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과 문화는 그 시대의 제도와 사회 구조를 바탕으로 조금씩 변화해 왔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20세기 중반, 프랑스에서는 빠른 산업화와 함께 묵시론적인 기독교 신앙의 절대적 지위가 흔들리게 되고,속세에서는 탐욕과 분노,교만, 질투,게으름,정욕,위선 등의 이른바 악덕이 더욱 성행하게 된다.또한,기존 귀족 계급의 점진적인 몰락과 극심한 빈부 격차로 인해 일반 농민들은 가난과 절망,고독과 권태에 시달리게 된다.이제 교회는 이상이 아닌 안주처로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침묵과 매너리즘에 빠져 형식화 되고 있었다.
이 책은 1930년대, 프랑스 북쪽의 어느 시골 본당에 부임해 온 한 젊은 신부가 생을 마감하기 까지 3개월 정도의 짧은 직무 수행 중 겪는 고통과 고뇌의 일기이다. 이 기록은 종교의 빈 자리를 실존적 고뇌가 대신 하던 20세기의 서구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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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은 모두 강자가 되기 위해 불의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이다.인간은 오직 고뇌를 통해 안팎의 상태를 깨닫는다.쾌락은 고뇌를 동반하고 평화는 불행의 예고이며 과오는 축복이다.선과 악은 무게 중심을 아주 아래 쪽에 둔채 서로 섞이지 않는 두개의 액체처럼 포개져 있고 신부는 그 경계에서 서 있다.사제는 영혼을 위하여 그리고 영혼 때문에 고통 받는다.
초기 기독교의 정신은 가난하고 약한 자의 편이었으나 세상의 현실은 그와 반대이다. 현실에서는 성직자나 귀족, 의사 ,부자 들과 같은 부르주아들이 세속적인 힘을 가지고 약자들 위에 군림한다. 이른바 기독교적인 악이 오히려 선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것은 모순이다. 생이 고통과 죽음을 의미한다면 하느님의 진리는 생명이다. 진리는 양심 속에 존재하며 이의 발견은 기도와 성찰을 통한 구원일 것이다. 신부에게는 성인 정신, 희생, 개혁(소금) 의지가 필요하다. 어린이 정신을 가진 신부와 성인은 모두 하느님의 병정이지만 그들에게는 고통이 따른다. 시골 신부의 현실 참여에 대한 열정은 매우 컸지만 사람들은 그를 배척하며 그의 순박함은 모함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신부는 썩어가는 포도주와 딱딱한 빵만으로 이루어진 식사와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외로움으로 치명적인 병을 얻게 되고 마침내 기도 불가 상태와 자살의 유혹까지 겪는다.하지만 그는 혹독한 인내와 묵상을 통하여 인간의 진실한 고통은 하느님께 속한 것이며 세상은 반항이 아니라 수용의 대상임을 깨닫는다.신부의 패배와 자책의 순수함이 오히려 절망과 죽음을 극복한 것이다. 임종의 고독에서 자신과 화해하며 사제는 평온과 미소로 모든 판단은 '계명이나 윤리가 아닌 은총'이라고 말한다. 그의 치열한 삶은 인간의 실존적 고통을 뛰어넘는 사랑과 은총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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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아름다운 나라로 가거라’
지석이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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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내용과 간단한 소감입니다.
첫댓글 1960년대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에 이 소설이 있어서 읽어본 기억은 있는데 내용은 전혀 깜깜 생각나지 않는군요. 아마 기독교에 대한 알음이 부족해서 그랬지 않나 십습니다. 불교식으로 표현하자면 기독교와는 인연이 없는 인생이란 말이지요. 한 번 시간을 내서 일독해 볼 생각입니다. 아무튼 친절한 독서 길잡이 역할에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 보충 설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