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이가 저녁밥 먹을 때부터 자네요.”
어느새 해가 다 저물어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린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아마 지금쯤 하은 군의 수련 활동 첫째 날 일정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챙기고,
헤매다 보니 선생님이 알려주신 일정의 끝 시간에 다다라있다.
담임 선생님께 언제 도착하냐는 전화를 몇 통 받은 뒤에야
나래고등학교 학생들이 수련 활동하고 있는 밀양시의 수련원에 도착한다.
도착해서 주차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했는데
주차장에 차라고는 직원이 몰고 간 차 한 대 밖에 없다.
분명 하은 군과 친구들이 타고 온 버스가 있을 텐데 보이지 않는다.
주소와 네비게이션을 번갈아 보다 뒷편에 가려진 큰 건물이 있는 걸 발견한다.
건물 앞에 하은 군이 등하교 할 때 타는 스쿨버스 두 대가 보인다.
선생님께 연락을 드릴까 하다가 하은 군과 챙겨 내려오고 계실 것 같아 잠시 기다려보기로 한다.
불 켜진 1층 작은 회의실에서는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는 몇몇 선생님들의 회의 소리가 들린다.
박수와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 보니 오늘 일정이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된 듯하다.
곧 있으니 담임 선생님, 부담임 선생님, 하은 군이 나란히 1층으로 내려온다.
세 명 다 너 나 할 것 없이 긴 일정에 지쳐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하다.
다들 고생했구나 싶으면서도 늦은 밤까지 밀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무언가를 한다는 게,
해가 지고 잠들기 직전까지 친구들과 함께 있던 순간이,
하은 군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담임 선생님이 앞쪽 주차장에 세워진 직원의 차까지 하은 군을 배웅해 주신다.
내일 일정에 참석하지 못함이 아쉽지만, 이 아쉬움도 추억이 되리라 믿으며,
아쉬움은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한다.
돌아가는 차 안, 고요함 속 더 고요한 하은 군이,
이내 잠들 것처럼 가라앉은 표정의 하은 군이 눈을 부릅뜬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곧 잠들겠지 싶었는데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잠들지 않고 바깥 풍경을 본다.
하루를 마치며 하은 군은 오늘 있었던 수많은 일을 떠올리며 곱씹고 있겠지,
밀양에서 거창까지 아침에 올랐던 길 반대 방향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고요하고 어두운 풍경을 기억하려
피곤함 속에서도 눈을 더 또렷이 뜨는 듯했다.
2024년 5월 16일 목요일, 박효진
①글이 멋지게 끝나네요. ②하은 군이 빠지지 않고 다른 친구들처럼 학교 행사에 참여하게, 어떻게든 더 오래 머물게 박효진 선생님이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 사이에서 며칠 동안 연락 주고받으며 의논했지요. 여러 상황이 있어 자고 오기는 어렵지만, 오늘처럼 밤 늦을 때까지 함께한 기억이 하은 군에게 오래 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정진호
친구들과 버스 타고 멀리 가는 날은 그 전날 저녁부터 설레며 잠을 설칠 때가 있고, 다녀온 저녁에는 곤하여 쓰러져 잠들고요. 하은 군도 오늘을 그렇게 기억하고 추억하겠죠. 먼 길 다녀오느라 애쓰셨어요. 고맙습니다. 월평
첫댓글 둘째 날 일정은 함께하지 않았지만 근사한 밤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어 하은 군 기뻤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