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름]
아줌마 이거 몇 개만 얻어 가도 되요?
‘네~ 필요한 만큼 가져가세요’
크기도 다양하고 색깔도 가지가지다.
그래도 시장에서는 검정색이 큰 누님이다.
생선가게 생선 담고, 과일가게 과일 담고
잡곡집에서는 콩이여, 팥이여
온갖 것을 다 담는다.
네 이름을 무엇이라 지어줄지 고민된다.
비니루 봉지, 비닐봉투, 비닐 봉다리...
이미 나와 있는 그런 흔한 이름 말고
애정과 사랑을 담아 너의 헌신과 충성에 걸맞게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데,
너의 사촌들은 위생장갑, 위생봉투, 지퍼백, 크린랩
비닐하우스, 고추밭, 참깨밭, 담배밭까지.
친구도 많고 사촌들도 많고
하는 일도 짱! 많아서 정말 좋겠다.
잔칫집에 다녀오는 할머니 손에 들린 너는
꾸부정한 허리에 손자 사랑을 담았고,
애기 똥(^.^) 기저귀 쉬~ 코 막어...
수험생 딸 간식 챙기는 엄마 손에 따뜻함을 담았다.
세상에 너처럼 다양하게 사랑받는 이가 또 있을까?
그런 너에게
그냥 “비닐봉투” 하기엔 좀 거시기 해서
특별한 이름을 지어 주고 싶은데...
혹시 네가 생각해 놓은 것 있으면 말해주라.
그동안 서운하게 했던 것 용서하고.
“행복싸게” 어떠니? 맘에 들어?
향기 나는 과일이든, 음식물 상한 것이든
구별하지 않고 불평 한 마디 없이 주인의 처분대로
다 담아내듯, 나도, 우리교회도 너같이
행복싸게 이기를 소망한다. 행복싸게야 행복해라.
14. 7. 20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