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급한 마음에 수지는 그녀에게 만나자고 했다. 그러나 겨울시즌이라 많이 바쁘다며 핑계를 둘러대는 그녀가 얄미웠다. 그러나 뽑은 칼을 도로 집어넣을 수는 없는 법 점심시간에 그쪽으로 가겠다던 수지였다.
*
불안한 마음이 든 하은이는 여기까지 오겠다던 그녀를 말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또 다시 그녀는 무서운 오로라를 발산했다. 그 옆에서 매섭게 쳐다보는 캡틴을 뒤로한 채.....
"이하은....내 말이 껌이야?"
"네!?"
"너 때문에 지금 분위기 어떤지 좀 볼래....?"
"......................"
주위를 둘러보니 멀뚱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는 직원들이 보였다.
"너 요새 왜 그래? 프로가...."
"..............."
"뿔난 거 다 보이는데 이건 아니지....직원들이 네 눈치 보느냐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잖아.."
"알았어요...일하면 되잖아요..."
"요게....."
하은이는 캡틴의 말이 귀찮은 듯 디자인한 스케치북을 넘겼다. 그러나 눈에 들어올 일 없다. 수지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까 통화에서 목소리가 비장한 듯 느껴졌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거지...? 내심 걱정스러웠다.
*
늦은 아침에 일어나 편의점에 들려 집으로 돌아온 준이가 걸음을 멈췄다. 집 앞에 혜정이가 서있었다. 그녀를 보자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의 생모만 그 날 집에 오지 않았어도 술을 마실 이유가 없었고 그러면 수지와 헤어지는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굳은 표정으로 한 채 집으로 들어가던 준이를 혜정이는 불러 세웠다.
"준이야...."
"돌아가.....다신 오지 말라고 했잖아..."
"수지 일 나한테도 책임이 있는 거지...."
"!!!!!!"
"수지....."
"그래...수지...."
수지라는 말에 평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준이었다. 다시는 이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수지가 연결 되어 있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볼 수밖에 없었다.
*
집으로 들어온 혜정이는 놀랐다. 흐트러진 물건들하며 코끝을 자극하는 음식냄새들....그리고 굴러다니는 많은 술병들....예전 준이와 살 때의 내 모습 그대로였다. 이런 모습을 보자 혜정이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준이와 함께 있을 때 그 사람이 나를 봐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술로 살았던 내 못났던 시절....그 모습 그대로 준이가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수지하고 만났던 일 들었어...."
"그래...."
"왜 하필 수지야....왜 수지냐고...."
"이렇게 생각 안 해봤니? 너하고 나 만나게 해주려고 수지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게 아닐까?"
"별 생각 다하네..."
"네 말대로 왜 하필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수지였을까? 안 그래...?"
"그런 쓸데없는 말 하려거든 그냥 가...."
"그래...본격적으로 물어보자....그날이지...날 갑자기 찾아 온 날..."
"뭐가 궁금한 거야...?"
"널 돕고 싶어서 그래...."
"!!!!!!!"
"수지한테 얘기 다 들었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물어!!!!!!!!"
"네 엄마야!!!!!!"
"!!!!!!"
혜정이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엄마..........그 말을 듣는 순간 굳어버린 준이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이제 와서 엄마라고 22년 전에 나한테 죽은 엄마였는데 이제 와서.....당신 너무 뻔뻔해 그토록 무서움에 떨며 당신을 찾을 때 모른 척하더니 불쑥 나타나 엄마라고 엄마....엄마....준이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말 그리고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말 엄마라는 말에 그 동안 묵혀있던 감정들이 분출하듯 마구 쏟아졌다. '네 엄마야!!!!!' '내 엄마....내 엄마...' 간절하게 듣고 싶었던 말...간절하게 불러보고 싶었단 말...엄마....내 엄마...준이는 그렇게 여섯 살로 돌아갔다.
*
점심시간이 되자 수지는 하은이를 만나기 위해 평소에 잘 타지도 않는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정리하고 있었다. 절대로 기에서 밀리면 안 돼...그녀가 강하게 나오면 난 더 강력하게 대응하면 그만이야......마음 약한 수지는 전사가 되는 기분으로 그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었다.
*
막바지 더운 여름날 시원한 카페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하은이가 보였다. 그리고 창밖에 택시에서 내리는 수지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는 그녀 모습을 보고 하은이는 내심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그녀 눈에도 마치 싸우러온 여 전사처럼 느껴졌다.
"오랜만이야..."
"..............."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인다.."
"용건이 뭐야?"
"내 용건?"
"그래....할 말이 뭐야?"
"할 말은 없고....너한테 통보하러 왔어..."
"통보?"
"내 남자 다시 되찾으려고..."
"뭐!!!!?"
"알았거든.....그 사람이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충격으로 말을 잊지 못하는 하은이였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는 뛰어난 페이스 조절을 잘하는 도박꾼이 아니었다. 이미 눈빛이 흔들렸고 주먹을 불끈 쥐었기에 그녀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수지도 알 수 있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그 사람이 나를 떠난 이유가 하은이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 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그를 다시 되찾아 오는 일만 남은 것이었다.
"난 통보했다...그럼 이만 갈게..."
"네가 한 가지 모르는 일이 있어.."
"무슨 일?"
"난 이미 그 사람하고 한 침대에서 잤어..."
"!!!!!!!!!"
"순진해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내가 속을 것 같아..."
"못 믿겠다면 그 사람한테 물어봐..."
"!!!!!!!!!"
얼음처럼 얼어있는 수지 앞에 그녀가 먼저 일어나며 승리자의 여유를 만끽한 듯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하은이가 무슨 말을 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그와 잠자리를 했다는 말에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그라졌다. 다른 어떤 일이라도 상관없다고 이미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니 상관없다고 결심했지만 그녀와 한 침대에 누워있는 그를 생각하니 배신감보다 더 고약한 것이 엄습해왔다. 오들오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그녀는 창문에 비친 하은이 모습을 보았다. 유유자적 걸어가는 그녀 뒤 모습에서 살랑대던 치마 끝이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나풀거렸다.
*
하은이도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를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입으로 남자와 잠자리를 했다고 말한 내가 가증스러웠다. 사실 그날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 사람은 그냥 술에 곪아 떨어졌고 그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옆에 있을 뿐이야....어쩔 수 없잖아...나도 그만큼 간절하니까...나도 최후의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잖아...네가 그렇게 나온 이상....자...강수지...이제 어떻게 할 거지...?
*
준이는 무심코 그녀의 손을 봤다. 평생 늙지 않고 영원히 아름다운을 유지할 것 같던 사람이 손에는 세월에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녀의 나이도 이제 50대를 들어서면서 마음약한 여자였던 것이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나를 낳았고 어떻게 살지 막막했던 스물 두 살의 어린 그저 연약한 여자였던 그녀....그래서 아마 아버지한테 맹목적으로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받아주지 않던 아버지의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나를 버리고 갔는지도......
"준이야....."
"같이 가지....굶어죽어도 같이 가지..."
"준이야....엄마가 잘못했어...."
"엄마......참 슬픈 말이네....남들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말인데...."
"이제부터 제일 행복하게 해 줄게....엄마가...."
엄마라는 말이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남들은 쉽게 부르는 말인데 나한텐 22년이라는 세월을 돌아 이렇게 마주 앉아 보게 되었다. 그것도 아마 수지 때문이었겠지...나한테 따뜻함이 알려준 그녀가 있어서.....이미 나를 사랑해주는 그녀가 있어서....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생업에 바쁜 나머지....ㅠ.ㅜ
주말은 왜그리 시간이 잘 가는지
내일 출근해야한다는 생각에 ㅠ.ㅜ
이렇게 애인을 40편까지 끝내다니
제 자신이 뿌듯해요...ㅋㅋㅋㅋ
30편 이상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길 줄이야...^^;
그래도 이렇게 애인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계서서
좋아요....앞으로도 애인 잘 부탁드려요...
첫댓글 요즘 신플때문에 학교 휴교해서 요즘 살 맛난답니다^^ 작가님도 화이팅하시구요~ 행복한 날 되세요♡
그러게요...신플때문에 학교들도 휴교한다고 뉴스에서 봤어요....그래도 그런 병은 제발...ㅠ.ㅜ
기다려온만큼 재밋어요~ 힘내세요 ㅋㅋ
고맙습니다...더욱 더 힘내겔요....아자!!!!!!!!!!!
드디어 나왔네요!ㅎㅎ재밌게 잘봤어요~다음편도 기대할께요!
감사해요...좋은 이야기로 찾아 올게요....
정말 기다리는 보람이있어요! 40편 축하드려용 ~
고마워요....40편이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네요...ㅎㅎㅎ
바쁘시더라고 애인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제가 사랑님께 부탁해야 하는 말을....ㅠ.ㅜ 잘 부탁드려요...^^
눈물난다흐윽ㅠㅜㅠㅜ너무재미있어요다음편도기대만빵>-<
재밌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넘 재밌어요 ㅋㅋㅋ 100편 고고씽~♡
헐....100편 ㅠ.ㅜ
정말 재미있어요~ 점점 기다려지네염!!
감사드려요....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ㅜ.ㅠ
완죤 잼나용~ ^^ 다음편~ 기대만땅~ ^0^* 홧팅임돵~ ㅋㅋ
재밌다고 하면 글쓰는 전 너무 뿌듯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꺄~ㅋㅋ오늘 1편부터 쭉 봤어요 ㅎㅎ 잘보고 가용 담편 기대ㅎㅎ
와~~~~재밌게 보셨는지 애인 잘 부탁드려요
잘읽었습니다~~ 정말로 재미있어요~~
정말로 감사드려요....감기 조심하세요
빨리 수지와 준이가 예전처럼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네네...많은 분들이 기다리시네요...ㅎㅎㅎ
하은이 저것이...ㅡㅡ 수지와 준이 함께 하는 날이 곧 오겠죠!
하은이도....참 ㅠ.ㅜ
늘 재미있게 잘 보고있어요!! 작가님 화이팅~
정말로 감사해요..작가라고 하니 민망하네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