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온돌방-
지금은 한 겨울. 날이 추우니 옛날 시골의 것들이 유독 생각이 많이 난다. 눈 쌓인 시골길, 눈을 가득 인 나뭇잎, 뜨끈뜨끈한 온돌방, 잘 익은 김치와 동치미국물, 사랑방 새끼꼬는 소리는 옛날 농촌 겨울의 아름다음, 정서, 맛과 소리였다. 그리고 한겨울 온돌방에서 가족들이 한 상에 앉아 조개 등을 넣어 끓인 된장국과 김치를 곁들어 밥먹는 것이 즐거웠다. 이처럼 우리의 식주(食住)생활에서 원초적인 것이 된장과 같은 장(醬)음식과 온돌이므로 겨울이 가장 한국인다운 생활을 하는 계절이다. 맛있게 끓인 된장국은 입맛까다로운 아이들도 잘 먹었고 또 한국 누구든 아궁이에서 지핀 불길이 긴 고래구들을 따라 방바닥을 골고루 데우는 온돌방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이불 하나 밑에다 식구들 각자의 발을 모우고 잠을 자면서 가족이 하나임을 알게 해 준 곳도 온돌방이 아니던가? 화장실이 바깥에 있었던 옛날, 추운 겨울 밤, 누가 똥이라도 마려우면 고통이었다. 따뜻한 방을 나와 제법 가야했으므로 웬만하면 참았고 그래서 옛사람들은 변비가 많았다. 나간다고 해도 뒷간 발디딤에서 거슬러 올라오는 찬바람이 매서워 망설여졌지만그래도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은 온돌방과 화로였다. 그런 겨울 밤, 동생들은 아랫목에서 잠들어 있었고 어머니는 구멍난 양말을 손질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사람들이 한기를 좀 느끼면 “온돌방이 그립다” “아랫목에서 몸을 지져야겠다”고 하면 그는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온돌방을 떠날 수가 없다. 한국인에게 온돌방은 이처럼 가족의 안식처이자 산모가 몸을 풀던 곳이고 어른들이 마지막 숨을 거둘 때 후손들의 손을 잡는 곳이므로 영원한 탯자리이다. 온돌을 이렇게 주목하면서도 많은 아파트 생활자들은 더 이상 온돌문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안방 바닥에는 온돌이 아닌, '온수 또는 가스순환난방식 구들'이 깔려있고 그 위에 침대를 놓고 잔다. '너무 흔하면 귀한 줄 모른다'더니 외국에서는 온돌구조와 열 전달체계 등을 연구하고 과학성을 높히 평가하고 있지만, 정작 온돌의 주인공인 우리는 그 가치를 외면하고 살고 있나 생각된다. 지금은 아파트생활이 일반화되어 아궁이가 사라지고 있어 온돌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되고 있지만 다시 온돌 문화가 불화산처럼 꽃 피울 것을 기대해 본다. 비록 나도 아파트에 살지만 요즘같은 추운 날이면 뜨끈뜨끈한 온돌방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언젠가는 온돌방이 있는 적당한 크기의 집으로 이사가거나 그런 집을 지어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런 집 따뜻한 온돌방에서 출가한 자녀들과 그 가족들도 오손도손 함께 모여 발을 서로 모운 채 한번 밤을 새우고 싶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