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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마당에 차 한 대가 들어설 때마다 대추나무 집 며느리는 일어났다 앉았다, 엉덩이에 불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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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에미야, 상 좀 빨리 보거라.” -
“네, 어머니.” -
“에미야, 여기 송편 한 접시!””네.” -
부엌으로 광으로 조르르, 포르르 쥐같이 달려갔다, 새같이 날아왔다, 손발이 쉴 틈 없습니다. 수완이는 가끔씩 허리를 두드리는 엄마를 보고 있다가 앞마당을 돌아다니는 까만 토종닭을 발로 찼습니다. 할머니가 ‘달구 새끼’라고 말하는 까만 토종닭입니다. 내년 여름 중복에 삼촌들 먹일 닭이라나요. -
“이 달구 새끼, 저리 가버려!” -
바깥마당에는 벌써 자동차가 넉 대 와 있습니다. -
큰 삼촌, 작은 삼촌, 고모, 작은 할아버지네 차입니다. 차가 싣고 온 사람만도 어른이 여덟, 아이들이 여섯입니다. 그런데 아직 올 차가 한 대 더 남았어요. 네 식구를 태우고 올 막내삼촌 차입니다. -
“얘, 에미야, 송편을 좀 더 할 걸 그랬나 보다. 반죽 남았으면 더 할까?” -
“네, 어머니. 조금 남은 거 이따 마저 하지요, 뭐.” -
엄마의 대답에 수완이는 속이 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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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도 아프다면서. 팔다리 쑤신다고 잘 땐 끙끙 앓는 소리도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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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완이는 할머니의 토종닭을 아까보다 더 세게 발로 찼습니다. -
“이 깜둥이 달구 새끼야! 저리 가라니까!” -
고향을 찾아 대추나무집 할머니네로 모인 식구들은 저녁을 먹고 모두 밖으로 나갔습니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온다나 봐요. 집안에는 설거지를 하는 엄마와 수완이 뿐입니다. -
수완이는 마루 끝에 걸터앉아 가끔씩 고개를 빼고 부엌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
“엄마, 막내 삼촌은 왜 안 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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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바쁜 일이 생겨서 추석날 저녁에나 도착할 거라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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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쳇! 일은 언제나 엄마 혼자 다 해. 작은 엄마들은 엄마처럼 일도 못 해? 명절 싫어.” -
수완이는 그러다가 마당으로 풀썩 내려섰습니다. 그리곤 꽁지를 치켜들고 모이를 주워 먹는 까만 닭을 향해 모래를 뿌려댔습니다. -
“저리 가! 우리 엄마만 고생 시키는 할머니 달구 새끼들아!” -
엄마는 딸이 지른 소리에 놀란 표정으로 얼른 대문 쪽을 쳐다보았습니다. -
“수완아! 못 써!” -
추석날, 대추나무집 며느리는 아침부터 차례 상을 차리느라 정신 없이 바빴습니다. 가족들은 점심 식사를 하면서 보름달이 뜨면 어떤 소원을 빌 거라는 둥, 기대에 부풀어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
드디어 저녁, 수완이는 일찌감치 저녁상을 봐 놓고 부엌으로 나오는 엄마 손을 무조건 잡아끌었습니다. -
“엄마, 이리 와 봐. 큰일 났어. 큰일 났다고!” -
엄마는 갑자기 잡아 끄는 딸의 손에 이끌려 언덕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큰일 났다는 말에 집안의 일거리는 까맣게 잊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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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색 차 한 대가 바깥마당에 섰습니다.
- “어머니!”
온 식구들이 막내 삼촌 목소리에 문을 열고 오로로, 몰려나왔습니다.
“회사 일 좀 처리하느라 이제 왔어요. 근데 어머니, 대추나무에 왜 신발들을 걸어 놓으셨어요?”
식사를 하다 말고 나온 식구들은 대추나무를 올려다보다가 입을 벌렸습니다. 대추나무 꼭대기 가지 끝에 주렁주렁 신발이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 내 신발 한 짝 없다.”
“제 것도 한 짝 없어요, 어머니.”
“내 것도!”
큰 삼촌이 뒤뜰에서 사다리를 가져다 대추나무에 기대놓았습니다.
“아마 수완이 짓일 거다. 나무 가지에 저렇게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수완이 말곤 없지. 열 살짜리 계집애가 나무 타는 데는 원숭이거든. 고건 사다리도 필요 없어.”
신발을 내리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막내삼촌이 소리쳤습니다.
“저기 보름달이 올라오네요!”
그러자 아이들도 어른들도 깨끔 발을 하고 나와 사다리로 올라갔습니다. 대추나무엔 사람들도 다닥다닥, 신발도 다닥다닥 한가위 하얀 보름달을 바라보며 한 가지씩 소원을 외쳤습니다. 다섯 살 제일 어린 치완이가 대추나무 아래서 소리쳤습니다.
“할머니! 달이 웃어요! 저것 봐요! 달이 대추나무를 구경하는 것 같아!”
까르르, 하하 웃음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 길가로 퍼져나갔습니다.
수완이는 엄마와 함께 언덕에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한가위 둥근 달을 바라보면서.
“엄마, 나한테는 엄마 아픈 게 제일 큰일이야. 엄마는 쉬면서 달구경 하면 안 되나, 뭐. 엄마도 소원 있으면 빌어.”
수완이가 배시시 웃으며 일어나더니 손나팔을 하곤 달을 향해 외쳤습니다.
“까만 토종닭! 우리 할머니 달구 새끼 한 마리! 우리 엄마 먹고 기운 나게 해 주세요!”*
/ 유효진 글, 김소영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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