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의 조상들에 얽힌 이야기!

왕건의 조상들에 얽힌 이야기! 1. 이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왕건은 어떠한 내력을 지닌 가문의 후손이었을까요? 김관의의 <編年通錄>에 따르면 왕건의 먼 조상에 관한 설화적인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한다. 스스로 성골장군을 자처하는 호경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백두산에서부터 놀면서 내려와 지금의 개성인 부소산(扶蘇山) 좌곡(左谷)에 이르러 장가들어 살림을 하였다. 그는 집은 부유하였지만 자식이 없었다. 호경은 활쏘기를 잘하여 사냥을 자주하였다. 하루는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 9명과 함께 평나산(平那山)에 가서 매 사냥을 하다가 날이 저물어 바위 틈 굴에서 밤을 새우려고 했다. 그런데 별안간 호랑이가 나와서 바위굴 어귀에서 크게 울부짖었다. 함께 온 10명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서로 상의하였다. "호랑이가 우리를 잡아 먹으려고 하니 시험삼아 관(冠)을 던지면 호랑이가 물을 터인데, 관을 잡힌 사람이 굴 밖으로 나가 호랑이 밥이 되기로 하자"고 약속하였다. 드디어 모두 관을 던졌다. 그런데 호랑이는 다름 아닌 호경의 관을 덥썩 물었다. 이제 호랑이 밥이 되기로 약정된 호경이었다. 그는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호랑이와 일전을 벌일 각오를 하고는 주먹을 야무지게 쥔 채 굴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호랑이는 보이지 않았다. 순간 바위굴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9명은 모두 매몰되고 말았다. 2. 그러면 호경은 어떻게 되었는가요? 산에서 내려온 호경은 평나군(平那郡)의 관청에 찾아가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렸다. 그리고는 산으로 돌아와 9명의 시신을 찾아 장사지낼 때 먼저 산신에게 제사지냈다. 그러자 산신이 홀연히 나타나서 말하였다. "나는 과부로서 이 산을 관장하고 있는데 다행히 성골장군을 만나 같이 부부가 되어 함께 신정(神政)을 펼치고자 하니 청하건대 이 산의 대왕이 되어 주시오" 그 말이 끝나자 마자 산신은 호경과 함께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는 보이지 않았다. 따라 온 평나군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기면서 호경을 대왕이라 불렀고, 사당을 세워 그를 제사지냈다. 이 평나산에서 9명이 죽었으므로 산 이름을 고쳐 구룡산(九龍山)이라 했다. 그런데 산신과 부부가 된 호경은 속세의 옛 처를 잊지 못하였다. 밤이면 찾아와 항상 꿈같이 교합(交合)을 하고는 갔다. 그래서 낳은 아들이 강충(康忠)이었다. 강충은 체모가 단정 근엄하고 재예(才藝)가 많았는데 서강(西江) 부잣집 딸인 구치의(具置義)라는 처녀에게 장가 들어 오관산(五冠山) 마하갑(摩訶岬)에서 살았다. 3. 당시에는 풍수사상이 크게 유행을 하였는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그 무렵 풍수에 능통하였던 신라의 감간(監干)인 팔원(八元)이 부소군(扶蘇郡)에 와서 군의 형세를 살폈다. 이 팔원은 황룡사9층탑을 중수할 때(872)와 지증대사비를 조성할 당시(879)에 집사시랑이었던 김팔원을 가리킨다. 그가 보건대 군(郡)이 부소산 북쪽에 자리잡고 있어 산(山) 인물은 좋으나 초목이 없었다. 김팔원은 강충에게 예언하였다. "만약에 군을 산의 남쪽으로 옮기고 소나무를 심어 암석이 드러나지 않게 하면 삼한을 통합할 이가 태어날 것이다" 그러자 강충은 군민(郡民)들을 동원하여 산의 남쪽으로 옮겨 살며 소나무를 온 산에다 심었다. 그리고는 부소군을 송악군(松嶽郡)으로 개명하였다. 이와 더불어 강충은 송악군의 상사찬(上沙粲)이 되었으며, 전에 살았던 마하갑의 제택(第宅)을 영업지(永業地)로 삼아 왕래하였다. 4. 강충은 자녀를 어떻게 두었는가요? 강충은 집에 천금을 쌓아 두었을 정도로 부유하였다. 또 그는 두 아들을 낳았다. 끝 아들을 손호술(損乎述)이라 하였다가 보육(寶育)으로 개명하였다. 보육은 성품이 자혜(慈惠)하였는데 출가(出家)하여 지리산에 들어가 도를 닦고 평나산의 북갑(北岬)에 돌아와 살다가 마하갑으로 옮겼다. 보육은 일찍이 지금의 개성에 소재한 곡령(鵠嶺)에 올라가 남쪽을 향하여 소변을 보았다. 삼한 산천에 오줌이 넘쳐 흘러 문득 은바다로 변하는 꿈을 꾸었다. 이튿날 자신의 형 이제건(伊帝建)에게 꿈 이야기를 말하였다. 그러자 이제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는 반드시 큰 인물될 사람을 낳으리라" 그러면서 자신의 딸 덕주(德周)를 아내로 삼게 하였다. 이후 보육은 거사가 되어 마가갑에 목암(木菴)을 지었다. 그랬더니 한 날은 술사가 이런 말을 했다. "이곳에 살면 반드시 대당(大唐) 천자가 와서 사위가 될 것이다"라고 예언을 했다. 5. 보육은 자녀를 어떻게 두었는가요? 보육은 훗날 두 딸을 낳았다. 작은 딸을 진의(辰義)라고 하였는데, 아름답고 재지(才智)가 많았다. 진의가 15세 되었을 때였다. 그의 언니가 오관산 꼭대기에 올라 소변을 보니 소변이 흘러 천하에 넘치는 꿈을 꾸었다. 그녀는 깨어나서 진의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진의는 말을 듣고난 후 입을 떼었다. "바라건대 비단 치마로써 이 꿈을 사게 하여 주시오" 그러자 언니는 그 말대로 해 주었다. 진의는 언니에게 다시 꿈 이야기를 한 번 더 해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것을 잡는 시늉을 하고는 품에 안기를 세 번 하니까 이윽고 몸이 무엇을 얻은 것처럼 움쭉거리고 마음이 자못 든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