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출근해서 화장실에 들어가모 억장이 무너진다 쿤께. 이 동네는 말케 양심이 썩어문드러진 종내기들만 사나?
아! 증말 우리가 배곪고 땀흘려 이룩한 대한민국의 장래가 염려스럽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쿤께...
변기는 막혀서 물도 안 내려가는데 그 위에다 어던 놈이 얼매나 급했는지 또 궁댕이 쳐들고 내깔겨서 바닥으로 똥물이
흘러넘쳐 개락을 해놓았지, 바닥은 소금밭거치 밟아들인 모래로 도배를 해놓았지, 세면기는 모래롤 막혀있지.....
하루종일 소제를 하는데 변기가 와 막혓느냐고요? 세상에 개똥 싼 비닐장갑을 그대로 변기에 던져넣는 넘이 있으니까
내가 이래 열불이 나지요. 그것도 한 번 두 번이 아이라고요. 범인은 새벽마다 송아치만한 개 두 마리를 몰고 똥 뉘려 나오는
젊은넘이라고요. 내가 소제를 하고 있는 줄 모르고 또 그짓을 하다가 내 눈에 딱 앵겼지요. 그래 내가 '보소, 개똥을 변기에
넣으면 되요? 그것도 비닐장갑 채로!' 하고 나무랐더니 내 아들보다 젊은넘이 머라카는 줄 아요?
바지에 똥싼넘이 성낸다꼬 개구일번 한다는 소리가 '야이 개xx년아.니가 왜 간섭이야, 변기에 개똥 넣지말라는 법이라도 있어?
물만 세게 틀면 내려가지. 계약직 청소부 주제에 무슨 간섭이야. 칼로 팍 쑤셔불라! 더럽히는 사람이 있어야 소제하는 사람이 있지.
일자리 만들어 주니 고맙다고나 해, 이xxx 년아! 하고 악담을 하면서 당장 내 목이라도 졸라 죽일듯이 꼬라보는데 옆에 사람은
아무도 없지, 정말 소름이 돋더라고요. 그래서 화장실 밖으로 피했더니 따라오면서 욕을 퍼붓더라고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모 또 기가 막힌다 쿤께. 세상에 지 똥보다도 더 부끄러분 거를 모아놨다가 공중화장실에 갖다 버린다쿠이...
쓰레기봉투 그거 하나 몇 푼한다꼬.한 개 두 개도 아이고 달거리 끝날 때꺼정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버리는지 한 자루나 돼요.
그 꼴을 본 탓인지,옷은 멀쩡하게 입고 시집도 안 가고 조막만한 개새끼 안고 다니는 젊은 것들 나는 하나도 좋게 안 보여요. 지 돈은 오세(수전노)거치 애낌시로 공공수도물은 흥청망청 지 맘대로 써요. 화장실 세면기 물 낭비가 심해 물이 가늘게 나오도록 조정을 해 놨느데, 세면대에서 수영복을 빨다가 그거 세게 안 틀어준다고 내한테 따지다가 여기는 빨래하는데 아입니다! 하고 한 마디 했더니
화장실 미화원 주제에 간섭한다고 구청에 민원을 넣어 목 자르게 한다고 지랄을 안 하요. 구청 담당 직원이 한다는 소리가 더
부애나게 해요. '할머니 우리도 이런 전화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어요. 그 민원인한테 미안하다고 한 마디만 하세요!' 하는 거 있지요.
내가 뭐 잘몬했다고 미안하다꼬 해요. 돈도 몇 푼 안되는 게약직 청소부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지만
내가 그만두면 몬 이기는 기다! 싶어 오기에 버티는 거지요.
다리를 다친 후 나는 아침에 바람도 쐴 겸 걷기운동삼아 매일 바닷가로 내려간다. 어느 날, 바닷가 산책로 공중화장실 앞 쉼터에서 임무교대한 미화원들의 세상을 개탄하는, 공분에 찬 넋두리를 귀동냥하게 되었다. 화자의 입심이 여간아니라 듣는 재미도 있었다.
사실 칠십 중반인 우리 세대에 아이들 키울 때는 여름에 해수욕장에는 앉을 틈이 없을 정도로 피서객이 많았다. 그런데도
화장실이 요즘처럼 더럽지는 않았다. 공중도덕을 지켜 비양심정인 짓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당시 광안리 해수욕장 공중화장실은 전국에서 모범화장실로 선정될 정도였다. 부근의 대단지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도 대부분 판사, 검사, 의사 등 사회에서 내노라 하는 엘리트 계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 잘만난 금수저 자녀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런 탓인지 동네 인심도 변하고 양심도 썩어문드러졌다. 소변기 위에는 엽서만한 예쁜 그림액자가 다섯 개나붙어 있었는데 지금은 다 훔쳐가고 달랑 한 개만 남았다.
미화원의 넋두리를 더 들어보자. 미화원들의 나이는 육십 전후인 것 같다. 계약직 미화원들의 년령 제한이 65세라고 한다. 화자는 아직 얼굴도 곱상하고 발톱 열 개마다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것을 보니 한 때는 사장님? 소리도 들었을 성싶다.
- 우리가 클 때는 배불리 몬먹고, 몬입고, 몬배워도 버르장머리는 옳캐 배웠는데, 말 안듣고 말썽 부렸다가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매타작을 당해도 군소리 한 마디 몬했는데 요새 젊은 것들은 지 맘에 안 들면 당장 관공서에 전화를 걸어 고발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옛날 어른들 말씀에 송사에 걸려들면 갑이든 을이든 집안 망쪼라고 했는데 요새는 고발 안하고 고마이 있으모 바보 취급 당하는 세상이 되었다 쿠이. 우째 나라 꼴이 이래 됐으꼬?
- 우에서부터 밑에까지 양심이 썩어 문드러져서 그렇지. 한 때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조폭, 상감마마까지 감방에 보내던 인간이 얼마나 돈을 받아처먹었으모 지도 감방에 가는 신세가 됐것노. 돈이고 권세고 다 무신 소용이 있노. 지 받은 복분 대로 살믄 됐지.
- 신랑 잡아묵고 시에비까지 잡아묵은 백야시가 높은 자리 앉아서 정치하는 세상이니 나라 꼴이 우째 잘 돌아가것노...옛날 같으모 칠거지악에 삼종지도에 걸려 동네에서 멍석말이 당해 쫓겨날 중죄인이 정승 벼슬 하는 격인데...
정말이지 세상 인심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른바 '가붕개' 세대에 접어들어 사회적 상실감에 빠져든 '싸이코패스'들이 별의별 사건을 다 일으키고 있다. 미화원들의 넋두리를 듣다보니 고등학교 때 '이끼야' 선생님이 생각난다. 언즉시야 (言崱是也)
"미화원 아줌마, 말인즉 옳다마는 억울하다고 보굴먹어 봐야 나만 손해니 마 참으소!"
위로삼아 한 마디 건네고 싶었지만 "당신도 한 통속이군요!" 하고 쏘아붙일까 봐 입을 봉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