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여부재(材與不材)와 안빈낙도(安貧樂道) ◇
향설해(香雪海) 라는 말이 있어요 "향기로운 눈의 바다"라는 뜻이지요 그러나 이 말은 하얀 매화가 지천(至賤)으로 피어있는 것을 가리키는 옛 관용구 이지요 이말 자체 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편의 시가 될수있다 했어요
조선후기 시인(화가) 조희룡(趙熙龍 1789~1866)은 매화나무 사이에 다락을 짓는 것을 '향기로운 눈 바다에 누각을 띄운다(香雪海中宜泛樓)'라고 표현했지요 그 멋들어진 표현을 한 사람이 지은책이 바로 "향설관척독초존(香雪館尺牘鈔存)" 이지요 이 책에는 의미있는 "계숙에게(與季叔)" 란 글이 있어요
石有暈 木之癭 皆物之病也 而人愛之 人之有才 木石之病 不自愛而 爲人所愛 久則見壓 反不如凡 石閒木之 自存無恙矣 人之處世 可將處材不材之間
“돌의 무늬나 나무의 옹이는 모두 그 물건이 병든 곳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아낀다 사람이 재주를 지님은 나무나 돌의 병과 한가지이다 자신이 아끼지도 않건만 다른 사람이 아끼는 바가 된다 하지만 오래되면 싫증을 내며 도리어 평범한 돌이나 보통의 나무가 편안하게 아무 탈없는 것만 못하다 사람의 처세는 재(材)와 부재(不材) 의 사이에 처하는 것이 좋다"
이는 햇무리진 돌은 수석(壽石)으로 대접을 받아 좌대위에 모셔지고 나무의 울퉁불퉁한 옹이는 사람으로 치면 암세포같은 종양(腫瘍)인데 이런것이 많아야 분재(盆栽)감으로 높이 쳐준다는 뜻이지요 그뿐인가요? 없는 옹이를 만들려고 철사로 옥죄고 좌대에 앉히겠다며 멀쩡한 아래 부분을 자르기도 하지요 나무나 돌의 입장에서는 큰 재앙을 만난것이나 다름없어요 게다가 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내지요 얼마 못가서 좀더 신기한 것이 나오면 거기에 혹해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재주를 파는것은 늘 이렇다 하지요 붕 떳다가 어느 순간 급전직하(急轉直下) 추락하고 말아요 그때가서 평범한 돌이나 보통의 나무를 부러워한들 때는 늦었지요
장자 산목(山木)편에도 재여부재(材與不材) 란 말이 나오는데 즉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사이에 처하란 뜻이지요
어느날 노스승과 제자가 길을 가는데 산길 옆 큰 나무를 목재꾼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 갔어요 연유를 묻자 옹이가 많아 재목으로 못쓴다는 대답이 돌아 왔지요 그날밤 스승과 제자는 객주집에 묵었어요 주인이 닭를 잡아오라 했는데 하인이 물었지요 “잘우는 놈과 못우는 놈 중 어느 놈을 잡을까요?” 하니까 주인이 “못우는 놈을 잡아라” 했어요
이튼날 길을 나선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지요 “스승님 어제 나무는 쓸모가 없어 살았고 닭은 쓸모가 없어 죽었습니다 스승님은 어디에 처하시렵니까? “ “응 ~ 나? 나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중간에 처 할란다 그런데 그 중간은 얼핏 욕먹기 딱 좋은 곳이긴 하지!!“ 라고 말씀 하셨지요
그래요 언제나 그 재주가 문제 이지요 남달리 뛰어나도 문제 이지만 너무 우둔해도 문제인 것이지요 요즘 세태는 너무 편협해도 문제 이지만 속없이 나불거리는 그 입(口)도 문제이지요
평상시 몸가짐에서 그사람의 무게와 교양이 드러나지요 몸가짐이 장중(莊重)해야지 경망(輕妄)해선 안되지요 의욕만 앞서 나부대고 설치기만 하면 실속도 없이 비웃음만 살 뿐이지요 태산교악(泰山喬嶽)같은 무게를 갖어야 하지요
옛말에 안빈낙도(安貧樂道)라는 말이 있어요 '안빈낙도(安貧樂道)'는 공자(孔子)의 언행록(言行錄)이라 할수 있는 동양 최고의 경전(經典)'논어(論語)'의 '옹야편(雍也篇)'이나 '맹자(孟子)'의 '이루장구하(離婁章句下)'에 나오는 말이지요 '구차하고 가난하지만 마음을 편히 하고 걱정하지 않으며 도를 즐긴다'는 뜻으로 빈곤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도를 찾고 배우며 얻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즐거움임을 비유하는 말이지요
안빈낙도(安貧樂道)는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에 대한 공자의 평가에서 유래했어요 공자는 일생 동안 무려 제자(弟子) 3000여명을 뒀는데 그중 안회(일명 안연(顔淵))을 가장 총애했지요 수제자(首弟子) 중 수제자가 바로 안회(顔回) 였어요 그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쳤으며('문일지십(聞一知十)') 워낙 학문을 좋아해 나이 29세에 벌써 백발(白髮)이 되었다고 하지요 또한 덕행(德行)이 뛰어나 스승인 공자 자신도 때로 그로부터 배울 정도였다고 했어요
그러나 조물주(造物主)는 그에게 뛰어난 재능과 함께 가난을 선물로 주었지요 그는 찢어지게 가난해 끼니 거르기를 밥 먹듯 했으며 평생 지게미(술을 담고 남은 찌꺼기)조차 배불리 먹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였어요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나이 서른 하나에 요절(夭折)하고 말았으니 공자가 오죽했으면 그의 죽음을 두고 '하늘 탓'이라고 통탄(痛嘆)할 정도 였지요 공자가 말하기를, "어질도다 안회여!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먹으면서 좁고 누추한 거리에 사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거늘 안회는 그 속에서도 즐거움을 고치지 아니하니 어질도다 안회여!"
그러나 그는 가난을 운명인 양 받아들이고 늘 낙천적으로 살았으며 덕(德) 닦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어도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을 뿐이다('논어'의 '술이(述而)')" 라고 했던 공자는그를 찬탄(讚嘆)해 마지않았어요
이와 비슷한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말도 있어요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모습을 뜻하는 한자 고사성어 인데 즉 분수에 편안해 하고 만족함을 안다는 뜻으로 자기 처지를 탓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하며 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해서 재여부재(材與不材) 즉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사이에 처하란 뜻이고 안빈낙도(安貧樂道) 구차하고 가난하지만 마음을 편히 하고 걱정하지 않으며 산다는 것이며 안분지족(安分知足) 자기 처지를 탓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하며 산다는 뜻이지요 여러분은 어디쯤에 거하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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