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굳은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이제 막 더위가 시작되는 유월 중순....
방충망을 한 작은 창문엔 작고 푸른 벌레들이 기어올라와 달라붙어 있었다.
귀속으로 웽하는 소리가 지나갔다.
평소에도 이곳이 이렇게 고요했던가.... 고요함 속에서 오는 소음......
그것은 귓속으로 파고들어 머릿속을 온통 울리게 했다.
난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어 신랑에게 권했다.
10평 남짓한 방안에는 티비와 침대와 그리고 작은 냉장고가 꽉들어차 있다.
오빠야 우째? 당장 이사가야해?
하고 난 신랑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아니! 단호하게 말하는 신랑...
아직 일이년은 넉근히 살아도 돼! 그 사람들 괜히 겁주려고 그러는 것 뿐이야.
내가 앞집에 가서 이야기하고 올께
하며 신랑이 방문을 나섰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들고 있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좀 전에 예고 없이 들어닥친 낮선 두 사람들
이곳 공사진행 담당자라고 했다.
지금 공사진행상 구역을 나누는 중인데 이집이 빈집인 줄 알았다한다.
그러면서 곧 공사가 진행될터니 당장 이사나가라는 것이다.
나가지 않으면 조만간 무슨 조치를 취한다나......
이집에 들어온지 겨우 두 달 밖에 안되었다.
신혼방 꾸민다고 신랑이랑 돌아다니며 벽지며 장판 사다가 새로 깔고
밖같쪽으로 난 작은 창문에는 예쁜 커텐도 달았다.
결혼하기 전 울 친정 엄마아빠 이곳에 와보시고는 기가 차신듯 아무말 없이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면서 차안에서 내내 우셨다는 우리 친정엄마..
딸래미 좋다하여 결혼은 시키는데 당장 끌어다 집안에 가두고 싶은 심정까지 드셨다고 했다.
울 엄니 그런 심정 아랑곳 않고 난 좋아라 이 집에 들어왔다.
잠시후 신랑이 돌아왔다.
그 사람들 앞집에도 왔다갔다고 했다.
그런데 앞집이랑 우리집이랑 구역이 따로 나뉘게 되었단다.
공사진행상 우리집쪽이 먼저 헐리게 된다나...
그러면서 앞집 사람들한테는 아직 이사가란 말도 안했다고 한다.
앞집 아저씨왈 그 사람들 그러고 가도 아직 공사 진행될려면 멀었으니
그냥 무시하고 살다보면 나중에 지들이 이사비용까지 다 대주니 걱정말고 살라고하더랜다.
그 앞집 아저씨네는 부상금 바라고 다른 곳에서 앞집에 들어왔다고 신랑이 말한 적 있다.
예전에도 그런적 있었다고 한다. 그런 정보에 귀가 밝은 아저씨였다.
한 달이 지나고 또 한 달이 지났다.
더위는 막바지에 치닫고 있었다.
그동안 두 번 정도 공사책임자가 찾아왔었다.
찾아와서는 당장 이사가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고 으름짱을 놓았으나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기들이 불도저 밀고와서 밀지 않은 이상은 우리도 버틸 생각이었다.
우리는 몇 칠 여름휴가차 친정에 내려가게 되었다.
시원한 개울에 나가 발도 담그고 삼겹살도 구워먹고 다슬기도 잡고,
더군다나 돈 안들이고 잠자리도 해결되고...
우리 친정 부모님 사위라고 왔어도 말주변도 없고
술이라도 한 잔 할 줄 알아야 친정아버지 비위라도 맞출 줄 아는데
영 시원치 않은 사위 밉더라도 딸래미 맡긴 처지이니
어쩔 수 없이 이쁘게 봐주시기로 마음 먹으셨나보다.
평소 요리를 잘 하시던 아버지가 직접 닭을 사다가
몸에 좋다는 한약재를 넣고 삼계탕을 끓여가지고 오셨다.
엄마는 시내에 있는 하나로마트 매장에서 일을 하시기 때문에
낮에 집안에는 아버지만 계셨다.
소일꺼리로 농사로 지으시고 또 친구분들이랑 일있으면 일도 나가시고 하시는데
지금 더운 여름이라 집에만 계신다고 하셨다.
먹기에도 죄송스러운 삼계탕을 장인어른 앞에서
사위는 송구스럽단 표정으로 삼계탕을 받아들었다.
간만에 고향에 내려온 나는 여유를 만끽하며 싫다는 신랑 끌고나가
친구들도 만나고 드라이브 삼아 시골 이동네 저동네 돌아다니며 휴가를 줄기고 있었다.
예전엔 미처 깨닫지 못한 고향의 아름다움...
발길 닫는 곳마다 신록으로 물든 산과 들은
어느 풍경사진보다도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였다.
시골의 풍경이 다 그러한 듯 비슷한거 같지만
구석구석 빼어난 경치를 숨기고 있는 곳들이 많았다.
친정에 내려간지 몇 칠 되었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처럼 일정한 기간을 두고 휴가를 온것이 아니기때문에
언제든 돌아가도 되고 몇 칠 더 쉬다가도 무리는 없었다.
나는 시랑에게 몇 칠 더 놀다가자고 말하던 참이었다.
일 다니시는 엄마때문에 엄마아빠 제대로 모시지도 못했으니
주말엔 같이 어디 좀 다녀오자고 하던 참이었다.
엄마 퇴근하고 오셔셔 다 같이 저녁을 먹고 과일 한쪼각씩 먹고 있을 때였다.
신랑 핸드폰이 울렸다.
신랑이 전화기를 받아들고 좀 이야기를 하더니
은근슬쩍 자리를 피해 나가면서 전화를 받는 것이다.
나는 왠지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으나 엄마아빠한테는 내색을 하지 않고 그냥 앉아있었다.
신랑이 좀이따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아무일도 없는 듯하지만 왠지모르게 얼굴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저녁내내 우리는 엄마아빠랑 티비도 보고 이야기하다가
엄마아빠 피곤하시다며 들어가시고 우리도 방에 들어와 이부자리를 깔았다.
나는 신랑 안색을 슬쩍 살피며
아까 그 전화 무슨 전화야? 하고 물어보았다.
신랑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으로 있다가 내가 질문을 하자
으응... 앞집 아저씨 전화야..하는 것이다.
앞집 아저씨가 왜? 하며 나는 되물었다.
신랑이 이젠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며
낮에 사람들이 왔다갔는데 집에 전기를 다 끓어갔대... 하는 것이다.
나는 순간 뭐? 하며 도대체 상황이 전혀 이해가 안돼었다.
뭐라고? 전기를? 집에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얘기도 안하고... 그럴 수 있대? 하며
계속 믿어지지 않다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신랑과 나는 그날밤 서로 말은 못하고 깊은 한숨소리만 들으며 밤을 꼬박 세어야했다.
우리는 그 다음날 주말이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모님을 모시고
대관령을 넘어 경포해수욕장에 다녀왔다.
평소 회를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회도 사드리고 바닷바람도 쐐고....
그러는 동안 우리는 집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앗다.
만약 그런 얘기하면 울 엄마아빠 당장 난리치시고
아마도 나를 그냥 보내시려하지 않으실께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포대를 거쳐 낙산사까지 가서 한계령을 넘어 그날 밤늦게 친정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하룻밤을 더 자고 다음날
인천으로 올라왔다.
담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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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이때 일을 생각하니 괜시리 기분이 우울해지네요
우짜면 좋아유~~~
첫댓글 글 잘 쓰시네요. 잼나게 보고 있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라임님 글이 기대되요.
아~ 점점 얘기가 우울해지는데.....ㅎㅎㅎ 그래도 감사합니다~~
수필가~~ 얘기를 재미있게 전개하는 재주가 보여요... ㅎㅎㅎ 지루하지않은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제가 소실적 소설을 넘 많이 봐서리...ㅋㅋ 제 얘기하니 픽션아니냐 하시던 분이 계시길래 제가 그랬답니다. 픽션같은 논픽션이라고 ㅎㅎ
제가다 조마조마하고...손에땀이...속편빨리보고시퍼라...일이손에 안잡혀요...맞아 그시절엔 그래도짝꿍이 좋았는데...
ㅎㅎ 제가 은행에 볼일이 잇어서 갓다가 올리면 오늘은 좀 늦어질꺼 같아여~~연재 늦어진다고 공지 띄워야할까여?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