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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Gaza Strip)에 거점을 두고 있는 하마스(Hamas)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지역을 급습함으로써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후 ‘이-하 분쟁’)이 시작됐다. 당시 하마스는 상용드론과 소규모 지상침투 병력을 결합하여 인공지능(AI), 무인체계 등 최첨단 군사과학기술이 적용된 가자지구의 스마트 펜스(Smart Fence)를 일거에 무력화시켰다. 이후 남부지역으로 확대된 하마스의 전투행동은 이스라엘의 인적, 물적 피해를 가속화시켰고, 결국 이스라엘 전체를 심리적인 마비 상태로 몰아넣었다.
<영상 1>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급습의 실체
이렇게 군사강국 중 하나인 이스라엘군이 기습을 당하자 권위주의 국가나 조직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하마스의 급습을 톺아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급습을 허용한 이유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지 못한다면 자신들도 이스라엘과 같은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스마트 펜스와 유사한 형태의 과학화 경계체계인 비무장지대(DMZ)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림 1>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
* 출처 : https://www.gsd.harvard.edu/project/border-as-urbanism-redrawing-the-demilitarized-zone-dmz-between/
최근 들어, 국내·외 안보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북한군의 지상침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지난 1월 9일, 韓·美 안보 라인은 북한의 DMZ 도발 상황에 대해 논의했고, 2월 6일에는 미국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DMZ 일대에서 전술적 수준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스라엘군의 스마트 펜스를 일거에 무력화시킨 하마스의 다음과 같은 전투행동이 한반도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이른 아침, 하마스는 급조미사일 5,000여 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물량공세로 기습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상용드론과 동력 패러글라이딩의 저고도 공중침투, 모터 사이클 및 픽업 트럭에 탑승한 전투원들의 지상침투, 그리고 지하터널을 이용한 전투원들의 지하침투가 이어졌다. 그렇지만 이스라엘군 경계병력은 가자지구의 빽빽이 들어찬 건물 사이로부터 스마트 펜스로 접근하는 하마스 전투원들의 실체를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영상 2> 동력 패러글라이딩으로 가자지구를 둘러싼 스마트 펜스를 통과하여이스라엘 남부지역으로 종심침투한 하마스의 전투원들
이 중 속도가 가장 빠른 상용드론들은 지상으로부터 몇 미터 높이에서 비행해나갔다. 급조미사일 탐지 및 요격에 최적화된 아이언돔(Iron Dome)도 이것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곧바로 이것들은 스마트 펜스의 핵심노드인 고성능 감시 카메라(감시), 통신 안테나(결심) 및 원격사격통제체계(대응) 등이 장착된 타워들을 급조폭탄으로 정밀타격했고, 그 결과 스마트 펜스의 감시(Sensor), 결심(C2) 및 대응(Shooter) 기능은 완전히 마비됐다.
<영상 3> 급조폭탄을 투하하여 이스라엘군의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파괴하는 하마스의 상용드론
뒤이어 동력 패러글라이더에 탑승한 전투원들은 급조미사일의 엄호 아래 스마트 펜스 위를 통과했고, 모터사이클과 픽업트럭에 탑승한 전투원들은 스마트 펜스 하단에 통로를 개척한 후 이스라엘 남부지역으로 진출했으며, 지하터널을 통해 침투한 전투원들도 전술(前述)한 종심침투에 합세했다. 이들은 종심지역의 지휘통제시설과 유사시 스마트 펜스로 투입되는 병력이 위치한 집결지를 일점다면(一點多面)으로 공격해나갔다. 그 결과, 이스라엘군은 남부지역으로 종심침투하는 하마스 전투원들의 규모, 위치, 무장 수준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림 2> 하마스의 가자지구 돌파지점과 종심침투 지점
* 출처 : https://www.bbc.com/news/world-middle-east-67046750
이처럼 이스라엘군은 남부지역 상황을 가시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급습 이후 20시간 지나서야 반격에 나설 수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반격부대로 남부방면군의 예비대가 아닌 이스라엘-이집트 국경을 경비하는 카라칼(Caracal) 대대를 투입했다. 이를 통해, 당시 하마스 급습이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와 이스라엘군의 피해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림 3> 이스라엘-이집트 국경을 경비하는 이스라엘군의 혼성부대인카라칼(Caracal) 대대원들의 야간훈련 모습
최근 앞서 언급된 하마스의 스마트 펜스 급습이 한반도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아마도 국내·외 안보 전문가들의 앞선 예측과 함께 북한이 하마스처럼 기묘하고 영활한 수단과 방법으로 DMZ를 급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의 DMZ 지상침투에 대비하기 위해 하마스의 스마트 펜스 급습 상황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도출하여 적용해야 할 것인가?
첫째,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빽빽한 건물 사이로 차폐기동(遮蔽機動)하는 하마스 전투원들의 움직임을 사전에 식별하지 못했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스마트 펜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공지능(AI), 무인체계, 초연결 네트워크 등이 덧입혀진 과학화 경계체계이다. 하지만 이렇게 첨단화된 스마트 펜스도 하마스 전투원들의 접근을 조기에 경고하지 못했다. 아무리 고도화된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감시 카메라라도 가시선(Line of Sight)이 확보되지 않은 건물 내부, 뒤편, 사이 등의 활동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우리의 DMZ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DMZ를 가득채운 수풀이 가자지구의 빽빽한 건물들과 유사하게 북한군의 활동을 차폐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군의 지상침투를 조기에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DMZ에 즐비한 수풀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이스라엘군은 2008년 헤즈볼라와의 골란고원 전투에서 앞선 우리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을 경험했다. 당시 헤즈볼라 전투원들은 골란고원의 수풀을 은·엄폐물 삼아 습격에 필요한 인원, 장비, 물자 등을 습격 대기지점에 집결시켰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수풀지역에 차폐된 헤즈볼라의 움직임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골란고원 일대 펜스 여러 곳이 돌파되었고, 적지 않은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수풀지역을 투과하여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 개발에 착수하여, 2010년대 초반 골판고원 지역에 배치하여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그림 4> 골란고원 북쪽지역에 설치된 펜스
* 출처 : https://www.ft.com/content/ccf4b532-3935-11e6-9a05-82a9b15a8ee7
우리 군은 DMZ에 다양한 감시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주·야간 안개 등 악기상이나 가시선이 확보되지 않는 수풀지역에 대한 감시가 사실상 제한된다. 북한군은 DMZ 내부에서 지상침투를 위한 행동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북한군의 지상침투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상 조건에서 수풀을 투과하여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를 운용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현재 DMZ 일부 지역에서 ‘수풀 투과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DMZ의 정치적 휘발성을 고려한다면 DMZ 전 지역을 ‘수풀 투과 레이더’ 중심의 과학화 경계체계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림 5> 골란고원 일대에서 운용 중인 ‘수풀 투과 레이더’
* 출처 : https://www.iai.co.il/p/elm-2112fp
둘째, 이스라엘군은 급조폭탄을 투하하는 하마스의 상용드론에 대한 대비를 갖추지 못했다. 하마스는 상용드론을 저고도로 비행한 후 급조폭탄을 투하하여 스마트 펜스의 감시·결심·대응체계를 정밀타격했다. 당시 스마트 펜스 주변의 아이언돔 레이더는 하마스의 상용드론들을 탐지하지 못했다. 이것들이 소형으로 레이더반사면적(RCS)이 작고, 낮은 고도로 비행했기 때문이었다.
2020년 5월, 인도의 잠무 카슈미르 주(州)에서 경찰은 파키스탄으로부터 날아온 유탄을 투하할 수 있는 북한제 드론을 격추했다. 또한, 2022년에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소형드론 관련 논문이 공개되었는데, 여기에는 강풍이나 난기류를 극복하고 자동 비행하거나 사전 지정된 경로로 비행할 수 있는 최적화 드론 설계 기술이 담겨져 있다. 이와 같은 사항을 종합해 봤을 때 북한은 이미 하마스처럼 급조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소형드론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이것을 DMZ 지상침투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6> 인도의 잠무 카슈미르 주(州) 경찰이 수거한 유탄을 투하할 수 있는 북한제 드론* 출처 : https://twitter.com/ZPHQJammu/status/1530868274887417856/photo/3
북한군의 소형드론이 DMZ 지형을 따라 저고도로 비행한 후 우리 군의 GP, GOP, 수색·매복작전 수행 인원 등에 급조폭탄을 투하한다면 그야말로 기습이 될 것이다. 북한군이 수풀지역으로 차폐기동한 후 타격목표 주변에서 소형드론을 운용한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에 따라, DMZ 일대의 주요 시설에는 저고도 드론 탐지-요격체계가 설치되어야 하고, 각종 DMZ 작전에 투입되는 인원은 착용형(Wearable) 또는 기동형 드론 탐지-요격체계를 휴대할 필요가 있다. 저고도 소형드론으로 급조폭탄을 투하하는 상황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하 ‘우-러 전쟁’)과 이-하 분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여 상당한 인적, 물적 피해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최단 시간 내에 조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 7> 美 육군의 전술차량에 장착된 기동형 드론 탐지-요격체계* 출처 : https://www.droneshield.com/sectors/military
셋째,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전·후방 동시 공격으로 반격이 지체되었다. 하마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마트 펜스를 무력화함과 동시에 동력 패러글라이딩, 모터사이클, 픽업트럭 등을 종심 깊게 운용하여 스마트 펜스로 증원될 수 있는 남부지역의 주요 거점들을 집중적으로 스워밍(Swarming)했다. 즉, 스마트 펜스와 이를 뒷받침하는 남부지역을 동시에 습격함으로써 이스라엘 남부방면군 전체를 마비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군의 반격은 하마스의 최초 습격 이후 20시간 만에 시작되었고, 그러는 동안 하마스는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다. 비록 이스라엘-이집트 국경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카라칼 대대가 남부지역으로 급파되었지만 하마스의 주요 전력은 이미 200명이 넘는 인질을 이끌고 가자지구로 복귀한 뒤였다.
북한군은 강력한 포병화력, 소형드론(급조폭탄 투하용), 특수작전부대(동력 패러글라이딩을 통한 공중·지상침투, 지하터널을 이용한 지하침투 등)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북·러의 밀착관계를 고려했을 때 북한군은 우-러 전쟁에서 각광받고 있는 자폭드론을 도입했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자산을 배합한다면 북한군은 하마스처럼 DMZ 특정지역의 GP와 GOP, 그리고 직후방의 주요 증원부대를 동시에 타격하여 무력화할 수 있고, 그 일대에서 인질을 확보하여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군 종심지역에 대한 화력습격은 주요 부대와 함께 그 주변에 밀집되어 있는 주거시설(군인 아파트 단지)에 집중될 수 있다. 이것은 근접전투에 투입된 아군에 심리적 공황을 일으켜 아군의 작전을 지연시키기 위한 계책 중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북한군이 하마스처럼 DMZ와 그 직후방 지역을 동시에 급습한다면 우리 군의 반격작전도 지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8> 러시아가 김정은에게 선물한 자폭드론*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nVZ2Rv7gPZ4
이와 같은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DMZ 구조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병력은 전방은 엷게 하고 후방은 두텁게 하는 ‘전경후중(前經後重)’으로, 정보·화력자산은 전방은 두텁게하고 후방은 엷게 하는 ‘전중후경(前重後經)’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는 DMZ의 생존성(병력)과 전투 효율성(정보·화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혁신이다. 이때 DMZ에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센서 등을 덧입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anned & Unmanned Teaming)를 구축한다면 최전방(GP·GOP) 병력감소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DMZ의 감시·결심·대응체계가 무력화되었을 경우를 대비하여 가성비 높은 대체전력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스라엘군이 레바논과의 북부 접경지역에서 파괴된 지상 레이더 기지를 대체하기 위해 운용 중인 고고도 레이더 비행선인 ‘스카이 듀(The Sky Dew)’가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접경지역에서는 복지보다는 전투준비에 초점을 맞춰 거주시설을 주둔지로부터 분리하여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영상 4> 이스라엘군의 지상 레이더 대체전력인 고고도 레이더 비행선 ‘스카이 듀(The Sky Dew)’
지금까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급습으로부터 북한의 DMZ 도발 가능성을 전술적 수준에서 톺아보고, 그 대비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북한은 하마스보다 더 호전적이고 군사적 능력 또한 월등하다. 북한이 DMZ 도발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과 방법은 본고에서 제시한 것을 초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DMZ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구절벽에 의한 병역자원 감소로 지금과 같은 병력 중심의 방식으로는 변화무쌍(變化無雙)한 북한의 DMZ 도발 위협에 즉응할 수 없다. 따라서 민·관·군·산·학·연이 협력하여 4차 산업혁명의 주요기술(AI, IoT, Cloud, Big Data, Mobile)을 덧입혀 DMZ를 앞서 언급한 병력의 ‘전경후중(前經後重)’과 정보·화력자산의 ‘전중후경(前重後經)’이 가능하도록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로 하루빨리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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