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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zul.im/0Nl64o
3년전에 일본으로 유학을 왔는데
이건 내가 일본살면서 겪었던 몇가지 일들임.
공원
일본 온지 일주일도 채 안 됐을 때 얘기야.
나는 원래 길눈이 어두운데다,
내가살고있던 일본의 그 주택가의
미로같은 길에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자주 길을 잃곤했어.
주로 역에서 우리집으로 가는 골목 앞까지는
큰길이라 잘 찾아오는데
그 골목부터가 문제였어.
거의 매번 길을 잃어서
순찰도는 경찰관한테
찾아달라고 한 적도 있고...ㅎㅎ
근데 나중에는 그냥 나 혼자 빙글빙글 돌면서
걸어다니다보면 언젠가 아는 길이 나온다는ㅋㅋ
결론에 도달해서 그냥 골목골목을 빙빙 돌았지.
그 날도 그렇게 집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어디서 막 애들 웃음소리가 들리는거야.
막 꺄르르~웃고 떠드는 즐거운 웃음소리랄까?
근데 그때가 거의 11시 넘은 시간이었어서
이 시간에 애들이 밖에 노나???
하면서 그 소리를 따라갔는데
어떤 작은 공원이 나오더라구!
근데 막 애들도 있고 어른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고
막 여러명이서 놀고있는거야.
애들은 공놀이하고
어르신들은 막 대화하고 계시고..
그래서 그냥 아 공원에 놀러나왔나보다,
어른들도 있으니까 괜찮겠지 하고 그냥 나왔어.
집 근처에 공원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나중에 나도 산책이나 와야겠다~하고
대충 주변지리를 외워놓고 골목골목을 돌아서
우리집에 도착했지.
집에가서 룸메한테 이 근처에 공원이 있던데
이 시간까지 사람이 많더라,
나중에 나랑 산책가자 이런 얘기를 하는데
룸메가 이 근처에 공원같은 거 없는데;;?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아니라고 분명히 봤다고
주변 지리까지 대충 설명해줬는데
룸메가 도저히 모르겠다고하길래
내가 구글맵스로 찾아봤거든.
구글맵스로 일단 우리집을 찾고,
그 주변을 보면서
그 공원이있던 장소를 막 찾는데..
찾긴 찾았어.
공원 비슷한 게 있긴 있더라구.
거긴 묘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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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길
아까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엄청난 길치야.
거기다 여기는 다른나라에,
길 구조도 약간씩 다르고 그렇다보니
길치+알파알파알파 뭐 이렇게 되어서
나는 가끔씩 극강의 길치가 되지.
(간혹 잘 찾아올때도 있어...ㅎㅎ)
그날도 집을 찾아서
골목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데
그날따라 너무 피곤하고 몸이 무거운 거야.
그래서 거의 눈 반쯤 감다시피하고
졸면서 길을 찾는데
어느순간 정신이 팟,하고 들더라?
그래서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보는데
왠지 모르게 낯선분위기의 길인거야.
여기가 어디지? 내가 또 이상한데로 왔나..
하면서 계속 걷는데 보면 볼수록
뭔가 내가 이제까지 보던
우리동네 길들이랑 좀 다른거야.
어쩐지 더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에
약간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옛날분위기가 나는...?
그래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살피는데
그.... 집들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이 다 옛날 건물들인거야.
엄청 낡은 옛날 집들....... 길도 이상하고....
우리 동네에 이런 데가 있었나...
좀 무서워져서 걸음을 빨리하는데
뒤에서 누가 타타타타닥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서
그 자리에 딱 서버렸다?
그랬더니 그 발소리가 점점점점 가까워져서
내 앞으로 휙 지나가는데...
그 지나가는 사람 뒷모습을 보니
일본 남자전통복을 입고있더라.
다리에 힘이 쫙 풀려서 주저앉으면서
눈을 감아버렸는데
갑자기 눈앞이 좀 밝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살짝 눈을 떴어.
그랬더니 가로등이 앞에서 비추고있고
다시 익숙한 우리 동네의 길이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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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
일본친구하고 문자
(일본은 문자가 메일형식이야)를
주고받다가 서로 잘자~하고 문자를 끝내고
난 샤워를 하고 나왔어.
근데 문자가 하나 와있길래 열어봤더니
아까 나랑 문자하던 그 친구가 보낸 메일이더라구.
뭐 더 할말이 있나? 하고 확인해봤는데
여기 엄청 재밌는 사이트래 한번 들어가봐^^
라는 말과함께
인터넷 사이트 주소가 하나 있었어.
아니 얼마나 재밌는 사이트길래?
하면서 주소창에 그 사이트를 쳤는데,
일본이 워낙 인터넷이 느린거 알지??
인터넷창 하나 뜨는데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
그래서 그 앞에서 대기타고 있는데
갑자기 새빨간, 정말 아무것도 없이
새빨간 인터넷 창이 확 하고 뜨는거야.
그래서 너무 놀라서 나도모르게 확 꺼버렸다??
막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있는데
갑자기 그 새빨간 창이 두두두두두두 뜨는거야.
내가 인터넷 창을 키지도 않았는데
왜 그 인터넷 창이 막 수십개씩 한번에 뜨는 거,
뭔지 알지??
그런 식으로 새빨간 창이 두두두두두
정말 이 느린 일본의 인터넷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속도로
인터넷 창들이 뜨기 시작하는데
너무 무서워서 컴퓨터 코드를 확 뽑아버렸어.
그리고나서 너무 화가나서
그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그래서 너 지금 뭐하는거냐고
니가 말한 사이트 들어갔다가
나 심장떨어져 죽는 줄 알았다고 했더니
친구가 무슨 소리하는거냐고
자기는 그런 사이트 주소 보낸 적 없다고 하더라.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장난 아니래.
그래서 전화끊고 내 문자함 다시 들어가봤는데
그 친구가 보낸 문자는
잘자~했던 문자가 마지막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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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친구하고 둘이서 여행을 갔다온 적이 있어.
전철로 갈 수 있는 곳이긴 한데 좀 멀어서
한참동안 전철을 타고 가야했는데
그래도 친구랑 수다떨면서 가니까 갈만했어.
근데 그날 돌아오는 길에
나랑 친구랑 전철 문 앞쪽에
둘이 서서 가고있었는데
그 전철 문에 조그맣게 창문이 있잖아?
둘이서 그냥 자연스럽게 거길 보면서
갈 때처럼 수다떨면서 가고 있었는데,
어느 역인지 잘 기억 안 나는데 전철이 역에 섰어.
그리고 우리가 서 있던 문 맞은편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타고,
우린 계속 전철문 밖을 보고있었는데
그... 뭐라고 표현해야하지?
맞은편 레일에 있는 전철??
그니까 우리가 보고있던 전철문 밖으로
맞은편 레일에 도착한 전철이 보였는데
맞은편 전철 안에,
그러니까 우리랑 마주보고있는 전철문 앞에
머리가 없는 사람이 서 있었어.
난 놀랐지만 내가 피곤해서 잘못본거겠지
하고 눈을 비비고 친구쪽을 바라보는데,
친구도 파랗게 질린 얼굴로 날 보고있었어.
친구도 본 거지. 그 목 없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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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실
한 1년쯤 전 얘긴데,
어느날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데
갑자기 오른손 두번째 손가락,
그러니까 검지손가락이 간질간질한거야.
근데 왜 가끔 신체부위 중 한 군데가
이유없이 간질거리거나 따끔거릴 때가 있잖아?
난 그런 거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별로 신경을 안썼어.
아 근데 참고로 난 독수리타자(;;)라서
타자칠 때 왼손 검지와 오른손 중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그냥
허공에 떠 있는 상태로 사용을 안해.
음.. 상상이 잘 안가려나;;;
여튼 그래서 보통 내가
타자칠 때 쓰는 손가락에만 집중하기때문에
나머지 손가락에는 신경쓰지 않거든.
근데 컴퓨터를 할 때 뿐만 아니라
학교서 공부할 때 집에서 밥먹을때 등등
시도때도없이 오른쪽 검지손가락이
간지럽고 막 근육경련이 일어나는것처럼
손가락이 제멋대로 꿈틀거린다고해야하나
위아래로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자꾸만 그런 느낌이 지속되니까
한 일주일쯤 후엔
아 내 손가락에 기생충이있나?
내가 신경쪽에 문제가 생겨서
내 손가락도 맘대로 컨트롤 못하게된건가? 등등
별별생각이 다 들더라고.
하지만 난 유학생신분이고,
보험료도 몇달째 내지않은 상태고,
일본은 워낙 의료비가 비싸서
보험없이는 엄두도 못낼 가격이기 때문에
병원갈 생각도 못하고있었지.
그냥 이대로 두면 나아지겠거니 했었어.
그러던 어느날,
난 평소 가위에 잘 눌리지 않는 편인데
그날따라 심하게 가위에 눌렸어.
필사적으로 꼼지락거려서 가위를 깨고나니까
진짜 눈뜨고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내 온몸에
식은 땀이 줄줄 나고있는게 느껴질 정도더라구.
눈뜰 기운도 없어서 그냥 축 쳐진 채로 있는데,
또 그 느낌이 나는거야.
손가락이 제멋대로 위아래로 꼼틀거리는 느낌?
근데 이번엔 평소보다
그 움직임의 강도가 강한 것 같아서
눈을 살짝 떠서 봤지.
부스스한 긴 머리에 빨간색 눈동자를 가진
어떤 여자가 내 옆에 앉아서
하얀실로 내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묶어서
잡아당기고 있었어.
난 비명도 지르지못하고 눈을 다시 감아버렸어.
그 여자는 밤새도록
내 손가락을 잡아당겼다,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 까마귀가 울기시작하니 사라지더라.
그 후로 지금까지 다시 그런일이 생기진 않았지만
난 가끔 손가락이 피곤해서
잠시 마비될 때라던지 그럴 때엔
어김없이 그 여자의 빨간 눈동자가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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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사진
일본 애들은 스티커사진,
일명 프리쿠라 찍는게 정말 생활화 되어있어.
한국보다 저렴하고 정말 별의별 기능이 다 있지.
그중 대표적인 기능이
저절로 눈이 커지는 기능이나,
속눈썹을 붙일 수 있거나
화장을 하는 기능들인데
나같은 경우는 일본 처음 와서
친구와 프리쿠라를 찍고,
정말 말도 안되게 커진 내 눈과
흡사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뽀샤시한 피부와
발그레한 볼 등등;
자동 보정법에 입을 떡 벌렸더랬지.
여튼 그렇게 실제 자기모습의 약 12배 정도는
더 예쁘게 나오는 프리쿠라 때문에
일본여학생들은 서로 프리쿠라를 교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걸 좋아해.
한번은 오랜만에 만난 내 일본 친구가
고향친구들과 프리쿠라를 찍었다며
나에게 보여줬는데
5명이서 와글와글하게 찍은 사진이었는데
유독 맨 끝에있는 아이의 눈이 이상한거야.
눈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게 나왔는데
흰자가 없고 온통 새까만....
뭔지 알겠니? 자유로 귀신같은 느낌으로.
그래서 내가 얘는 눈이 왜 이렇게 나왔어?
하고 물어봤어.
가끔씩 기계오류랄까,
기계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눈 쪽을 이상하게 찌부러트리거나
뭐 그럴 때가 가끔 있어서
그런 것의 일종인가 싶었거든.
근데 내 친구도 당황하면서
어?어라?이게 왜이러지;;?? 막 이러는거야.
자기가 오늘 오는 길에
전철에서 꺼내봤을 때만해도
이렇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덩달아 당황하더니 이상하다며
햇빛에 비춰보고 막 그러는거야.
그래서 내가 사진이 너무 조그매서
처음 나왔을 때 제대로 확인 못한거 아니냐고
그냥 기계오류인가보다-하면서
다른 사진 보여달래서 그냥 넘어갔어.
근데 그 후로 5일쯤?뒤에
그 친구가 나한테 울면서 전화가 왔어.
그때 그 프리쿠라에서 눈이 까맣게 나왔던
그 친구가 새벽에 죽었다면서...
자전거를 타고가다가 졸음운전하던 택시와
정면으로 부딪혀서 즉사했다더라.
더 신기한 건,
그때 프리쿠라를 같이 찍었던 친구들이
죽은 친구의 장례식장에 모여서
가지고 있던 프리쿠라를 꺼내봤는데,
다른 친구들이 가지고 있던 프리쿠라에도
죽은 친구의 눈만 새까맣게 되어있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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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내 친구 중에 한국인 유학생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핑크덕후야.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이 핑크색이고
옷도 거의 다 핑크색이고
한국가수 중에 미쓰에이에
핑크색 머리인 멤버 보고
단지 머리가 핑크색이라는 이유로
너무 좋다며 팬질할만큼;
핑크덕후인데
그 친구가 몇달전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바닥에 떨어진 장갑 하나를 발견했대.
핑크색 밍크털이 달려있는 장갑이었는데,
한쪽 밖에 없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예뻐서
방에다가 장식해놓을려고
그걸 낼름 집어왔대.
집에와서 깨끗하게 빨아놓고보니
생각보다 더 너무너무 예뻤다는거야.
그래서 책상 옆에 예쁘게 걸어놓고 잤는데,
그날밤 꿈에 어떤 여자가 자기네 집 현관문을
미친듯이 두드리고있고
자기는 그걸 방 안에서 들으면서
무서워하는 꿈을 꿨다는거야.
그냥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똑같은 꿈을 꿨대.
그 여자가 문을 두드리면서 뭐라고 말하긴 했는데
내 친구는 그걸 알아들을만큼의
일본어 실력이 안되서 뭐라고 하는지도 몰랐대.
근데 며칠뒤에,
그날따라 꿈속의 그 여자가 너무나 심하게
고함을 지르면서 막 손톱으로 문을 박박 긁으면서
발로 문을 차듯이 두들기더래.
매일 하던 그 의미모를 말도 함께 하면서.
그래서 내 친구가 그날 아침에
꿈에서 깨자마자 잊어버리기전에
그 여자가 했던 말을 종이에 적어가지고와서
나한테 보여줬는데 그 말은
니가 가지고 있지?
였어.
나는 처음엔 이 친구한테서
내가 무서운 꿈을꿨는데~부터 얘기를 들었어서
뭔가 이유가 있는 꿈이라기 보다는
그냥 악몽이라고생각했는데
꿈 속 여자의 말을 들어보니 뭔가 낌새가 느껴져서
너 뭐 주워오거나 그런거 없냐고 했더니
그 친구가 그제서야 위의 얘기
(횡단보도에서 떨어진 장갑을 주워왔다는얘기)
를 해주더라고.....
그래서 당장 그 장갑 원래 있던데에 갖다놓으라고,
그리고 뭐 떨어진거 함부로 주워오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더니
그날 바로 가서 장갑 원위치 시켜놓고,
그 다음부터 아무런 꿈도 안꾼다더라고.
그 친구한테 이런 얘기를 들어서가 아니라,
평소에도 길거리 지나가면서
뭔가 떨어져있는 물건들 보면
왠지 모르게 소름끼치곤 했는데,
정말로 조심해야겠다 싶었어.
첫댓글 헉헉 소름
일본은 음침해진짜ㅡㅡ 근데 이런글은너무재밌어ㅠㅠ
존나 재밌다
세상에 별별 귀신 다 있어 진짜 ㅜㅜㅜ
장갑 ㄷ ㄷ
오 재밌어...
홍콩방 죽순이 새로운 읽을거리가 많아져서 너무 좋슴미다..
재밌다! 짧으면서도 강렬하구만
호러냥이여샤 덕분에 정주행하고있어 재밌는 글 올려줘서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