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美 핵잠·본토 겨눈 北 도발… 한미 ‘일체형 핵우산’ 서둘러야
입력 2023-12-19 00:00업데이트 2023-12-19 03:12
18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8시24분쯤 북한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LRBM) 추정 미사일 1발이 우리 군에 포착됐다. 북한의 이날 탄도미사일 도발은 전날 동해상을 향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한 뒤 약 10시간 만에 이뤄진 것이다. 2023.12.18 사진=뉴스1
북한이 어제 오전 고체연료를 사용한 ‘화성-18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고각(高角)으로 발사된 이 미사일은 고도 6000km 넘게 솟아 약 1000km를 비행했다.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1만5000km 넘게 날아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사거리다. 앞서 북한은 전날 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해 570km를 날려 보냈다. 올해 들어 이틀 연속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연쇄 도발은 강화되는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 체제에 대한 반발이자 그에 맞서 대응력을 과시하려는 무력시위일 것이다. 한미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열어 내년 6월까지 북한의 핵공격에 대응하는 핵전략 기획·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8월 한미 연합훈련 때 이를 적용한 핵 작전 시나리오 연습을 하기로 했다. 재래식 전쟁에 한정돼 있던 한미 연합훈련에서 처음으로 핵전쟁 대응 연습까지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북한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NCG 회의 결과를 두고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고 비난하며 ‘선제적·괴멸적 대응’을 협박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불과 10시간 차이를 두고 단거리와 장거리 미사일을 연달아 쏜 것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접근을 막고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의 핵우산 가동을 무력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번 도발에서 북한은 SRBM의 발사 방향을 남쪽으로 틀면 부산에 입항한 미 핵잠수함 미주리함을, 그리고 IC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미 본토 전역을 각각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특히 언제든 기습타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ICBM의 전력화를 서두르면서 한미 핵 작전에 맞설 북한 나름의 대응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확장억제에 대응하는 북한의 맞짱 도발은 남북 간 9·19 군사합의가 폐기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정치 변수까지 겹쳐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지면 북한은 더 큰 도발로 안보 지형을 흔들려 할 것이다. 이제 “압도적 보복·응징” 같은 경고로 북한의 도발 충동을 꺾기는 어렵다. 한미는 경각심을 갖고 ‘일체형 확장억제’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 미군 전략사령부와 함께 손발을 맞출 한국군 전략사령부 창설을 앞당기는 등 우리 군의 능력과 체제 구축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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