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이다. 절기상으로는 입추도 지나고 삼복도 모두 지나갔지만 연일 폭염주의보가 뜬다. 오늘도 부산은 11시부터 16시까지 한낮 기온이 30-31도를 기록한다는 예보가 떴다. 한낮 땡볕은 피하고 싶은 날씨다. 그래도 실내 방에서는 에어컨 대신에 선풍기 하나로도 견딜 만할 정도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준다. 마당 담장에 붙어 선 나무들의 초록 이파리들도 가볍게 흔들리고 창가에 드리운 망사 커튼도 느리게 그네를 탄다. 정오를 지난 오후의 안락동 주택 풍경이다. 오늘은 4人4影이 함께 했다. 회원 4명이 출석했는데 주인을 껌딱지처럼 따라온 그림자도 출석자수에 넣어주고 싶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주인이 힘들어 하면 똑같은 자세로 힘들어 하고 주인이 땀을 흘리면 같은 모습으로 땀을 흘린다. 주인 따라쟁이 그림자까지 출석 인원에 넣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니 조금 서글퍼지기도 한다. 다음 훈련 때는 훈련 주체인 회원들만 헤아려도 그 수가 만만치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성지곡을 찾은 마라톤 동호회 가운데 대세는 막달리아 클럽이었다. 연령도 층층으로 보이는 회원들이 광장에 모여 몸을 풀고 달리기 시작하는데 마치 마라톤 대회 때의 출발 모습을 보는 것 같이 참여자수가 많았다. 동호회 이름은 우리 가야지보다 촌스럽게 지었는데 잘 지은 농사처럼 활동 회원이 많아 은근히 부럽기까지 하다. 회원 농사를 이처럼 잘 짓는 비결이 무엇인지 살짝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오늘 출석한 가야지 4인방은 기죽지 않고 현수막도 내걸고 훈련의 맥을 이었다. 회장님은 수원지를 무려 11바퀴나 역주하셨고, 오궁 샘은 가족들과 장거리 강원도 휴양을 다녀오셨는데도 6바퀴를 무난히 달렸다. 달리마 샘도 4바퀴를 달리고 나서 체력단련장에서 기구운동을 하였다. 나는 노인성 조깅 모드로 추자골-바람고개-초연중-대공원 입구-추자골 코스를 달렸다. 언덕길에서 숨도 쌕쌕거리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달렸더니 딱 1시간이 걸렸다. 올 여름에 몇 차례 달려보니 나한테는 상당히 매력적인 코스로 다가와 자주 애용하고 싶다. 일요지기 달리마 샘이 청송산 사과즙을 시원하게 해서 준비해 오셔서 갈증을 풀었다. 식사는 <초읍밀면>에서 해장국과 밀면을 먹었는데 넓은 식당에 손님은 우리 넷 뿐이었다. 어느 식당이고 손님들이 붐벼 장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으면 좋겠다. 달리마 샘이 식사비까지 계산해 주셔서 감사히 먹었다. 오늘은 일요훈련 단골 회원인 꾸니 샘과 고무신 샘이 나오시지 않아 근황이 궁금하다. 꾸니 샘은 밀양 집 마당의 예쁜 나무가 이번 태풍에 또 넘어져서 일으켜 세우느라 부산에 내려오지 못하고 밀양에 계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꾸니 샘이나 고무신 샘 모두 본인이나 가정, 집안에 별다른 근심사가 없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가야지 가족 모두의 안녕을 빈다.
첫댓글 밀양집은 덕분에 아무 이상없었습니다. 감사해요.^^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달리기 잠정 휴업해야할 듯합니다. 열심히 훈련한 뒤 부상이면 마음이라도 가벼울텐데. . . 이유없이 찾아오니. . .원. . .노화겧지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