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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환경회의 "기후위기와 주거불평등"을 말하다
집에서 견디고, 집 밖을 전전하는 이들의 정당한 권리 찾기
종교환경회의가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공간을 상상하다”를 주제로 종교인 대화마당을 열었다.
6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된 대화마당에서는 기후위기와 주거불평등 그리고 종교의 역할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각 주제 강연은 최예륜 연구위원(사회공공연구원), 김혜령 교수(이화여대)가 맡았으며, 최봉명 간사(돈의동주민협동회), 황인철 집행위원장(기후위기비상행동)이 토론에 참여했다.
“기후위기 위험은 보편적, 그러나 영향의 심각성은 현격한 차이”
종교의 착한 심성 넘어 정의로운 제도 마련 지지해야
먼저 김혜령 교수는 기후위기 문제는 주거권을 비롯해 여러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집단, 국가보다는 가장 약한 이들에게 더 큰 피해가 먼저 간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불평등 문제에 민감해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로 위험 상황에 처하는 국가들을 살펴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는 미국이지만, 그 피해를 겪는 국가들은 투발루, 서아프리카, 몽골 등이며,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역시 선진국은 15퍼센트, 개발도상국은 83퍼센트다.
김혜령 교수는 “주거권은 명백하게 인권의 문제이고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이지 시혜적 관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한국에 사는 시민이라면 살지 못할 집에서 비극적으로 사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공유되어야 하고,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기본권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의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바라봄으로써 기후위기는 인류 전체, 생태 전반, 미래세대 문제 등 거대 담론의 차원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실존 문제가 됐다”며, “주거 위기는 생존의 문제이며, 우리 자신과 이웃의 문제다. 우리 각자가 사는 지역이 살기 좋은 집이나 주거 환경을 갖췄는가의 여부가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었다는 보람, 자부심과 연관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거 문제가 우리 실존과 인권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과 공유, 제대로 된 삶의 자리를 만드는 보람, 자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종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의 장점은 인간다움의 존엄성에 대한 철학이 발달됐고, 타인의 복지에 대한 책임 윤리가 발달됐다. 누군가를 돕고 자비와 자선, 사랑의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정신이 강하다는 것”이지만, “반면, 스스로 무소유, 청빈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의 권리가 제도적으로도 보장돼야 한다는 인식은 약하다”고 지적했다.
“청빈, 무소유의 정신이 크기 때문에 집이 없다는 것, 주거권을 박탈당한다는 것에 대한 감수성이 약합니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정의를 실현하고 실제화하는 일에는 오히려 사회운동가들보다 참여율이 낮습니다. 주거권은 모든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차원을 종교인들이 인식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주거권을 비롯한 인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만들었을 때, 시민들 간 인식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바로 그 틈을 종교가 이어줘야 한다”며, “종교인들이 선한 마음으로 돕는다는 차원보다는 제도적 차원에서 불의한 것들을 고치는 데 감수성을 가지고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종교가 할 일은 각자의 종교 언어에서 인간다움의 권리를 지지하고 지키는 말과 생각을 어떻게 풍요롭게 부각시킬 것인지, 기후난민이나 주거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포용과 환대의 정신을 확장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7월 6일 종교환경회의가 기후위기와 주거불평등 문제를 주제로 대화마당을 열었다. (사진 제공 = 종교환경회의)
변화하는 기후 환경에 따른 종합적 빈곤 지표 없어
에너지 빈곤은 각각 에너지, 주거, 빈곤의 문제
“기후위기와 주거불평등”을 주제로 이야기한 최예륜 객원연구위원은 “에너지 빈곤은 빈곤의 문제이자 에너지 문제, 에너지 빈곤은 또한 주거의 문제”라면서,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집에 머물라”는 방역 지침은 오히려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난방이나 환기, 냉방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다른 생활을 위해 전기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집, 주거 환경은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예륜 연구위원은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에너지에 대한 관점도, 빈곤에 대한 관점도 충분치 않다”며, “에너지 빈곤과 불평등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의 관점으로 에너지 기본권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현재 에너지 전환 정책은 에너지의 생산과 공급 차원의 산업에 치중해, 장기적 에너지 전환 방향성 모색이나 에너지 빈곤과 불평등에 따른 고통에 대한 즉각적 대응에서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요건이므로 에너지 문제 접근은 필수재에 대한 공공성, 기본권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특히 이상기후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는 긴급한 인권 보장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는 에너지 빈곤 감축과 에너지 복지 확대를 강조해왔음에도 에너지 빈곤의 구체적 실태 파악과 에너지 빈곤 세부 지표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에너지 이용과 공공성에 대한 논의 부족, 주거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에너지 이용 문제를 현재 주택, 주거 정책으로 불평등한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변화하는 기후 환경과 생활 양태를 고려한 종합적 빈곤 지표와 기본권 개념이 미미하다는 점” 때문이라고 짚었다.
집 안에서 견디고, 집 밖을 전전하는 삶
“추워도 참아야 하고 더워도 참아야죠. 내 집이 아닌데. (더위, 추위) 그런 거 뭐 느끼고 할 만한 여유가 없어요. 더위 먹거나 그래도. 작년에 살았으니까 금년도 지내고, 이겨내고 내년도 또 대비하고...” || 김00(서울, 쪽방)
“밤에 잠 못 자서 같이 밖에 나와서 얘기하고 있고 그러더라고. 온몸으로 견디시는 거예요.” || 박00(동자동 사랑방)
”이 냉장고 썩은 건데, 버러지 안 나게 쌀 같은 거 넣어놓고 쓰니까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요. 여긴 지하이다 보니까 눅눅해서 뭐든지 썩으니까. 장마 때 물이 막 뚝뚝 떨어지고 해서 제습기를 좀 얻어다가 틀었어. 제습기 트니까 저 창문을 열고 현관문을 좀 닫고 있었더니 내가 빙빙 도는 거야. 아유 내가 여기 지하방에 있다가는 죽겠다 싶어서, 어지럽고 이 굴 속에서 있다간 죽겠다 싶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니까.“ || 정00(서울, 지하)
“(너무 더울 때는) 밖에 나가서 좀 있다가도 오고 2천 원짜리 극장도 갔다 올 때 있고 그랬어요. 저기 종로 낙원상가 노인극장. 근데 진짜 노인네들 이렇게 보면 어느 분은 방에서 안 나오는 분들도 있고.” || 차00(서울, 쪽방)
”아무래도 고생하죠, 사람이니까요. 더울 때는 에어컨 바람 시원하니까 여기 타임스퀘어 와서 조금 쉬고 때가 되면 가고 그래요. (여기가 무더위 쉼터네요?) 네.“ || 최00(서울, 고시원)
“엄청난 폭염이 올 것이다. 코로나까지 오니까 이걸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서울역 쪽방상담소에서는 아무 대책이 없었어요. 쉼터도 예전처럼 진행을 하는데 상담소 건물 지하와 교회 지하 그 정도인데, (한 기자가 취재하러 갔더니) 창고 밑을 그냥 좀 치우고 이불 세 갠가 깔려있고 여기가 이제 와서 쉴 수 있는 곳이다 뭐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해요. 그리고 (야외 무더위 쉼터를) 큰 천막을 해놨대요. 근데 그냥 큰 선풍기 두 개 돌리고 있었던 거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특히 여자분들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아마 그 쉼터에서 잘 수 있는 공간도 없을 거예요. 여기 할머님들이나 있으시면 다들 그냥 집에서 몸으로 견디는 거 그게 다인 거죠.” || 박00(동자동 사랑방)
최 연구위원은 “에너지 빈곤층은 에너지 이용에 대한 선택권이나 비용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이는 생활 전반의 곤란과 맞물려 있다. 에너지 빈곤의 지표가 전반적인 빈곤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라면서, “에너지빈곤 상황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의 박탈을 심화한다. 소득, 주거환경 등의 문제와 맞물려 에너지 접근권은 기본권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세계인권선언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이어 그는 “면접조사 참여자들을 통해 이들이 생활 전반에서 빈곤을 경험하는 동시에, 에너지 접근성 부족 혹은 과부담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며, “에너지 빈곤 대책-에너지 복지 정책은 개념 정의와 실질화와 구체적 실태 파악을 통해 향후 보완되어야 한다. 에너지 빈곤 대응은 누구나 강조하지만 에너지 복지 정책 실행이 어려운 조건이라는 이유로 해결책은 없지만 안타까운 사연이라는 인식이 대체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인 에너지 빈곤 대응을 위해서는, 빈곤에 대한 포괄적 인식과 기본권 관점의 제고가 필요하며, 에너지 복지 정책과 시행 주체들 간 단절상황과 관료제적 행정 구분체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통합적인 지원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에너지) 빈곤에 시달리는 에너지 빈곤층 역시 에너지 기본권을 가진 시민주체로서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삶과 미래를 위한 정책 변화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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