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떠오르는 태양, 구로교당~!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³о 개인 여행기 스크랩 인도, 네팔 기행-1일차
윤상현 추천 0 조회 117 10.08.15 12:0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들어가기

중부 인도를 거쳐 네팔에 들어가 히말라야의 산군을 대하며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하고서 돌아온 지 벌써 두 달 가까이가 지났다. 막내 아우와 함께 나선 여행길이 60년 만의 폭설을 비켜 따뜻한 남쪽나라로 추위를 피해 간 셈이 되었는데 어느덧 철이 바뀌어 추분을 앞 둔 따스한 철이 되고 말았다 그간 이런 저런 바쁨이 겹치고 또한 게으름 탓으로 여행기를 적는데 시간을 내지 못했다. 이 계절에 들고 보니 약간은 기억이 아련하기도 하지만 사진을 들여다보며 여정을 반추해보니 새삼 열하고도 여드레의 여정이 주마등같이 떠오르며 다시 한 번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1일차 : 1월 5일 (화요일) 인천-델리(약4,650KM. 만리가 넘는 거리)

몇 번을 별러 떠나게 된 인도 네팔여행. 비록 다녀야할 거리에 비하면 너무도 짧은 18일의 여정이지만 아우와 함께 나서게 된 길이 새삼 설렌다.

밤새도록 눈이 내렸다. 서울의 기상 관측사상 초유의 적설량이란다. 60년만에 처음이라는 눈의 높이가 주차장의 승용차 위에 더께더께하다.

아직 여명도 없는 새벽. 역시나 줄기차게 내리는 함박눈을 머리에 얹으며 집을 나선다. 폭설에 미끄러울 도로를 감안하여 전철을 이용하기로 한다. 집 앞 마을버스를 타고서 대림역에 이르니 벌써 북새통이다. 영등포구청역에서 환승을 하여 다시 김포공항, 다시 환승하여 인천공항을 향하는데 지상구간을 달리던 열차는 폭설과 함께 한 혹한 때문에 출입문 개폐가 원활치 못하다. 두어 명 보조 승무원이 탑승하여 수동으로 개폐를 돕는데 이쪽저쪽 뛰어다니는 모습이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안쓰러운 마음 한편에 우리가 이 정도 기술력뿐이 안 되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 좀 민망하다. 함께 출발하기로 한 팀원들과의 인천공항 미팅시간은 08시. 열차는 계속 지연이 되고 결국 아우에게서 확인 전화다. 도착시간이 넉넉하리라 예상했는데 결국 30분이나 지각하여 그만 제일 꼴찌를 하고 말았다.

서둘러 보딩을 하고서 출국장에 나서보니 천장 높은 청사의 너른 유리창 뒤로 온통 하얀 활주로가 광활하다. 아직도 눈이 내리는 중에 제설차량은 계속 움직이며 이륙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기위하여 분주하다. 과연 오늘 제시간에나 출발할 수가 있을지 미지수다. 몇 년 전 겨울, 중국의 계림 여행 출발 당일, 마침 그 곳에 눈이 내렸는데 적설량은 겨우 2cm. 하지만 워낙에 따뜻한 남쪽지역이어서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은 공항인지라 결국 인천 출발이 취소되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은 불안하다. 로비 의자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상념에 잠겼다가 이내 전화기를 들어 가족들과 몇몇 친구에게 연락해보며 시간을 때운다. 아마도 여로 상에는 목소리 듣기가 지난하리라.

악천후에도 공항 관리에는 별 문제가 없는지 탑승 멧새지가 들려온다. 보잉 747. 타이항공 TG629편, 홍콩 경유 방콕 환승 예정의 저렴한 비행편이 인도행의 첫 여정을 안내한다.

이런 저런 준비 안내 방송 끝에 11시가 넘어서야 이륙했어도 마음은 편안하다. 바로 기내식이다. 비프스테이크에 레드와인 몇 잔을 곁들였다. 커피까지 한잔 하고서 메모장을 꺼낸다. 건넌 편의 젊은이는 노트북에 기록이 한창이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막내아우와 함께하는 두 번째 해외여행. 많은 의지가 되어 든든하다. 전에는 셋째 아우도 함께하여 중국의 황산과 남경을 다녀왔었다. 만만찮은 이 여정을 함께하자는 형의 제안에 선뜻 따라 나서준 것이 무척이나 고맙다.

미지의 인도. 유시화의 몇 권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지구별 여행자’ 마인드를 공유할 수 있을까? 이 짧은 여행으로는 무리이리라. 하지만 “언젠가는...” 하며 별러뒀던 길, 이번 기회에 설핏 맛이라도 보리라.

비행한지 3시간이 넘자 경유지인 홍콩에 접근한다. 시계 5km의 구름이 많은 날씨에 하강하기 시작한단다. 랜딩기어는 그렁거리는데 구름이 가득한지라 홍콩의 하늘 경관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착륙을 하니 꼭 3시간 40분 걸렸다. 한국과의 시차는 1시간이다.

Y자 방사선 모양의 홍콩 공항 구내에 1시간 여, 면세점 정도를 잠깐 돌아 본 뒤 다시 탑승이다. 아예 환승을 해야 하는 방콕까지는 2시간 반 비행 예정이다.

재 이륙한지 30분이 지나 다시 저녁이 나온다. 점심과 똑같은 메뉴에 다만 고추장과 김치를 더했다.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을 위한 ‘타이 항공’의 배려다. 모양 나는 식사는 당분간 어려우리니 잘 먹어두라는 선험자들의 충고다. 위스키와 꼬냑으로 반주를 하고 창밖을 보니 뭉게구름 아래로 바다가 널렸다. 베트남과 버마의 상공을 지나자 태국의 많은 강줄기와 숲들이 눈에 든다. 이젠 아주 많이 와버렸구나 하며 다시 상념에 빠진다. 비행기날개 옆 내 자리. 비행기 날개, 내 날개..... 당장 돌아가야만 하는 집이 없다는(?) 것에 자유를 느낀다. 초행길의 인도 행, 미지의 세계에서 무엇을 만날꼬. 나이는 들어가도 궁금증과 호기심은 어쩔 수가 없다.

16시 45분. 예정 시간에 정확히 방콕에 착륙한다. 인도 행 비행기로 환승을 하기위하여 이곳에서 3시간을 머물러야한다. 나름 잘 지어진 국제공항의 냉방시설에도 불구하고 열대지역 날씨가 만만찮다. 반팔 셔츠만 걸쳤음에도 후끈함을 느낀다. 아마 기내에서의 몇 잔 위스키 탓도 있으리라.

보세구역의 상가를 둘러보다가 한적한 모서리 귀퉁이 비어있는 벤취를 발견하고선 그냥 부담 없이 길게 누웠다. 천지가 모르는 사람인 것이 행동을 편안케 한다. 아우는 좀 더 둘러본다고 홀로 나섰고, 난 검은 안대에 귀마개까지 하고나니 온 천지기 한가하고 고요하다. 어짜피 여행 길, 어수선한 중에 즐기는 한정함. 이왕에 집 나선 몸. 어디면 어떠랴. 나그네 길에는 여정 자체가 한 목적이 되는 법이니 무료함도 도리어 즐길 거리가 되어 편안할 뿐이다.

오후 7시가 가까우니 열대의 남쪽이래도 겨울의 짧은 해가 기울었다. 무료하다. 한적한 곳 TV를 홀로 차지하고 보노라니 마침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더티 잡’이 한창이다. 평소 즐기는 프로다. 시궁창 쥐들이 제 멋대로 왕래하는 하수도 속을 출연자가 큰 몸집으로 헤집고 다닌다.

환승시간 3시간이 슬슬 지루해져 갈 무렵 드디어 탑승이다. 19시 50분, 방콕 발 델리 행 타이항공. 또 한 번의 기내식과 반주. 슬슬 다리로 피가 몰리며 비행이 지겨워지기 시작할 무렵 인도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온다. 승무원들은 태국항공의 이미지에 맞추어진 ‘호접란 부로치’를 선물한다.

드디어 랜딩.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현지 시각 22시 35분이니 서울 시간으로는 하루 지난 6일 새벽 2시 5분이다. 하지만 여긴 3시간 30분의 시차에 의하여 아직도 5일 날짜가 지나지 않았다.

늦은 시간임에도 역시 혼잡한 입국 수속을 마치고서 우선 당장 필요한 약간의 돈 ‘루피화’를 환전 한다. 청사를 나오니 가장 처음 여행자를 맞이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스모그다. 엄청난 매연에 범벅이 된 안개 덩어리들이 사정없이 폐부로 스며들며 눈까지 따가운데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거의 죽음 수준이다. 좁은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모두 다 함께 담배를 피운데도 이보다는 낫겠다.

택시로 뉴델리 역 근처의 ‘하레라마 게스트하우스’(뉴 킹 G.H)를 찾아간다. ‘빠르간지’로 불리는 이 지역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배낭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다. 노후한 경차 택시는 덜덜거리며 안개 속에 속도를 줄인다. 창문까지 떨어져 나간 차창 안으로 닥쳐오는 밤공기가 여간 차가운 것이 아니다. 아! 누가 인도를 더운 나라라고 했던가? 이 계절에 델리를 포함한 중부 인도는 겨울 건기가 되는데 안개로 인해 습도가 높아 스며드는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출발 전에 여행 팁에 대하여 정보를 모아보았는데 적어도 옷차림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잘못된 것이다. 우선 ‘열대 지방이니 많은 옷가지가 거추장스러우리라’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었다. 평소 가벼운 여행 짐을 선호하는 나는 운동화 신고, 달랑 청바지 하나에 속옷 몇 개, 티셔츠와 점퍼, 여름용 쌘달이 전부다. 사실 더운 나라 인도는 이렇게 견디고 네팔에 이르거든 히말라야 트래킹 전에 ‘카트만두’나 ‘포카라’에서 필요한 장비나 옷가지를 구입할 요량으로 나선 터였다. 그런데 이건 뭐 미리 얼어 죽게 생겼다. 모자의 귀마개를 펼치고 세면용 수건까지 목에 두르니 조금 낫다. 손에 낀 면장갑 하나가 그리 고마울 수가 없다. 사전 정보가 정확한 부분은 오직 현지인들의 약한 쌘달 뿐이다. 내가 보기엔 그들도 가난 때문에 그렇지 지갑이 허락만한다면 제대로 된 신발을 갖추리라. 이후 여행길에 그나마 쌘달마저 갖추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겨우 ‘빠르간지’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03시를 넘겼다. 조명 없는 좁은 길에 들어선 기사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지도 못하고 헤맨다. 인적이 끊긴 곳, 어느 곳도 물을 데가 없다. 갑자기 전조등 불 빛 안으로 뭔가 큰 물체가 성큼 들어선다. 심야에 거리를 배회하는 집 나온 소들이다. 놀람도 잠시, 불빛에 비춰진 껌벅이는 눈동자들이 그리 선할 수가 없다. 인적 끊긴 골목길에 소떼라니, 엉뚱한 시골 길로 잘못 온 건 아닐까 의심이 든다. 전조등에 의지하여 천천히 골목을 기웃거리다가 겨우 발견한 ‘하레라마’ 표지판 하나에 마음이 놓인다. 도리어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은 느낌이다. 서둘러 짐 챙겨 문을 두드리는데 종업원은 잠이 들었는지 인기척이 없다. 한참을 지나서야 우람한 체격에 터번을 두른 종업원이 겨우 맞아준다. 나마스떼!

겨우 배정받은 3층 방에 이르니 달랑 침대 하나인 공용화장실을 써야하는 저렴한 숙소다. 하지만 이 새벽에 피곤한 몸, 이역만리 타국에서 몸 하나 눕힐 자리면 만족이다. 대충 씻고서 침낭을 펼친다. 아우와 함께 팩소주 하나씩으로 인도 첫날의 무사 입성을 자축한다.

 
다음검색
댓글
  • 10.08.16 13:26

    첫댓글 윤상현님 인도기행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함 가고 싶은 곳인데 아직 못갔답니다.

  • 10.09.13 08:34

    상현님 멋지고 행복한 아름다움입니다. 마치 함께 하는 듯 합니다. -합장- "스바하"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