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냥있기 머해서 하나 더 올려봅니다...^^; 아참..그리고 아디는 iceberg로 바꾸었답니다..^^
제 2장 합심하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
1. 치우제의 출전
아침부터 소도촌은 시끄러웠다. 오늘이 바로 소도촌의 출정일이기 때문이다. 마을 공터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인근 작은 마을에서도 병력이 왔고 여기 소도촌에서도 한창 운집하는 중이었다. 봄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창칼이 햇빛에 번쩍번쩍 빛을 발했다.
치우염의 집에서도 준비가 한창이었다. 치우염은 가죽갑옷에 물고기 비늘모양의 철편린이 달려 있는 갑옷으로 무장하고 검을 차고 자신이 애용하는 백양궁을 살펴보고 있었다. 한 쪽 자리에서는 치우궁이 역시 자신의 무장을 살펴 보고 있었다. 어머니 벽화는 치우궁 앞에서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새 저 아이가 저렇게 커 버렸다니... 부자(父子)의 출전에 무척이나 걱정스러운데도 애써 그런 표정을 내비치지 않는 벽화였다.
[자, 이제 나가보도록 하자.]
치우염이 담담히 말했다.
[예. 아버지.]
치우궁은 자신의 물건들을 챙긴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머니, 벽화도 그 둘을 따랐다.
[다녀오겠소.]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자리인데도 치우염은 벽화를 보고 말했다. 오늘 따라 아내 벽화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었다. 애써 그런 맘을 누르면서 문을 나섰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벽화는 그저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대견스레 아들의 등을 두드려준 다음 치우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녀오세요. 꼭 이기고 오세요.]
치우염은 그저 빙그레 웃고는 집을 나섰다. 사실 말이 필요없었다. 그들의 두 눈이 모든 걸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여와 그의 아버지 고지간, 그리고 달미수가 다가왔다. 이들도 소식을 듣고 같이 출전하기로 되어 있었다.
[준비가 다 되셨습니까? 이제 가시죠.]
건장한 체격을 가진 사람좋은 고지간이 말했다. 고지간은 등에 거대한 검을 메고 튼튼해 보이는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다.
[자, 가세. 다들 기다리고 있을테니.]
이들이 마을 집합장으로 가자 다들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이들은 스스로 대오를 짓더니 치우염을 바라봤다. 치우염은 죽 둘러선 이들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여러분! 드디어 우리 소도촌의 출정날입니다. 물론 주변의 식자촌, 구리촌, 미려촌에서 오신 분들도 저희들과 함께 출정하게 됩니다. 오늘은 모든 걸 떠나서 우리 우양족의 한을 갚기 위해서 모이신 줄로 압니다. 오직 저희들의 앞길에 승리만이 있기를 환인님께 간절히 기원하며 출발을 하겠습니다.]
[자, 출발합시다!]
씩씩한 고지간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다들 병장기를 챙겨서 마을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마을에서는 마을사람들이 나와서 환송을 해주었다.
[잘 다녀오세요!]
[꼭 우리부족의 한을 갚고 오세요!]
[아빠! 잘 다녀와!]
이곳 저곳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격려해주는 가운데 소도촌군은 마을을 빠져나왔다. 치우궁은 집에 계실 어머니를 생각했다.
'어머니가 무척이나 외로우실 텐데... 잘 지내고 계셔야 할텐데'
홀로 남아 계실 어머니 걱정이 많은 치우궁이었다.
[야! 정말로 신나지 않냐?]
고여가 옆에서 활을 흔들며 외쳤다. 등의 전통에는 쇠촉을 단 화살이 가득 들어있었다. 전쟁시라서 특별히 인정된 쇠화살촉이었다. 전통을 두드리며, 자신의 어깨의 검을 만지며, 고여는 무슨 즐거운 여행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야? 신난다구? 넌 전쟁이 무슨 어린애 장난인 줄 아냐?]
고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미수가 톡 쏘아 부쳤다. 머쓱해진 고여는 머리를 긁으며,
[에이, 내 말은 소도촌을 벗어나 넓은 세상을 나간다는 게 기분좋다는 말이야.]
달미수는 날카로운 눈초리를 더욱 가늘게 하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을 하러 가는 길이야. 그리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이구. 다른 것에 마음이 들떠서는 안돼.]
[알았어... 전쟁이야 이기면 되지.]
고여가 풀죽은 목소리로 말하자, 달미수는 아무말없이 먼 산을 응시하며 계속 걸어갔다. 치우궁은 두 친구의 다툼에도 아랑곳없이 골똘히 소도촌 생각에만 잠겨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우수촌이 저 멀리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우수촌 성곽에는 이미 수많은 병영이 건설되어 있었다. 여기저기서 천막이 처져 있고 멀리서도 검과 창이 번득거리는 것이 보였다.
[우와! 기가 막히다!]
고여가 감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 있던 치우궁과 달미수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네들은 처음으로 이런 대군의 위용을 보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신천지를 처음보는 여행가와 같아서 그들의 마음을 한층 설레이게 만들어 주었다.
소도촌 군단이 질서정연하게 우수촌에 접근하자 저기서 한 장수가 말을 타고 달려왔다. 바로 치우씨 형제 중 막내인 치우상이었다.
[형님! 이제야 오셨습니까?]
치우염도 이쪽편에서 빨리 내달았다.
[응. 내가 좀 늦었나?]
[하하하. 아닙니다. 늦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빠른 것도 아닌 딱 알맞게 오셨습니다. 어서 중군에 가셔서 큰형님을 뵈어야죠?]
[그러자.] 그리고 치우염은 뒤돌아보더니,
[고지간. 여기 한 쪽에 병영을 만들도록 하게. 나는 잠깐 형님을 보고 오겠네.]
하고 말했다. 그런 후 치우상을 따라서 중군으로 말을 몰았다.
중군막사에 들어서자 안에는 치우제를 비롯해서 막하 장수들이 죽 둘러 앉아 있다가 치우염이 오자 일제히 반겼다.
[큰형님. 이제 왔습니다.]
[응. 수고했다. 자, 이제 오지 않은 건 다른 부족의 연합군이군...]
치우염은 처음듣는 얘기라 의아해 했다.
[아니, 다른 부족에서도 병력을 보내준답니까?]
치우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기로 했네. 송족과 백족에서 각각 2천명을 보내주기로 했으니 아마 오늘 중으로는 도착할꺼야.]
송족과 백족까지 이 전쟁을 돕는다면, 역시 이 전쟁은 동이인 전체와 황토인의 전쟁이 될 것이 아닌가... 새삼 이 전쟁의 중대함을 깨닫는 치우염이었다.
소도촌 병력이 중군 왼쪽편에 병영을 건설한 후 치우궁, 달미수, 고여는 다른 촌의 병영을 구경하러 갔다. 병영들은 하나같이 줄을 잰 듯이 맞춰서 질서정연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우양족의 드높은 사기도 느낄 수 있었다.
[야! 대단하다. 엄청난 병력인데?]
고여가 연신 감탄하자 치우궁도 따라서 말했다.
[응. 정말 이렇게 모이고 보니 우리 우양족도 대단한걸?]
달미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같이 구경했다. 그러다 한 쪽 편을 바라보고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래? 뭐가 있어?]
고여가 물으며 달미수의 시선이 간 곳을 쫓아가자 자신도 걸음을 멈추었다. 거기선 자신들 또래의 두 명이 검술연습을 한참 하고 있는 중이었다. 두 명 다 가벼운 가죽갑옷으로 경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한 명은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애리애리하게 생긴 것이 꼭 여자같았다. 하지만 이들의 검술은 상당한 경지여서 검이 움직일 때마다 휙휙 바람소리가 났다. 고여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의 검을 만져 보았다. 자신과는 다른 검술이다. 고여는 그렇게 느꼈다. 자신의 환단무학검술은 웅후하면서 진중한 맛이 있는데 지금 이들의 검술은 화려하면서도 기교가 넘쳤다. 언뜻 보기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 하다가 다시 산들바람이 부는 것 같고... 고여는 한순간 호승심을 느꼈다. 얼마가 지났을까. 이들이 검술연습을 멈추었다. 그러자 고여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나아가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잠깐만... 그게 무슨 검술이야?]
둘은 동시에 고여와 두 친구들을 쳐다 보았다. 둘 중에 머리를 묶은 이가 물었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어?]
그러자 고여는 인사를 하며 말했다.
[응. 우린 소도촌에서 왔어. 난 고여라고 하고, 이 녀석은 달미수, 그리고 얘는 치우궁이야.]
[아..그래? 우린 미창촌에서 왔고 난 두리, 그리고 이 얘는 도조라고 해.]
머리 묶은 소년이 말하자 옆에 있던 소년이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다시 두리라고 한 소년이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고여는 다시 공손하게 말했다.
[응. 난 환단무학검술을 연마하는 중이거든. 그런데 너희들이 연습하는 검술이 나의 검술과 달라서 한 번 대련해 봤으면 해서.. 어때?]
두리와 도조는 서로를 쳐다보더니 의아하게 말했다.
[환단무학검을 연마하다구?]
[응.]
[환단무학검은 천자호위부대나 익히는 검술인데 어떻게 배우게 됐어?]
[뭐?]
고여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놀랐다. 자신이 아버지에게 배울 때는 그런 말씀이 없으셨는데...
[우리가 연마하는 것은 광진파검으로 우리 스승님께서 창안하신 검술이야. 빛이 나아감과 그 꺾임을 연구하시고, 그 빠름을 취해서 만들어내신 거지.]
[으응....]
그 때 두리가 고여에게 말했다.
[한 번 나하고 대련해 볼래?]
고여는 얼른 승낙했다.
[응. 나도 바라던 바야.]
고여는 자신의 검을 검집에서 뽑았다. 스르릉 하며 검이 뽑히자 그 눈부신 검날이 햇빛에 빛났다. 아버지 고지간이 만들어준 자신의 [고여검]이었다. 두리 역시 검을 고쳐잡았다.
둘은 한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이윽고 두리가 발을 움직이자 고여의 검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사삭 거리며 두리의 검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고여의 미간에 그 날이 박히는 듯 싶더니 곧 고여가 그 자리에 사라지면서 동시에 고여검이 울기 시작했다. 고여검의 날등에 박힌 철편린이 떨려서 마치 흐느끼는 음을 내는 것인데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좋은 역할을 하였다. 고여검이 밑에서 치고 받아 올라갔다.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배운 호흡법으로 호흡하면서 그 검을 휘두르자 웅장한 기운이 마치 파도와 같이 그 날에 실려 두리에게 다가갔다. 두리는 몹시 놀랐다.
'어라? 이 강한 기운은 뭐지? 이 기운을 없애는 방법이 없을까?'
하지만 고여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잠깐의 생각도 못하게 하였다. 막힘없이 그 강하고 대담한 기세로 고여검을 휘두르는데 마치 철벽이 무수히 조여가는 듯 했고, 검의 울부짖음과 사람의 기세가 하나로 합쳐져 엄청난 기풍을 일으켰다.
그 기세에 놀라 두리는 몸을 살짝 비틀어 그 기풍을 피해가며 자신의 검을 앞으로 내세워 그 검의 끝이 어디로 가는지 알수 없도록 하였다.
하지만 고여는 담대히 그저 고여검을 마주해서 나갈 뿐이었다. 서로의 빛의 검과 울음의 검이 마주치려는 순간, 두리는 자신의 검을 비켜 올리며 공중에 솟았다. 이미 검으로서의 기교는 자신이 한 수 아래라는 것을 판단한 후 위에서 내려찍기를 시도하였다. 허나 고여는 자신이 펼쳐나갈 검법을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버지에게 배운데로...그렇게...'
차근차근 요결을 외운 고여는 눈을 흡 떴다.
중후한 기세로 나아가던 고여검이 한순간 기를 발산하는 듯 그 검법이 오묘해지면서 두리의 검을 완전히 검망으로 덮어가는듯하였다. 이에 두리도 그 쾌속함을 살려 빠르게 일격필살을 시도하게 되었다. 비록 둘의 마음은 이정도까지 갈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지 못했으나 어린 마음에 강한 상대를 만나다 보니 둘의 호승심이 걷잡을 수 없게 끓어올랐다.
가만히 지켜보던 치우궁이 보니 둘의 기세가 너무 흉흉한데다 고여가 자신의 최고기술을 쓰려는 것을 보고 둘을 말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급히 자신의 활을 들어 화살을 연거푸 쏘았다. 그러자 두리는 공중에서 급히 몸을 빼서 착지를 했고 고여는 이미 끌어들인 기운을 어쩔수 없어서 땅에 그 칼을 내리쳤다. 검은 땅 깊숙히 박히었고 둘의 동작은 일순간 어색하게 멈추었다.
[자, 자. 이제 대련은 그만 두자. 이거 자칫 실수가 있을까 두려운데?]
치우궁이 웃으며 말하자 두리가 검을 치우고 고여도 땅에서 검을 뽑았다. 두리는 웃음지으며 다가와 말을 건넸다.
[야. 정말 대단해. 오늘 정말 눈이 확 깨이는데? 나중에 내가 더 수련을 해서 꼭 한 번 더 붙어보고 싶어.]
고여는 머쓱하며 말했다.
[아니야. 오늘은 내가 졌어. 정말 검이 너무 빠른걸? 봐주었기 망정이지 아님...]
둘은 서로를 칭찬하며 헤어졌다. 못내 아쉬운 듯 고여는 뒤돌아보며 말했다.
[두리야~! 내일 보자]
두리는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잘가 고여야~~!]
[응. 그래.]
고여는 오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애의 검술은 정말 배울것이 많았던 것이다. 그 빠르기는 정말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며... 특히 그애가 말한 환단무학검은 천자호위부대의 검술이라는 말을 꼭 아버님께 물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