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한 하천에서 서울 시민들의 쉼터로 변신을 거듭하며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고 있는 청계천. 도심 속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인데, 서울 한복판을 흐르다 보니 인근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기쁨은 단연 먹거리다. 서울의 중심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다 보니 자연히 유명 맛집들이 즐비한 먹방 코스가 됐다. 청계천과 함께 격변의 시간들을 견딘 노포부터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트렌디한 맛집까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청계천 맛집들을 소개한다.
종로돈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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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이곳에서는 한 그릇에 정성을 담은 다양한 일본식 덮밥을 즐길 수 있다. 베스트셀러는 두툼하게 썰어낸 연어를 풍성하게 얹은 연어 덮밥. 매일 새벽, 고소하고 신선한 재료를 들여오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수제 등심 돈가스에 부드럽고 촉촉한 계란을 얹은 가츠동과 규동, 노릇노릇 잘 튀겨진 왕새우를 추가한 메뉴 등 선택의 폭이 넓다. 부드럽고 담백한 연어와 연어 알, 성게알을 함께 올려낸 스시 덮밥에도 눈길이 간다. 스페인산 최고급 돈목살의 스테이크 정식도 인기다.
1968년 문을 연 이래 많은 술꾼과 식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유명한 노포다. 긴 기다림 없이 냉큼 나오는 북엇국 한 그릇에 쌓인 피로가 절로 녹는다. 커다란 그릇 가득 북어살과 두부가 푸짐하다. 부드러운 두부와 큼직하게 썰어낸 북어살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이 환상의 3박자를 두루 갖췄다. 묽지 않고 진한 그 맛에 빠지면 밥 한 그릇이 뚝딱 금세 사라지고,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진다. 테이블에 준비된 기본 찬인 배추김치, 오이지, 부추무침도 쏠쏠하게 먹방을 돕는다. 밥과 국물은 무한리필할 수 있고 북엇국 포장도 가능하다.
영업시간: 매일 07:00-20:00ㅣ주말 07:00-15:00ㅣ공휴일 07:00-15:00
메뉴: 북어해장국(7,500원)
우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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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평양냉면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1946년 개업한 이후 실향민에게는 고향의 맛을,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맛의 추억을 선사해 왔다. 재료 본연의 맛을 품은 슴슴함과 담백함이 인상적이다. 면을 씹을 때마다 메밀의 구수함이 느껴진다. 진한 고기 향이 그대로 담긴 육수와 고소한 양지머리 수육은 맛의 풍성함을 더한다. 아삭하고 상큼한 김치와 무 절임, 배를 곁들이면 입안 가득 서로 다른 매력의 맛 잔치가 벌어진다. 소박하지만 은은하게 조화되는 멋을 사랑했던 우리네 정서와 꼭 닮았다. 감칠맛 나는 불고기와 함께해도 조화가 좋다.
맛의 보고라 불리는 광장시장에서 육회는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그중에서도 이곳은 60년 넘는 역사와 빼어난 맛으로 미슐랭 가이드에 거듭 선정된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매일 아침 공급받는 신선한 육우를 사용해 때깔부터가 남다르다. 불그스름한 육회 위에 계란 노른자를 잘 섞어서 한 입 맛을 보면 혀끝을 감도는 고소한 감칠맛에 홀린 듯 젓가락질이 바빠진다. 육회 마니아는 물론 초보자도 그 맛의 진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매콤한 양념장에 슥슥 비벼 먹는 비빔밥과 탱글거리는 낙지 탕탕이도 추천한다. 진한 육회 맛의 신세계를 만날 수 있다.
상호 그대로 정 많은 할머니의 손맛이 닭 한 마리에 통째로 담겼다. 양푼이 안에서 수줍은 듯 등을 보이고 앉은 닭 한 마리가 정겹다. 닭을 먹기 좋게 자른 후 마늘 소스를 넣어 끓인다. 김치와 양념장을 넣어 얼큰하게 즐길 수도 있다. 조금 더 익혀 간장, 겨자, 식초를 취향껏 섞은 소스에 살을 찍어 먹으면 된다. 부드럽게 잘 삶긴 닭고기와 매콤 새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강한 중독성을 뽐낸다. 소담하고 정다운 맛과 매력으로, 시민들은 물론 한국적인 맛을 느끼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사리를 넣으면 진하게 우러난 육수 한 방울까지 깔끔하게 클리어할 수 있다.
영업시간: 매일 10:30 - 01:00 Last order 23:30ㅣ명절 전날, 당일 휴무
메뉴: 닭한마리(22,000원)ㅣ떡사리(1,000원)ㅣ국수사리(2,000원)
청진옥
청계천 인근에서 해장국 명가로 이름난 또 다른 노포이다. 1937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맛으로 사랑받고 있다. 선지와 내장 등 갖은 소 부속물이 푸짐하게 들어찬 뚝배기 한 그릇이 옹골차다. 국물 한입만 먹어도 진국임이 느껴진다. 양푼 가득 채 썬 파가 함께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해장국에 파를 듬뿍 넣고 훌훌 저어 풍성한 건더기와 진한 국물을 함께 공략해 본다. 세월을 이겨낸 뚝심이 오롯이 느껴지는 구수한 맛이다. 주당들에게는 속이 풀리는 해장의 기쁨을, 미식가들에게는 풍족한 한 끼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메뉴는 단 두 가지, 오징어와 불고기다. 더 고민할 필요 없이 두 가지를 잘 섞어 먹는 것이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 불고기를 먼저 부어 숟가락으로 잘 펴서 익힌 다음 약불로 줄이고 그 위에 익은 오징어를 넣고 잘 섞어준다. 달곰한 불고기와 고추장 양념을 두른 오징어의 궁합은 맛보지 않아도 냄새부터 입맛을 돋운다. 매콤 짭짤한 양념이 속까지 배어들어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다. 별다른 찬 없이 따끈한 밥 위에 얹어 한 숟갈 넣으면 행복함이 밀려든다. 풋풋한 상추쌈도 좋고 남은 양념에 자작하게 졸여내는 볶음밥도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