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있던 어제, 3월1일...
30분에 한 대씩 있다는 1호선을 타야하는 내게,
안양에서 대절버스로 이동한다는 남부군은 마치 구세주와 같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남부군의 버스만 타게 된다면...
난, 긴 시간 전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허나... 난, 어김없이 소사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철도파업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난... 이미 자봉을 신청해 놓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만남도 없던 내게...
친절히 안내를 해주신 남부군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보통 때같으면 1시간30분의 거리인데...
만일을 몰라 12시를 조금 넘겨 집에서 나섰다.
한참만에 온 전철...
그 안에 간신히 몸을 실은 난... 흡사 피난민이었다.
중간에 꽉 끼어서... 숨 쉬기조차 힘들었으며...
내 몸 하나 의지할 손잡이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가 탄 전철은 광화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난, 광화문으로 가고 있었다. 그거면 됐다. 그것이면 됐다.
서명을 받고... 컵에 초를 끼우고...
초가 가득한 커다란 봉지를 들고서 이리저리 돌리고...
지하도를 오가며, 뛰고 달리고...
지방에서 오신 분들의 도시락을 챙기고...
그렇게 항상 내 어깨를 누르고 있던...
내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었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오늘...
간시히 아침을 챙겨주고 현관에서 제대로 뜨지 못한 눈으로 염치없는 배웅을 했다.
지금... 내 가슴이 시린 건 무엇 때문일까?
지금... 내 눈 앞이 뿌얘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난, 지금 너무 아프다. 팔 다리... 하물며 잇몸까지 너무 아프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픈 건, 내 마음이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어제 집회를 끝내고... 난 귀가를 서둘러야했다.
먼 거리의 집, 게다가 철도파업까지...
그런 이유로 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속도를 내야했다.
운이 좋게도 기다림없이 전철을 탈 수 있었다.
전철이 지하를 빠져나와 지상으로 나왔을 때...
하늘에선 장대비와 같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의 말에 큰 일이 있을 때, 눈이 오면 좋다고 했던가?
난, 어제 그 말을 믿었다.
' 약속 지키실 거죠? 좋은 소식 주실 거죠? 저도 약속 드릴게요.
철도파업이 아니라... 전철이 아예 없어진다해도... 전, 광화문으로 가겠습니다.'
2006. 3. 2.
첫댓글 뉘신데 아침부터 심금을 울리시나여? 배낭에 붙인 작디작은 진실 알림판이 폭풍앞에 나비 날개짓에 불과하다해도 그렇게라도 할 수 있다면 마음만은 편합니다. 해바라기빛님.산에서 한번 뵙겠습니다.
실행할때가 빠른것입니다...운전면허 꼭 따세여..^^*
그 하루 그 한 순간이 우리를 "오늘의 우리들"이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멘트음악을 들어봅니다. 마음 건강한 하루 하루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