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날이 울 아버님 생신이셨답니다 음력 5월 14일
언제나 그랬듯이 모심는 중간에 딱 걸려있는지라
막 시집와서는 모심는 일군 25명 다섯끼 밥을 하느라고 땀꽤나 흘렸었지요
아침과 저녁은 집에서 먹지만 샛밥과 점심은 들고 내가야했으니
목이 자라목처럼 쏙 들어갈정도고 무거운 밥과 반찬을 머리에 이고 들로 나갔지요
그래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그거 한번 엎지않고 잘도 이고 다닌 내가 지금생각해도 새삼 대견스럽네요
요즘 모심을때도 가만히 집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헨폰으로 연락이 오지요
어디 어디 논으로 국수 삶아 오라고 하면 국수물 끓여서 보온병에 넣고
얼른 챙겨서 자전거에 싣고 논으로 달려가곤하지요
정작 생일날 미역국을 못끓이게 될까봐 미리 하루전날 끓여드렸답니다
대부분 무넣고 소고기국을 끓이게 되니까요
그런데 울 아버님 달력을 보면서 생일날을 기억하고 계시니까 미역국 안끓여 드리면 섭섭하게 생각하실까봐서
소고기 넣고 국을 끓여서 드렸지요
그런데 정작 미역국은 먹었는데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으니 서운하셨던지,
생신날 아침 큰시숙이 오셨기에 미역국 겸상해서 상 차려드렸더니 서운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아버지~~ 오늘이 진짜 생일날이예요
이따가 딸도 오고 막내아들 며느리도 올꺼예요 그렇게 소리 소리 지르니
얼굴이 환해지시드라구요
생신날 오후에 다 모여서 울 집 큰며느리가 가지고 온 풍천장어
마당에서 굽기 시작하고, 혹시나 해서 미리 불고기 재 놓았던것으로 마무리 하고
저녁먹으면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한게 새벽세시쯤에나 끝이 났지요
오랫만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답니다
울 시어머님이 세상떠나신후 화기애애해진 울 집분위기 넘 좋았어요
울 시어머님 계셨을때는 울 동서도 안방에 삐죽 인사만하고는
부엌에서, 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집 분위기에 숨막혀 저녁만먹고는 후다닥 달아나기 바빴었지요
풍천장어도 울 사부인이 다 챙겨서 보낸것이지요 일할때 입으라고 티셔츠도두개 사서 같이 보내셨드라구요
비싼것도 아니고 그저 자기것 사다가 마음이 쓰여서 같이 산 그게 정말 선물다운 선물이라 고마웠습니다
울 막내아들도 월요일부터 시험인지라 마음이 불안하지만
형과의 만남이 한 2년만인지라 둘이는 동이틀때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잤다네요
참 형제이기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6살차이가 나지만 이젠 누가 형인지, 동생인지를 떠나서 의논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수 있음을 옆에서 보는 나도 흐믓한 이틀이었지요
내가 늙어 세상떠나도 저렇게 저놈들은 저러고 살겠지~~ 하는 생각에 힘들일이 있어도
저 두놈들은 잘 살아내겠다 싶드라구요
큰놈은 지 애비보다 더 선비같은데 그 복잡한 도시에서 어찌살아내나 싶고,
막내는 나이는 여섯살이나 어려도 융통성도 있고 살아가는처세도 생각도 폭넓게 넘나들줄도 알고,
미래의 구상도 머리속에 아웃트라인을 그려놓은듯 싶고,
생신은 울 시아버님 생신이었지만 흐믓하기는 내가 젤로 흐믓했답니다
이젠 좀 자야할텐데 왜 이렇게 정신이 맑아지는건지???
내일 부터는 진짜 콩 삶아 띄우기를 시작해야합니다
검은서리태청국장 가루 주문이 들어온지 한달여 되었는데 아직 1kg정도 남았어요~
그렇게 주문쪽지가 왔기에 좀 느긋하게 맘먹고 있었는데
자꾸 불안해지네요 그동안 일이 많아서 자꾸 자꾸 미루어왔는데 더는 안되겠어요
자기 싫어도 좀 자두어야겠지요?
그럼 내일 또 올께요 주무세요~~
카페 게시글
♣ 수다방
한차례 파도가 밀려왔다 나간듯 휑~~
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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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08 00:56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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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중심에 엄마가 떡~하니 잘 계시니 집안 일에 행복을 맛보네요.
다 베푸시니까 좋은일이 잇으신걸거예요.형제간 우애잇는 모습도 넘 보기좋네요.
늘 항상 든든하고 흐믓한 가족 모임이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