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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14
씬 1 스키장, 밤.
재수, 지니, 제인 스노우 보드를 타는,
시간경과.
제인, 스노우 보드 타다가 넘어지고,
지니와 재수, 그런 제인에게 달려들어 눈싸움을 하며, 노는,
시간경과.
인철, 스키를 타고,
미수, 스키를 타는,
리프트 타고, 재수, 지니와 제인, 그런 두사람을 보며, 환호성 지르는.
인철과 미수, 스키 즐겁게 타는 모습 보이는,
씬 2 목포 터미널 일각.
엄마, 전화하는,
엄 마 :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빠? 왜 말이 없어. 오빠, 나 영자라니까. 여보세요?
씬 3 목포횟집 안.
장 씨 : (전화하는) 진짜.. 너, 영자야? 진짜 너 이영자 맞어?
씬 4 목포터미널 일각.
엄 마 : (수줍은 웃음 띤 채, 짐짓 가볍게) 그럼 진짜 영자지, 내가 뭐 가짜 영잘까봐.
장 씨 : (E) 얌마, 어쩐 일이야?
엄 마 : 오빠, 보고 싶어서 나 목포 왔다.
씬 5 목포횟집 안.
장 씨 : 진짜?
엄 마 : (E) 진짜로, 여기 목포 터미널이야.
장 씨 : (웃음번지는) 야, 사람 오래 살만 하다. 니가 목폴 오고.
씬 6 터미널 일각.
엄 마 : 그럼 그럼 가게는 정리하고 와야지. 내 걱정은 하지마, 기다릴 수 있어.
실은 배고파서 뭐 좀 먹어야겠거든. 걱정말어. 내가 뭐든 사먹고 전화할게.
그래, 천천히 와. 기다릴게, 어디 안가고. 어, 오빠.
엄마, 전화 끊고, 한쪽에 어묵 장사에게 가서,
엄 마 : 얼마예요?
주 인 : 오백원씩입니다.
엄 마 : 네. 그럼 먹고 나서 돈 드릴게요.
(하고, 뜨거워하며 먹는, 그러다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주인에게 웃으며) 되게 맛있네요.
미 옥 : (E) 우리 엄마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는데..
씬 7 찜질방, 출입구.
미옥, 민이 업고, 그 옆에 영민 서 있는,
미옥, 주인과 얘기하는.
미 옥 : (주인 여자에게) 울엄마 진짜 안왔어요?
주 인 : (손님에게, 수건과 옷 주며, 바쁜, 귀찮은) 그렇다니까요.
영 민 :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세요?
주 인 : (바쁜) 내가 그 아줌마 얼굴 아는데, 종일 여기 있으면서 못봤으니까, 그러죠.
미 옥 : 혹시, 아줌마가 자리 비우셨을 때, 들어가지 않으셨을까요?
주 인 : 아니래니까.
영 민 : (버럭) 아니라고 아니라고만 하지말고, 한번 방송을 해보세요!
주인, 미옥, 주변 손님들까지 : (놀란)
영 민 : (주인에게) 아주머니께서 하루 이십사시간 일분 일초도 이 자리를 안비우신 건 아니잖습니까?
식사도 하셨을테고, 화장실도 가셨을테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자릴 뜨게 되고,
그 사이 저희 어머니께서 들어가셨을 수도 있잖아요!
미 옥 : (황당하게 영민 보는)
영 민 : 옛날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절대 자기의 행동에 대해 백프로 확신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날수도 있는 겁니다! 절대 백프로, 죽어도 내가 아는 게 전부다,
그게 자만이에요! 그리고 서비스업하시는 분 태도가 이게 뭡니까? 손님이 누굴 찾으면,
최선을 다해, 찾아보려는 자세는 없고, 무조건 귀찮아서 대충 얼버무리려는 그 태도! 고치세요!
미 옥 : (영민 눈치보며, 주인에게, 조용히) 그래요, 고치세요.
주 인 : (짜증스런) 아줌마 이름이 뭐예요?
미 옥 : 이영자요.
영 민 : 진작 그러시지, 방송하세요!
주 인 : (방송하는) 손님 중에 이영자씨, 이영자씨 있으시면 지금 카운터로 나오세요.
미 옥 : (영민에게 작게) 공자님이 참 좋은 말씀을 하셨네요?
영 민 : (미옥의 귀에 대고, 작게) 실은 그 말을 공자가 했는지, 안했는지 저도 잘 몰라요.
그냥 잘난척해 본 거예요.
미 옥 : (황당하게 보는)
씬 8 찜질방 앞.
미옥, 영민 나오는,
미 옥 : (걱정스런, 혼잣말) 대체 이 노친네가 어딜 간 거야?
영 민 : (멈춰 서며)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파출소에 신고해야겠어요.
미 옥 : 파출소에 신고를요?
영 민 : (웃옷 벗어, 자는 민이에게 덮어주며) 미옥씬, 옆집, 아랫집 사람들한테
혹시 어머닐 보셨나 한번 물어보세요.
미 옥 : 매일 고모네 가서 사시는 분이라, 동네 마실은 안다니세요.
영 민 : 그래도 등잔 밑이 어둡다고, 혹시 모르잖어요. 다녀올게요. (하고, 다른 길로 가는)
미 옥 : (가는 영민 보며, 걱정스런) 옷까지 벗어재끼고 감기 들겠네.
씬 9 엄마의 아파트, 다른 집 앞.
미옥, 아줌마랑 서서 얘기하는,
아줌마 : 아줌마 여기 안왔는데..
미 옥 : 아, 네.
아줌마 : 아줌마가 뭐 어디 멀리 가셨겠어, 곧 오시겠지.
미 옥 : 그러시겠죠, 뭐. 들어가세요.
아줌마 : 그래요, 가요. (하고, 문닫고 들어가고)
미옥, 답답한 마음으로 걸어가는,
시간경과.
미옥, 다른 집 앞에서 인터폰하는,
미 옥 : 아니, 별일은 아니구요. 엄마가 집에 안오셔 가지고... (사이) 예, 알겠습니다, 아줌마, 쉬세요.
(하고, 인터폰 끊고, 혼잣말) 아, 걱정되다 못해 이제 짜증 날라 그러네, 대체 어딜 갔어?
(하고, 가는)
씬 10 고모의 가게 안.
영민, 음료수를 벌컥이고 있고,
고모, 고모부 그런 영민을 보는,
고 모 : 그래서 파출소까지 가서 신골 한 거야?
영 민 : 네. 후, 하두 뛰어다녔드니, 목이 타서 혼났네.
고모부 : 너무 일을 크게 만드는 거 아니냐? 뭐 친구분이라도 만났겠지.
고 모 : 언니가 친구가 어딧어? 우리 어머니 밖에.
고모부 : 누가 아냐. 옛날에 옷 공장 다니실 때 친굴 만나셨는지.
고 모 : 친구가 있어서 만났다고 해도 그래, 지금 시간이 몇 신데. (하고, 영민 보며) 신고는 잘 한 거지?
영 민 : 뭐 하루이틀 집나간 건 실종신고처릴 안해준다고 그래 갖고, 뻥 좀 쳤어요, 일주일 됐다고.
고모부 : 거 참 안해도 될 짓들을 하네.
고 모 : 어으, 남 일이라고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하냐?
자기 엄마 없어졌을 땐 파출소에 냅다 달려가든 사람이.
고모부 : 어머니야, 제 정신이 아니니까, 그렇지.
고 모 : 아우, 듣기 싫어, 싫어, 집에나 올라가서 어머니 세수나 씻겨드려.
고모부 : 성질머리하곤, 지 맘에만 안들면 암튼 빽빽거리지, 빽빽거리길, 오리새끼 같이, 쯧쯔..
(하고, 나가는)
영 민 : 전 미옥씨한테 신고했다고 말하고 올게요. (하고, 나가는)
고 모 : 그래, 조심해 다녀와, 영민씨.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전화하는)
씬 11 아버지의 방안.
재건모, 이불 펴고 있고, 재건 텔레비전 보고있는, 전화벨 울리는,
재건모 : (전화 받으며) 네, 여보세요?
고 모 : (E) 오빠 바꿔요.
제건모 : (누군지 모르겠는) 네?
씬 12 고모의 가게 안.
고 모 : 오빠 바꾸라니까, 뭐해요?
씬 13 아버지의 방안.
재건모 : (어려운) 아.. 고모시구나, 안녕하세요.
그때, 아버지 세수한 얼굴로 들어오며,
아버지 : 뭐야?
재건모 : 잠시만요. (하고, 전화기 주며, 작게) 고모.
아버지 : (전화기 받으며) 왜?
씬 14 고모의 가게 안.
고 모 : 오빠, 언니 전번날 낮에 만나 가지고 무슨 얘기했어?
아버지 : (E) 니가 알 거 없어.
고 모 : 아니, 내가 좀 알아야겠어. 대체 뭐랬어?
씬 15 아버지의 방안.
아버지 : 암말도 안했다니까 얘가 왜이래, 진짜.
재건모 ; (걱정스런) 무슨 일이야, 여보?
아버지 : 넌 좀 나가 있어.
재건모 : 왜?
아버지 : 어서, 나가, 세수나 해.
재건모 : 무슨 얘긴지 모르지만, 고모랑 좋게 말해, 싸우지 말고.
아버지 : 나가, 어서.
재건모 : 알았어. (하고, 나가는)
아버지 : (답답한) 말해.
고 모 : (E) 오빠.. 언니한테 재건엄마 수술하는 거 부탁했지?
씬 16 고모의 가게 안.
고 모 : 내가 확실한 감이 있어서 그래? 부탁했어, 안했어?
씬 17 아버지의 방안.
아버지 : (답답한) 그랬다면 어쩔래?
씬 18 고모의 가게 안.
고 모 : (기가 막힌) 미친 인간. (하고, 전화기 끊어버리는, 속상하고, 기가 막힌)
어쩐지.. 아우, 아우, 이 일을 어째, 난 몰라, 증말.
씬 19 아버지의 방안.
아버지, 재건모 팔 베개하고 누운,
재건모 : (조심스레) 여보.. 고모랑 무슨 얘기한 거야?
아버지 : ...
재건모 : 고모 우리집에 전화 잘 안하잖어. 근데 왜 했대?
아버지 : 자자. (눈감는)
재건모 : 여보, 당신 전번날 나랑 분명히 약속했다, 형님한테 수술 부탁안하기로..
아버지 : ...
재건모 : (걱정스레, 작게 한숨쉬는)
씬 20 엄마의 집 앞.
미옥, 영민 걸어오는,
영 민 : 이 라인 쭉 돌아봤어요?
미 옥 : 아래라인, 윗라인 전부 돌아봤어요.
영 민 : 대체 어딜 가셨을까. 핸드폰두 안받고.
미 옥 :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이제 가셔야죠?
영 민 : (머뭇대며) 차 한잔 안주실래요? 추운데.
미 옥 : (어색한) 그럼.. 진짜 차만 한잔 드시고, 가세요. (하고, 문여는)
씬 21 엄마의 거실.
문 열리고, 미옥과 영민 들어서는.
그때, 전화벨 울리는,
들어오던 두 사람 소스라치게 놀라는.
미옥, ‘엄마야!’ 하며 영민 품에 안기고,
영 민 : 미옥씨, 어머닌가 봐요.
미 옥 : 맞다. (서두는) 저, 민이 좀 받아주세요.
영 민 : (자는 민이 받고)
미 옥 : (서둘러 전화기 드는) 여보세요? (사이) 어머, 아저씨.
씬 22 달리는 트럭 안.
장씨, 스피커폰으로 전화하는.
장 씨 : 그게 니 엄마가 여기 혼자 온 게 나두 이상해서 전화했다. 니들한텐 말을 안했구나...
대체 뭔일이라니, 이게.. 알았다, 미옥아, 니 엄마 기다리니까 내가 일단 나가서 덱고 온 다음에
다시 전화하마. 그래, 그래, 끊자. (하고, 전화 끊고, 나가는)
씬 23 터미널, 일각.
엄마, 추운지, 제자리에서 뛰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씬 24 엄마의 거실.
미옥, 전화기 보며, 황당한, 기가 막힌,
미 옥 : 뭐하는 짓이야, 정말..
영 민 : 어머니가 누굴 만나셨대요?
미 옥 : 그게, 목폴 가셨다네요.
영 민 : 목포요?
씬 25 고모의 방안.
고모, 기운 없이 이불을 깔고,
고모부, 들어와, 앉으며,
고모부 : 미옥이가 전화했는데 처남댁이 장씨 아저씨네 갔단다?
고 모 : (무심히 보고, 그냥 이불만 까는)
고모부 : 왜 소리 안지르냐?
고 모 : (기운 없는) 소리지를 기운도 없네요.
고모부 : 오해하지 말어. 처남댁이 뭐 장씨아저씨랑 별일이야 있겠냐?
갱년기니까 싱숭생숭해져서 바람이나 쐬러 갔겠지.
고 모 : 둘이 별일이 있어도 이젠 난 몰라. (하며, 자리에 눕는)
고모부 : 어디 아프냐?
고 모 : (눈감은 채) 아파서 꽉 죽었음 좋겠다.
고모부 : ?
씬 26 터미널 일각.
트럭 와서 서고, 장씨 내려 주변 두리번거리며, 혼잣말하는,
장 씨 : 여기쯤이라고 했는데.. 어딧나?
그때, 엄마 갑자기 확 나타나며, 밝게.
엄 마 : 오빠!
장 씨 : (조금 놀라보면)
엄 마 : (씩 웃는)
장 씨 : (작게 웃으며) 도깨비.
엄 마 : 나 도깨비 아닌데, 영잔데.
장 씨 : 오면서도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영자가 날 찾아왔네.
엄 마 : 오빠, 나 추워, 빨리 가자.
장 씨 : 다방에라도 들어가 있지. 임마 몸이 꽁꽁 얼었겠다.
엄 마 : 나는 세상에서 젤로 아까운 게 차값이드라.
장 씨 : 뭐 좀 먹엇냐? 배고프다더니?
엄 마 : 부산어묵만 맛있는줄 알았더니, 목포어묵도 맛있드라, 두 개나 먹엇지롱.
장 씨 : 차에 타. (하고, 차 타고)
엄 마 : (차 타는)
씬 27 차안.
장씨, 웃음 띤 채 시동 걸고, 엄마 보고,
엄마, 안전벨트하며 씩 웃는,
장 씨 : 자식, 웃기는.. (하고, 운전해 가고)
씬 28 목포횟집 안.
엄마, 식당테이블을 밀어놓은 자리에 이불 덮고 앉아있는,
장씨, 뜨거운 차를 끓이는,
엄 마 : (주변 구경하며) 가게가 아주 아담하고 좋다.
장 씨 : (차를 가지고 와, 엄마 앞에 주며) 아담한 게 아니라, 작은 거지.
엄 마 : (차 마시며) 잠은 여기서 자?
장 씨 : 어.
엄 마 : 오빠 혼자 주방도 보고, 홀도 보고 그래?
장 씨 : 홀 보는 사람은 낮에만 와. 여름엔 주방 보는 사람도 있는데, 겨울이라 내가 다해.
엄 마 : 힘들겠다.
장 씨 : 내가 몸은 작아도, 뚝심이 있잖냐?
엄 마 : (웃으며) 맞어. 오빤 정말 뚝심하난 대한민국에서 최골거야. (하고, 물 마시는)
장 씨 : (전화기 앞에 놔주는) 미옥이한테 전화해라.
엄 마 : ?
씬 29 엄마의 거실.
영민, 차를 마시고 있고, 민이 한쪽에서 자고, 미옥 전화하는,
미 옥 : (기가 막히고, 조금은 화난) 핸드폰이 밧데리가 나갔음, 공중전화로 하면 되잖어?
나 진짜 가끔씩 엄마 이렇게 황당한 짓 하면 기가 막혀서 못살겠어. 뭐야, 이게.
씬 30 목포횟집 안.
장 씨 : (엄마 보고)
엄 마 : (미안한, 조심스레) 미안해.. 내가 원체 생각이 없잖어. 소리치지말어,
엄마 미안해갖고 지금 고갤 못들겠다야,
씬 31 엄마의 거실.
미 옥 : (기운 없는) 아, 몰라, 나 지금 짜증 머리꼭대기까지 나갖고 머리가 다 욱신거려.
내가 오늘 엄마 찾아다니느라, 얼마나 고생 했는 줄 알어?
영 민 : 그만해요, 미옥씨.
미 옥 : 귀는 밝아요, 영민씨야. 화해는 무슨.. 그 얘긴 나중에 하고.. (사이) 민이도 잘 있어,
아우, 민이가 그렇게 걱정되는 사람이 말도 안하고 목폴 가냐?
바다 보고싶음 바다 보고싶다고 하면 되잖어? 그리고 갑자기 웬 바다? 사춘기도 아니고,
혹시 오춘기야? (사이) 아, 됐어. 알았어. 별일 없는 거 알았으니까, 잘 잘게.
하지만, 다신 이러지말어, 어, 엄마? (사이, 화 삭히는) 그래요, 낼 다시 전화해.
참 근데 언제 올건데?..얘들 오기 전엔 와야지, 그래, 그럼 모레와. 구경 잘하고. 어.
(하고, 전화 끊으며) 아, 돌겠네. 화나서.
영 민 : 잘했어요.
미 옥 : (보면)
영 민 : 화 안내고, 그 정도 하신 거 잘했다고요.
미 옥 : (머뭇대며) 이, 이제 가셔야죠..
영 민 : 혼자 주무실 수 있겠어요?
미 옥 : (황당한 듯) 그럼 같이 자요?
영 민 : 그 뜻은 아니고요...
미 옥 : 같이 자줄 것도 아니면서 괜히 말하고 있어.
영 민 : (떠보듯) 같이 잤음 좋겠나보죠?
미 옥 : (눈흘기면)
영 민 : (웃으며, 차 마시는) 유자차가 좋네요..
씬 32 목포횟집 안.
장씨, 엄마를 물끄러미 따뜻하게 보면,
엄마, 찻잔만 만지작거리는,
장 씨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엄 마 : (천천히 고개 들어, 장씨 보는, 덤덤하게) 아무 생각안해, 그냥 졸려서.
장 씨 : (농담처럼) 난 너랑 간만에 둘이 있어서, 설래는데 넌 졸리냐?
엄 마 : (피식 웃으며) 쭈그렁바가지보고 설랜다니, 우습다.
장 씨 : 나두 참 별나지?
엄 마 : 어.
장 씨 : 졸리면 이제 자라.
엄 마 : 오빤 어디서 자?
장 씨 : 난 오씨라고 근처 식당하는 친구네서 자면 돼. 자.
간만에 만나서 하고 싶은 얘긴 많지만, 너도 피곤한 거 같고, 낼 하자.
엄 마 : 오빠 낼 아침에 일찍 와, 나 심심하니까.
장 씨 : 그래. 불꺼줄게, 자. (하고, 신 신고 불끄고 나가는)
엄 마 : (나가는, 장씨 보고, 다시 찻잔만 보는, 벽에 기대 서글픈)
F. O, F. I.
씬 33 목포 바닷가, 새벽.
엄마, 힘없이 바닷가를 걸어가는.
씬 34 스키장 콘도, 아침.
재수, 지니, 제인의 랩소리 들리는,
씬 35 콘도 거실.
재수, 지니, 제인 밥을 하며 랩을 하는, 즐거운 분위기다.
씬 36 콘도 인철의 방안.
인철, 자고 다가, 랩소리에 잠을 깨는, 피곤한 얼굴이다,
다시 이불 뒤집어쓰고, 한쪽으로 돌아눕는,
그때, 노크 소리나는.
인철, 문 쪽 보며,
인 철 : 네.
미 수 : (세수한 얼굴로 들어오며) 밥 먹자.
인 철 : 더 자고 싶어.
미 수 : (옆에 와서 앉으며, 머리 넘겨주는) 9시가 넘었어.
인 철 : (웃음 띤) 니 동생, 참 시끄럽다.
미 수 : (작게 웃고) 근데 잠을 통 못자? 어제두 밤새 안자고 들락날락 거리는 거 같드라?
인 철 : 불면증 있다고 안했나?
미 수 : 고쳐야 되는데. 병원가보지?
인 철 : 병원 가두 소용 없드라.
미 수 : 나말고 신경쓰는 데 있어?
인 철 : 자꾸.. 잠자리에만 들면 옛날 친구가 떠올라.
미 수 : 친구 누구?
인 철 : 그런 애가.. 있어.
미 수 : 이상하네, 친구가 왜 자꾸 떠오를까? (하며, 걱정스러운 듯 머리 쓸 어올려주는)
인 철 : (미수의 손잡으며, 미수 보는)
미 수 : (인철 보는데)
재수, 냄비를 수저로 치며 들어오며,
재 수 : 어어, 떨어져, 떨어져.
인철, 일어나고,
미수, 재수 보면,
재 수 : (장난스레 꾸짖듯) 이거 감시를 잘해야 되겠구만.
남녀가 말이야, 딱 붙어 가지고 말이야, 뭐하는 짓이야?
인 철 : 잘 잤어?
재 수 : 빨리 일어나요, 밥 먹게. (미수 보며) 그대는 나오고.
미 수 : 네, 간수님, 알았습니다. (하고, 나가고)
재 수 : 형두 나와요. (하고, 나가는)
인 철 : (작게 웃고, 이불에서 내려오는)
씬 37 콘도 거실.
인철, 미수 앉아있는,
지니, 제인, 재수 밥과 김치, 라면, 그외 밑반찬들을 들고 테이블에 놓으며,
재 수 : (춤을 춰가며, 랩처럼 말하는) 밥은 쌀밥, 김치는 엄마 꺼, 깻잎도 엄마 꺼, 오징어볶음은 누나 꺼,
전부다 맛있어.
지 니 : (비트박스를 하고)
제 인 : (랩처럼) 라면은 세 개, 달걀은 두 개, 국물은 적당해, 조금씩만 먹어.
재수, 제인 : 우리는 열라 음식 잘해, 우리는 잘났어, 안먹으면 너만 손해, 암 먹으면 너만 손해.
니들만 손해, 니들만 손해. 우리음식 맛있어, 안먹으며, 안먹으면, 니들만 손해!
인철, 미수 : (황당하게, 재수, 지니 제인을 보는)
재수, 제인, 지니 : 오예예예, 아, 예에예. (하며, 춤을 추고, 마무리하는)
인철, 미수 : (박수치며) 와우! (하고, 환호성치는)
미 수 : (지니에게) 야, 넌 얌전히 생겨 가지고 잘 논다, 야.
지 니 : (웃으면)
제 인 : 얘가 뭐가 얌전해요. 얌전한 애가 집나왔겠어요. 얘, 쌩 날라리에요.
지 니 : 맞아요.
재 수 : 맞긴 뭘 맞어, 넌 얌전해.
(미수에게) 누나 오해하지 말어, 얜 얌전해, 제인하곤 달러, 좋게 봐줘, 응?
인 철 : 근데 라면 불겠다, 먹자. (하며, 젓가락으로 라면 푹 뜨면)
미 수 : 조금만 먹어. (하고 라면 뺏는)
인 철 : 야, 나두 좀 먹자.
재 수 : 야, 이틈에 우리가 다 먹자.
재수, 지니, 제인, 동시에 와하며, 라면 집는,
인철, 미수 합세해서 서로 먹으려고 다투고,
씬 38 엄마의 거실.
미옥, 민이와 밥 먹으며 전화하는,
미 옥 : (맛없는) 그냥.. 니들은 무슨 반찬해서 밥 먹었나, 싶어서.
씬 39 미수의 콘도방.
미 수 : (화장하며, 전화하는) 라면에 밥 말아먹었어.
씬 40 엄마의 거실.
미 옥 : 아침부터 웬 라면?
미 수 : (E) 국물이 없으니까.
미 옥 : 하긴 놀러가면 라면 맛은 죽이니까.. 부럽다, 나두 오년만 젊었음 따라가는 건데.
씬 41 미수의 콘도방안.
미 수 : 엄마는?
씬 42 엄마의 거실.
미 옥 : 목포.. (아차 싶다) 아니, 목포 아니고, 어, 이 앞에 나갔어. 시금치 산다고.
미 수 : (E) 웬 시금치.
미 옥 : (조금 버버대는) 야, 야채 트럭 왔거든. 저녁에 시금치국 끓인다고 나갔어.
민 이 : 거짓말쟁이.
미 옥 : (조용하라고 하고) 미수야, 그래 잘 놀고, 낼 올라와서 집에 들를거니?
(사이) 그래, 그럼 다음주에 보든가. 그래, 끊자. (하고, 밥 먹으며)
손민이 너 어른들 말하는데 끼어 드는 버릇 버려. 안좋은 거야.
민 이 : 엄마가 거짓말하잖어.
미 옥 :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지.
민 이 : 이유가 있음 거짓말해도 돼?
미 옥 : 누굴 닮아 넌 그렇게 따지니, 따지길,
민 이 : 엄마, 닮았대, 영민이 아저씨랑, 할머니가.
미 옥 : (인정하는) 알았어, 알았어, 엄마가 졌어. 니 팔뚝 굵으니까, 그러니까 그만해.
민 이 : (웃고)
미 옥 : 근데 민이야.. 할머니 없으니까, 심심하지,
집이 텅빈게 사람 안사는 집처럼 뭔가 쓸쓸하기도 하구.
민 이 : 쓸쓸한 게 뭐야?
미 옥 : (멍하니) 쓸쓸한 거?..글세, 그렇게 물으니까, 엄마두 갑자기 모르겠다, 야.
시간경과.
미옥, 거실을 청소기로 청소하고,
시간경과.
미옥, 엄마 방을 걸레질하고, 이불 깔아놓고,
시간경과.
베란다의 꽃들에게 물 주다가, 앉아서 꽃 보며, 혼잣말하는,
미 옥 : 엄마가 ..집안에서 맨날 이렇게 혼자 있었음 심심했겠네... 두고두고 건강하셔야 할건데....
근데 정말 목포는 왜 간 거야, 갑자기. (하고, 꽃잎만 만지는)
씬 43 목포횟집 앞.
장씨, 금일휴업이라는 팻말 문 앞에 내거는,
엄마, 그 옆에서 말 거드는,
엄 마 : (미안한) 나 때문에 오빠 괜히 하루벌이 손해보네.
장 씨 : (웃음 띤 채) 그렇게 생각하지마, 덕분에 나두 하루 쉬는 거지, 뭐.
엄 마 : 근데 어디 가?
장 씨 : 목포 왔는데, 유달산은 가봐야지.
엄 마 : (웃음 띤) 나 거기 가보고 싶었는데, 삼학도하고.
장 씨 : 잘됐네, 차 타자.
장씨, 엄마 차 타고,
장씨, 시동 걸고, 떠나는,
씬 44 유달산.
장씨, 힘들어하며 앞서 걷고,
엄마, 그 뒤에 힘들게 산을 오르는,
장씨, 뒤돌아보며,
장 씨 : 좀 쉬었다, 갈까?
엄 마 : 아니. 그냥 갈래. (하고, 장씨 지나쳐 가는)
장 씨 : 힘들면, 좀 쉬어.
엄 마 : (가며) 아이고 사는 게 힘들지, 이깟게 뭐가 힘들어, 괜찮어.
장 씨 : (웃음 띤) 맞는 말이다.
시간경과.
유달산 정상.
엄 마 : (바다를 내려다보며, 한숨쉬며) 벌써 다 왔네.
장 씨 : 산이 안 높아.
엄 마 : (바다 보며) 그래도 아래가 다 내려다보이네.
장 씨 : 이쁘지?
인써트 - 유달산에서 보이는 목포 풍광.
엄 마 : (아래만 보며) 그러네. 맨날 하늘만 쳐다보다, 이렇게 탁 내려다보니까, 목도 편하고 좋으네.
장 씨 : 작은 산이긴해도 그래도 정상에 올랏는데, 야호 한번 해라.
엄 마 : (작게) 야호?
장 씨 : 그래, 야호!
엄 마 : 어떡하는 건대?
장 씨 : (크게) 야호! (하고, 엄마보며) 이렇게.
엄 마 : (심호흡하고) 야호..
장 씨 : 임마, 그렇게 작게 하면 되냐? 속이 뻥 뚫리게 크게 해야지. (크게) 야호!
엄 마 : (장씨 보고) 야호!
장 씨 : 더 크게 임마, 더 크게!
엄 마 : 야호! (하고, 소리지르는데, 눈물이 자꾸 나려하는, 참고, 계속 소리 지르는) 야호! 야호! ...
장 씨 : (그런 엄마 보고, 걱정스런)
지나가는 사람들, 엄마를 이상한 듯 보지만, 엄마 아랑곳 않고, 야호 소리만 내지르는.
씬 45 목포 재래시장.
1, 엄마, 장씨 즐겁게 구경하는,
사람들 분주하게 사는 모습 보이고,
싱싱한 생선들 보이고,
장씨, 엄마에게 산 생선을 들어 보이며, 장난치고,
엄마, 아이처럼 까륵 거리며 뛰어다니며 즐거운.
2, 엄마, 고구마를 사먹고, 장씨 엄마입에 묻은 검풀을 손으로 닦아주고,
엄마 수줍게 웃으며, 고구마 먹고,
3, 시장안에서 분주하게 사는 사람들 모습 구경하는
엄마(사람들 사는게 측은한 마음)와 장씨(그런 엄마가 걱정스런).
씬 46 아버지의 집 전경.
고 모 : (E, 화난) 차는 무슨 차, 내가 여기 차 마시러 왔는 줄 알아요!
씬 47 아버지의 방안.
아버지, 재건모, 고모 앉아있는,
재건모 : (난감한) 그럼, 과일 드실래요?
고 모 : 사람 말을 어디로 들어, 필요 없다잖아요, 차도 싫은데 무슨 과일을 먹으래. 웃겨, 증말.
아버지 : (고모에게) 자식아, 넌 뭐가 그렇게 웃긴 게 많어.
그리고 재건엄마한테 하는 그 말뽄새가 뭐야, 자식아! 손윗사람한테 어디서 말을 놔, 임마!
고 모 : (같잖은 표정으로 보는)
재건모 : 여보.. (하며, 아버지 눈치 주는)
아버지 : 너도 그래. 니가 우식 에미한테 잘못한 게 뭐냐? 대체 뭘 잘못했길래, 맨날 눈칠 봐, 눈칠 보길.
재건모 : 당신은 내가 언제 눈칠 본다고 그래.
고 모 : 지금 내 앞에서 사랑싸움해요, 두사람?
아버지, 재건모 : (고모 보면)
고 모 : (아버지에게) 나 바쁜 사람이야. 용건만 말하고 빨리 가야 돼.
(재건모 보며) 재건엄마, 사람이 염치란 것 좀 있어.
재건모 : ?
아버지 : 너 나랑 좀 나가. (하고, 일어서려 하면)
고 모 : 나갈라면 오빠나 나가.
(하고, 재건모 보며) 당신 그러는 거 아냐 당신 살라고 산사람 죽일라 그러면 안되지.
아버지 : (버럭) 민숙아!
고 모 : (눈가 붉어져, 아버지 보며, 소리치는) 나는 정말 오빠 징글징글맞게 싫어!
대체 언닐 언제까지 괴롭힐 거야! 언제까지!
아버지 : (속상하게 고모 보는) 이 자식이..
고 모 : 언니 오빠가 재건엄마 수술하는 거 도와달란 말듣고 집 나갔어.
재건모 : (눈가 붉어지는, 맘 아픈)
아버지 : 뭐라 그랬냐, 너?
고 모 : (눈가 그렁해, 소리치는) 야, 김두칠씨! 너 정신차려! 야, 말이 되니?
돈도 아니고, 강도도 이런 강도가 어딧니! 산사람 콩팥 뺏는 강도가 세상에 어딧냐구!
재건모 : 고모.. 저는 요, 형님한테 수술 권할 마음 추호도 없어요.
고 모 : 추호도 없는 사람이 오빨 왜 쏘삭거려!
아버지 : 그만 못해!
고 모 : (보면) 내가 그만 하게 됐니, 지금?!
아버지 : 야, 자식아, 니가 내 입장돼봐?
너라면 니 신랑 아파서 누워있는데, 어디라도 가서 부탁안하겠냐?
고 모 : 나는 안해! 적어도 이렇게 뻔뻔스럽게는 안해!
아버지 : 이 자식이, (하고, 뺨치려 손 올리려하면)
재건모 : (아버지의 손잡으며, 울먹이는) 그만해라, 자기야. 제발 그만해라.
고 모 : (속상해, 얼굴 디밀며) 그래 쳐, 치고 싶음 쳐, 어서 쳐봐, 어서!
재건모 : (소리치는, 우는) 고모 그만해요! 내가 그냥 죽음 되잖어! 그러니까, 그만해!
고 모 : (눈물 닦고, 가방에서 돈 봉투 꺼내 놓으며) 적금 깬 거야. 이거 먹고 제발 떨어져라, 어.
(하고, 나가는)
아버지 : (화난, 돈 봉투 문 쪽에 집어던지며) 가져 가, 이 나쁜 자식아!
재건모 : (우는)
아버지 : (속상한)
씬 48 아버지의 동네길.
고모, 훌쩍이며 눈가 닦으며 속상하지만, 모질게 이 앙다물고 가는.
씬 49 고모의 가게 안.
할머니, 과자를 먹고있고,
고모부, 그런 할머니 이쁘게 보며 말거는,
고모부 : 맛있어, 엄마?
할머니 : (과자 숨기며, 고모부 보는)
고모부 : 맛있구나. 그럼 내가 하나 더 줘야지. (하며, 과자 한 봉지를 주는) 자, 엄마.
할머니 : (웃으며) 아이고 뭘 이런 걸 주시고, 감사합니다. (하고, 과자를 품속에 넣는)
고모부 : 그걸 왜 거기 넣요.
할머니 : 우리 언니 줄라고요.
고모부 : 언니? 언니 누구? 미옥이 엄마?
할머니 : 근데 아저씬 누군데 나한테 이렇게 과잘 주시나?
고모부 : 나요? 엄마 이뻐하는 사람.
할머니 : (수줍게 웃으며) 아이고, 날 이뻐한다니 참 고맙소이다.
고모부 : 엄마는 내가 이뻐, 안 이뻐?
할머니 : 나는 남자는 안좋아해요. 제가 참 가진 거는 없어도 정조하난 있거 든요. 스물 하나에 시집와,
서른하나에 남편이 죽었지만, 이날이때껏 다른 남잔 곁눈질로도 안봤거든요.
고모부 : (그런 할머니 이쁘게 보며) 그래도 엄마가 이뻐서 남자들이 가만 안 뒀을 거 같은데.
할머니 : 내 자랑이 아니라 지분대는 남자들은 많았죠.
고모부 : 근데 안흔들렸다구?
할머니 : 꾹 참았죠. 정조는 쉽게 지켜지는 게 아니니까, 그냥 꾹.
고모부 : 엄마 정말 고마워. 아버지 둘 셋 안만들어줘서.
할머니 : (과자 하나 주며) 제가 가진 게 없어, 이것밖엔 못주네요.
고모부 : (받아먹으며, 할머니 보며, 웃으며) 고맙소이다.
그때, 고모 들어오는,
고 모 : (힘든) 나 없으니까 두 모자가 아주 연애를 찐하게 하네.
고모부 : 어딜 갔다 오냐?
고 모 : (할머니 보며) 어머니 집에 들어가요, 낮잠 잘 시간이야. (하고, 손잡는)
할머니 : 네. (하고, 고모부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며) 안녕히 계세요.
고모부 : (인사하며) 네, 안녕히 가세요.
고 모 : 뭐해?
고모부 : 뭐하긴 엄마랑 놀지.
고 모 : 당신은 어머니가 안징그러? 마냥 좋기만 해?
고모부 : (웃으며, 장부 보며) 응.
고 모 : 별나. (하고, 나가면)
할머니 : (고모부에게 인사하며) 안녕히 계세요.
고모부 : 네. (하고, 가는 고모와 할머니 보며) 처남댁이 없으니까, 울엄마가 심심해서 안되겠네,
빨리 오시지. (하며, 장부 보는)
그때, 손님 오고,
고모부 : 어서 오세요.
씬 50 마트 안.
미옥, 손님에게 생선 싸주고,
진우, 생선을 정리하는.
미 옥 : (손님에게) 또 오세요. (하고, 생선도마를 정리하는데)
그때, 영민, 민이(비디오 들고 서있는) 손잡고 오는,
민 이 : 엄마.
미 옥 : (보면) ?
진 우 : (생선을 정리하며) 형은 오늘 학교 안갔어요?
영 민 : 주말이잖어.
진 우 : 아, 그렇구나. 우린 주말이라고 때마다 안쉬니까, 시간가는 줄을 잘 몰라요.
미 옥 : 근데 둘이 어디 다녀와요?
민 이 : 아저씨가 놀이방에 나 데리러 와 가지고, 비디오방 가서 비디오 빌렸다.
미 옥 : 총질하는 건 빌리지 말지.
민 이 : 이쁜 그림 나오는 거야.
미 옥 : 너 비디오 너무 좋아하지마, 눈 나뻐지면 클나.
영 민 : 저 미옥씨, 제가 민이 데리고 미옥씨네 집에 가면 안될까요?
미 옥 : 우리 집이요?
진 우 : 어우, 뭐 이제 거의 한식구야.
미 옥 : 끼지 말어. (하고, 영민 보며) 나 일 끝날라면 한참 걸릴텐데..
진 우 : 그냥 들어가. 내가 볼게.
영 민 : (진우에게) 아니야. (미옥에게) 미옥씨 그냥 일하세요.
전 집 키만 주시면, 그냥 집에 들어가서 민이랑 놀고 있을테니까, 일 끝나고 천천히 오세요.
미 옥 : 하긴 민이 혼자 집에 있기도 그러네. (하고, 키 찾아주며) 내방엔 들어가지 마세요.
영 민 : (받아서) 그럼요. 거실에만 있을 거예요. 가자, 민이야.
민 이 : 엄마 밤에 봐. (하고, 영민과 가는)
진 우 : (영민과 민이 보며) 둘이 참 잘 어울리네.
미 옥 : (웃으며) 좀 그래, 그지?
씬 51 엄마의 집 전경.
민이와 영민, 동요 ‘노을’ 을 목청껏 부르는.
씬 52 엄마의 거실.
영민, 앞치마 쌀을 씻으며, 노래 부르고,
민이, 주방 식탁에 앉아 노래부르는.
영민, 민이 서로 좋은.
씬 53 목포, 방파제 길.
엄마, 장씨 걸어가는.
장 씨 : 시장에서 회라도 한 접시 사먹고 올걸 그랬다.
엄 마 : 오빠 가게에 있는데, 뭘 돈을 주고 그걸 사먹어. 구경했음 됐지.
장 씨 :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짬뽕 먹은 건 그렇다 야.
엄 마 : 저녁에 오빠가 회두 떠주고, 매운탕도 끓여주고 할 거잖어.
장 씨 : 그래, 해줄게.
엄 마 : (길 쪽 보다가) 아직도 저걸 하고 노는 애들이 있나보네.
장 씨 : 무슨 소리야?
엄 마 : (턱으로, 길바닥을 가리키면) 저거 봐.
인써트 - 길 위에 그려진 숫자놀이판.
장 씨 : (웃음 띤 채) 야, 진짜 오랜만에 본다.
엄 마 : 나 한번 해볼래. (하고, 숫자 판을 뛰며, 놀이를 해보는)
장 씨 : (그런 엄마 보며) 늙어서두 잘하네.
엄 마 : (멈춰 서서, 밝게 장씨 보며) 그지? 나 잘하지?
장 씨 : 애기 되고싶냐?
엄 마 : (서글픈) 되고 싶다고 될 수나 있간. (하고, 놀이를 하는)
장 씨 : (그런 엄마 짠하게 보는) 춥다, 이제 들어가자.
엄 마 : (놀이하며) 좀만 더 놀고..
놀이하는 엄마 보이는.
씬 54 스키장.
인철이, 재수, 지니, 제인에게 스키를 가르치고 있는,
미수, 한쪽에 서서 그런 일행을 보는,
인 철 : 맘이 급하면 절대 안돼. 일단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을 앞으로 굽힌 다음에 정면을 보고,
재 수 : 그렇게 골백번을 했는데도 안되잖아! 중심을 못잡겠다니까.
제 인 : 그렇게 해도 안되는 게 아니라, 니가 자꾸 맘보를 급하게 먹잖어.
지 니 : 야, 좀 그만 좀 해라, 오빠 말좀 듣자. 오빠 말을 들어야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고칠거 아냐.
재 수 : (주저앉으며) 아, 난 스키 안타, 스노우 보드 탈거야.
인 철 : 한번만 더 해보자, 재수야.
재 수 : 한번만 더 한번만 더 언제까지, 한번만 더!
미 수 : 장인철, 그만둬. 얜 안돼.
제 인 : 맞아요, 얜 안돼요. 우리나 갈쳐줘요, 오빠.
지 니 : (재수에게) 안배우면 너만 손핸 거 알지?
재 수 : (다시 일어나) 알았어, 알았어, 갈쳐줘!
인 철 : (웃고) 자, 다시 시작한다, 일단 자세는,
하고, 인철 가르치고,
미수, 그런 인철을 따뜻하게 보는.
씬 55 스키 타는 곳.
미수, 제인, 지니 죽 서있는,
미 수 : 맘만 급하면 안돼. 안되면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해.
제인, 지니 : 네.
미 수 : 그럼 밑에서 보자. (하고, 스키 타고)
제 인 : 폼 졸라 죽이네.
지 니 : 가자, 제인. (하고, 가는)
제 인 : 야, 같이 가. (하며, 가는)
씬 56 다른 스키 타는 곳.
재수, 무서워하는, 인철, 그런 재수 보는,
재 수 :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 무섭다, 우, 무서워. (하고, 인철 보며) 형, 나 못타겠다, 다리 후달려.
인 철 : 여자애들한테 그만큼 쪽 팔렸으면 용기를 내봐.
재 수 : 나는 원래 쪽을 팔며 사는 놈이야. 별안간 쪽 더 판다고 밑질 것도 없다고, 나, 갈래.
(하고, 스키를 벗으려하면)
인 철 : (잡으며) 안돼.
재 수 : (울상) 형?
인 철 : 해보자, 재수야. 사나이가 이 정도는 견뎌야지.
재 수 : 형 난 어쩌면 사나이 아니고 기집앨 지도 몰라, 진짜로!
인 철 : 십만원 줄게.
재 수 : (생각하는)
인 철 : 이십만원.
재 수 : 에이, 좋아, 그렇다면 해보지. (하고, 준비하는)
인 철 : 차분해라.
재 수 : 하나둘셋! (하며, 가며) 엄마!
재수, 엉성하게 스키타며 가는.
인 철 : (그런 재수 보며, 안되겠단 듯이, 고개 젖는) 포기해야겠네.
씬 57 스키장, 키피숍.
미수, 지니, 제인 커피 마시는.
지 니 : 정말 너무 재밌어요. 나 스키 안배웠음 정말 후회했을 거 같애.
제 인 : 넌 부잣집 딸이 왜 여적 스킬 안배웠냐?
지 니 : 공부했잖니.
미 수 : 공부 잘하나 보다.
제 인 : (자랑하듯) 얘 진짜 공부 잘했어요. 고삐리 땐 전교 일등도 했어요. 대학가선 평균 씨뿔이지만.
미 수 : 넌 은근히 지니 갈군다.
제 인 : 내가 재수 좋아하는데, 얘랑 재수랑 사귀니까 그렇죠.
미 수 : (어이없이, 웃는)
지 니 : 언니, 미안한데, 저 재수 남자로 생각안해요.
미 수 : (보면) ?
지 니 : 그냥 친구로만 지내고 싶어요.
제 인 : 또 시작이네.
미 수 : (지니에게) 재수한테는 니 감정 충분히 설명했어?
제 인 : 걔가 말귀를 알아듣는 애예요.
미 수 : (답답한) 재수가 나중에 상처 좀 받겠다, 지니 너 많이 좋아하는 거 같든데.
지 니 : 미안해요, 언니.
미 수 : 나한테 왜 미안해. 근데.. 내가 마음이 좀 그러네. 동생이라 팔이 안으로 굽나봐.
제 인 : 당연하죠.
미 수 : 지니야.
지 니 : (보면)
미 수 : 나중에 재수랑 잘 안돼도.. 친구로는 남아 줘. 부탁해.
지 니 : 그럼요, 저도 그냥 친구로는 재수 좋아요.
제 인 : 언니 나 한자기만 물어볼게요.
미 수 : ?
제 인 : 그냥 친구로는 괜찮고 좋은데, 남자친구로는 별로라는 게 그게 말이 예요, 밥이에요?
미 수 : ?
지 니 : (제인 보면)
제 인 : (지니에게) 기집애야, 좀 솔직하고 쿨해져봐. 너두 재수 좋아하잖어!
뒷일이야 어떻든 끝까지 가고 싶잖어! 그럼 끝까지 가! 나중 일을 알게 뭐냐? 에우, 붕.. 진짜..
(하고, 나가는)
지 니 : (답답한)
미 수 : (지니 보며, 안된)
씬 58 스키장내.
인철, 재수 걸어오는,
재 수 : (부탁조) 형 지니한테 나 스키 못탄다는 얘기하면 안돼? 잘 탄다 그래줘, 어?
인 철 : (농담처럼) 글세..
재 수 : (팔을 두르며) 어, 형, 부탁해. 나 걔한테 터프하게 보이고 싶단 말이야. 어, 형.
인 철 : 근데 넌 뭘 먹고 그렇게 키가 컸냐? 꼭 미루나무 같다.
재 수 : (굳는) ?
인 철 : (이상한) ..왜?
재 수 : 미루나무 같댔어요?
인 철 : 어..
재 수 : (어색하게 웃으며) 우리 형두 나보고 미루나무 같다고 늘 놀렸었는데..
인 철 : (따뜻하게 보며) 그랬구나..
재 수 : (서글프게 웃으며, 인철에게 팔 두르고) 가요. (하며, 노래부르는)
미루나무 꼭대기에 재수 빤스가 걸려있네! 옆집 처녀 놀러와서, 빤스 훔쳐 가지고 갔대요!
(반복하는)
그렇게 가는 두 사람 보이는.
씬 59 스키장 캠프파이어장, 밤.
재수, 지니, 제인 자기이름대기를 하며 노는(캡틴 큐 같은)
재수 틀리면 인디언밥을 하며 때리고,
재수 아파하며 다시 전투적으로 다시 하자 그러고.
카메라, 한쪽으로 가면, 미수, 인철 그런 아이들 보며 웃고 있는.
인 철 : (재수를 물끄러미 보며, 편안한 웃음 띤)
미 수 : 너무 아프게 때린다. (하며, 웃다가, 인철 보며) 누굴 그렇게 봐?
인 철 : 재수. 귀여워.
미 수 : 동생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있으면 애물단지야.
인 철 : (미수 보며) 그럼 재수 나 줄래?
미 수 : (웃으며) 좋지.
인 철 : (웃고) 이제 니네 어머니 좀 만나게 해주라.
미 수 : (굳는)
인 철 : 아직 이른가?
미 수 : 조금.
인 철 : 그럼 좀더 기다리지 뭐. (하고, 재수 보면)
미 수 : (인철 팔짱 끼고) 맘 안상했지?
인 철 : (따뜻하게 웃으며) 나두 염치가 있다.
미 수 : (인철이 안쓰러운, 어깨에 기대는)
재수네, 노는 풍광 보이고, 미수, 인철 편안하게 그런 재수일행보며 있는,
씬 60 목포횟집, 전경, 밤.
장 씨 : (E) 내가 할게.
씬 61 목포횟집 안, 주방.
장씨, 생선을 다듬는데, 엄마가 말리는,
엄 마 : 오빠는 아침저녁으로 이일 하잖어, 내가 할게.
장 씨 : 너는 아침저녁으로 밥 안하냐, 내가 할게, 앉아있어,
엄 마 : 내가 해줄게.
장 씨 : 내가 해줄게.
엄 마 : 그럼 난 뭐해, 심심한데.
장 씨 : 테레빌 보든가, 좀 졸든가, 그래.
엄 마 : 일을 안하니까 이상해.
장 씨 : 너 그거 큰 병이다.
엄 마 : 내가 하면 안돼?
장 씨 : 비린내나. 저기 앉아있어, 내가 해줄게. 너두 좀 호강이란 것 좀 해 봐.
엄 마 : (작게 웃으며) 알았어. (하고, 한쪽에 앉는)
장 씨 : 내가 아주 맛난 매운탕을 끓여줄게, 기대해. (하고, 일하는)
엄 마 : (서글프게 장씨 보며) 내가 실수했나봐.
장 씨 : (일하며) 뭘.
엄 마 : 오빠가 그때 도망 가잘 때 갈걸.
장 씨 : (웃으며, 일하는) 맘에 소리 없는 말하지마. 넌 두칠이처럼 큰 남자가 좋다며.
너 모르지, 그 말에 나 상처 되게 받았었다.
엄 마 : (장씨 서글프게 보는)
씬 62 목포횟집마루.
엄마, 소주를 들이키는,
장씨, 그런 엄마를 안쓰럽게 보며,
장 씨 : 안주 좀 먹고 마셔, 영자야.
엄 마 : (술잔 내려놓고, 입가 닦고, 웃으며) 괜찮어. 나 술 쌔. 이제 반병인데, 한병은 끄덕 없어.
장 씨 : 매운탕 먹어.
엄 마 : 에이.. 잔소리꾼. (하고, 매운탕 먹고) 이제 됐어?
장 씨 : (술병 들어, 제 잔에 술 따라 마시는, 다시 술 따라 마시는)
엄 마 : 고만 먹어, 내 껀데.
장 씨 : 너 술 마시는 꼴보기 싫어, 다 먹을 거야. (하고, 술을 다 마시는)
엄 마 : 에이, 재미없다. (하고, 매운탕 먹는)
장 씨 : 너 여기 왜 왔냐?
엄 마 : (안보고, 김치 먹으며) 오빠 볼라고.
장 씨 :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엄 마 : (눈가 그렁해지는, 장씨 보며, 짐짓 편하게) 아무 일 없었어.
장 씨 : 그따위 거짓말이나 할거면, 가, 임마. 보기 싫어. (하고, 일어나려 하는데)
엄 마 : (눈가 그렁해) 오빠..
장 씨 : (보면) ?
엄 마 : 오늘 나랑 여기서 같이 자자.
장 씨 : (걱정스런)
엄 마 : (외면하고, 눈가 닦는)
씬 63 고모의 거실.
고 모 : (전화하는, 걱정스런) 니 엄마 오늘 전화 왔니?
씬 64 엄마의 거실.
영민, 자는 민이를 안고 있고,
미옥, 혼자 밥 먹으며, 전화 받는.
미 옥 : 아니.
고 모 : (E) 전화했는데, 안받어?
미 옥 : 그게 아니고, 전화 안했어. 장씨 아저씨랑 있는데 잘 있겠지, 싶어서.
씬 65 고모의 거실.
고 모 : 그랬구나.. 근데 미옥아, 너 진짜 장씨아저씨랑 니 엄마 어쩔려는 건 아니지?
씬 66 엄마의 거실.
미 옥 : 고모, 울엄마 몰라? 그 아저씬 그냥 친구야.
씬 67 고모의 거실.
고 모 : 알지, 내가 니엄말 모르면 누가 아냐. 참 영민씬 안오니?
(사이) 아냐, 괜찮어, 영민씨 키 있어. 그래, 끊자.
(하고, 답답한) 언니가 집 떠나 이렇게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닌데.. 속이 많이 상했나 보네.
씬 68 엄마의 거실.
영민(자는 민이 안은), 미옥 밥 먹는.
영 민 : 미나리 무침 내가 한 건데, 어때요?
미 옥 : 음식을 참 잘하세요. 맛있어요.
영 민 : (좋은) 제가 걸레도 빨아놓고, 거실로 한번 닦았어요.
그러니까, 미옥씬 창소 안하시고, 그냥 주무시면 되요.
미 옥 : 근데.. 식구들 반대는 어떡하고 절 자꾸 만나세요. 걱정되게.
영 민 : 걱정하지 마세요. 식구들하고 싸웠다고 의절하는 사람 본 적 없으니까.
미 옥 : 저 땜에 식구들하고 싸우셨어요?
영 민 : 바른 소리 좀 했어요. 걱정 마세요. 시간이 해결해줄 거니까.
미 옥 : 제가.. 그렇게 좋아요?
영 민 : (따뜻하게, 고개 끄덕이는)
미 옥 : (미안한) 전번에 그쪽 집 가지고 뭐라고 한 건,
영 민 : 다 이해해요, 그러니까 말씀 안하셔두 되요.
미 옥 : (가만 보다, 수줍게 작게 웃으며) 참 한결같으시네, 진짜. (하고, 밥 먹다가, 고개 들면)
영 민 : (따뜻하게 보는)
미 옥 : (수줍은) 참 저기요, 내가 비디오 빌려왔는데, 보고 가실래요. 밤에 혼자 보기가 청승맞아서...
영 민 : 그럴 게요.
미 옥 : (내숭) 이상하게 난 밤에 혼자 있는게 무섭드라, 어려서부터. 귀신나올 거 같고, 도둑 들거 같고..
내숭아니고, 진짜에요, 나 보기보단 겁되게 많어요. (하고, 밥 먹는)
영 민 : (따뜻하게 보는)
시간경과.
거실 불꺼진, 티이브만 켜진.
미옥과 영민 앉아 비디오를 보는,
미옥은 고개를 까닥이며 조는,
영 민 : (비디오 보다가) 저 사람들 되게 아름답게 사랑한다, 어떡하면 저렇게 아름답게 사랑을 할까..
미옥씨, 나는요, 미옥씨랑 저렇게 사랑하고 싶어요. 아무 욕심없이 정말 사랑으로만,
(하고, 미옥을 보면)
미 옥 :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있는)
영 민 : (귀엽다는 듯 보고, 웃고, 미옥을 제 어깨에 기대게 하는)
미 옥 : (자는 코를 작게 골며 자는, 입 벌리고)
영 민 : (미옥의 이마에 뽀뽀하고, 다시 비디오를 보는)
씬 69 횟집 안.
엄마, 한쪽에 앉아 장씨를 보고있고,
장씨, 이불을 깔며 말하는,
장 씨 : (짐짓 농담처럼) 내가 여기서 자고 가고 싶은데, 도저히 자신이 없다.
잠결에라도 너 덮치면 어떡해. 혼자 자라.
엄 마 : (멍하니) 농담은...
장 씨 : 농담 아니야, 임마, 나두 남잔데.
엄 마 : (생각 많은)
장 씨 : (엄마 걱정스레 보고, 다시 이불 마저까는)
씬 70 아버지의 부엌.
아버지, 끓는 호박을 나무주걱으로 저으며 핸드폰을 하는.
고 모 : (E) 걱정 말어, 장씨 아저씨한테 갔다니까.
아버지 : (답답한, 속상한) 장씨, 전화번호 아냐?
씬 71 고모의 방안.
고모, 전화 받으며,
고 모 : 나는 모르지.
아버지 : (E) 미옥이한테 한번 물어봐봐.
고 모 : 미옥이한테 내가 뭐라고하고 물어, 니아버지가 묻는다 그러면 길길이 날뛸텐데. (순간 떠오르는)
그래, 우리 우식이 아버지는 알겠다. 전번에 장씨 아저씨 왔을 때 명함 주고 갔다든데, 잠깐만.
(하고, 전화 내려놓고, 화장대에서 고모부 지갑 꺼내 뒤지는)
씬 72 아버지의 부엌.
아버지, 전화기 들고 있는,
고 모 : (E) 여보세요.
아버지 : 말해. (하고, 종이에 펜 들고 적는)
고 모 : (E) 가게 전환 가봐, 지역번호가 공육하나에.
씬 73 고모의 방안.
고 모 : 적었어?
아버지 ; (E) 그래.
고 모 : 오빠, 언니한테 전화해서 다른 소리하지마,
그냥 미안하다, 잘못했다, 내가 할말 못할 말을 못가렸다, 그것만 말해, 어?
아버지 : (E) 끊을게. (하고, 끊는)
고 모 : 오빠, 오빠.
그때, 고모부 들어오며,
고모부 : 뭐하냐?
고 모 : (고모부 보고, 놀라, 전화 끊는) 어, 아무 일도 아니야.
고모부 : 니 오빠랑 자주 상종하지 마라, 너. 물든다, 물들어. (하고, 옷 벗고)
고 모 : (눈치 보며) 알았어...
씬 74 아버지의 부엌.
아버지, 쪽지를 보며, 속상한,
그때, 재건모 나오며,
재건모 : 이제 그만 자. 내가 할게.
아버지 : (얼른 주머니에 쪽지 넣고) 어. (하며, 호박 젖는)
재건모 : (나무주걱 뺏으며, 호박 저으며) 형님한테 내 문제 도와달라고 한 거 잊어.
안그러면 내가 당신 안봐.
아버지 : (재건모, 속상하게 보다, 나가는)
씬 75 아버지의 방안.
아버지, 문열고 들어와 아무렇게나 자는 자는 재건이를 바로 눕히고, 전화기 보는.
그러다 주머니에 쪽지 꺼내 보고, 재건모 오나안오나 문 쪽 보고, 전화기 보고 드는.
씬 76 목포횟집, 밖.
장 씨 : (E) 화장실 가는 길 험하니까, 조심해.
엄 마 : (E) 알았어. 조심할게.
엄마, 휴지 둘둘 말은 것 길게 늘여들고, 문 열고 밖으로 나와 화장실 쪽으로 가는.
그때, 안에서 전화 벨소리 나는,
씬 77 아버지의 방안.
아버지 : 너랑은 할말 없어, 미옥에미 바꿔.
씬 78 횟집 안.
장씨, 담담하게 전화 받으며,
장 씨 : 자, 그래서 못 바꿔.
아버지 : (E) 바꿔, 임마!
장 씨 : 임마 점마 하지 마라.
씬 79 아버지의 방안.
아버지 : (속상한) 야, 장호철.
장 씨 : (E) 밝은 날 전화해. (하고, 끊는)
아버지 : (전화기 보며) 이 자식이...
씬 80 횟집마루.
장씨, 속상한, 그때 벨 다시 울리고, 장씨 전화기 코드를 뽑는.
그때, 엄마 오는.
장씨, 엄마 보는.
엄마, 이불 속에 몸 넣고 앉아있고.
장씨, 그런 엄마를 물끄러미 보며,
엄 마 : 이제 가요. 나 자께.
장 씨 : (조심스레) 두칠이 전화 왔었다.
엄 마 : (보면)
장 씨 : 너 두칠이랑 싸웠니?
엄 마 : (눈가 그렁해, 어이없는) 미쳤어, 여기까지 전활하고
아주 날 잡아먹을라고 눈이 벌개 찾아다니나 보네.
장 씨 : (보면, 조심스레) 무슨 말이야, 그게.
엄 마 : (혼잣말처럼) 미쳤어..
장 씨 : (걱정스런)
엄 마 : (장씨 보는데, 눈가 그렁한, 오기 부리듯 말하는) 오빠,
장 씨 : ....
엄 마 : 미옥아버지가 나보고 돈도 아니고, 콩팥을 달랜다.
장 씨 : ?
엄 마 : (장씨 보며, 눈가 그렁해) 엊그제 내 생일날 만났거든. (기가 찬 듯) 참 나도 벨 없지.
지금껏 하는 짓 뻔히 봐놓고도 뭐 잘해줄까 싶어 가지고 신이 나서 나갔으니...
(허허롭게 웃으며) 나도 벨 없어, 참.
장 씨 : (걱정스런, 차분히) 하던 말 마저해봐, 두칠이가 뭐라 그러대?
엄 마 : (장씨 보며, 울지 않으려 애쓰며, 오기부리 듯) 같이 사는 여자가, 콩팥이 나뻐.
그렇다고 나한테 달래. 그래서 ..내가.. (크게 한숨쉬고, 진정하고) 줄라고.
장 씨 : (화나는, 답답한, 옆에 놓인 물먹는)
엄 마 : (오기부리 듯) 내가 정말 곰곰히 생각해 봤거든.. 근데, 주는 게 날거 같애.
장 씨 : (버럭)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줄게 따로 있지, 그딴 걸 어떻게 줘!
엄 마 : (같이 소리치는, 울먹이며) 내가 안주면 우리 미옥이, 미수한테 달랠거란 말이야!
딸년보다, 내가 낫잖어!
장 씨 : (소리치는) 너두 안주고, 미옥이도 미수도 안주면 되잖어!
엄 마 : (악쓰며) 줄 거야, 나는!
장 씨 : (속상해, 보면)
엄 마 : (울며, 소리치는) 내 콩팥 가져가서 얼마나 잘사는지 내가 눈뜨고 볼거야!
내 뱃속 가르고, 그것들이 얼마나 잘사는지 내가 두눈 시퍼렇게 뜨고 볼 거야!
장 씨 : 임마, 그 꼴 보기 전에 니가 죽을 수도 있어?!
엄 마 : (울며, 오기 부리는) 죽으면 난 더 좋아.
장 씨 : ?!
엄 마 : 내가 죽으면 나한테 미안하겠지, 내가 죽으면 그것들도 사람인데 가슴에 한 맺히겠지,
그렇게 해줄 거야, 한 맺히게 해줄 거야! 사람 가슴속에 한이 맺히는 게 뭔지, 알려줄 거야, 내가!
달라는 대로 줄 거야, 나는! 콩팥도 달라면 주고, 간도 달라면 주고, 허파도 달라면 주고,
뭐든, 내가 다 줄 거야, 그래서 내 거 다 가져가 지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하늘에서라도 내가 두고 볼 거야! (하고, 우는)
장 씨 : (속상한, 엄마의 눈물 닦아주며, 눈가 그렁한) 영자야.
엄 마 : (안겨, 설움에 복받치는) 김두칠이 미워! 지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나도 내가 여자 같지 않은 거 알어! 그래서 딴 여자 만날때도 그러라 했는데..
싫어도 그러라 했는데, 이제 배까지 가르겠다고, 오냐, 내가 준다. 줄거야, 내가!
줄고 말 거야, 내가. 안받는대도 줄 거야!
그런 엄마의 울부짖는 얼굴에서 엔딩.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