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봤습니다. 애니매트릭스를 아직 못 보고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
2편은 1편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군요. 2편에서 저는 대사 하나하나에
상당히 흥미를 느꼈습니다. 워쇼스키 형제가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배우들과 함께 수많은 철학책을 머리싸매며 읽었다고 하는데, 허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3편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지 감이 잘 잡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미 네오는 2편에서 예측 불가능하며 자신의
마음대로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네오도 역시 매트릭스 안에서 설계된 에러의
일부분인 것으로 밝혀지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네오와 오라클의
이전 대화에서 이야기하는 바와 같이 네오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란 겁니다. 따라서 트리니티를 살리는 네오의
선택은 아마 아키텍트가 예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트리니티를 향한 네오의 사랑은 아키텍트의 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온은 매트릭스의 일부일 겁니다. 애니를 못봐서 확신은
없지만 오라클이 네오에게 한 마디 건네죠. "요새 잠 잘 못자지?"
라고... 매트릭스 내부에 있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시온에서의
일을 알겠습니까. 그러니까 새로운 시온을 재건하라는 아키텍트의
제안도 역시 정해진 프로그램입니다. 시온은 네오같은 버그와
매트릭스에 반대하는 자들을 손쉽게 처리하는 방식이겠죠.
네오와 트리니티의 러브씬을 보며 매리빈지언은 아마 아키텍트가
언급한 과거의 6명의 에러, 혹은 The One인 일자(一者)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페르세포네는 매리빈지언의 사랑을 갈구하죠.
하지만 그 사랑은 변질되어서 이제는 없습니다.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사랑'은 혁명revolution의 또 다른 키워드일거라고 생각한다면
매리빈지언이 일자였다..라는 추측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매리빈지언의 논리를 잘 살펴봅시다.
매리빈지언은 자신을 찾아온 네오 일행에게 cause and effect,
causality (인과율의 법칙)를 지긋지긋하게 강조합니다.
"원인없는 결과는 없다"고요. 매리빈지언은 매트릭스 프로그램이
가져다주는 결정론의 논리에 굴복하여 결국 자신의 자유의지를
포기한 것입니다.
게다가 그 결정론은 매트릭스를 보존하는 형태의 논리로 나타나죠.
'힘 있는 자만이 '모든 것을 향유할 수 있다'고 하며 힘이 모든
것의 우위에 있음을 설득하려 합니다. 매리빈지언은 매트릭스
라는 강력한 세계가 만들어내는 힘의 질서에 복종하고 만겁니다.
우리들의 세상도 도덕적 이상과 자유가 만들어내는 질서보다,
강자의 편익과 논리가 더욱 우위에 있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네오는 매리빈지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득불
키메이커를 구출해서 일을 내버리죠...
이처럼 네오는 이미 2편에서 매트릭스의 영향에서 벗어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네오는 과연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을까요...
오라클과의 대화 직후 스미스가 나와서 네오와 한 판 붙죠. 그런데,
스미스는 은근슬쩍 네오에게 "모든 존재는 목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다"
고 위협합니다. 스미스는 원래 매트릭스의 암적인 존재를 제거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입니다. 네오는 위에서 아키텍트가 말한 에러이고,
오라클은 에러를 아키텍트에게 인도하기 위해 설계된 프로그램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스미스의 정체가 뒤에 드러납니다. 자신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자신을 복제하는 바이러스의 형태로 매트릭스의 명령을
받지 않게 되었다고... 이 점에서 네오와 스미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3편의 예고를 보면 네오와 스미스의 대결이 또 핵심으로 부상하죠.
스미스도 역시 매트릭스 바깥으로 나간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네오와는 반대되는 목적으로 싸우겠죠... 이미 2편에서 그 둘의
존재이유, 즉 목적은 매트릭스의 완벽한 실현이라는 것에서 벗어난
것은 분명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네오가 진정한 일자로 거듭난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죠.
네오가 기계를 물리치는 방법은 매트릭스의 그것과 다를 것 없습니다.
마음먹은대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매트릭스의 세계... 라는 것을
1편에서 깨달았다면, 2편에서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자신의 손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발휘된 것입니다.
3편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애니도 빨리
보아야 하고... 하지만 네오가 만들고자 하는.. 아니 감독이 실현시키
고자 하는 결말의 정신은 예측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와 인과율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인간 존재의 해방을 추구하는 것이 그 의도가 아닐까 싶네요.
혁명은 바로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겠죠....
곧 있음 군대에 가야하니 11월에 나오는 3편 못 보겠군요;;;
..이상이 제가 매트릭스에서 읽을 수 있었던 철학적인 메시지였습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푸코, 들뢰즈, 흄, 헤겔 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군요;;;
그리고 신화와 종교가 매트릭스에 준 영향은 몇몇 장면과 캐릭터의
이름설정에서 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음은 나우누리에서 본 글이에요...
Neo 네오: new라는 뜻. 뭐가 새걸까..
많이 알다시피 네오는 예수를 상징한다고 한다. 매트릭스 1에서 무슨 프로그램
을 네오한테서 사간 펑크녀석은 그를 'savior(구세주)'라고 부른다. 또, 그때 그의 방
번호는 101호였다. The One('그')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번호가 아닐까? 또, 3일만에
죽었다 부활한 예수님처럼 네오는 303호실에서 죽었다가 살아난다.
Thomas Anderson 토마스 앤더슨: 네오가 현실이라고 믿었던 매트릭스의 세계에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