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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원효가 배를 타기위해 도착하여 득도하였다는 직산(?山)은 발굴조사나 고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금의 성환읍 근처의 직산으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신라시대에는 다른 지명(蛇山)으로 불리웠고 고려 이후에 직산(稷山)으로 개명되었기 때문에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심복사 주변의 현덕면 황산리의 ‘직산장터(안중장터)’, 안중읍 대반3리가 ‘직산말’이라 불리웠고, 황산리 앞에 까지 배가 드나들어 수많은 왕래가 있었다고 하며 신라시대의 것으로 밝혀진 현덕의 덕목리 산성, 심복사의 석조비로자나불상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몇 가지의 설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경주에서 당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안성천 주변과 현덕(신왕나루, 구진나루 등), 평택항 일대를 거쳐 간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여러 가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전문 학자들과 지역의 향토사가들에 의해 좀 더 체계적인 조사와 학술연구를 통하여 확고한 이론을 정립을 해야 할 것이다.
깊이 있는 학술연구의 필요성은 우리 지역의 역사를 밝히는 것에 더 나아가 신라가 평택항 일대를 장악한 6세기 중반이후부터 장보고가 청해진(완도)을 거점으로 해상왕국을 이루기 이전까지(장보고 이후 해상활동의 양상이 바뀐다고 함) 가장 활성화된 국제교역항인 평택항 일대를 쟁취하기 위한 삼국간의 처절했던 역사, 즉 한반도의 역사를 밝힐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 기간이 우리가 관심을 갖는 원효, 혜초라는 인물이 평택 땅을 밟은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역사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역사학자 E. H. 카의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끝임 없는 대화‘라는 말의 의미는 현재의 시대적 상황에 따라 과거가 다르게 해석된다는 의미에 더하여 과거역사와 선인들의 개척정신에서 우리의 미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그랬을 때만이 죽어있는 역사가 아닌 살아서 생동하는 역사가 된다는 것이다. 현 시대의 요구가 역사인식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과거의 사실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의 가공이나 왜곡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자명한 진리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혜초가 평택에서 당나라로 출발했다는 역사적 사실 자체는 덜 중요할 수도 있다. 혜초나 원효에 대한 연고를 주장할 수 있는 지역이나 도시가 얼마든지 더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보다 먼저, 왜 주장하느냐 하는 것이다.
좁은 틀에서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이 세계와 삶을 함께 하였던 선인의 개척정신과 문명교류, 국제교류의 대명사인 실크로드라는 이미지를 평택시와 접목하고 평택항이 실크로드의 출발지였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선점함으로써, 국제화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평택시와 평택항의 브랜드로 삼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그런데 국제교류, 국제화 중심도시가 된다는 것은 무엇이고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교통수단이나 통신기술이 열악한 과거에는 중국 더 나아가 천축이나 대식이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것을 설혹 알았다 해도 거기서 일어난 일을 알려면 몇 달,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크로드나 혜초가 중요하게 부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어떠한가? 천축, 대식에서 만이 아니라 아메리카, 유럽, 심지어 북극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그것도 동영상으로 직접 보고 듣고 있다. 현재 평택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 속에는 전 세계의 모든 물건, 음식, 문화가 알건 모르건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주변에는 각국의 외국인이 수없이 다니고 있고 결혼, 취업, 관광을 위해 들어온 외국인과 같이 생활하고 있으며 전세계가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다.
<다음호에 계속>
왜 지금 평택에서 ‘실크로드’란 말인가? (4)
비단길은 그 자체의 단어에서 수많은 문화와 역사의 응축물이라는 이미지와 인적 교류, 물적 교역이라는 경제 문화 활동이 내포된 의미를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단어 하나에는 과거의 모든 문명과 함께 현재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여 우리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단어에 함축된 내용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전에 학교에서 배운 상식의 틀을 깨고 우리나라가 실크로드에 포함된 출발지였다는 획기적인 새로운 사실 하나만으로도 전국적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관심만이 아니라 세계적 이슈꺼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십여 년 전부터 국내 학자들 사이에서는 실크로드에 관한 붐이 일어왔고 특히 실크로드의 대가인 정수일 교수의 지속적인 학문적 지향은 동아시아 대륙의 동단인 해동의 나라가 외톨이로 고립된 나라가 아니라 고조선시대 이래 중국은 물론 서역 세계와 지속적인 문명교류에 앞장 서 왔다는 것을 밝히는 고난의 연구 과정이었다.
그렇지만 일반에서는 이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구나 학계에서도 이제서야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실크로드에 관한 연구 성과를 평택에서 먼저 받아들이고 지역발전의 모티브로 활용하기 위해 실크로드에 관한 세계적 행사를 개최하여 대내외적으로 선점한다는 것은 거꾸로 국내의 학계와 다른 지역, 도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혜초나 실크로드에 관해 할 말이 더 많을 수 있는 경주에서 이제 학술행사와 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아이템 개발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평택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다는 국제적인 행사, 실크로드와 관련된 대부분 나라의 도시들이 참여하는 실크로드 메이어스 포럼이라는 행사를 통해 대한민국, 그리고 평택이 문명교류의 대명사인 실크로드의 동쪽 끝, 즉 동쪽의 출발지라는 것을 공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참여하는 국가와 도시들의 관계강화와 상호의 이익증진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한다고 한다.
평택시로서는 국제교류의 대명사인 실크로드라는 브랜드를 통해 문화 역사적으로 평택항의 위상을 높여 평택항의 활성화와 이를 바탕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해내기 위한 방안모색이 핵심과제일 것이다. 이러한 방안모색은 평택항에 대한 역사 문화적 재조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선사시대 이래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에 걸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평택항이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살펴본다면 우리 미래의 방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삼국시대에는 가장 활성화된 국제교역항으로서 승려, 유학생, 외국에 보내지는 사신들의 관문, 즉 모든 문명교류, 국제교류의 관문이었으며, 조선시대의 세금인 대동미가 여기 평택항을 거쳐 한양으로 운송되었고, 제주도에서 태어난 어린 말들이 포승 원정리와 석정리의 목장토성에서 키워져 전국의 각지로 보내졌다.
유난히 평택의 서부지역에는 창(倉)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이 있다. 창내리, 해창, 창말, 설창 등등 현재의 물류기지를 지향하는 평택항 배후지역에 그 옛날부터 평택 내륙까지 들어오는 뱃길을 이용하는 수많은 창고들이 있었다. 평택항의 역사 문화의 재조명은 교역에 관한 것 이상으로 문화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올해 연초 경주에서는 유엔산하 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UNWTO ST-EP)과 문광부가 원효대사의 순례길인 경주에서 평택까지를 순례여행에 관광과 웰빙 개념을 결합한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에 더하여 실크로드의 개척자인 혜초를 결합하여 전 세계로 이어지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문화관광 상품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크로드의 동쪽 끝인 평택에서 세계적인 실크로드 축제를 만들어 낸다면 원효 트레일(경로)과 실크로드 트레일을 따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 세계의 중심 항만, 도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역사와 문명교류의 재조명을 통하여 우리 지역에서 살았던 선인들의 지혜와 발자취를 우리의 문화상품으로 개발하고 시민들에게만이 아니라 자라나는 학생에게 자긍심을 심게 하고, 선조들의 개척정신을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한 방안(실크로드, 혜초, 원효 영상 박물관, 템플스테이 등) 또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개최되는 실크로드 국제행사가 단지 한번 치르고 마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의 선조가 이 땅에서 어떻게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더 나은 고장, 더 훌륭한 미래를 자신들의 후손에게 물려주려고 어떻게 노력해왔는지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우리에게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일 것이다. 그럴 때만이 우리 현 세대가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 다음 세대들을 위해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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