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설희] 보물섬 남해 800리길 전국 마라톤 대회 후기 ^^

[두도]

[함설희] 보물섬 남해 800리길 전국 마라톤 대회 후기.hwp

2017 보물섬 남해 800리길 전국 마라톤 대회후기

 내고향 남쪽바다     10㎞ 도전기       2017.5.7

남해에서 살리라곤 꿈에도 몰랐는데,
내가 어찌 어찌하다보니 내 고향 남해에서 살게 되었다.
4월3일 회사 일에 묶인 서방님과 이별하고 홀로 단신 애기 둘 데리고 낙향하다! 그럴 쯤 나조차도 궁금하고 시골생활도 궁금하다!^^
객지생활 경기광주에서 살 땐 애들 맡길 데가 없어 전전긍긍 하였는데 남해 와서 부모님 모시고 전원생활 이어가니 애들도 좋아하고 나도 또한 기쁨이다.
자는 놈들 놔두고 운동 나가기도 불안하고 인접마트가기
더더욱 어렵지 뭐야. 평일 오후엔 데리고 운동 나가고, 줄줄이 소시지마냥 애들을 항상 앞세우고 다니는 아줌마로 유명했었다. 이제는 나만의 행복, 지족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보내놓고 아이들이 집에 와도 어머님이 돌봐주시고 아버님이 지켜주니 나는 나만의 운동하고 마라톤 훈련할 수 있는 시간들이여! 행복에 겨운 비명 야~~호 연발^^이다.
진돗개 『달인』이가 자기 데리고 가자고 왈왈! '어우  『달인』아 나는 혼자달리고 싶다고 임마'~~^^
작년 가을 중앙대회 이후 골반부상과 겨울추위, 그리고 이사문제로 훈련은커녕 산보도 통 하질 못했다.
고구려대회 10km 46분, 동마에서 46분, 훈련부족으로 더 이상 늘지 않는 내 실력. 아! 이대로 나의 마라톤 인생은 끝난다는 말인가!  떠밀려 참가한 4월28일 경기도민체전 출전하여  웬 50분,  뜨아!
아무리 쉬었다지만 바닥까지 찍고만 내 자신이 한심스럽고, 창피하고, 마지막 남은 오기가 발동하였다.
'사고 한번 쳐봐!'   남해로 이사 간다고 경기광주 마라톤의 달인, 풀 300회 완주 자, 남해향우 김철용님이 5월7일 보물섬대회가 있다고 알려주는데... ...   
우와.^^그래 46분대목표로 다시 준비 해보거야.^^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다짐하기 골백번
해변 가 로도 달리고 산으로도 달리고, 군대 유격훈련 하는 것처럼 산하를 누비며 열심히 했다고 하나 혼자서는 실력검정 판단은 어려운 숙제였다. 비가 오면 쉬고, 일한다고 쉬고, 힘들다고 쉬고, 애들 본다고 쉬고 그 많은 핑계 거리로 죄 없는 시간만 허비한 잔인한 4월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렇게 준비를 제대로 못한 가운데 대회 날은 꾸역꾸역 다가왔다. 대회 전날 어머님이 장어탕을 고와주시고. 아침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전복죽을 해주신다.
 '어머니 열심히 연습해서 보답할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마음속으로 다짐하건만 같이 가주기로 한 우리서방님이 피곤해서 못 일어나네. ㅜㅜ. 어휴 이일을 어쩔거나
그걸 보신 어머니 혼자 출발하려는 내가 안쓰러운지  '그럼 저가베(아들높임말)는 더 자거로 놔두고 마 내하고 가자' 서둘러 나서는 어머님, 아이고 황송해서 이일을 우짜노  (뜨아! 어머니!  감동의 눈물을 또 참고.^^)

어머님 뫼시고 정다운 姑婦는  신나는 노래 틀어놓고.^^ 휘파람 불며 불며 출발^^ 고고씨잉^^
노량 주차장에 나름 일찍 도착한다고 했는데
경기장엔 벌써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행사장 무대에선 음악소리 요란하고 사회자가 고래고래 뭐라 뭐라 하고, 풍물패들은 무대를 빙빙 돌면서 장구와 북을 쳐대고 대회분위기는 하늘에 닿는다.^^
여느 때 같으면. 준비 많이 해서 긴장도 하고 그랬는데,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에 오늘은 긴장도 없다.
김철용님.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사진도 남기고^^

남해클럽이 어디 있지? 가입하고 싶다하니 손잡고 따라간 1백 수십 명이 운집한 남해클럽 부스, 남해클럽 마라톤 고수들과 인사도 나누고, 반갑게 맞이해주는 내 고향 남해 사람들, 금방 친정집처럼 친밀감을 느낀다.
경기광주마라톤클럽에 처음 가입할 때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몸을 가볍게 풀고 스트레칭을 한 다음 스타트 라인에 서서 출발시간을 설레 이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충렬사를 바라본다.
9시 풀코스 출발, 하프출발, 드디어 10킬로 출발대기!
어머님과 화이팅을 나눌 쯤, 9시20분 출발신호 축포가 터졌다. 천천히 가자. 자세만 생각하자. 호흡하자. 오버하면 안 돼!
김철용님이 10킬로는 언덕이 한 개라 하셨는데 출발하자마자 귀여운 언덕이 한 개 나온다.
이걸 말하신 건가? 별거 아니네. 언덕 한 개 가뿐히 넘겨버리고,
뜨아! 이번에 제법 큰 산이 나온다.ㅜㅜ 한 개 가 아닌가봐.
선두권은 저 멀리 보이지도 않고, 군인도 오르막에서 걷고, 나도 좀 지쳐간다. 또 다시 얄미운 언덕 하나.
총 3개, 왕지마을 넘어서 해변 교를 지나 반환점이 가까워오자 자전거와 함께 선두가 온다. 
 그 뒤로 남해청년과 같이 갔던 김영원선수가 쌩~! 하고 날라 가는?
시계도 없어 내 페이스도 모르고ㅜㅜ   소요시간도 모르고. 그냥 뛰는 오늘 같은 날도 처음이다.
90% 해안도로 라고 했나?   뛰는 동안 바닥과 앞사람만 봐서 바다는 그리 기억이 안 난다.
바람이 불었던 건 기억나고^^
8킬로쯤 갔을 때, 검게 그을린 중년신사 한사람, 발피치도 일정하고 가볍게 통통 뛰는 그 사람 뒤를
 바싹 따라 붙었다.
동반주로 내 속도에 맞추어 달려주시니 마지막 2킬로가 그리 힘들지 않게 지나가는 것 같다. 
내 거친 호흡소리 땜에 죄송했지만, 결승선에 거의 다다르자, 아저씨가 옆으로 피해주시는 매너,
 사진 포토 혼자 찍히라는 배려이신 듯하다.
드디어 사진 찍고 결승선 통과하는데    기록전광판은  48분20초를 알려준다. 
장내 MC 曰 ' 백넘버 10468번 미녀 새 한 마리가 날아옵니다.' 
 그 한마디에 쌓인 피로가 한방에 날아가는 듯 했다. 암! 나도 한 미모 하지!
난 두 손을 번쩍 들어서 파이팅을 외치며 환호에 답하고 오른손을 흔들어 주었다.
도착하자마자 물 한 병 챙겨서 그 사람에게로 다가가 감사하다고 인사했더니,
아저씨, 지난주에 울트라 다녀와서 오늘은 살살 뛰었다고 하시네.^^
역시 고수였어! 역시 고수는 뭐가 달라도 달라!
나 보고도 잘 뛴다고 칭찬해주신다.  칭찬 떡 하나 억지로 얻어먹으니.^^ 아저씨 덕에. 기분 좋게 마무리 ^^
9등 했다고 이름 박힌 상장 하나 받고, '어머니 저 제법 했어요.' 하니 '아이구 우리 며눌아가 그래 참 잘했다.' '다음에는 꼭 1등 할께요.' '이것도 우리집안에 경사다' 우리 姑婦는 감격의 포옹을 이렇게 찰 지게 하였다.
 장어탕 효험이 있었나!  다시 한 번 어머님께 감사드린다.
대회는 언제나 기분 좋다.^^ 잘 뛰던, 잘 못 뛰던. ^^     마라톤 그 자체가 엔돌핀을 샘솟게 만들기에!
오늘은 이렇게 48분에 만족하며 끝내야했지만, 나의 목표는 40분 초반, 목표가 있는 한 다시 도전할 것이다.^^
남해마라톤클럽에 입문하여 친구도 사귀고 제대로 된 코칭을 받아 진짜 행복한 사고를 한번 쳐봐야겠다.
내 나이 아직 삼십대 초반! 애들도 다 컸기에!^^  그래 결심했어.  장어묵고 장원급제 한번 해봐야 안되겠냐고!^^
우리 신랑도 같이 뛰어준다니 부부 동반 주, 기대하시라 다음 대회를!      

살림도 잘하고 마라톤도 조금 하는 설희가      금산자락 굽어보며  펜을 들다      20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