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에서설악까지 *일곱번째(6째구간)이야기 |
(부제 : 불운의 덕유산 대탈출) |
마약같은 산행이다. 아니 산행은 마약이다. |
나의 일상은 오로지 산뿐인가? 산행을 마치고 나면 다음 산행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일행을 |
누구로할까? 산행 형태는 어떤식으로 할까? 주간산행/야간산행 고민을 해본다. 즐거운 고민이다. |
구성원에 맞게 모든 경우의 수를 늘어놓고 하나씩 따져본다. |
유월5일에 출발해서 6일 새벽 5시부터 육십령을 출발하면 10여시간뒤에 동업령에서 비박을 하고 |
다음날 여유있게 산행을 한 후 빼재(신풍령)에서 마치면 되겠구나하고 잠정 계획을 잡고 있는데, |
지난 대덕산 구간에서 상당히 기분이 UP되었는지 5월6일 아침부터 남수로 부터 전화가 온다. |
다음구간에 대한 나의 계획을 미리 알고 싶음에서 이리라. 그러나 변수가 있는 법. |
바로 알려 줄 수는 없고, 준비되는 대로 알려주마 했다. 문제는 대구에서 날라 올 N3의 일정이다. |
N3와의 조율이 끝나고 6월6일 아침에 출발하여 13시경 육십령에서 만나는 것으로 잠정 계획을 |
잡아본다. 결국은 출발 하루 전날 남수는 나를 찾아와 불참을 통보한다. |
No1.부터 신규회원인 No7.까지 Lucky Seven이었어야하는데 No6가 빠져 아쉽지만, |
Three Seven이 있어 분위기는 더 없이 좋다. 7 이상의 회원은 관리능력의 부재로 곤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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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IC에서 택시 두대를 타고 온 동란을 만나 육십령으로 향한다. |
이미 인터넷과 책에서 만난 조경자씨께 인사를 한다. 첫 대면이지만 대번에 왕년의 고수임을 엿볼 수 있는 |
모습이었다. 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저녁거리를 챙긴고 당초 예정 시각보다 늦게(13:45) |
풍성하고 행복한 잔치를 기대하며 전북 장수와 경남 함양을 잇는 734m의 육십령(육복치/육십현)을 |
출발한다. 27년전의 종주길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속에 허기짐과 無光의 非泊이었다. |
예나 지금이나 덕유산은 그대로인데 세월감에따라 보는 눈과 느끼는 마음이 틀려진다. |
육십령(734m)에서 첫 관문인 고도차 292m의 할미봉(1026.4m)까지 80분에 걸쳐 잘들 올라간다. |
처음 광연이가 선두를 섰지만, 내가 다시 선두로 나선다. |
2山16峰(할미봉,서봉,남덕유산,1340봉,삿갓봉,무룡산,1428봉,1433봉,1380봉,1359봉,1327봉,백암봉,귀봉, |
지봉,1302봉,대봉,갈미봉,빼봉)을 넘기 위해서는 속도조절을 해야만 한다. |
무사히 할미봉 정상에 올랐다. 솔직히 할미봉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의미는 모르겠지만 할미봉에 오르기는 |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데 교육원삼거리를 향한 내리막길은 된비알이라기보다 차라리 암벽등반이다. |
내 자신도 겁먹을 지경인데 일행들이 더 더욱 걱정이다. 다행히 긴장하며 조심들을 해서일까? |
무사히 통과한다. 약간의 여유스런 마음으로 서봉을 오른다. 당초 계획보다 엄청 긴 시간이다. |
비박장비를 챙긴 일행 모두는 아주 여유로운 마음이다. 가끔 뒤돌아보면 할미봉의 할미가 우리가 잘 가고 |
있는지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듯하다. |
서봉(장수덕유산)에 오르니 우리가 지나온 길이 아득히 보이고 할미는 여전히 우리를 바라보며 잘가란다. |
반대편에서 어느 아주머니께서 줄 잡고 올라오며 '차라리 애를 낳는게 낫지'하신다. |
'큰일이네, 좀 더 가시면 쌍둥이 나셔야겠네'하고 대꾸한다. |
서봉에서 남덕유산을 향한 길도 만만치가 않다. 수천 수만보의 발걸음을 해야하는 과정중에 어느 발걸음 |
하나 조심 안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선두에 선 나는 뒤따르는 일행에게 계속 조심할 것을 강조해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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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국 일이 터지고말았다. 순간적으로 나의 왼발이 미끄러지고 바위에 걸린 오른쪽 다리는 따라 |
미끄러지지 못하면서 무릎이 안에서 밖으로 꺽이고 말았다. |
하도 기가막혀 통증도 별로 못느끼며 헛우슴이 나왔다. 그러나 웃을 일이 아니었다. |
잠시 정신을 차리고 몸을 추스리고보니 통증이오기 시작한다. 우선 윤석이가 평지까지 내 배낭을 내려놓고 |
나는 서서히 내려간다. 정상적인 산행은 어려울듯하다. 윤석이등 셋은 선행을 시키고 광연이 무열이와 |
동행하며 천천히 걷는다. 날이 어두워진다. 랜턴으로 길을 밝힌다. 남덕유를 넘어 월성재에서 非常 비박을 |
해야할 것 같다. 선두에게 전화를 한다. 불통이다. 겨우 연락이되고, 윤석이에게 비박자리를 찾으라고 |
이야기를 하고 남덕유정상을 향한다. 갑자기 오한이 오고 졸음이 쏟아진다. 그대로 주저앉아 자고싶다. |
만사가 귀찮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남덕유를 넘어 월성재가 한없이 멀게만 |
느껴진다. 월성재 비박지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온다. 반가운 소리다. 이젠 약간의 마음을 놓으며 조심조심 |
내려가면된다. 두어번 윤석이와 다시 통화를 하고 나서 윤석이가 마중을 나왔다. |
윤석이가 내 배낭을 메고 나는 몸이 홀가분해졌다. 잠깐의 마중이 아니었다. 20여분의 마중길을 나와준 |
것이다.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며 하산중 또 다른 불빛이 보인다. |
動蘭과 動山도 걱정이되었는지 한참을 마중나왔다.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고 미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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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지에 모두가 도착한 후 먼저 잠자리를 마련하라고 주문을 한다. |
매트리스+침낭커버+침낭등 각자의 잠자리가 마련되고, 한자리에 모인다. 더 이상 나의 불편함을 통증을 |
보여서는 안된다. 더 이상 미안함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
먹는 시간만큼은 즐거워야한다. 육십령의 조경자누님으로부터 받아온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돼지 특유의 냄새를 피우며 맛있게도 끓는다. |
밥은 없다. 계획대로라면 삿갓골재대피소에서 햇반을 사서 먹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
비상이라 비상식을 해야한다. 미리 준비해간 라면으로 전골을 만들어 먹는다. 윤석이가 주방장을 |
자청한다. 드디어 나오기 시작한다, 술이. 상황버섯주, 인삼주, 오디주, 소주가. |
모두를 뒤로 밀고 아라비안나이트 천일야화에 나오는 음료수라며 위스키를 내놓는다. |
카타르 도하에서 주인을 제대로 만나 비행기 타고 한국까지 따라 왔고, 이제까지 잠만자다 이 좋은 날에 |
주인따라 분홍빛 새악씨 덕유산에 올라 동산과 동란 그리고 친구들에게 인사를 올린다. |
보기만해도 매력적이다. 그 요염함에 모두들 아니 취할 수 없다. |
아! 물 좋고, 공기 좋고, 달별 좋고, 님이 좋아 취하는 맛이 일품이구나. |
어쩌랴! 좋은 Girl ! 취할 수 밖에. 취한 김에 시 한 수를 읊어볼까나. |
"어두운 밤 구름 위에 저 달이 뜨면 괜시리 날 찾아와 울리고 가네 |
구름아 알고 있나 저 별과 달을 고요한 밤이 되면 살며시 찾아와 |
님 그리워 하는 맘 알아나 주는듯이 하늘나라 저 멀리서 나를 오라 반짝이네" |
에구 이 나이에 별일이네. 아무렴 어떠랴. 그냥 좋으면 되지. |
재미있는 이야기는 재미없게, 재미없는 이야기는 재미있게 꾸려 나가며 |
결국 상황버섯주부터 오디주, 소주까지 다 마시고 잠자리에 든다. |
메실주는 꼭꼭 숨겨놓았다. 이것도 비상식이다. |
달도 별도 없는 非常 Bivouac이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動山(Moving Mountain)과 動蘭(Moving Orchid)이 |
함께 있어 아름다운 非泊이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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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침낭 위로 비 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아름다운 산상의 새벽을 알리는 빗소리다. |
적어도 내겐 문제될게 없었다. 일행 모두 침낭커버를 준비 시켰으니 젖을리는 없고 계속 자고싶은 만큼 |
자면된다. 시간에 쫓길 일도 없다. 잠깐 비가 오는듯하더니 그친다. '기상대를 믿어야지!' 이젠 무릎의 |
통증이 나를 깨운다. 간 밤에는 나를 재우느라 통증도 함께 잔 모양이다. 전날 보다 더욱 아프다. 참자. |
더 이상의 통증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미인함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
다시 비가 쏟아진다, 더욱 쎄게. 그래도 또 믿어본다, 기상청을. 누군가 짐을 챙기는 소리가 들린다. |
"총체적 난국"이라고 했다. 나는 전혀 아닌데 말이다. 나 혼자서 계속 잘 수가 없어 일어났다. |
더 자고 싶어도 통증때문에 더 잘 수가 없어서 일어났다. 짐챙기는 것을 모두 일행들에게 부탁해야만 |
한다. 모두가 짐을 꾸린 후 하산을 시작한다. 5시반쯤 되었나? |
황점마을까지 월성계곡을 따라 3.8Km를 내려가야한다. |
광연이만 내게 붙여놓고 먼저 하산을 시킨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사투는 아니다. |
아주 열심히 내려갔건만 겨우 300m다. 샘터 곁에 3-4명이 예쁘게 비박을하고 있다. |
별로 부럽지 않다. 우리는 더 멋있는 있는 그대로의 야생의 비박을 했다. 몇몇은 평생 잊지못할 비박을. |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하산길에 천사가 가지고 놀던 옥구슬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호리병 속으로 들어가 |
굴러다니는 듯한 새소리가 들린다. 계곡속의 흐르는 물소리도 화음을 더해 나를 반기며 용기를 북돋운다. |
나의 사고는 아름다운 월성계곡을 알리기위한 덕유산신령께서 내게 주신 숙제였던 모양이다. |
네시간 그리고 삼십분동안 잘 잘못을 마음속 깊이 깨달으며 하산을 마쳤다.
든든한 외쪽 다리가 온 몸을 버티고 지켜준 것이 너무도 고맙구나. |
이번의 학습효과로 인하여 나머지 27구간은 절대 무사고로 완성할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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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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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無之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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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생 많이하셨네..담 구간 시작할 때까지 몸조리 잘 하시고 맘 편히 가지시게..
Thank Youuuuuuuuuuuuuuuuuuuu !!!!!!!!!!!!!!!! 나 때문에 고생 많았지?
아이구 우짜다가 방장님이 사고를 당하셨나여... 이런경우를 뭐라하드라?? ㅋㅋㅋ 우쨋든 빨리 완쾌하시길..
아런 경우? 흔히 있는 경우 ! 어는 누구든 일어날 수 있는 경우. 항상 언제 어디서나 조심해야지 !!
지설회 마침표 잘 찍으라고 덕유가 잊지 못할 스티커를 붙여줬네요 ㅎㅎ 무사하산을 가장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루하루 완쾌하시길
회복 속도가 너무 빠른거 같다. 회원들 덕분에 좋은 경험했지.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세째도 안전 !
고생 했구먼 원숭이도 뭐라드라?
많이 걱정했는데 큰 부상이 아니라하니 안심이네. 다음 산행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하네 ***사림의 글을 이 곳으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