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주 여행은 진작부터 벼르던 것이었지만 서로 시간 조정이 쉽지 않아 자꾸 미뤄지다가 의기투합, 지난 10월 11일 4박 5일 일정으로 드디어 출발, 오후 1시 45분 제주발 비행기에 오르다.
탑승을 기다리며 내가 탈 비행기를 사진 한 장 우선 찍고.
비행기 안에서 내다 보이는 세상. 저 아래서 온갖 희노애락의 인간사가 펼쳐진다.
2008년 10월에 가족들과 여행왔으니 만 4년만에 다시 찾은 제주. 오후 3시쯤 구제주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맨 처음으로 둘러본 관덕정.
이 곳은 조선시대 제주 목사가 머물던 관청. 매번 이 앞을 지나가기만 했지 정작 안에 들어와 보기는 이번이 처음.
관덕정에서 나와 렌터 카를 이용해 새별 오름 도착. 가을 석양과 바람에 억새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인다.
새별오름은 온통 억새로 덮여있다.
숙소인 서귀포시 펜션 카사블랑카에 짐을 풀고 첫날밤을 보낸다.
넓은 거실에 방 3개, 화장실 2개인 이 곳은 서귀포시내에서 한라산쪽으로 외떨어져 있는데 공기가 좋고 조용해 4박 5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마치 집처럼 편안한 휴식처가 돼주었다.
특히나 주인내외가 어찌나 꼼꼼한지 세탁기 등 갖은 필요용품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더라는. 하물며 Hair Dry까지.ㅎㅎ
제주 이틀째인 10월 12일 새벽. 엊저녁에 술 한 잔 하고 11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새벽 5시 20분에 눈이 절로 떠진다.
공기가 맑아 그런지 머리가 맑고 몸은 가볍다. 차를 이용해 동쪽으로 달려 이름 모를 바닷가에서 일출을 맞이하다.
원래 성산 일출봉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보려 했는데 5시 30분 숙소를 출발했는데도 40KM가 넘는 탓에 도중에 일출을 맞이하게 되었다.
일출을 보고 이른 아침에 찾은 쇠소깍 해변. 화산석이 부서져 이루어진 검은 모래사장이 특색있다.
쇠소깍 해변엔 제주의 전통배인 태우가 보인다. 낮시간엔 관광객들이 이 곳에서 태우를 타는 체험을 하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타보질 못함.
숙소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마치고 제주 올레길 7코스를 걷기로 한다. 그 출발점인 외돌개. 입구는 수학여행온 학생들로 북적이더라는.
7코스를 걸으며 바라보는 범섬의 모습
외돌개 부근을 벗어나 잠시 아스팔트 도로를 만난 후 해변길로 이어지는 7코스. 오늘 날씨가 좋아 햇살이 따갑다. 버너는 챙겨왔는데 Gas가 없어 편의점에서 사려했더니 버너에 맞는 둥근형이 없다해서 땔감으로 쓸 나무를 지팡이 삼아 걷자니 마치 고행의 수도승 모습같다는.ㅎㅎ
7코스를 걸으며 만나는 풍경
법환포구에 도착하니 12시가 넘는다. 이쯤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법환포구 나무 그늘아래 자리를 펴고 지팡이처럼 들고온 나무에 불을 붙여 점심식사를 끓여 먹는데 그 맛이 일품.
제주 막걸리까지 한 잔 하니 그만 누워 낮잠 한 숨 자고 싶더라는.
햇살이 너무 따가운 반면 그늘이 없어 올레길 걷기는 이 곳에서 마치기로 한다. 법환포구 인근에 있는 용천수가 솟아 나는 샘.
제주는 섬 전체가 화산인지라 비가 오면 그 빗물이 숭숭 구멍이 뚫린 화산암에 스며들어 지대가 낮은 바닷가에서 이렇게 용천수가 되어 솟아나기 때문에 대부분 마을이 바닷가에 형성되어있다.
올레길 걷기를 마치고 찾아간 왕이메 화산 분지.
이 곳은 제주에 대표적인 화산분출구인 산굼부리 정도의 커다란 곳인데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한다. 탐라국 시절 왕이 여기서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는데 나도 이번에 첨 가봄.
이시돌 목장. 예전엔 이 곳에서 말타기 체험도 하며 사진도 찍곤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더라는.
이시돌 목장 인근의 메밀밭. 이제 메밀꽃이 한창인데 제주 메밀은 거센 바람 탓에 키가 작은 게 특징이다.
협제해수욕장에 도착. 제주도의 서북쪽에 있는 이 곳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 모래가 온통 산호모래라 에머럴드 물빛이 환상적이다. 뒤로는 비양도가 보이고. 바람이 어찌나 센지 머리가 엉망이다.ㅎㅎ
이 날 저녁 제주에서 개업의사를 하고 있는 고등학교 선배를 만나 저녁식사와 더불어 소주 한 잔.
예전엔 제주에 가면 횟감이 모두가 자연산이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양식. 그래서 선배의 소개로 찾아간 이 집은 아직 양식을 하지 않는 쥐치회와 한치가 전문.
둘이서 한치회와 쥐치회를 먹었는데 선배가 쥐치조림과 밥 두 공기를 또 시킨다. 배불러 어떻게 먹냐니깐 '맛이 있어 다 먹을 거' 라시네요.
결국은 하도 맛이 있어 밥 한 공기까지 싹 비웠는데 재밌고 특이한 건 제주에선 쥐치를 객주리라 부른다는 사실.^^
이 곳에서 나와 신제주 연동에 위치한 제주도 유일의 LP-Bar에서 맥주 한 잔 더 하고는 서귀포 카사블랑카 숙소로 되돌아와 이틀째 밤을 보내다.
제주 3일째인 10월 13일. 역시나 5시 좀 넘어 눈이 떠졌는데 몸과 머리가 가볍다. 숙소에서 가까운 천지연 폭포로 아침 산책.
이 곳에 앉아 사진을 찍자니 신혼여행 와서 같은 자리에서 사진 찍던 일이 생각나더라는. 그 거이 벌써 24년 전, 세월 참으로 빠르다.
천지연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이렇게 하천을 이루는데 이 곳엔 2M가 넘는 장어가 산다고 한다.
천지연폭포 바로 인근에 있는 서귀항 어시장. 방금 전 잡아온 해산물을 사러 나온 부지런한 제주 사람들. 현재 시간 오전 7시.
그 포구에서 바라 본 배 모양의 다리 새연교. 이 다리는 서귀항과 새섬을 연결해주는데 2010년 신설되었다 한다.
아침식사 후 찾은 성읍 민속마을.
예전엔 이 곳에 신혼부부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요즘은 새로운 관광시설이 많아진 까닭에 이렇게 한산한 곳이 되었다.
제주에 왔으니 제주 모습을 빠뜨릴 수 없기에 왔는데 호젓함을 만끽해서 정말 좋았다.
옛날 제주에선 이렇게 앉아 용변을 보면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던 흑돼지가 와서는 먹었다고 하지요? ㅎㅎ
아무리 흉내라지만 화장실에 앉아 있는 모습과 바로 옆의 돼지를 보자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성읍 민속마을을 떠나 도착한 비자림.
설명글에서처럼 비자나무 열매는 몸에 좋은 약재이나 아쉽게도 올해는 태풍의 영향으로 거의 열리지 않았다 한다. 2008년 가을에 왔을 땐 원없이 주워가기도 했는데.
비자나무는 생명력이 정말 대단하다. 바위 틈에 떨어진 비자나무 씨앗이 이렇게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컸으니.
이 곳의 비자나무는 최소한 몇백년은 된 것들인데 그 중 800년이 넘은 새천년 비자나무의 위용. 신령함과 경외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천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비자나무를 보자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백년도 못사는 우리들, 나무의 세월에 비하면 얼마나 덧없는 인생일런지.
비자림에서 점심식사 후 제주공항에 가서 오늘 내려온 정승&마마 부부를 Pick Up한 후 억새를 보기 위해 찾은 산굼부리.
와우 입장료가 1인당 6,000원으로 올랐다. 아무리 사유지라 해도 좀 너무한다 싶게스리.
어쨌거나 제주에서 이 곳의 억새가 가장 장관이 아닐까 싶다.
산굼부리 정상에서 남자들끼리만 한 장 찰칵.ㅎㅎ
세쨋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제주산 한치, 갈치, 고등어로 푸짐한 저녁식사를 하고는 3번째 잠자리에 든다.
첫댓글 뜸 하시다 했더니 먼곳에 계셨군요. 좋은시간 보내셨습니다! 그려.
하마님 이 가을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지요? 함 뵈얄텐디요.ㅎㅎ
산굼부리 입장료 진짜비싸네요
긍게요사실 반 볼 거 없는 곳인데. 억새가 장관을 이루니 안 가볼 수도 없고.
정확한 노정을 사진으로 올려주시는 훈장님 ...특히 석양을 배경삼아 찍은 억새풀 사진은 너무 아름 답습니다.
제주 첫 만남이 바로 석양빛에 반짝이는 새오름의 억새였지요. 그 정상에서 쳐다보는 풍경이 정말 그림같았답니다.
제주의 가을은 단풍보다는
억새의 축제지요 ㅎ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흔들림에 넔이빠질정도...
보아하니 자연 바람 바다를 따라서 여행을 즐기셨군요
낭만적인 4박5일 코스인듯~
멋져요
맞습니다. 제주의 억새, 그야말로 장관이고 마음을 온통 빼기게 되는 멋진 풍경.
중간에 합류 공항픽업부터 우릴위한 여행지선정 훈장님만 믿고 따랐던 여행이라 편안한 여행이였습니다
돌아오는 날 절물휴양림을 지나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고만요. 지나고 나니 참 행복한 제주여행이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