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제는 양날의 칼과 같다. 어떤 약보다도 광범위하게 효과를 나타내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양방에서 눈질환을 치료하는데 스테로이드는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데, 일반적인 항생 소염제로 치료 효과가 미진하다 싶을 때는 가차없이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한다. 스테로이드제는 포도막염이나 각막염, 눈속염 등에 필수적으로 처방하고 안구건조증이나 망막염, 알러지질환처럼 염증 반응이 크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처방한다.
스테로이드제는 부신피질호르몬의 일종이다. 부신피질은 외층에서 혈압을 높이는 aldosteron, 중간층에서 대사에 관여하는 cortisol, cortisone, 내층에서는 성호르몬인 testosterone, progesterone을 분비한다.
보통 스테로이드라 함은 중간층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의 합성체인 성분들이다. 작용시간에 따라 단시간형(hydrocortisone, cortisone), 중시간형(prednisolone, triamcinolone), 장시간형(dexametasone, betametasone)으로 나뉜다. 장시간형으로 갈수록 약효가 강해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부작용이 덜한 glucocorticoid인 prednisone, prednisolone을 사용하고 급성이거나 심한 염증 반응일 때는 dexametasone을 사용한다.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은 부신피질기능항진증(쿠싱증후군)으로 보름달 얼굴, 비만, 당뇨, 부종, 저칼륨혈증이 생긴다. 이 때문에 스테로이드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역가나 제형 또는 투여법을 바꾸거나 항류마치스제나 면역억제제를 병행 사용한다.
안과 의원의 진료 모습ⓒ뉴시스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제, 부작용도 무시 못해
한의원에서 눈질환을 치료하면서 스테로이드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과연 한약이 눈질환을 치료하는 데 스테로이드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인가가 항상 고민이었다. 전방 또는 후방 포도막염이나 각막염, 망막염, 포진성 질환 등이 잘 치료되다가도 스테로이드제를 끊거나 줄일 경우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또 스테로이드제에 대한 부작용이 너무 심하게 나타나 눈질환을 치료하지 못해 악화되는 것을 방치해야만 했던 환자도 있었다. 또 스테로이드제에 전혀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는 환자도 있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제가 모든 질환에 똑같이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개인마다 편차가 있다는 어쩌면 단순한 사실을 알아버렸다. 개인의 편차에 따라 투여량과 투여기간을 적절히 조정하면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스테로이드제와 한약을 적절히 병행하면 환자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약만으로 스테로이드제를 대체할 수 없다. 그러나 무작정 언제까지나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복용해야만 하는 환자들에게 한약은 잘만 조절할 수만 있다면 천천히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치료를 진행하면서 스테로이드를 어떤 기준에 따라 줄일 것인가 또는 끊을 것인가를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스테로이드제는 신장의 양에 속하고 명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신장의 양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고 한의학의 이론이 그렇듯이 음양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신양과 신음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거나 아니면 과잉항진되어 있으면 그 환자에게 스테로이드제는 부작용이 많거나 아니면 거의 효과가 없거나 한다. 신장의 음양이 어느 정도 충만한 환자는 일반적인 스테로이드제를 이용한 치료에 잘 반응하고 예후도 좋다.
후방 포도막염을 가진 환자가 있었다. 스테로이드제를 10여년 이상 투약하면서 부작용인 백내장으로 수술한 것은 물론이고 안압이 높아져 있고 망막의 시세포까지 손상되어 시야가 몹시 좁아져 있었다. 이 환자는 그럼에도 스테로이드제를 끊을 수 없었다.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억제제를 같이 복용하고 있었으나 둘 중 하나만 끊고 1주일 정도만 있으면 증상이 더욱 심해져 망막으로부터 삼출물이 나와 비문증이 심해졌다. 이 환자가 스테로이드제를 서서히 줄여가면서 스스로의 신장의 기능으로서 인체 신진대사(면역기능)를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데 거의 6개월 정도 걸렸다.
이런 좋은 케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토피 피부염을 가지고 있고 알러지 체질이라고 진단되는 나이 어린 전방 포도막염 환자는 스테로이드제를 강력하게 쓰고 있는 중에도 각막후 침착물, 홍채후 유착 등이 급격히 진행되었는데 결국 통제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스테로이드 대체보완 한약 연구 활발
한약 중 소시호탕이 뇌하수체-부신계 자극작용, 당질 코르티코이드 대사억제작용, 리포코르틴 생성작용을 통해 항염증작용을 도와 스테로이드제를 보완할 수 있음이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또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을 경감하기 위해 시호계지탕이나 보중익기탕 등이 유효하다는 사실도 입증되어 있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있으면 스테로이드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한약이 논문을 통해 증명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한약이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스테로이드제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한 가능성이 큰 한약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환자 오장육부의 상태와 기혈, 정기신이 어떠한 지가 스테로이제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한약을 처방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