 인생살이 라고 하던데요
꿀~~~~~~~~꺽./
피아노 의자
막둥이 손녀 피아노 예심 받고 안양예고 ..
그녀석이 고풍 스런 의자 어울릴까..?
며느리게 물어보라고 해야겠읍니다
여식이 처음 교직에 들어선 학교가 안양예고 였는 데, 딸애가 이민가는 바람에 피아노를 치워 피아노 의자만 남았어요
요즘 남의 꺼를 기피한다고 안가져 갔는데 인연이 되면 얼른 갖다드리고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