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제1947호(2021년 6월 13일자)
5면[with 예수님]
야바위꾼
글 | 윤 학 미카엘(가톨릭다이제스트, 흰물결아트센터 대표)
아버지는 어린 저에게 중요한 심부름을 자주 시키셨습니다. 큰돈을 들고 도회지로 한약재를 사러 가는 심부름도 제 몫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기차역에도 가 보고 흑백텔레비전도 보고…, 따분한 시골을 벗어나 도시를 구경하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부둣가 근처에서 어른 몇 명이 빙 둘러 서 있기에 저도 구경을 했습니다. 나무판 위에 넉 장의 딱지를 올려놓고 순서를 뒤섞은 후 뒷면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딱지를 손으로 짚으면 돈을 따는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동그라미 딱지가 어느 것인지 너무도 분명히 보이는데도,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늘 엉뚱한 딱지만 뽑아서 돈을 다 잃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어리석게 여겨졌습니다. ‘내가 하면 금방 맞힐 것 같은데….’ 도회지에 가면 조심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나 잠시 주춤거렸지만, 당장 돈이 생기는 일을 포기하는 것은 정말 바보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저, 제가 한번 해봐도 되나요?” 하고 묻자, 아저씨는 인자한 목소리로 “그래”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두 눈을 부릅뜨고 아저씨의 손놀림을 응시했습니다. 섞기가 끝나고, 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니! 세상은 참 요지경 속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힘껏 딱지를 뽑아 들었습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습니다. 동그라미가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돈을 몽땅 날리고 말았습니다. 집에 가서야 그 어른들 모두가 야바위꾼 패거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눈앞에 이익이 보여도 욕심이 생기는 걸 멀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기당했다.’ 하는 사람들과 법률 상담을 하면 공통된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기를 치는 사람은 사람 누구나에게 있는 욕심을 부추기며 무언가 미끼를 던져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헛된 욕심이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사기를 칠 수 있겠습니까? 사기는 불로소득을 얻으려 할 때 당하는 법입니다.
사람들은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 하며 통분합니다. 그들은 무얼 믿었던 것일까요? 사기 친 사람을 믿었다기보다 쉽게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솔깃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하러 오는 분께 이렇게 말합니다. 사기를 치는 사람은 남을 속이지만, 사기당하는 사람은 자신까지 속이는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