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간 어부가
간혹, 바다에서 신기의 빛 '환상의 빛' 을 본다 한다.
이 빛은 사람의 혼을 빼앗아 황홀한 죽음으로 인도한다는데
황당해 믿을 수 없어도 영화는 아름답다.
산 자는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말대로,
남편의 자살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유미코도 그렇게 사는 여자이다.
한밤에 찿아온 경관이,
이쿠오가 스스로 차에 치어 죽었다 했을 때는 간난쟁이도
돌보지 않을 만큼 그녀도 혼이 나가 몇 달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유미코는, 멀쩡하던 남편이 아내와 아이를 두고
왜 달려오는 기차를 피하지 않았는지 줄창 알고 싶다.
그 물음의 이면에는
남편이 자기를 버렸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7 년이 흐른 뒤,유미코는 이쿠오로 부터 도망치기 위해
소소기라는 해변 마을의 어부와 재혼을 해 살던 집을 떠난다.
유미코는 그 곳에서 전처의 딸과 시아버지를 모시며
조용하게 사는 한 편, 죽은 이쿠오에게 쉼없이 말을 건다.
이쿠오를 떼어 내려고 소소기까지 왔지만 원망하는 마음을 끊어 내지 못 했던 거다.
영화는 유미코가 설흔 초,중반을 지나며 겪는 이야기이니까 그 시기에
있을 법한 갈등과 집착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 나는,
죽은 남편에게 말걸기를 그만 두지 못 하는 유미코의 행동이
여자의 일반적 마음이라 하기도
한 여자의 마음이라 하기도 마뜩하지 않다.
유미코 스스로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망자에게 상처를 내 보이며 닥달한다 싶기 때문이다.
이쿠오는 또,유미코의 새 남편인 타미오의 말처럼
정말 '환상의 빛' 에 이끌려 황홀지경이 되어
달리는 차를 몸으로 받았을까?
그렇다고 믿는 이가 절반은 되지 싶다.
이들은 낭만이 가득하고 마음이 순수한 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내에게 조차 말하고 싶지 않은 이쿠오만의 세계가 있었다 싶다.
그것은
사랑스런 아들과 아름다운 아내로도 대체하지 못 한 무엇일 것이다.
그 무엇 때문에
지금도 생을 포기하는 자들이 많다.
태어난 이상 부딛히며 살아야 하고
생은 천금과 같이 귀하다고,
어린 영혼들에게 쉼없이 들려 주고 싶다.
다 가지겠다는 마음은 애초에 불성립이며
놔 주고,관망하고,관찰하면
의외로 차오르는 만족감이 있던데 누구나 그렇진 않을 터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나 충고가
한낱 허울일 수가 있다.
내가 삶의 기반까지 잃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가 첫 영화라 한다.
그럼에도
각종 상을 휩쓴 게 당연한 건 이전의 이력 때문이다.
감독은 줄곧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환상의 빛' 은 영화인지 다큐인지 사진 작품인지 헷갈리며
단숨에 봐 버렸다.
우수리로, 영화의 배경이 후진 동네라서 일본의 구 가옥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관리가 어려워 일본의 옛집들이 사라지는 중이라 한다.
아들 유이치가 의붓 할아버지와 편하게 잘 지내는 모습이다.
첫댓글 죽음
사회 경험이 없었으니
남편 직장을 중도 하차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회에서
너무도 힘이들었을 때
손님 없는 가게에서 래디오를 듣고 있으니
여성시대 편지가 낭송되었는데
어떤 남성이 술병들고 산으로 가서
술의 힘을 빌려 죽음을 선택하려 했는데
용기가 없어서 그 죽을 힘으로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지요.
오죽하면 죽음을 선택했을까
내 안에서도 한 번쯤 곱씹으며 그려보았을
단어였습니다.
순탄하게 산 사람은 복이 많은
사람이지요.
구비없는 집이 없을 겁니다.
죽을 힘으로 살아라 라고
다들 그러지만
그러지 못 하니 문제라고나요.
오랜만에 영화 한편과 함께 오셨네요
영화 평을 이렇게도 쓸수 있구나 하고 놀랍니다
이유는
'모두 가지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놓아주고 관망한다면 의외로 그로부터 차오르는 만족감이 있다' 라는 구절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이 이런 자세로 자신의 삶과 인생을 대하기가 그리 쉬울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망자에게 상처를 내보이며 닥달하는 여주인공의 행위가 이해될듯 말듯도 하구요 ~~
아무튼 오랜만에 묵직한 생각거리를 주시네요 ~ 우헤헤
그래서
지금 나는, 이라고 단서를
붙였습니다.
저 시절의 저는 저 여인보다
더 참을성이 없었습니다.
우헤헤.
단풍님께서 우헤헤 하시니
좋습니다
즐거우시길요.
오랫만에 오신 지언님,
반갑기도 하고
아름다운 오월을 알차게 보내시느라
짐작해 보았습니다.
올려주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환상의 빛> 을 이해하기 위해
두어번 읽었습니다.
<감상문 중에,
하지만 이런 말이나 충고가 한낱
허울일 수가 있다.
내 삶의 기반까지 잃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에 공감하며,
다시 시간내어,
줄거리를 읽어 볼 생각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감독님이 우리나라를
사랑하십니다.
우리 영화와 배우를 좋아
하더군요.
스스로 죽는 사람을 볼 때마다
아깝고 가엾습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영화를 보시고 마음 가득한 느낌을 올리셨군요.
극의 전개를 사건과 장소가 겹치며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표현하시는 걸 보니
몰입도가 대단한 영화 같습니다.
또한 내가 마주 보는 북한산 높이의
선배님 휴머니즘을 본받고 사랑하고 싶습니다.ㅡㅋ
올려주신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으나
워낙 세세히 표현 하시어 나중에 봐도 되겠다 싶어
댓글을 올림니다.
일요일 행복하십시요.
건너 뛰었나요?
글에
필요한 요소만 취하다 보니
생략이 많습니다.
어유,제가 남의 본이 되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스트우드님께서
수필방에서
앞으로 보여주실 게 많아 보입니다.
수필방이 풍성해 질 듯 싶어요.
보지는 않았지만 볼만한 영화이고 꽤나
화면이 아름다워 낭만적인 작품인 것 같습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귀중함을 알리고 싶지만
마음 한 편 이해 하시려는 마음이 곱습니다.
글 아주 잘 읽었습니다.건강하세요.
그림같은 화면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영화의 진행 방식도 좀 다르고요.
오래 전 영화인데
이 감독님의 영화 중에 이게
저는 제일 좋더군요.
한스님도 건강하십시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5.28 10:38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개봉작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보던 때도 있었건만
코로나 시절을 거치며 이제 영화관 출입 자체가 뜸해졌네요.
오래 전 보아
몇몇 장면으로만 기억에 남은 '환상의 빛'을 소환해 봅니다.
떠난 자와 남겨진 자.
그렇게 남겨진 자의 슬픔과 고통을요.
어떻게든 이유를 찾고 스스로를 치유해야 살아나갈 수 있겠지요.
비 오는 날
두런두런 이런 영화 이야기 좋네요.
잘 읽었어요 지언님~~
저는 이 영화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 뒤에 검색해서 몇 편을 더 봤고요.
일본 영화 중에 잔잔한 서사가
많더군요.
보고는 잊어 버려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플로라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무지 반갑습니다.
심리갈등을 잘 묘사한 영화인듯 합니다.
환상의 빛 영화 ᆢ궁금해지군요
심리를 표나게 다루지는
않던데요.
영화가 유미코의 치유 과정이라고
다들 그러기는 합니다.
스토리는 어두웠지만 배경화면이 출중했고
다큐스타일이라서 영상미와 탄탄한 구성
두 마리 토끼를 단 번에 잡은 영화인가봅니다.
좋은 영화 소개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랫만에 오셨는데요.
수필방 정모에서도 뵙고 싶어요^^
상을 여러 개 받은 만큼
명작이라고들 해요.
나무랑님께서도 영화를 많이
보시지요?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오래된 배우인데
줄줄 꿰셔 놀랐습니다.
혹 이 영화를 보시면 글 하나 올려
주시지요.감사해요.
영화 이야기군요.
영화채널에서 보내주는 영화를 자주 봅니다만
수작을 만나기는 어렵네요. 기회가 되면 지언님이 소개해 주신 영화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어쩌다 보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에 들어가면
그날의 소개작이 있습니다.
거기서 정보를 얻어서 봤어요.
어우,ㅎㅎ
본글보다 답글이 더 어렵습니다.
화암님! 건강하십시요.
그리고 감사 드립니다.
사람 마음이 수만가지 갈래라 그 갈래 따라잡기가 쉽지 않겠지요.
주인공과 감독과 관객의 입장을 골고루 넘나들며 차분하게 써내려가신 감상 후기를 공감하며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올려 놓으신 조손의 사진을 보니 왠지 제 마음이 탁 내려 놓여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사진 재미있지요?
배다른 누나하고도 참 잘 놀아요.
영화의 말미에 유미코의
의문에 대한 답을 어부 남편이
줍니다.
이쿠오가
환상의 빛을 쫓아 간 거라고요.
그 후에 아마도
유미코가 전 남편에 대한 트라우마를 벗지
않았나 싶습니다.
행복하게 살 준비는 되어 있는
여자였거든요.
아주 사랑스런 여자입니다.
말씀처럼 마음을 턱 놓아도
될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지언 지언님 덕분에 영화 좋아하는 저도 유튜브에서 그 영화 간략하게 줄여놓은 것을 찾아서 보았습니다. 영상이 우리 TV 문학관을 보는 것처럼 참 아름다웠습니다.
잘 설명해주신 덕분에 축약본이지만 유미코의 심리를 따라가기도 쉬웠고요. 감사합니다.
@마음자리
축약본이 있나봅니다.
이 영화는 지루하지 않았으니까
잘라낼 부분이 없을텐데
싶습니다.
저도 한 번 찿아 보겠습니다.
나날이 행복하십시요.
마음자리님!
@지언 하아~
주거니 받거니 두분이 재미있군요
소개 할만한 영화일것이라 생각되어 저도 지금 축약본 찾아보고 왔습니다
잔잔한 흑백영화 느낌이 들데요
필름 전부를 보고 싶지만
제집은 아내가 반대하여 냇플릭스 구독하지 않아요~
무겁게 가려던 건 아닌데
구봉님의 지난 이야기를 듣고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저 글이 아니면 하지 않으셨을
이야기이다 싶어서요.
세월이 흐른 만큼
잊혔을 터이고 괜찮으시니
털어 놓으시는 거지요.
다들 고만고만한 사연들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잊거나,이기거나,
그렇게 살고 계시지들 않겠습니까?
비굴은 엄살이고요.
건강하시고요 사업 번창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