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미 연방 제4항소법원은 교도소 내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앙에 따른 식사법인 ‘코셔(Kosher)’에 따라 식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버지니아 교정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므로 위헌확인을 구한 아이라 메디슨(Ira W. Madison)의 청구를 인용하는 취지로 판결했다.
‘코셔’란 구약성경을 기초로 한 유대인들의 독톡한 정결 음식법을 일컫는 말로서 출애굽기(the Exodus) 제23장 제19절 “너는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즉 생명을 주는 요소인 젖과 생명이 없는 죽은 고기를 함께 섞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유대인들은 우유 제품의 음식과 고기 제품의 음식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섞이지 않도록 항상 주의한다. 따라서 두 식품을 함께 먹지 않음은 물론이고, 두 가지 식품을 다루는 그릇이나 포크 등도 철저하게 분리하여 사용한다.
메디슨은 1896년에 창시되고 버지니아 주에 본사를 둔 ‘하나님과 성자 예수교(Church of God and Saints of Christ)’의 한 교인인데, 이 종교는 하나님의 추종자들임을 자칭하고 미국 흑인들을 성서에 나오는 유다의 진정한 후손으로 간주한다. 아울러 코셔에 따라 식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메디슨은 자신의 종교적 신앙에 따라 2000년 7월과 2001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교도소측에 코셔에 따른 음식 제공을 요구하였으나, 교도소측은 메디슨이 수감기간 중 다른 종교 단체에도 가입하였고 개종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 과연 신앙심이 진지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 또한 과거 메디슨의 수감생활상 문제가 많았던 점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대해 2001년 8월 메디슨은 연방지방법원에 연방의회가 제정한 연방법률인 RLUIPA(종교구역설정 및 수용인 법; Religious Land Use and Institutionalized Persons Act of 2000)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RLUIPA 제3조 (a)항은 “수용인의 종교적 행사에 실질적 제한을 과할 수 없다. 비록 그 제한이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정부의 필요한 목적을 위해 가장 덜 제한적인 수단을 선택한 경우라면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b)항은 “위 (a)항은 주정부가 연방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을 경우 주정부에도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버지니아 교도소는 연방정부로부터 자체 예산의 0.5%에 해당하는 472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었으므로, 연방법인 RLUIPA가 버지니아 주정부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버지니아 정부는 RLUIPA가 정교분리의 원칙을 규정한 연방헌법 수정 제1조(Establishment Clause)에 위반된다고 주장했고, 연방지방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RLUIPA가 수용자의 종교행사 자유를 너무 지나치게 보호함으로써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위헌법률이라 판시했다.
이에 메디슨이 항소하여 연방 제4항소법원이 심리하게 되었는데, 항소법원은 지방법원과 정반대의 결론을 제시하면서 이를 파기 환송하였다.
우선 정부의 조치나 의회의 입법이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단기준으로 ‘레몬 테스트(Lemon test)’가 있는데, 이는 연방대법원이 1971년 레몬 사건(Lemon v. Kurtzman)에서 판시한 것으로 해당 입법이 종교와 무관하게 합리적인 세속적 목적(legitimate secular purpose)을 가지고, 부당하게 종교를 지지하는 결과(impermissible effect of advancing religion)를 가져오며, 이에 따라 지나치게 종교와 밀접한 관련(excessive government entanglement with religion)이 있다면 위헌이라는 것이다.
항소법원은 이러한 레몬 테스트에 비추어 판단할 때 RLUIPA의 제정취지가 다른 종교에 비해 특정 종교를 혹은 무신론자에 비해 신앙을 가진 자의 이익을 더 증진시키기 위해 제정된 것이 아니라 가치중립적인 점, 정부가 종교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종교 행사의 자유에 정부가 제한을 가하는 것을 완화시키는 것에 불과한 점, 이에 따라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판시 이유로 제시했다.
이 판결은 비록 소수의 종파라 하더라도 그리고 개인의 신앙이 진실한지 여부에 대해 법원이 판단하기에 앞서 교정시설에 수용된 수용자에게도 자신의 종교행사의 자유로서 단지 집회나 성상 소지의 수준을 넘어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식사 대신 종교적 식사법까지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이와 유사한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신청이 제기된 바 있었으나 아쉽게도 본안심리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청구인 모씨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1년 8월을 선고받아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 정신질환자 집결수용시설인 진주교도소로 이송되었다가 다시 마산교도소로 이송되었다가 형기종료로 출소하였다. 그런데 청구인이 2003. 3. 24.부터 같은 해 9. 23.까지 진주교도소에서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어 구금되어 있는 동안 종교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박탈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3. 8. 7. 종교집회행사 참여금지 등 위헌확인을 구하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03헌마743).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6. 1. 26.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는데, 청구인이 이미 형의 집행을 종료된 후 출소하였으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침해 가능성이 소멸함으로써 권리보호이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또한 교도소측에서 이미 청구인의 심판청구 이후 종교 모임 행사를 실시하여 집회참여 금지행위가 반복될 가능성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현행 행형법 제1조의3은 교정시설 수용자의 종교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제31조 제2항은 수용자가 신봉하고 있는 종파의 교의에 의한 특별 종교모임을 청원할 때에는 당해 수용소장은 그 종파에 위촉하여 이를 갖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 예규인 ‘수용자 신앙생활에 관한 지침’을 살펴보면 제3조에서 수용자는 그가 신봉하는 종교의 교의에 따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고. 교정시설의 장은 교정시설 내에서 종교단체 및 종교인이 주재하는 종교 활동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을 계기로 현행 교정관계법령이 인권존중의 시대적 요구에 미흡하다는 비판이 각계에서 제기됨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선진외국의 모범적 사례 등을 적극 수용하고, 법무부 훈령이나 예규 등 행정규칙에 산재되어 있던 수용자 기본권 관련 규정들을 대폭 법률에 규정하는 등 수용자의 인권신장을 도모하고자 작년 1월 입법예고를 통해 개정 행형법에서는 종교행사 참석, 성직자 상담신청 및 종교관련 서적·물품 소지 등을 허용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외국인의 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국내 정서도 갈수록 다변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기독교, 불교, 천주교와 같은 3대 종교 이외의 다른 종교를 믿는 수용자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메디슨 사건과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으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제기되고 심리기간 중 수용시설에서 이를 즉시 시정하지 않을 경우 과연 우리 헌법재판소는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문제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