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에 남해안 통영부근을 상륙하여 한반도를 관통하고 있다.
비와 강풍을 동반하고 있어 수확을 앞둔 농작물 및 시설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새벽 2시경 잠이 깨여 일어나 보니 사방은 쥐 죽은듯이 잠잠하였다. 마치 태풍전야란 말이 실감났다.
컴퓨터를 켜고 태풍의 중심을 찾아보니 아직 남해안에서 느린 속도로 북상중이었다.
보통 이때쯤 되면 태풍은 대개 일본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이번 카눈은 애초에는 중국 상해쪽으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 빠지는 줄로 알았더니 갈지자 행보로 우리나라를 덮치게 됐다.
다섯시에 다시 일어나 바깥을 살펴보니 비바람이 약간 세게 불었다. 뉴스를 보다가 일곱시 반에 우산을 들고 나갔더니
우산이 바람에 날아갈만큼 강한 바람이 불었다. 고층건물들 사이의 통로가 바람이 집중되어 더 강했다.
아파트 주변을 걷기가 불가능하여 지하철 역 구내로 들어가서 보니 지하철도 일부구간(지하구간)만 운행한다는 노티스가
키오스크에 적혀 있었다.
예전에 배 탈때는 일본기상청에서 나오는 해상기상도를 국장이 받아 항해하는데 참고로 하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기상도는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고 부정확해서 일본 기상도를 받았다.
겨울철 북태평양은 저기압의 무덤이라 할 정도로 사흘들이 올라왔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북미로 가려면 대권항해를 해야 하므로
북태평양을 거쳐게 되어 저기압을 몇차례 마주쳐야 했다. 태풍은 여름철에 발생하지만 겨울철에도 큰 저기압은 태풍이나 비슷했다.
한번은 호주 댐피아에서 광석 16만톤을 싣고 일본 구주 야하다 제철소로 가는 중에 필리핀 근해에서 발달하고 있는 태풍을 비껴가려고 하였다. 아직 세력을 키우고 있는 중이라 움직임도 별로 없어 15노트 속력으로 가면 우리배가 먼저 목적지인 야하다에 도착할 것 같았다. 우리배는 필리핀 동해안에서 북진하고 있었고 태풍은 필리핀 마닐라부근에서 북동진 하고 있었다.
하루쯤 지났더니 기상도를 받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태풍의 중심과 우리배는 약100마일정도로 가까워져 있는게 아닌가.
배는 광석을 만재하였으므로 물밑으로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파도는 선수를 심하게 때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배가 요동을 쳤지만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 캡틴과 상의하여 침로를 180도를 틀어 오던 길을 거꾸로 하루 정도 달렸다. 그랬더니 바다가 조용하였다.
태풍을 먼저 보내고 뒤따라 올라가니 배는 뒷바람을 받아 순풍에 돛을 단 것과 같이 유유히 미끄러졌다.
배가 항해할 때 태풍의 중심이 전후 좌우 어느방향에 있는지에 따라 배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이 다르다.
따라서 선원들은 바람의 세기나 풍향을 보고 태풍이 얼마만큼 떨어져 있고 몇시간 후에는 배에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경험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노련한 선장이라도 자연에 맞서 싸울 수는 없다. 미리 피항하고 태풍을 먼저 보내고 뒤에 따라가면 편안하게 갈 수 있다.
8월10일 02시 6호 카눈의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