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홍천 마방산(812m)
독립운동의 숨결 전해지는 동학의 대지
마방산은 홍천군 내촌면에 자리한 해발 약 812m의 산이다. 청량봉에서 비롯된 춘천지맥이 백암산(1,099m)을 눈앞에 두고 남쪽으로 곁가지를 내린다. 아홉사리재를 지난 이 산줄기는 오늘 소개하는 마방산을 일으킨 후 홍천강의 상류인 내촌천에 가라앉거니와, 그 산자락에 흥건한 문화유산과 잊지 못할 겨레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마방산 남녘 자락인 물걸리(동창마을)는 옛날 내촌면 소재지였으며, 서석 평창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이자 동창(東倉)이 자리한 물산의 집산지였다.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 때 이곳에 일천 명으로 추산되는 농민들이 며칠간의 전투를 벌여 무려 800여 명이 전사하였다. 더더욱 1919년 4월3일 내촌면, 화촌면, 서석면, 내면과 인제군 기린면의 5개 면 농민 수천 군중이 모여 독립만세를 외쳤으며, 출동한 헌병들의 무차별 사격으로 8명이 사망하고 부지기수의 부상자가 속출하였다. 해방된 지 반세기가 지난 1998년 물걸리에 '기미만세공원'이 조성되고, 다음 해에는 독립운동의 진원지인 마방터(만세운동의 장두 김덕원 의사가 경영하던 마방)에 기념비가 세워졌다.
마방산 산행의 들,날머리는 마방터 옆에 자리한 동창교. 다리 입구에 자리하는 '사단법인 강원민요연구소' 간판을 따라 마을길을 따라가면 초록 못물이 그득한 복골저수지(동창저수지)에 이른다. 저수지 오른쪽으로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면 삼락제 현판이 달린 농가에 이른다. 농가 옆에는 아름드리 돌배 거목이 유난한데 4월이면 하얀 돌배나무 꽃이 환상의 가경을 빚어낸다. 다시 북녘길을 이어가면 장승 2기가 자리한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은 '강원민요연구소'로 이어지는 하산길이다. 오른쪽 길을 느긋이 이어가면 최근에 지은 마지막 농가에 이른다. 농가에서 북쪽으로 200m 지점에 다시 삼거리를 만나고,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더 가면 너른 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제법 가파른 능선길을 올라 무덤을 지나면 오른쪽(동쪽)으로 느긋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아름드리 장송들의 행진이 시작된다. 길목길목 우람한 자태를 자랑하는 소나무를 감상하는 산길은 참으로 상쾌하다. 동녘 능선이 끝나갈 무렵 아름반이 넘는 붉은 소나무를 만난다. 수백 년 세월동안 묵묵히 조국을 지켜온 거목을 보면 이 산자락에서 굳건한 삶을 살다가신 선열들이 생각난다.
690m봉에서 비로소 북녘으로 능선길이 이어진다. 약간의 내림길을 이어 만나는 너른 능선길에 대들보로 이용할 아름드리 장송들이 장관을 이룬다. 참으로 멋있는 솔숲이다. 뒤이어 서남으로 동창벌이 내려다보이는 굴참나무 지역에서 가슴 아픈 현장이 나타난다. 겨우살이 채취꾼이 여섯 그루의 참나무를 무참히 베어 넘겼으니... 아무리 약초가 탐나고 돈벌이가 급하더라도 수십 년을 자란 재목을 마구잡이로 벤 인면수심의 사람에게 저절로 욕이 쏟아진다. 730m봉 부근에서 다시 수령 수백 년의 붉은 솔과 하늘을 찌른 소나무의 군락을 만난다. 국립지리원을 비롯한 여러 지도에 아직은 이름조차 없건만 참으로 소나무숲이 훌륭한 멋진 청산이다. 삶을 다하여 길게 누워 흙이 되려는 소나무에 걸터앉아 한동안 상념에 빠져든다.
다시 만나는 참나무 훼손지대를 지나가면 능선길은 서쪽으로 꺾어지고, 드디어 정수리로 착각하는 해발 약 807m의 뾰족봉(동봉)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북쪽의 아홉사리재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장송 몇 그루가 이정표로 자리한 이곳에서 서쪽으로 능선길을 이어간 정수리는 10분 거리이다. 필자는 2년 전 가을, 451번 도로의 아홉사리재에서 시작하여 이곳 동봉을 거쳐 서쪽의 정수리에 이르고, 북서녘 능선을 이어 와야1리 경로당으로 내렸다.
당도한 마방산의 정수리는 국토지리원 5만 축척 지도에는 동봉과 같은 높이의 등고선이다. 그러나 취재진이 지참한 고도계에 의하면 이곳이 약간(5m) 높다. 동서로 길쭉한 정수리에는 대왕 소나무 한 그루가 부하 장수들을 거느리고, 몇 그루의 굴참나무도 자리한다. 산꾼들의 흔적이 전혀 없는 정수리에서 간식을 나누고 하산을 서둘렀다.
남서쪽으로 능선길을 내려간 첫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뚜렷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어간 710m봉에서 왼쪽(동쪽)으로 꺾어 내리면 다시 삼거리에 이르는데, 취재진은 동쪽의 계곡으로 내려 임도 끝에 도달했다. 너른 임도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느긋이 내려가면 강원민요연구소를 만난다. 아쉽게도 사람이 없어 건물만을 사진에 담고 다시 임도를 내려가면, 올라갈 때 만난 장승 삼거리를 지나 복골저수지에 도달한다. 동창교 옆에 자리한 마방터에는 마방터 약사를 적은 빗돌들이 자리한다. 또 그 서쪽에는 기미만세공원이 조성되어 기미만세상과 만세운동기념비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만세공원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보물 541호, 542호, 543호, 544호, 545호가 자리한 '홍천 물걸리 사지'가 자리한다.
*산행길잡이
동창마을 버스정류소-(30분)-복골저수지-(20분)-장승 삼거리-(2시간10분)-뾰족봉-(10분)-마방산 정상-(1시간)-임도-(1시간)-동창교
마방산 원점 산행의 들,날머리는 동창마을(물걸리) 버스정류소. 버스를 내려 동창교 옆에 세워진 '강원민요연구소 2km' 팻말을 따라 북동쪽으로 마을길을 이어가면 복골(동창)저수지에 이른다. 저수지 오른쪽으로 포장도로를 이어들면 장승이 자리한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은 강원민요연구소로 이어지는 하산길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아름드리 돌배나무가 자리한 농가를 지나 최근에 지은 마지막 농가를 만난다. 이곳에서 200m 더 올라가면 다시 삼거리를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도로가 끝나고 능선길이 시작된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능선길을 이어가면 무덤과 장송지대를 지나 갈고개에서 올라오는 주능선에 도달한다. 정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길게 이어가면 능선길은 왼쪽으로 꺾어지고, 서녘 능선길을 계속 이어가면 아홉사리재로 이어지는 뾰족봉(약 807m)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서쪽에 자리한 정수리까지는 10분이 소요된다.
하산길은 정수리에서 남쪽으로 내려야 한다. 서북쪽으로 내려가면 서쪽의 와야리로 내리게 되니 주의를 요한다. 남녘 능선 첫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내리면 뚜렷한 산길이 이어지고, 710m봉에서 동쪽으로 꺾어 내리면 계곡길을 지나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내리면 강원민요연구소와 복골저수지를 지나 마방터가 자리한 동창교에 도달한다. 동창교-복골저수지-동봉-정수리-남쪽 능선-동창교를 잇는 원점회귀산행은 약 5시간30분이 소요된다.
승용차 이용시에는 복골저수지에서 내리면 1시간이 절약된다. 아홉사리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쉽게 오를 수 있으나 동쪽 능선의 멋진 소나무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독립운동의 진원지인 마방터와 기미만세공원, 보물 다섯이 자리하는 '홍천 물걸리 사지'는 가까운 거리이므로 반드시 둘러보아야 마방산 산행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ARS 1588-5979, 02-446-8000)에서 수시 운행하는 시외버스로 홍천에 가서, 홍천터미널(033-432-7893, 7788)에서 1일 5회(06:30, 08:50, 15:00, 17:10, 18:00) 운행하는 수하리행 군내버스를 이용하여 물걸리(동창)에 내린다.
*잘 데와 먹을 데
들,날머리인 물걸리엔 식당과 여관이 없고, 홍천읍 시가지에 식당과 여관이 여럿 있으므로 홍천읍으로 이동해야 한다.
글쓴이:김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