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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소식]
(1)
영아와 민은 아주 친해졌다.
민은 영아 때문에 학교생활이 재밌었고,
영아는 민과 함께 공부하면서 좀 쉽게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는 바람에 영아는 동연과 어울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미안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지만
민과는 떨어지기 싫다고 생각된다.
영아는 미안하기도하고 왠지 모를 쑥스러움 때문에
계속 동연을 피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계절은 어느덧 초겨울의 바람이 차갑다.
“영아야! 너 도대체 왜 이래?”
“뭐가?”
“민하고 친해진 것도 좋아.
하지만 너가 자꾸 동연이를 피하면 어떡하니?
아무리 마음이 넓은 동연이지만 자꾸 그러면 동연이가 섭섭하잖아.”
“하지만 매일 동연이랑 어울리다가
갑자기 민과 친해지니까 왠지 미안해서 그렇지~.”
“그럼 가서 미안하다고 해.
우린 친구니까 이해해줄거야.”
“그러면 받아줄까?”
“너 자꾸 이렇게 따지기야? 그냥 가봐.”
연희의 말에 영아는 용기를 얻었다.
“영아야. 근데 너 민을 친구 이상으로 좋아하는 거 아냐?”
연희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 영아는 고개를 내저으며 아니라고 한다.
“난 못 속여. 네 눈만 보면 알아.
민도 널 좋아하는 눈치고... 어서 말해봐.”
“연희야 너한테 고백하자면... 음.. 너가 본대로야.”
영아는 진심으로 민이 좋아졌다.
동연과의 그런 우정으로서가 아닌
여자로서 남자에게 향하는 그런 사랑의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그랬었구나, 그래서 동연이를 피한거니?”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어? 너 동연이한테 고백받은 거 아니었어?”
“응? 고백?”
“아! 내가 실수를 했나...
난 지금 동연이가 너한테 고백했는데
민을 선택했기 때문에 잠시 피하는 거라 생각했어.
동연이가 너 좋아하는 거 몰랐어?”
영아는 깜짝 놀랬다.
자기한테 친절하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항상 있어준 동연을
영아는 그냥 우정으로 본 것이다. 영아는 괴로웠다.
동연이의 마음을 연희에게 듣고 나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연희야 나 먼저 집에 갈게.”
하며 영아는 기운 없이 아카시아 화원을 빠져 나와 계속 걸었다.
동연의 모습이 떠오른다.
‘안되겠다.
이대로 집에 가기 싫어. 인규 오빠를 만나야지··.’
영아는 항상 친오빠처럼 잘 대해주고 의논 상대가 되었던 인규가 생각났다.
인규는 시험도 잘 치루고 또 체육 특기생이기도 해서
대학문에 무사히 통과할 만큼의 실력을 갖추었다.
시험 때문에 야구 연습을 별로 못한 인규는 아무도 없는 연습장에서
계속 야구공을 던지며 실력을 다져간다.
영아는 커다란 철망 밖에서 인규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묵묵히 서서 바라만 본다.
그러다 인규가 공를 주으러 다니다 영아를 발견한다.
“어! 영아구나! 오랜만이다. 정말.”
“오빠, 멋있어~. 어떻게 그렇게 포즈가 정확하리만큼 날렵하지?”
영아의 말에
“야~! 그렇게 말하지 마라.
난 요즘 엉망이 된 내 포즈 때문에 이 고생이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좋은데?”
“너가 야구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래~.
그런데 웬일로 이곳까지 다 찾아왔니?”
하며 인규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더니 문을 잠근다.
“아니! 그냥 오빠 좀 보려고~.”
“얼굴 보니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구나!
이곳은 추우니까 햄버거나 먹으러 가자.”
(2)
“그래서 니 얼굴이 수심에 가득 찼구나!
누군 좋겠다. 사랑 때문에 고민도 하고
아! 이 몸은 누구에게 의지하며 살꼬!”
“아이! 오빤 난 심각한데, 장난은!”
영아는 입을 쭉 내밀며 화난 흉내를 내자
“야~ 사실이 그렇잖아~.”
“알았어. 봐서 내가 오빠 여자 친구하나 구해줄게~.”
“이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결국은 영아가 웃고 말았다.
“영아야! 근데, 그런 것 가지고 고민 하지마.
너가 좋으면 좋은 쪽을 택하는 거야.
사람 마음이란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잖아.
너랑 민의 마음도, 널 좋아하는 동연이 마음도, 어쩔 수 가 없는 거라고
그러니 최선의 선택은 자신의 마음이 가는 데로 하는 게 아닐까 싶어.
그런데, 난 너에게 뭐라고 이렇게 해라 말해줄 수가 없는 것 같아,
난 니 문제에서 제 3자에 불구하니까. 니 대답은 니가 더 잘 알지 않아?
니가 생각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마 맞을 거야.”
영아는 인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오빠, 알았어~. 이젠 그만하고 나가자. 오빠에게 줄 게 있어.”
하며 영아가 밖으로 나가자 인규가 따라 나온다.
“오빠 여기 있어, 이거 받아.”
“와! 영아가 나한테 선물을 다주네?”
“오빠가 그동안 시험 때문에 힘들었을 거 같아서 생각 한거야.”
인규가 선물을 받자마자 끌러 봤다.
아이보리색 목도리였다.
“야! 예쁘네! 영아야 고맙다.”
하며 단숨에 목에 감아본다.
영아는 눈대중으로 색을 선택했는데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인규와 영아는 누가 보아도 오누이처럼 보인다.
다정하고 생긴 것 까지 닮았다.
(3)
“영아야! 괜찮아~. 네가 좋다면 나도 좋아.
그러니까 너희 둘 잘 해야 해. 알았지?”
이렇게 말하면서 웃어 보이는 동연은 마음이 아팠다.
왜 영아 앞에서
‘나 너 좋아하니까 그 녀석 말고 날 봐! 내 마음을 모르겠니?’
라고 말하지 못할까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동연아 고마워, 나 너 좋아해.
언제까지나 우리의 우정 변치 말자.”
하며 영아는 말했다.
동연의 가슴 속이 왠지 모르게 불이 붙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든다.
“응.. 그래, 이 브로치 받던 날 너에게 말한 대로 영원히 약속 지킬게.”
동연은 마음이 욱신욱신 아팠다.
하지만 영아가 좋다면 그냥 놔줘야 한다고 자신을 속으로 다그치고 억누른다.
“영아야 나 이틀 뒤에 피아노 경연대회에 나간다. 와줄래?”
“그래? 꼭 가야지~.
나 너 그때 아카시아 축제 때처럼 꼭 우승 하도록 빌게~.”
“고마워~. 자 이표 받아 그리고 꼭 와줘~. 그럼 나 먼저 갈게.”
동연은 벤치에서 일어나 뒤돌아서 무거운 걸음으로 돌아간다.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에 눈물 한 줄기가 툭 떨어진다.
“왜 이래.. 바보같이.”
바로 훔쳐내는 동연.
그러나 왠지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무도 없는 피아노실에 들어가는 동연.
피아노 앞에 앉는다.
영아를 위해 작곡했던 곡을 친다.
손이 점점 떨리고 몸이 점점 떨린다.
콰강..!. 시끄러운 피아노 소리와 함께
피아노 앞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동연.
한편 영아는 ‘내가 과연 잘한 걸까?’ 생각하며 묵묵히 앉아있다.
“야! 너 거기서 뭐해?”
민이었다.
“응! 그냥.”
“아까 동연이라는 녀석하고 있던데 꽤 심각해 보이더라~ 뭐냐?”
영아는 뜨끔했다.
‘어쩌지? 혹시 눈치 채지 않았을까?’
걱정이 잠긴 얼굴로 영아는 말을 못한다.
민은 영아에게 할 말이 있어 뒤 따라 왔기 때문에
동연과 하던 대화를 모두 들었다.
하지만 지금 시치미를 떼고 은근히 투정이다.
“그건 그렇고, 자! 나랑 어디 좀 가자~.”
하며 민은 영아의 손을 잡더니 끌고 간다.
“어디 가려는 거야?”
“잔말 말고 그냥 따라오기나 해.”
민은 더욱 영아의 손을 꽉 잡으며 끌고 간다.
영아는 민의 체온이 자기한테 전달되어 참 따뜻하다고 느낀다.
“자! 저거 봐!”
영아는 민이 가던 길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걸 봤다.
거기에는 어떤 할아버지가 풍선을 잔뜩 들고 판다.
영아는
“어?! 겨울에도 풍선을 파는 사람이 있네?”
하며 민이 다가가는 그곳을 따라간다.
“아저씨! 그 풍선 몽땅 다 얼마에요?”
“아 이거~. 20000원이다 모두.”
“그거 저한테 모두 주세요.”
하며 민은 잠바 안주머니에서 10000원짜리 지폐 두장를 꺼내 준다.
민이 학교에 오다가 본 것이다.
풍선을 산 민은 절반가량의 풍선을 영아한테 주며
“야! 이것 받아.
그리고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자.”
“응 고마워, 정말 색이 곱다. 예뻐.”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도 영아는 하나도 춥지 않았다.
“그 기념으로 우리 이거 날리자.”
민이 풍선을 하나씩 하나씩 날리자 영아도 따라 날린다.
오색 풍선이 두둥실 푸른 하늘위로 떠올라 날아간다.
그러면서 둘을 이렇게 생각한다.
이 풍선은 꿈을 먹는 풍선이라고······.
“민~. 정말 예쁘다.
하늘이 푸른데다가 풍선이 날리니까~ 정말 예뻐.”
“마음에 들어?”
“응~. 정말 좋아.”
영아가 하늘을 보며 기뻐하자, 민의 마음도 기뻤다.
‘난 이 약속을 꼭 지키겠어.
계속 내가 영아를 지켜 줄거야. 죽을 때까지.’
하며 끝없이 끝없이 하늘을 보며 민은 마음속으로 외친다.
(4)
오늘은 12월의 첫 번째 일요일, 동연이 경연대회에 가는 날,
영아는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고 연희랑 함께 크라운 회관으로 향한다.
동연은 하얀 양복에 핑크색 꽃을 꽂고 영아가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꼭 오기로 한 영아는 대회가 벌써 시작되었는데도 좀처럼 올 생각을 안 한다.
동연은 기운이 쫙 빠진다.
‘영아야, 오지 못하는 거니?’
하며 동연은 대기실로 향한다.
한편 영아는 택시를 타고 가다.
앞차가 교통사고를 낸 바람에 발이 묶여 꼼짝도 못한다.
앞차와 충돌한 그 차는 크게 부서지고
운전석에 있는 운전사와 뒤에 탄 사람들이 많이 다쳤다.
병원차가 오고 이어 경찰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오더니,
환자를 구급차에 급히 실은 경찰은 막힌 교통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영아와 연희는 바로 눈 앞에서 본 끔찍한 광경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
겨우 그곳을 빠져 나온 택시는 크라운 회관으로 향했다.
영아와 연희가 도착한 시간은 시작한지 벌써 40분이나 된 뒤다.
표를 내고 급히 들어갔으나 안에서 연주를 하기 때문에 문이 닫혀
영아와 연희는 복도에서 기다린다.
그때 영아 담임선생님이 영아와 연희를 발견하고 다가오자
“어! 선생님~.”
영아가 말한다.
“너희들 왜 이렇게 늦었어? 이제 동연이 나올 차례다. 어서 들어가자!”
선생님의 말에 둘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5분의 휴식이 끝나자 막이 열리고 2부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나온 동연은 객석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맨 앞줄 왼쪽 편에 앉은 영아와 연희를 본 동연은 활짝 웃더니
피아노 앞에 앉아 멋있게 친다.
‘영아가 왔어. 못 오는 걸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영아는 약속을 잘 지키니까 믿었어. 꼭 와줄 거라고.’
하며 더욱 열심히 우아하고 곱게 쳤다.
그걸 보는 영아는
‘음악가란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고, 음악으로써
세상을 초월한듯한 꿈의 세계를 펼칠 수 있구나!’ 하고 느낀다.
(5)
“영아랑 연희가 와준 덕에 대상을 받은 거라구~.”
“얘는 너의 노력과 실력으로 받아놓고 우리 덕이라네?”
영아가 동연을 보며 말했다.
“야! 그런데 너희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걱정했잖아.”
“그야 오던 길이 막혀서 그랬지!
우리 차 앞에 엄청 큰 사고가 났었어. 얼마나 무서웠다고..”
연희가 답변했다.
“영아야 너 괜찮아?”
“으응? 응 괜찮지 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영아를 쳐다보는 동연
“쳇.., 윤동연! 나는 안보이니?”
연희가 삐죽거린다.
“아 미안 미안.. 너도 괜찮니?”
“그래! 그건 그렇고 선생님은 어디 가셨니?”
연희가 동연을 보며 묻자
“아! 아까 전화받고 집에 가셨어.
무슨 급한 일이 생기셨나봐~!”
“그래?”
그때 동연의 아버지가 동연의 기쁜 소식을 듣고 급히 온다
“동연아! 정말 대견하다~.
자 차안에 가봐라.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단다.”
“와! 어머니께서~?”
동연은 기쁜 마음으로 뛰어 나간다.
“안녕하세요? 저흰 동연이 학교 친구 예요!”
“아! 그래 그럼 너희도 가자구나.
오늘 이 아저씨가 한턱 낼 테니!”
하며 동연의 아버지는 영아와 연희를 데리고 차 있는 데로 간다.
차안에는 동연의 어머니와 동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아와 연희는 동연의 어머니한테 인사 한 뒤 차를 탔다.
동연의 어머니는 커다란 트로피를 계속 꼭 안고서 레스토랑까지 간다.
넓고 은은한 음악이 들리는 레스토랑에 간 모두는 계속 웃음꽃을 피우며
동연의 아버지가 시켜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첫댓글 재미있어여히 예감................... 다음편 기대 할께여^^
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이번편은 전편보다 좀 길었죠? 댓글 자주 달아주시니 좋네요 ^^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