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군이 자주 메는 에코백이 있다. 하은 군의 외출 필수품을 넣어 다니는데 저번 주일에도 에코백에 필요한 것들 챙겨 교회에 다녀왔다.
“하은 군, 교회에 책 놔두고 왔나요?”
직원이 출근한 날, 에코백을 살핀다.
다른 건 다 있는데 교회갈 때 챙긴 큐티인 책(주일학교 성경 공부 책)이 보이지 않는다.
하은 군도 깜박하고 있었는지 직원의 질문에 모르겠다는 표정만 짓는다.
하은 군과 이수정 집사님께(주일학교 열매반 선생님) 연락을 드린다.
“어디 빠졌나 본데, 한번 확인 해볼게요.”
성경 수업을 마치고 집사님도 책을 보지 못하셨다고 한다.
알아봐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님께 연락이 왔다.
다행히 다른 성도 분이 책을 보관 중이라고 하셨다.
주일에 찾아도 되지만, 매일 읽고 공부하는 책이라 직장이 근처인 집사님께서
내일 출근해 전해주시기로 한다.
통화를 마치고 하은 군과 눈이 마주쳤다.
입가에 주름이 질 정도로 웃고 있는 걸 보니 직원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잠깐이지만, 집에 손님이 온다는 소식에 일단은 기쁜 마음이 들었다.
전임자인 정진호 선생님이 소식을 듣고 이런 일이 많지 않으니,
오시는 김에 다과 준비해 잠깐이라도 대접하는 건 어떠냐고 하신다.
좋은 생각인 듯해 곧바로 하은 군과 다시 집사님께 연락을 드린다.
집사님께서 좋다고 하셨고 통화하는 중간 중간 하은 군이 ‘꺄’ 소리를 지른다.
그 소리를 듣고 집사님도 하은 군을 부른다.
하루가 지났다. 회사 일이 바빠 정확히 언제 오실 수 있는지는 모른다.
대충 점심 지나고 오실 것 같아 오전에 하은 군과 다과와 차를 사서 집에 차려놓았다.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집사님이 오셨다.
1층으로 마중 나가니 급하게 매무새를 정리한 듯한 외투에,
얼굴에는 마스크와 위생 모자 자국이 가득한 집사님이 서 계셨다.
아마 오시기 직전까지 일하시다 오신 것 같았다.
집사님을 보자마자 바쁘신데 무리해서 오신 건 아닌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여기 오기까지 1초도 못 쉬었어요.”
“하은아, 이렇게 가깝게 있는데 온다고 말만 하고 이제 와서 미안해.”
“하은아, 집사님 알지? 하은이가 여기서 들을 목소리가 아닌데 생각했나 봐요.”
“일하는 내내 하은이 보러 올 생각만 했어요. 보러 갈 타이밍이 오기를. 하나님이 하은이 보러 갈 틈을 주시기를 기도하며 일했어요.”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인데, 1초도 쉬지 못했다는 집사님의 말에,
그 와중에 하은 군을 보러 올 생각만 하셨다는 집사님 말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하은 군 덕에 숨 돌릴 틈이 생겼다고, 하은 군이 대접한 차 한 잔 덕에 오늘 처음 목을 축인다고 말씀해주시니
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6월에는 소풍을 가거든요. 작년에도 갔는데 그때는 함양 상림공원을 가려고 했는데 비가 너무 와서 실내에서 했는데. 하은이 그때도 오고 했거든요.”
“나중에는 행사도 있어요. 아이들이 노래 부르고 공연하는데 하은이도 같이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 일정표를 하나 올려드릴게요.”
“하은이 집에 심방 와도 좋겠네.”
“이거 사진이 너무 좋아서 내가 선물했거든요. 목사님이랑 하은이 하나씩.”
“하은아, 다음에는 부각 가져올게.”
“하은이가 우리 교회에 온 게 축복이죠.”
“예령이가 새소식에 참석했었어요. 그때 와보고 추천했나 봐요.”
“나를 대하듯 대하라.”
“전혀 방해가 안되고, 오히려 딱 맞춰서 소리 내는 것 같아요.”
“예배 때는 이렇게 마주 보고 있을 수가 없으니까, 이렇게 시간 내서 보니까 좋네요. 다음에는 우리 회사 일 안 하는 날에 초대할게요.”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1시간이 지나있다.
집사님 자녀분 하교할 시간이 가까워져 아쉽지만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를 나선다.
하은 군과 집사님을 배웅하며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하은 군이 교회에 놔두고 온 책 덕에 오늘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놔두고 온 책 덕에 하은 군에게 이렇게 소중한 인연이 있음을, 좋은 둘레 사람과 함께 살아감을 알게 된다.
책 가져다주시고 초대에 기꺼이 응해주신 이수정 집사님께 감사하다.
2024년 1월 23일 화요일, 박효진
“오늘 여기 오기까지 1초도 못 쉬었어요.” 이수정 집사님, 고맙습니다.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는 말 속에서, ‘마스크와 위생 모자 자국’에서 집사님의 진심을 보고 듣습니다. 덕분에 하은 군이 신앙생활 잘 합니다. 고맙습니다. 정진호
이런 분이 세상에 존재한다니, 하은 군 곁에 이렇게 좋은 분이 계시다니, 감사합니다. 이수정 집사님, 천국에서 오신 분인가요? 월평
하은, 신앙(가천교회) 24-1, 손의 온기를 알아채는 사이
하은, 신앙(가천교회) 24-2, 직원이 없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