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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은 여자] 03
1. 진찰실
2부 연결로. . . . 신영, 엉덩이 깐채 엉거주춤하게 옆으로 누워있다.
신영 : (눈을 꿈쩍꿈쩍. . .부끄럽고 자신이 바보두꺼비가 된 기분이다). . .
인기척 들린다.
준호(E) : (진찰실로 들어오며) 신환이 계시다고?
간호사 : 네, 진찰 준비 다 했습니다.
준호(E) : 그럼 어디 볼까요. . . .
커텐을 확 걷고 침상옆에 와 앉는 의사.
신영, 긴장. 뒤를 보이며 누워있어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
의사, 비닐장갑을 낀다. 장갑 낀 손 움직여 본다.
준호 : 좀 불편해도 참으십시오.
신영 : . . .네. .
장갑 낀 손 꼼지락 꼼지락해 장감을 더 타이트하게 끼는 준호. 손가락 하나를 세운다. 높이. . . .
신영, 긴장된 얼굴. . .잠시후
신영 : 윽! ! !
항문을 찔린 신영의 오묘한 표정.
준호 : 힘빼세요! 힘주시면 아픕니다.
신영 : . . .으으. . . . (인상쓰고). . . .
준호 : 치질까진 아니고. . . 약간 부어있네요.
신영 : (말하기 힘든) 심각. . .한건. . . 아니. .죠?
준호 : 흠. . . .(하며 계속 검사하는)
신영 : 윽!
준호 : 힘빼시라니까요.
신영 : 네에. . . .
준호 : 가렵거나 아프거나하진 않으세요?
신영 : 조금요. . . .
준호 : 가렵다고 빡빡씻거나 하진 않으셨구요?
신영 : 네에...
준호 : 가렵다고 소금물로 씻거나 빡빡 문지르는 분들 있는데 그럼 안됩니다. 더 덧나요.
신영 : 안 그랬다니까요.
준호 : (간호사에게) 거즈 좀 주실래요? 어허! 힘빼세요. 힘주지마세요.
신영 : 네에. . . . (하다가) 윽!!
2. 진찰실
준호, 커텐밖으로 나와 손을 씻는다.
신영은 커텐안에서 바지올리고 옷매무새 바로하고.
준호, 책상앞에 앉아 챠트에 뭔가 쓰고.
간호사 : 다 돼셨음 나오세요.
신영, 고개숙이고 나오다 의사를 본다. 젊고 잘생긴 의사.
고개를 푹숙이고 앞에가 앉는다. 얼굴돌리고.
준호 : 불편한게 오래되십니까?
신영 : (눈 안마주치려) 아뇨. . .한 한달정도. . .
준호 : 다행히 치질까진 안갔구요. 그냥 조금 부어있어요.
신영 : 네에. . . .
준호 : 변비나 설사 있으셨죠?
신영 : 네.
준호 : (챠트에 쓰며) 자극적 음식은 드시지마시고, 수분섭취도 신경쓰세요.
스트레스를 없이 하시는게 제일 중요하구요. 자꾸 손으로 만지거나 하심 안됩니다.
신영 : 안만집니다. . . 괜히 왜 만지겠어요.
준호 : 바르는 약을 드릴테니까 아플 때나 가려울 때 바르세요.
신영 : 네....
준호 : (처방전쓰며) 임신중 아니시죠?
신영 : 네? 저 결혼안했는데요.
준호 : 아, 예. . . .전 또 나이가 있으셔서. . .
(하며 챠트를 본다. 나이 32세라 적혀있고 직장 의료보험이고 UBN으로 되어있다) 어?
신영 : 왜요?
준호 : 제 어릴적 친구랑 이름이 같으시네요? 그 친구도 UBN에 있다고 그러던데...
신영 : (의사 가운을 본다. 신준호라 이름이 새겨져있다. 경악) !!!!!
(얼른 고개를 더 푹 숙이고) 뭐. . .같은 이름은 많으니까요...
준호 : 하긴. . . (챠트 간호사에게 넘기며) 수납에 가셔서 처방전 받아가십시오.
신영 : (벌떡 일어나 후다닥)
간호사 : 가방 가져가셔야죠.
신영 : (고개 숙인채 가방 홱 들고 후다닥)
준호 : ??. . . .
3. 병원 복도
정신없는 듯 걸어나오는 신영.
신영 : 설마. . .아닐꺼야. . . 아닐꺼야. ..
수납으로 간다.
직원 : 이신영님?
신영 : 네.
직원 : 오늘 7천9백원이구요, 약은 바르는 크림연고제인데요. 처방전갖고 가까운 약국에 들러 사가세요.
처방전을 뺏다시피 홱 가로채서 보는데 담당의사에 또렷히 찍혀있는 이름.
신,준,호!
신영 : 방금 제가 진찰받은 의사분 성함이 신준호 맞나요?
직원 : 네, 맞습니다.
신영 : 그 분 몇살이예요?
직원 : 잘모르겠는데요.
신영 : 초등학교 어디나왔는지 혹시 모르세요?
직원 : 모르는데요.
신영 : . . . . . .
4. 카 페 / 낮
순애와 마주앉아있는 신영.
신영 : 만약에 신준호가 그 신준호면 난 끝장이야.
순애 : 아니라니까 글쎄. 지금 대학병원에 남아있구 흉부외과 전공이래.
우리 동기 회장 민철이가 그랬어.
신영 : 확실해? 직접 만나서 들은 얘기래?
순애 : 그건. . . 아니구. . .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대.
신영 : (안절부절) 불안해. . . 불안해. . .
순애 : 얼굴보니까 어때? 옛날 신준호랑 비슷해?
신영 : 잘 모르겠어. 제대로 보지도 못했구. 어쨌거나 옛날 친구가 이신영이고 UBN에 있다고
분명히 그랬단말야.
순애 : 성우중에도 이신영있고 의상담당중에도 이신영있다며. 걔들 친굴꺼야.
신영 : 나 낼모레 동창모임 안나갈래.
순애 : 설사 걔면 어때? 그게 다 인연 아니겠니? 어짜피 결혼하면 볼꺼 못볼꺼 다보고 사는데 뭐 어때?
신영 : 넌 니 남편될 남자 처음 만나는데, 궁댕이부터 디밀고 싶니?
순애 : 근데 어땠니?
신영 : 뭐가?
순애 : 진찰할 때 정말 손가락 쑥 넣고 쫙 늘려보고 그러디?
신영 : (찻잔 챙하고 내려놓으며) 그렇게 궁금하면 니가 한번 가보려무나.
5 보도국 사무실
인상쓴채 노트북으로 기사정리하는 신영.
명석, 지나가다가 멈춰선다. 신영이 정리하는 기획아이템을 어깨너머로 보는
명석 :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사기도박단이라....
신영 : 왜 남의 아이템은 넘보고 그러세요.
명석 : 그거 어제 TCN에서 먼저 쳤던데. 이신영은 적군네 뉴스도 안보냐?
신영 : 정말예요? 걔들이 먼저 했어요?
명석 : 하여간 곰바우짓만 골라서해요. 아이템 바꿔. 데스크한테 보이자마자 당장에 (목 자르는) 킬이다.
(가고)
신영 : . . . (화나고 짜증나는) 아흐. . . 되는 일이 없어 되는 일이. . . (엉덩이 아픈)
윽. . . 스트레스 받으니까 또 신호가 온다...
신영, 가방에서 작은 크림 연고통을 꺼낸다. 화장실가려 일어서는데
명석 : 이신영! 나 그것 좀 줘.
신영 : 뭘요?
명석 : (크림통 뺏으며) 이거! 나 입술이 좀 터서.
신영 : 어머! 그거 립크림 아니예요. (뺏으려)
명석 : (손 올려 못뺏게) 그럼 뭔데?
신영 : . . . .(대답 못하고 쭈물쭈물). . .
명석 : 이 짠순이 괜히 빌려주기 싫으니까... (뚜껑 열고 손가락으로 찍어 입술에 바른다) 음. . .
신영 : (인상쓰며) 으. . . .
(E) : 핸드폰 벨
명석 : 야. . 이거 부드럽고 되게 좋다. 빨리 전화나 받어.
신영 : (전화를 보는)....
6. 사내 은행
행원 앞에 앉아있는 신영. 통장을 펼쳐본다.
행원, 만기해지 수속 해주는.
행원 : 지난 달이 만기였는데도 연락이 없으시길래요.
신영 : . . . .
행원 : 많이 바쁘셨나봐요? 이거 결혼자금이라고 하셨었죠?
신영 : . . . . 그랬었죠.
7. 웨딩드레스 샵
탈의실 커튼을 젖히면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있는 유리의 모습, 나타난다.
예복을 입고 서있는 선우, 유리를 보며 감탄하는 표정.
유리 : 나 어때 오빠?
선우 : 너무 이뻐. 천사같애.
유리 : 오빤 정말 복받은거야. 나처럼 어리고 이쁜 신부랑 결혼하니까.
그 기자 아줌마 데리고 식장에 서있다고 생각해봐. 으. . .눈가에 주름 자글자글. . .얼마나 챙피해?
선우 : 그러게말야.
유리 : 노처녀 데려가는 남자는 아무래도 좀 능력없어보이지. 오빠는 나 때문에 빛나는줄 알어.
나 다른 디자인으로 하나 더 입어볼게. (탈의실로 들어가고)
선우, 휘파람불며 거울보고 서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번호 보고 전화 안 받는 선우.
8. 방송사 일각 / 낮
담담한 표정으로 전화기 들고 서있는 신영.
(F)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 .
선우 전화기에 메시지 남기는 신영.
애써 사무적으로 말하려 애쓰는.
신영 : 박선우씨, 전화건 이유는 다름이 아니구요. 작년부터 같이 부었던 적금있쟎습니까.
우리 결혼하면 홈시어터 꾸미기로 했던거요...그게 만기가 됐네요. 이거 어떡할까요?
여기서 반은 박선우씨 돈인데.... 메시지 확인하면 연락주세요.
신영, 전화끓는다.
신영, 멍하니 터벅터벅 걷기 시작한다.
신영 : 박선우 설마.... 돌려달란 말은 염치없어서 못하겠지. 그럼 난 이 돈으로 뭘 하나. . .
(E) : 문자메세지 도착음
신영 : (멈춰선다. 핸드폰 보면)
선우(E) : 반은 그럼 내 통장으로 부쳐줘. 계좌번호는 세계은행 456 다시 38다시 200883.
신영 : . . . . .
9. 한식집 / 낮
장여사와 마주앉아있는 금순.
희숙, 수정과 그릇을 들고와 살며시 상에 놓고 비껴앉는다. 귀는 쫑긋 세우고.
금순 : 어떻게 그런 사람을 내보내실수가 있습니까, 장여사님.
제 딸이요, 그래도 공인이라면 공인이고 방송사의 잘나가는 기자인데요.
장여사 :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어머님.
공인이라면 공인이고 잘나가는 기자인 따님께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구요.
금순 : 제 딸이 뭘 어쨌게 그러십니까? 선자리에 나와서 국민교육헌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외는 남자,
소름끼쳐서 도망온 것밖에 없다는데.
장여사 : 세상에.... 딴 놈을 옆자리에 앉혀놓고 있다가 손잡고 달아나요?
금순 : 뭔가 오해가 있을겁니다.
장여사 : 김변호사댁에서 제가 얼마나 원망을 들었는지 알기나하세요?
히스테리만 가득한 사이코 노처녀를 소개했다고.
금순 : 사이코 노처녀요? 제 딸말로는 그 남자가 사이코 쓰르라미라고 그럽디다.
희숙 : 사이코 스릴러요 어머니.
금순 : 어쨌거나! 저희는 매우 불쾌합니다. 이 불쾌감을 싹 씻을수 있을만큼 괜챦은 총각으로
다시 좀 알아봐주십. . .
장여사 : (말잘라) 물건너갔습니다.
금순 : 예?
장여사 : 김변호사 어머니가 벌써 이리저리 소문을 다 내셨어요.
이기자 만나려는 남자, 오십년을 기다려도 안나올겁니다.
금순 : 아니 뭐 이런 개뼉다귀 시궁창 같은 소리가 다있어. 내 딸만큼 괜챦은 처녀 있음 나와보라 그래요.
똑소리나지 이쁘지 심성곱지 효녀지. 걔 시집가면 시어른들한테도 엄청 잘할 아입니다.
장여사 : 그런데 왜 서른넘도록 모셔가려는 남자가 없었을까요? 원인이 있으니까 결과가 있죠.
금순 : (열 받아 폭발직전) 당신, 당장 나가!
장여사 : 솔직히 댁의 딸 뭐 볼게 있습니까? 병원 하나 차려줄 만큼의 재력이 돼요,
경국지색의 미모길 해요. 사회생활하면서 드세지고 나이만 먹었지.
이기자 어머님도 현실직시 하시고 재취자리나 알아보세요.
금순 : 아니 이년이 터진 입이라고 말 함부로 내뱉는 것 좀 봐!
장여사 : 뭐? 이년? 당신 지금 나한테 이년이라 그랬어?
희숙 : 그만들 하세요. 장여사님, 얼른 나오세요. 죄송합니다.
희숙과 아줌마, 장여사를 끌어내는데
금순 :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장여사 : 어디 그래가지고 당신 딸 시집가겠어? 환갑전에 시집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금순 : 저년을 그냥. . . .(장여사에 달려드는데)
주방에서 일하던 사람들 나와 금순을 잡고.
희숙과 아줌마는 장여사를 끌고 나가는데 장여사도 소리 버럭버럭 지른다.
장여사 : 에미가 저러니까 딸도 이상하지. 당신 딸 선봐선 절대 시집 못갈테니 그렇게 알아!
금순 : 얘! 당장에 소금뿌려라! 에퉤퉤! 저런 마담뚜한테 부탁을 한 내가 잘못이지.
아이구 혈압이야. . . 아이구 심장이야. . . .
금순, 가슴을 감싸쥐고 털썩 주저앉는다.
10. 찜질방 / 밤
수건으로 머리동여매고 쪼르르 누워있는 신영 순애 승리.
승리 : 야, 그 돈 돌려주지마. 지가 무슨 낯짝으로 돈을 달래.
신영 : 그래두 반은 박선우 돈이쟎아.
승리 : 같이 혼수 장만하자고 시작한 적금인데, 결혼약속은 그 자식이 깼쟎아. 돌려줄 필요없어.
순애 : 그래 치과 개업할때 은행에서 대출받은 것두 니가 이자랑 원금 많이 갚아줬쟎아.
승리 : (벌떡 일어나 앉으며) 너 그렇게 미친짓을 했단말야? 야, 남자 차 할부금 갚아주고, 공부시키고
뒷바라지 해준 여자중에 안차이는 여자를 못봤다. 그딴 짓은 하는게 아냐.
신영 : 딱 세 번밖에 안해줬어.
승리 : 어쨌든 그 돈 돌려주지마.
신영 : 내가 메시지 남기자마자 바로 계좌번호를 보내는데 정말 웃기더라.
승리 : 니들 잘 알아둬! 그것이 남자의 참모습이란다. 이신영 너는 그 돈 니 맘대로 써버려.
10원짜리 하나도 주지마.
신영 : 여행을 가자니 시간이 없고... 옷을 사 입자니 보여줄 남자가 없고...
순애 : 넌 그래도 좋겠다. 돈도 있고 직장도 있고.
신영 : 인생을 같이 할 사람이 없으면 다 공허한거야.
승리 : 이신영, 너 남편이랑 자식이 노후를 보장해 줄꺼라고 생각해? 꿈 깨, 이 멍청한 것아!
여자가 나이들어서 필요한건 남편 자식이 아니라 돈이야, 돈!
신영 : 좋은 집에 좋은 옷 맛난 음식. . .이것도 같이 나눌 사람이 있어야 행복한거 아냐?
순애 : 난 같이 나눌 사람 없어도 돈 걱정만 좀 안하면 행복할 것 같아.
신영 : 너 정말 돈하고 남자중에 고르라면 돈을 고르겠니?
순애 : 응, 돈!
승리 : 이신영보다 진순애가 백배 똑똑해.
신영 : 나 초등학교 동창회가서 신준호 꼭 잡을꺼야.
11. 진찰실 / 밤
초록색 수술복입고 준호 들어온다.
준호 : 이상하게 내가 당직하는날은 꼭 응급수술이 걸리더라.
간호사 : 유능한 의사를 알아보나부죠 뭐.
준호 : 아후... 피곤해. 나 커피 한잔만 주세요.
간호사 :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 그리구 (티켓봉투주며) 이거 원무과 조선생님이 갖다드리래요.
준호 : 뭐죠?
간호사 : 영화 시사회 티켓이라는데요.
준호 : (보며) 낼 모레네? 김간호사가 가요.
간호사 : 안가시게요?
준호 : 난 그날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어요.
간호사 : 그 분 나온대요? 선생님 첫사랑?
준호 : 나온다니까 가죠. (미소)
12. 신영네 거실 / 밤
신영 들어온다. 희숙이 맞아주고.
거실에 앉아있는 원영 찬영.
신영 : 엄마는 주무시나? (씩씩하게) 어마마마! 소녀 왔사옵니다.
찬영 : 시끄러!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왜저래.
신영 : 왜? 뭔일 있어?
원영 : 엄마 아프셔. 싸매고 누우셨다.
신영 : 왜?
13. 금순 방 / 밤
이부자리깔고 머리에 끈을 두르고 누워있는 금순.
신영, 후다닥 들어온다.
희숙과 원영 찬영도 따라들어오고.
신영 : 엄마!
금순 : 에그그그그. . . .
신영 : 그여자 전화번호 대! 내가 당장 취재 들어간다. 질 안좋은 마담뚜를 고발한다,
한국의 건전한 혼인문화를 망쳐놓고 있는 극악무도한 집단의 괴수! 장모여인!
금순 : (일어나 앉으며) 그랬다간 니 혼사길 완전히 막혀 이것아.
찬영 : 누나 시집 못가면 형네가 데리고 살아.
신영 : (소리 버럭) 야!
금순 : 너도 성질 좀 죽여. 국민교육헌장 좀 참아주면 어디 덧났니.
신영 : 그딴 여자한테 줄을 댄 엄마도 잘못이우.
금순 : 그럼 니가 병든 닭처럼 골골대는걸 보고만 있으란말야.
찬영 : 그러게말야. 남자한테 차여도 조류독감이 걸리더라구.
신영 : 아... 가족들이 나를 두 번 죽이는구나.
금순 : 내일부터 신영이한테 좋은 짝 주십사 백일기도를 드려볼까부다.
희숙 : 절에서요? 교회에서요?
금순 : 월수금은 교회. 화목토는 절에 가서 기도드릴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쟎니.
찬영 : 일요일은 왜 빼놔. 일요일은 이슬람. 알라신도 쎄다구!
신영 : (바락) 그만 좀 해 진짜.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옆에서들 난리야. 이제 이틀만 더 기다리면 돼.
희숙 : 그게 무슨 소리야?
신영 : 내일 모레, 신준호랑 만난다니까.
원영 : 정말? 동창회 날짜 잡혔어?
신영 : 올해 안에 신준호랑 결혼할테니까 걱정을 하지마.
희숙 : 그런데 애인있으면 어떡해. 뺏을 자신있어? 선우 뺏어간 고 여시처럼
고모두 달려들어서 남의 남자 뺏어올 자신있냐구.
신영 : . . . . . .
희숙 : 해야 돼! 안 그러면 길이 없어. 알았지?
신영 : . . . . . 봐서. . . .
14. 신영 방 / 밤
스탠드만 켠 방. 침대에 앉아있는 신영.
누워서 스탠드를 끄는데 핸드폰 문자음이 울린다. 다시 불을 켜고 보면
선우(E) : 너 아직 송금 안했더라. 내일중으로 꼭 보내.
신영 : . . . . .
15. 보도국 사무실 / 아침
세계각국의 시계. BBC, ABC등의 방송이 나오는 수십개의 모니터.
바쁘게 오가는 기자들과 AD들.
앵커 : (일서서 소리친다) 특별취재팀 회의 준비됐나?
명석 : 아직 이신영이 안온 것 같은데요.
앵커 : 시간이 몇신데 아직 안와. 당장 전화해봐.
16. 치과 원장실 / 아침
선우, 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눈에 쌍심지를 켠 신영 들어선다.
선우 : . . . . . .
신영 : (돈을 던지며) 옛다, 먹구 떨어져라!
신영 가방에서 만원짜리를 꺼내 휙휙 뿌린다. 300장 정도 되는 만원권 지폐.
방안 가득 날리고 나풀나풀 책상으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선우 : 이게 뭐하는 짓이야!
신영 : 송금수수료 아낄려구 직접 가져왔다 이 쫌팽아.
선우 : 이렇게라도 내 얼굴을 한번 더 보구 싶었나보군.
신영 : .................. . . . .
선우 : 정확하게 반으로 나눈거겠지?
신영 : 이 병원 오픈하면서 꾼 대출금, 내가 세 번 넣어준거 기억하지?
그만큼은 빼고 찾았으니까 그렇게 알아, 이 개새끼야.
선우 : 이게 죽을라구.
신영 : 고른 여자하고는! 이왕이면 내가 찍소리 못할정도로 괜챦은 여자한테 가면 안됐니?
내가 감히 질투심도 못낼만큼 멋진 여자한테가면 너에 대한 실망감이나 없지.
선우 : 얘기 끝났음 가봐.
신영 : 너 같은 남자를 사랑했다는게 난 너무 부끄럽다. 죽는 날까지 다신 너랑 마주치고 싶지않아.
(홱 돌아서 문으로)
선우 : . . . . .
신영 : (팩 돌아서) 너! UBN뉴스도 절대 보지마!
신영, 문을 있는 부셔져라 닫고 나간다.
17. 거 리 / 아침
달리는 신영의 차. 신영,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신영 : 그래 이걸루 끝이야. 그 자식 때문에 우는거 오늘이 마지막이야.
18. 보도국 복도 / 아침
신영, 걸어온다.
신영 : 힘내, 이신영! 니가 멋지게 잘 사는게 제일 통쾌한 복수야!
후배 종규, 달려온다.
종규 : 선배! 어떻게 된거야. 지금 부장님 화가 머리끝까지 나셨어.
19. 보도국 사무실 / 아침
앵커앞에 앉아있는 신영. 기획취재 아이템이 적힌 A4용지를 굳은 표정으로 읽어내려가는 앵커.
신영,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앵커 : 가짜 휘발유는 언제적 아이템인데 또 우려먹어?
이런 곰바우(느리고 어벙한 기자를 칭하는 속어)하고는...
신영 : 고발을 했어도 또 만드는 곳이 있으니까. . .
앵커 : 킬! (Kill) 몰래 카메라를 이용한 도박단? 이것두 킬! 다시 뽑아와.
신영 : 네.
20. 보도국 사무실
신영, 제보전화 접수책상으로 온다.
신영 : 뭐 제보 온거 없어요?
신영, 자료들을 뒤적거린다.
신영 : 기사꺼리 될만한게 없네.... (한숨). . . .
후배 종규 다가온다.
종규 : 선배! 실연의 충격이 그렇게 큰거야? 내가 가서 그 치과의사 이빨 몽창 뽑아다 줄까?
신영 : 나 그 자식 다 잊었어. 이름도 기억안나.
종규 : 눈빛도 멍청해가지고는. . . 특종상 받은 사람이 맞나 싶다.
신영 : . . . .
종규 :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 꺼내주며) 선배줄려구 숨겨둔 일급제보야. 또 한번 뛰어봅시다.
신영 : (눈빛 반짝) !!!
21. 방송사 일각
신영과 종규와 조명스탭, 촬영준비해서 나가고.
신영팀이 탄 승합차 떠난 뒤로 영훈의 멋진 외제차, 와서 서고. 영훈 내린다.
가방들고. 회사 안으로 들어간다.
22. 보도국 / 낮
보도국으로 걸어 들어가는 영훈. 의학전문 기자 김태근과 악수한다.
태근 : 어서 와.
영훈 : (심드렁) 오랜만이예요.
태근 : 원장님은 안녕하시고?
영훈 : (무관심) 그러실껄요.
태근 : 넌 이제 정신차렸다며.
영훈 : 헛소문이예요.
태근 : 정신차린 것 같은데. 나도 만나러 오구.
영훈 : 심심해서요.
태근 : 너희 병원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수술 성공했다며?
영훈 : 그래서 온거 아닙니까. 테잎부터 보세요.
23. 편집실 / 낮
태근, 영훈을 데려오는데 모니터에 신영이 보인다.
영훈 : . . . . .?
태근 : 잠깐만 기다려. 커피 한잔 뽑아올게.
영훈 : 이건 뭐예요?
태근 : 응, 자료화면 좀 찾고 있었어.
영훈 : 이 사람 여기 기자예요?
태근 : 응, 너 우리 뉴스 열심히 보나부다? 영새를 다 알아보고. 얜 어쩌다 한번 나오거나
나와도 프라임 타임에 나올때가 많은데. 아침 6시 모닝뉴스. (나간다)
영훈 : (신영이 걸린 테잎 플레이 시켜본다)
영훈, 모니터를 보면 신영이 스탠드업(카메라 정면보고 하는 리포트) 자세로 서있는 모습.
신영 : (카메라 보고 말하는) 됐어?
종규(E) : 잠깐만. 조명이 좀 튀는데. 옆으로 좀 비껴서 쳐주세요.
신영 옆으로 조명 바꾸고 체크하는 스탭. 신영은 카메라 보며 혼자 종알거린다.
신영 : UBN뉴스 이신영입니다. 얼마전에 애인한테 차였습니다.
돌팔이 치과의사 박선우를 거리에서 보시면, 돌을 집어던져주세요. 물을 냅다 뿌려도 좋겠습니다.
영훈 : . . . .(귀엽고 웃기네..... 미소). . . .
신영 : (원빈 성대모사, 태극기 휘날리며 한 장면) 형, 이게 다 꿈이었음 좋겠다.
서른 두 살에 애인한테 차이고, 선자리엔 괴물만 나오고,
20년만에 만난 첫사랑은 연예인이랑 소개팅이나 시켜달라 그러구...
이게 다 꿈이었음 좋겠어 형. . .
영훈 : (픽 웃고)
종규 : 자, 장난 그만치구. 자 조명 좋아요. 갑시다.
신영 : (정색하고 똘망똘망하게) 인간의 믿음을 담보로 행해지는 사기에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UBN뉴스....... 야, 다시 가자.
태근, 커피잔 들고 들어온다.
태근 : 자. .
영훈 : 이 사람 누구예요?
태근 : (스톱 누르고) 영새.
영훈 : 영새요?
태근 : 이름은 이신영인데 영새라고 불러요. 맨날 물먹고 헛다리만 짚거든.
영훈 : . . . .
태근 : 왜? 맘에 드냐?
영훈 : . . . . .
24. 병원 주차장 / 낮
임시번호판을 단 준호의 새 차(중형급),
조심스레 들어오는데 영훈의 스포츠카 급하게 들어온다.
깜짝놀라 브레이크를 밟는 준호.
하나있던 빈자리에 차를 세우고 영훈, 차에서 내린다. 간다.
준호 : 저기요!
영훈 : (돌아보면)
준호 : 주차매너가 뭐 그럽니까? 내가 지금 주차할려구 들어서는데 그렇게 새치기를 하는게 어딨어요.
영훈 : 죄송합니다. (가고)
준호 : 이봐요! 차 안 빼?
영훈 : (키 내밀며) 댁이 빼고 주차해줄래요 그럼?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준호 : 허! 이 사람이.....
영훈 : 다음부턴 주차하면서 꿈지럭 거리지 마세요. (가고)
준호 : 당장 차 빼지 못해. 여긴 직원전용 주차장이란말야.
영훈 : (들은체만체 가고)
25. 진찰실
군시렁 거리며 들어오는 준호.
준호 : 별 웃긴 놈을 다 봤네.
간호사 : 아침부터 왜 그렇게 열을 받으셨어요?
준호 : 우리 병원에 신입의사 또 들어왔어요?
간호사 : 신준호 선생님 다음으론 없는 것 같은데요.
준호 : 그쵸? 아니 점심먹고 들어오는데 웬 양아치같은 놈이
직원 주차장에 요상하게 생긴 차를 세우더라구요.
간호사 : 요즘 그런 양심불량 환자들 많아요.
준호 : 이따 내 환자로 들어오기만 해봐라. 그냥 손가락 하나넣을꺼 두 개 넣어가지구 확. . . .
26. 보석상 / 낮
상류층만 드나드는 고급 보석가게.
승리, 화려한 보석으로 된 귀걸이 반지 목걸이 세트를 내보인다.
값이 꽤 나가보이는 최고급의 세팅. 광채가 화려하다.
사장, 흰 장갑을 끼고 살펴보는.
승리 : 얼마까지 해주실래요?
사장 : 이거 최회장님 댁에서 해가신거 아닙니까. 아닐 이걸 왜. . .
승리 : 딱 한번밖에 안걸었어요. 그것도 집에서 손님올 때 잠깐, 딱 삼십분 걸고 있었어요.
산 가격의 80퍼센트로 쳐서 주세요.
사장 : 그렇게까진 힘들죠..
승리 : 그럼 얼마까지 쳐주실수 있겠어요?
사장 : (계산기에 가격을 찍어보여준다)
승리 : 에이. . .너무하신다. 5백만 더 해주세요.
사장 : 그런데 이거 이렇게 맘대로 처분하셔도 괜챦은겁니까?
승리 : 5백 더 해주심 괜챦죠.
이때 우아하게 차린 귀부인 들어온다.
점원들 고개숙여 공손히 인사하는데 승리가 앉아있는 쪽으로 시선.
귀부인, 승리앞으로 다가온다. 앞에 놓인 보석세트를 본다.
승리, 인기척을 느끼고 보면 싸늘하게 자신에게 꽂히고 있는 시선.
승리 : (말없이 가만히 앉아있고)
귀부인 : . . . (싸늘한 눈으로 승리를 노려본다)
승리 : . . .안녕하셨어요.
귀부인, 승리의 뺨을 맵게 때린다.
승리 : . . . . . .
승리, 맞은 한쪽 뺨을 잡고 눈을 바짝 떠 귀부인을 쳐다보는데 부인 다른쪽 빰도 때린다.
귀부인 : 상종못할 천격같으니라구. (사장에게) 다음에 다시 들리죠. (나가고)
승리 : . . . . .
주인 : (어쩔줄 몰라 쩔쩔매며) 괜챦으세요?
승리 : . . . .5백만 더해주심 괜챦을 것 같아요.
27. 사채업자 사무실
돈세는 시봉의 손. 옆엔 소라와 사채업자 앉아있다.
시봉 : (착착세는) 일곱 여덟!. . .왜 이것밖에 안돼요?
사채업자 : 선이자 20퍼센트 띠었죠 사모님. 다음달 20일부터 50만원씩 이자 들어가는겁니다.
시봉 : 다음달에 원금 이자 다 갚고도 남을테니 걱정을 마시구랴.
28. 증권사 객장 / 낮
가슴 쫙 펴고 목에 힘주고 객장을 나서는 소라와 시봉 모녀.
소라 : 사채까지 쓰면서 3천을 투자했는데. . .적어도 5천은 돼줘야할텐데 그치 엄마?
시봉 : 1억까지 만들테니 두고 봐.
소라 : 정말? 와. . .1억 생기면 뭘하지?
시봉 : 뭘하긴 일단 너부터 좋은데로 시집보내야지.
소라 : 시집에 기 안죽게 혼수도 빵빵하게하구?
시봉 : 그럼! 돈 잘버는 신랑 만나서 그 몇백배로 뽑아먹음 돼지.
소라 : 엄만 역시 머리가 좋아.
두 모녀 마주보며 키득키득. . .
29. 커피전문점 테라스 / 낮
스타벅스나 커피빈같은 커피전문점의 야외테라스(압구정, 청담점이나 홍대점이 그러함)
순애, 한쪽에 앉아 수첩에 뭔가를 적으며 열심히 사람들과 점원의 일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순애 : 이런 대형체인에 맞설려면 일단 커피 맛이 좋아야하고, 인기있는 품목만 소량으로 메뉴구성. . .
또 무엇보다 중요한건 자리인데....
커피집 앞으로 중형차와서 선다. 순애, 보면 승리 내린다.
테라스 야외에서 커피마시는 두 사람.
순애, 마일리지 쿠폰에 찍힌 스탬프를 본다.
순애 : 이제 한번만 더 마시면 공짜로 하나 받겠다.
승리 : 조잡스럽게 올때마다 일일이 도장을 어떻게 받니?
순애 : 얘가 뭘 모르네. 이 맛에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도 커피점 열 때 이거 꼭 해야겠어.
승리 : 그러시던지. (커피마시는데)
순애 : . . . .(승리 얼굴을 빤히 본다) 넌 얼굴이 왜 그래? 울었니?
승리 : 내가 미쳤니? 울 일이 내가 뭐있어?
순애 : 뺨도 좀 부어있는 것 같은데... 너 무슨 일 있었어 말해봐 빨리.
승리 : 아무 일도 없었어.
순애 : . . . . .
승리 : . . . . .
순애 : 그럼 됐구.
승리 : 넌 공부 많이 했니? 열심히 적는 것 같던데.
순애 : 문제는 돈이지 뭐.
승리 : 집에서 주식으로 돈 좀 불리고 있다며.
순애 : 그 돈을 순순히 내줄지도 의문이야.
승리 : 안내놓으면 말해. 내가 가서 아작을 내줄테니까.
순애 : (승리를 본다)
승리 : 왜? 못할 것 같아?
순애 : 응.
승리 : 난 이제 무서운거 없어. 못할 것도 없구.
순애 : (승리의 옆 모습을 바라본다. . . 굳어진 쓸쓸함이 보인다). . .
승리 : 참, 나 집 봐놓은거 있는데.... 같이 가서 한번 봐줄래?
30. 빈 아파트 / 낮
40평형정도의 아파트 빈 내부거실. 승리와 순애 둘러보고 있다. 여기저기 문열어보고....
승리 : 어떠니? 괜챦지? 이번주내로 계약할까봐.
순애 : 이 정도 크기면 전세만해도 꽤 나갈텐데....
승리 : 나 돈 있어.
순애 : 위자료도 한푼 못받았다며.
승리 : 결혼패물 야금야금 팔아먹고 있어. 그리구 남편이란 자식이 나한테 던지던 백불 이백불
내가 악착같이 모았지. 그 자식 삐딱하게 나올수록 시댁에다 갖은 명목으로 생활비 더 뜯어냈구.
순애 : 너 정말 대단하다.
승리 : 내가 괜히 승리겠니? (굳은 결심의) 이 집에서 이제부터 새 인생 한번 살아볼꺼야.
31. 야산 부근 / 낮
수풀우거진 야산이다.
청바지에 등산화 신은 신영과 카메라 기자 종규, 이리저리 살피면서 걷고 있다.
신영 : 제보 확실한거야? 냄새가 별로 안나는데.....
종규 : 그렇다니까요. 여기가 투견도박의 본거지예요. 보아하니...저 쪽 창고를 하우스로 쓰는 것 같고...
신영 : 여기는 투견훈련소라 이거지.
종규 : 하룻밤에 수천만원이 오가고 유명 정치인의 부인까지 드나든다니까요.
국회의원 보좌관한테 직접 들은 얘기예요.
신영 : 어? 저거 뭐야?
신영, 수풀을 헤치고 보면 사납게 생긴 개한마리가 러닝머신위에서 죽어라 뛰고 있다.
신영 : 투견판에 나가는 갠가본데? 찍자!
종규, 6m카메라를 들이댄다. 신영은 주변을 살피는데 바닥에 주사액 병들과 주사기를 발견한다.
신영, 땅을 더 파헤쳐보면 링거줄도 나오고. . .
후배 열심히 신영을 찍는데 '거기 누구야!' 하는 소리.
험악하게 생긴 문신의 남자 다가온다.
남자 : 거기! 뭐하는거요?
신영 : 네...등산왔다가요. . .식당을 좀 찾느라고. . .
남자 : 여기 식당 아뉴. 가슈.
신영 : 개를 좋아하시나봐요? 운동도 시켜주시고.
남자 : (개를 데려가며) 독구야, 가자.
신영 : 여기 이런 주사액 병들은 뭐예요? 개가 맞은건가요? 이거 무슨 흥분제의 일종 아닙니까?
남자 : 당신들 뭐야?
종규 : 아뇨... 등산왔다가 배가 고파서요... 식당인가하고 왔더니....
남자 : 식당 아니라니까. 얼른 나가요. 개 풀어놓기전에.
남자, 개끌고 사라진다.
신영 : 흠... 냄새가 난다.
종규 : 그쵸?
신영 : 따라가보자. 저기 뭔가 더 있을 것 같애. (따라가는데)
종규 : 조심해요, 개풀어 놓는다쟎아.
32. 야산 부근 창고 / 낮
신영, 남자가 사라진 쪽으로 걸음을 빨리해 따라간다. 종규는 신영의 뒷모습 찍으면서 따라가고.
음침한 건물안에서 개짖는 소리 들려온다. 신영, 발돋움해 껑충껑충뛰며 안을 들여다본다.
신영 : 저 안. . . 완전히 개판같은데... 같이 들어가보자.
종규 : 도사견이 득실거리는데를?
신영 : 내가 먼저 들어갈테니까 찍으면서 따라와.
종규 : 쟤들 광견병 주사도 안맞았을텐데....
신영 : 그럼 내가 몰래카메라 갖고 들어갈테니까 넌 밖에서 여기 좀 훑고 있어.
종규 : 조심해 선배!
종규, 주변의 풍경들 찍기 시작한다.
낡은 창고 건물을 훑다가 찌그러진 양동이 가져와 그 위에 올라가서 창문안으로 카메라를 들이미는데
'너 뭐야' 하는 남자의 고함과 함께 개짖는 소리.
잠시후 신영 달려나오고 개,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오기 시작한다.
신영, 놀라 도망간다. 개, 달려오고.
종규 : 선배!
신영 : . . .나 좀 살려줘어!
종규, 따라가며 찍는다. 개에 쫓기고 있는 신영.
신영은 계속 달린다. 뒤돌아보면 침 흘리며 열심히 따라오는 개.
신영, 날 살려라 뛰는데 개, 으르렁하며 뛰고있는 신영의 뒷다리로 달려든다.
신영 : 으아악!
33. 고기집 / 밤
불판 위에서 거하게 구워지는 고기. 신영 순애 승리 저녁식사중.
신영, 상추에 고기싸서 입이 터져라 먹고 있다.
승리, 신영을 빤히 보고 있다가
승리 : . . . .남자한테 채이더니, 이젠 개한테까지 물리냐?
신영 : . . . .
승리 : 너 광견병 걸린건 아냐?
순애 : 야, 쌈만 싸먹지 말고 대답 좀 해라.
신영 : 등산양말에 두꺼운 청바지 입고 갔다니까. 바지만 찢어졌지 살은 멀쩡해.
순애 : 천만다행이다. 개 이빨이 얼마나 독한데.
신영 : 되는 일이 없어, 되는 일이.
승리 : 너는 그래도 순애는 고모가 산 주식이 팍팍 오르고 있나봐.
신영 : 야, 너두 조심해. 경제부 선배들 얘기들어보니까
요즘 부도직전인 회사들 작전으로 한탕하고 빠질 준비한다더라.
순애 : 걱정마. 이번주내로 빼달라고 할꺼야.
신영 : 승리 넌 이제 어떡할꺼야? 뭐해서 먹고 살껀데?
승리 : 생각중이야. 내가 뭘하고 싶은지, 내가 뭘 잘할수 있을지. . . 잘모르겠어.
신영 : 나이가 몇 살인데 그것도 몰라?
승리 : 그거 제대로 아는 사람 얼마없을걸.
신영 : 장승리 너는 인생 헛살았어. 적어도 인생 삼십을 넘겨 살았으면
내가 뭘잘하고 뭘하고 싶은가쯤은 알고 그 길을 가고 있어야지.
승리 : 내가 이혼했다고 너까지 나 무시하냐?
신영 : 야... 천하의 장승리도 이혼 컴플렉스가 생겼구나.
승리 : 넌 그렇게 쌀쌀맞게 똑똑한체 하니까 남자가 도망가지.
개에 물리더니 더 이상해진 것 같아. 순애야, 안 그러니?
순애 : 둘 다 시끄러. 밥 먹고 우리 어디갈래?
신영 : 찜질방가자.
승리 : 야, 밥 잔뜩 먹고 더운데가서 디비져있음 체해.
순애 : 동대문 시장 돌아다니까?
승리 : 그건 나중에 하고 우리 오늘 호스트바 가볼래?
순애 : (버럭) 너 미쳤니?
승리 : 아우 놀래라.
순애 : 거기가 얼마나 비싼데.
신영 : 싸면 가구?
순애 : 오늘은 그냥 노래방가서 스트레스 확 풀자.
34. 노래방 / 밤
넓고 큰 룸.
신영, 노래하고 있다. 감정잡아서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를 부르는중이다.
신영 : (눈감고 감정오바) 이젠 잊어야만하는 내 슬픈 기억이... 이 밤 별이 되어 나를 울리네. . .
나는 왜. .여기 서있나. . .
순애, 손에 휴지를 길게 풀어감고 살풀이를 추듯 춤추고 있다.
노래하는 신영의 몸을 휴지로 나부껴주면서.
승리 : (못마땅) 저런 화상들. . . 좀 신나는거 부르라니까.
승리, 정지버튼을 눌러 노래를 톡 꺼버린다.
신영 : (노래하다 끓어짐. 황당). . . .
승리 : 궁상맞어. 딴거 불러.
신영 : 야!
승리 : 나와, 나 먼저 부르게. 넌 노래 다시 골라.
승리, 버튼 누르고 나가서 춤춘다.
신나는 댄스곡 효리의 10 Minutes같은.
승리 : (신나게 부르고) Just one 10minute 내 것이 되는 시간. . .
신영과 승리 황당해하다가 같이 춤추고 노래한다.
의자위에 올라갔다 내려오고 벽치기, 활쏘기, 벽에 등기대고 미끄러져 내리기등등. . .
스트레스 다 던지고 가고 싶은 세 노처녀의 몸부림.
35. 포장마차 / 밤
우동먹는 신영 순애 승리.
승리 : 야, 소리 좀 내지말고 먹어. 그렇게 후룩후룩 먹으면 소녀가장같애 보여.
순애 : 그래 나 빈티난다. (일부러 더 후룩후룩 국물마신다)
신영 : 남자한테 차이고, 개한테 물리고, 취재도 망치고.... 너같은 애가 어떻게 기자가 됐니....
너 때문에 보도국 평균 아이큐가 떨어진다. 이딴 소리나 듣고. ...
순애 : 어떤 놈이 내 친구를 씹어! 데리구 와.
신영 : 데리구 오면?
순애 : 일장 설교를 해주지 내가. 취재중에 개에 물려보지 않고선 기자 정신을 논하지말라.
신영 : (한숨). . .서른 두 살에 내가 이러구 살 줄은 정말 몰랐다.
승리 : 마흔 두 살에 그러구 있는 것 보단 낫지 않니.
순애 : 기운내. 내일 신준호, 니 첫사랑을 만나쟎아.
승리 : 그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대사 몰라?
(배우처럼) Tomorrow will be another day.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꺼야.
신영 : 내일 비온대.
우르릉 쾅! 하는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36. 처마밑 / 밤
죽죽 내리는 장대비. 신영 순애 승리 세사람 쪼르르 나란히 서서 비를 피하고 있다.
승리 : 넌 비오는거 알았으면서 우산도 안가져오니?
신영 : 내일부터 온댔단말야. 오늘밤이라곤 안했어.
순애 : 일기예보 좀 똑바로 하지.
신영 : 일기예보고 인생이고 늘 예측대로만 가는건 아니쟎아.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우산을 하나쓰고 하나는 손에 들고 걸어간다. 다정하게 꼭 껴안고.
신영, 물끄러미 그들을 본다. . .나도 저럴 때 있었는데....
승리 : 저런 미친 것들. . .저 우산 우리나 주지.
순애 : (손 내밀어 빗물 받아보며) 비가 언제쯤 그칠까?
(E) : 일기예보 시그널
신영(E) : 기상청 발표 오늘의 날씨. 세여인의 인생은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구름끼고 흐리며
간간이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도 내리고 있습니다.
과연 그 무엇이 고기압을 몰아다 햇살을 비춰줄 수 있을지.. 우리 인생의 비는 언제쯤 그칠까요?
비오는 밤. 처마밑의 세사람.
37. 보도국 일각 / 아침
하명석과 사람들 모니터앞에 모여 왁자지껄 웃으며 떠들고 있다. 하하하. . .
신영, 지나다가 보면 신영, 개에 쫓겨 도망가는 모습.
신영 : (스톱버튼 누르며) 무슨 짓들이예요 이게.
명석 : 개판이구만 개판이야.
신영 : (테잎 확 잡아빼며)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내가 참는다.
38. 진찰실
밝은 색깔의 타이를 매고 거울 앞에 서있는 준호. 휘파람 불면서 머리에 젤을 바르고 있다.
39. 화장실
브래지어 안의 에어패드에 펌프로 공기를 푹푹 집어넣고 있는 신영.
신영 : . . . .(진지하기 그지 없는)
빵빵해진 가슴. 거울보며 이리저리 비춰본다.
머리를 매만지고 부풀리고. 눈을깜빡깜빡거리며 거울보고 이쁜 표정지어본다.
신영 : (애교스럽게) 어머나. . .준호구나. . .오랜만이다아. . .너무 반가워어...
(애교있게 캑캑 웃어보는) 해해해. . .
화장실 칸 안에서 물내리는 소리난다.
신영 얼른 자리를 뜨고.
40. 바bar / 밤
모던한 분위기의 아담한 바. 한 층을 통째로 예약했다.
커다란 테이블과 한쪽 바에 20여명의 사람들 편하게 모여있다.
서로 인사하고 반가운 듯 호들갑스럽게 떠들고 껴안고. . .화기애애한 분위기.
신영 순애 한쪽에서 콤팩트로 거울보고 옷매무새 가다듬고 있고.
승리는 저만치에서 남자들과만 신나게 인사하고 웃고..
신영 : 쟤가 제일 신났네.
순애 : 역시 한번 선수면 영원한 선수라니까.
승리 : (명함들고 다가오며) 박장석이란 애 되게 재밌다. 근데 애 아버지야, 짜증나게.
신영 : 넌 우리초등학교도 아니면서 왜 끼니? 와서 또 제일 설치고 있어.
승리 : 내가 남자보는덴 선수아니니. 니 남편될 신준호 관상 좀 봐줄게.
신영 : 나 어떠니? 오늘 코디 죽이지?
순애 : 가슴에 뽕 좀 더 넣지 그래. (테이블에서 냅킨빼며) 내가 해줘?
신영 : 넣을만큼 넣었어.
승리 : 너 오늘은 똑똑하게 보이면 절대 안된다. 맹하게, 착하게. 알았지?
말도 또박또박 끓어서 하지말고 그냥 자주 실실 웃어. 맹하게. 한번 해봐.
신영 : (피식피식 웃어보이는)
순애 : 애를 아주 미친년을 만들어라.
승리 : 전문가 말을 들어 글쎄.
민철, 입구로 시선주며
민철 : 어? 저 자식 준호아냐?
순애 : 왔나부다!
승리 : 어디어디?
신영 : . . . .(가슴 쿵쾅쿵쾅. . . 고개를 천천히 돌려본다)
신영의 시선이 닿는 곳, 대장항문과 병원에서 봤던 신준호 들어온다.
신영 : 헉!
신영, 테이블 밑으로 쑥 내려간다.
순애 : 너 왜 그래?
신영 : 나 어떡해. 그 신준호야.
승리 : 정말? 니 거시기 본 애 맞아?
민철 : 야. . .준호! 너 오랜만이다.
준호 : 반갑다.
민철 : 어? 니 색시 어디갔냐. 신영이 방금까지 여깄었는데...
준호 : 그래? 신영이 어딨는데?
기대감 가득, 싱긋 웃는 준호의 핸섬한 미소.
민철 : 방금 여기 있었는데 어딜갔지? 순애야, 신영이 어디갔니?
순애 : . . 응. . . 화장실 갔나봐.
민철 : 무슨 화장실을 가 방금까지 여기서 떠들었는. . .(하다가 테이블 아래를 본다) 어? 너 거기서 뭐해?
신영 : 응. . .뭐가 떨어져서. . . .
민철 : 빨리 나와봐, 임마. 니 서방님 오셨어.
신영 : . . . (꾸물대며) 이게 어딜갔지. . . .
준호 : (테이블 밑을 보며) 신영이니?
신영, 마지못해 일어난다.
두 사람 마주본다.
신영 : . . . .
준호 : (악수청하며) 반갑다. 야... 이신영! 너 이뻐졌다.
신영 : 응. . .너두 몰라보겠다아. . .
준호 : 방송기자라면서?
신영 : 응. . . .
준호 : 근데 왜 TV에서 한번도 못봤지?
신영 : 응... 뭐 그렇게 자주는 안나왔어. 그리구 요즘엔 특별취재팀에 있어서 매일매일은 안나오니까.
준호 : 이제부턴 뉴스 열심히 볼게.
신영 : 그래.
바에 있던 남자, 다가오며 준호를 부른다. '야 신준호'
민철 : 준호야! 성진이, 기억나지?
준호 : 어? 야. . .안성진. . .
준호, 다른 친구들과 껴안고 인사하고. . . 다른 자리로 끌려간다.
순애 : 몰라보는 것 같은데?
승리 : 그러게. 그날 너 변장 잘하고 갔나부다?
신영 : 알아보는 사람있을까봐 안경쓰고 모자쓰고 머리 막 헝클어뜨리고 갔거든.
승리 : 잘했어.
신영 : 정말 나 몰라보는 것 같지?
순애 : 응!
신영 : (안도의) 다행이다.
사람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얘기하고 몇 명은 다트게임을 하고 몇 명은 바에 서서 얘기하고. . .
신영, 맥주를 홀짝거리며 준호가 앉아있는 쪽으로 계속 시선을 주고 있다.
준호, 친구들의 얘길들으며 미소로 고개끄덕이고.
신영 : . . . .
승리 : 야, 그만 좀 쳐다봐라.
신영 : 멋지지 않니?
승리 : 저 정도면 데리고 다닐 때 챙피하진 않겠다. 집에 돈은 많대니?
신영 : 내가 아니.
승리 : 순애야, 쟤 옛날엔 어땠니?
순애 : 난 잘 몰라. 신준호랑은 같은 반이었던적 한번도 없거든.
신영 : (단호한) 나 신준호랑 결혼할꺼야. 그래서 박선우 보란 듯이 잘살아 줄꺼야.
승리 : 신준호 팔짱끼고 박선우 결혼식부터 가라.
신영 : 이제 좀 우울이 가신다.
신영, 뿌듯하게 미소짓는다. . .
준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맥주병들고 일어나 신영쪽으로 온다.
순애 : 야, 이리온다. 자리 피해주자.
승리 : 왜애... 옆에서 바람넣어줘야지.
순애 : 일단은 둘이 있게 해. (승리 끌고가고)
신영, 일부러 준호를 안보는척하고 맥주를 마시는데
준호 다가와 신영의 옆에 바짝 붙어선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순애와 승리, 주먹쥐며 예스!
준호 : 신영이 넌 이런데 자주 나왔니?
신영 : (애교) 아아니. 처음이야. 입사해서 수습떼고 경찰출입할때까지 한 3년동안은 정신없이 지냈거든.
준호 : 같이 있던 친구들은 누구야?
신영 : 응.... 한명은 승리라고 내 여고동창인데 심심하다고 따라왔어. 다른 한명은 진순애.
너 기억안나니? 우리 초등학교 동창인데...
준호 : 초등학교때 기억나는 여자라곤 너 하나뿐이지, 난.
신영 : 그러니. . . (수줍다. .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 .말없이 맥주만 마시는데)
준호 : 술 그만 마셔. 이리내. (병 뺏는)
신영 : 나 계속 콜라마시다 이제 한모금 마시는거야.
준호 : 어쨌든 마시지마.
신영(E) : 역시. . 남자들은 자기 여자한테는 엄한가봐.
신영 : (애교스럽게) 왜 나 술 못마시게 해?
준호 : 알면서 그러네...
신영(E) : 역시. . .날 사랑하고 있었어...
신영 : 준호야!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갑다.
우리 이제 자주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으러가고 영화도 보구 그러자.
준호 : 영화?
신영 : 응, 우리 토요일날 영화 같이 볼래?
준호 : 야. . . 너 좋아졌구나.
신영 : 뭐가?
준호 : 영화볼려면 2시간 넘게 앉아있어야하는데... 그게 괜챦단 말이지?
너 내가 처방해 준 약 바르고 좋아졌나부다?
신영 : 헉!!!
준호 : 항문 부은거 이제 가라앉았니?
신영을 향해 묻는 다정한 준호의 얼굴.
굳어버린 신영의 표정.
신영 : . . . . . .
준호 : 걱정마. 딴 애들한텐 모르는척 할게.
신영 : (딸국)
41. 거리 / 밤
달리고 있는 신영의 차. 옆엔 순애가 뒤엔 승리가 타고 있다.
신영, 말없이 운전만.
순애, 신영의 눈치를 본다.
순애 : 신영아....
신영 : 한마디도 꺼내지마. 나 지금 상태 안좋아.
승리 : (준호 흉내) 항문 부은건 가라앉았니? (깔깔)
차 끼익 세운다.
신영 : (소리 빽) 야!
승리 : 하늘이 준 인연이라고 본다.
순애 : 그래. . . 아직도 널 좋아하는 눈치였어.
신영 : 준호랑 나랑 이 상황에서 지금 연애가 될 것 같니.
승리 : 결혼까지도 금방이겠다. 처음부터 엉덩이 까면서 진도 확 나갔는데.
신영 : 진순애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신준호가 흉부외과를 전공했다구?
(엎어져서 핸들을 팡팡치며)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안나왔지 내가.
승리 : 야, 솔직히 산부인과 의사로 만난 것보단 낫지 뭘 그러냐.
신영 : 내가 산부인과를 왜 가냐.
승리 : 너 생리통 점점 심해진다며. 그거 병원가봐야 돼.
신영 : 다시 우울해진다. 신준호한테 희망을 걸고 살았었는데. . .
순애 : 신영아 포기하지말고 준호가 연락하면 그냥 만나봐.
신영 : 준호가 연락을 할 것 같니?
승리 : 부은거 가라앉은 것 좀 보자 싶어서 연락하겠지.
신영 : 너 내려.
승리 : (손내밀며) 택시비 줘.
42. 신영네 거실 / 밤
좌탁에 둘러앉은 신영, 금순, 찬영, 원영, 희숙.
원영 : 넌 왜 하필이면 그 병원엘 갔냐?
신영 : 그 방면으론 제일 유명하고 잘하는 병원이라길래 갔지. 오빠의 어부인께서 추천한 병원이라네.
금순 : 그것도 인연아니니. 많고 많은 병원중에 하필 그 병원에서 또 그 의사야.
신영 : 엄마! 첫대면에 궁댕이부터 디민 여자를 사귀고 싶겠어요?
원영 : 난 사귀고 싶겠구만.
찬영 : 누나 이럴줄 알았으면 히프에 장미문신이라도 해둘걸 그랬다. 이름하여 불타는 엉덩이.
신영 : (퍽퍽 패며) 신났어 신났어 이 자식은..
금순 : 저 저 성질머리 봐라...
신영 : 다 끝났어. 신준호두 땡이야. 나 그냥 혼자 살란다.
금순 : (신영의 입을 톡 때리며) 요놈의 조동아리! 말이 씨가 된다고 이것아.
지금이야 괜챦지만 내가 죽으면 그땐 어쩔꺼야.
찬영이도 장가가고 니 오빠동생 식구들이랑 오순도순 사는데
너만 혼자 컴컴한 집에 불켜고 들어오면서 살래?
찬영 : 누나 시집안가고 있으면 나 장가갈 때 흠이 될지도 몰라.
시집안간 누이 얹혀살까봐 여자들이 겁낸다구.
신영 : 너야말로 취직이나 해라.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어따대고 훈수야.
원영 : 신영이 제가 데리고 살께요 그럼.
희숙 : (원영의 옆구리를 꼬집고) 무슨 소리야.... 고모도 좋은 짝을 만나야지.
고모, 우리 결혼정보회사에 들자. 응?
신영 : 내가 엉터리 결혼정보회사 취재해서 문닫게 만든거 몰라?
희숙 : 믿을만한덴 괜챦대.
신영 : 다들 그만 좀 해. 나 확실한 직업있고 좋은 친구들도 있고 . . .혼자 살아도 돼요.
우리 이런 칙칙한 얘기 여기서 끝냅시다. 제발 제발!
43. 신영 방 / 밤
벗은 스타킹과 옷, 뽕 브라... 패잔병처럼 널려있다.
얼굴에 하얀 종이팩 붙이고 다리는 벽에 올린채 누워있는 신영.
신영 : . . . .인생이 그렇지뭐. . .기대하지말자... 상처만 받쟎아...
44. 병원 식당 / 낮
준호, 식판을 들고 어디앉을까..... 하다가 간호사들 여럿 모여 수다떨고 있는 자리로 간다.
준호 : 앉아도 돼죠?
간호사 : 그럼요. 우리병원 최고 얼짱 의사선생님인데....
준호 : 하하.... 보는 눈은 또 있으셔갖구.... 무슨 얘길 그렇게 재미나게 하고 있었어요?
간호사 : 새로 온 기획홍보실장 아직 못보셨죠? 우리 병원장 아들이래요.
준호 : 아니 이 정도의 병원에서 낙하산으로 사람을 쓴단말예요?
간호사 : 것두 아주 망나니래요. 대학때 아버지 몰래 여자데리구 미국으로 도망쳤다가요,
거기서 여자차버리구 라스베가스가서 도박에 빠져살다가 돈을 왕창따서 흥청망청 지내다가.....
준호 : 그런 망나니를 병원의 중책에 앉혀놓다니... 원장님에 대한 존경심이 갑자기 팍 사라지네.
간호사 : 요즘도 맨날 물좋은 바에 죽치고 있고 업무시간도 제멋대로래요.
준호 : 방송국 기자하는 친구한테 제보해야되겠는데요.
간호사 : 참 어제 첫사랑 만나셨어요?
준호 : 그럼요.
간호사 : 어머! 어떠셨어요?
준호 : 좋았죠. 밥먹고 가서 전화해야겠다.
간호사 : 데이트 신청?
준호 : 뭐. . . . 할 얘기를 어제 다 못해가지구요....
45. 진찰실 / 낮
준호 들어서는데 영훈, 진찰실에 들어와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다.
영훈, 칼라풀한 셔츠에 꽉 죄는 청바지 입고 있다.
준호 : 어? 지난번 그 친구 아냐. 주차장에서 그 매너없던 분.
영훈 : 댁이 신준호 선생님이셨군요. 수술실력이 꽤 좋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준호 : 환자신가본데 오후 진료 2시부터 시작입니다. 좀 나가주시겠어요?
영훈 : . . . .환자한테 늘 이런 식으로 말합니까?
준호 : 당신처럼 매너없는 환자한테나 그렇죠.
영훈 : 그래도 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야죠.
준호 : 나가서 접수하고 기다리시구요. 아 그리구 그렇게 꽉 쬐는 바지 안 좋아요.
그러니까 항문에 더 문제가 생기는거 아녜요. 여하튼 이따 봅시다.
영훈 : . . . 충고 감사합니다. (나간다)
준호 : 이따 오기만해봐라.
준호, 군시렁거리는데 간호사 포르르 들어온다.
간호사 : 실장님이 이 방엔 웬일이래요?
준호 : 네?
간호사 : 방금 실장님 여기서 나가셨쟎아요.
준호 : 아니 그럼 그 망나니 아들이 저 사람이란 말예요?
46. 육교 위 / 낮
교통경찰이 서있는 거리를 카메라로 촬영중인 종규와 신영.
불법유턴을 하다 걸린 차들, 경찰에게 걸려 딱지떼고 있다.
신영 : 뭐야.... 누가 돈을 받는다고 그래.... 한나절을 기다려도 천원한장 안 받는구만.
종규 : 누가 걸려서 딱지떼고 분풀이로 거짓제보 한거 같은데.
신영 : 내 느낌도 그렇다. 아.... 아이템 빵꾸났네.
종규 : 아 참 저 아저씨도 웬만하면 좀 받으시지. 아무것도 없이 돌아가면 데스크한테 깨질텐데.
신영 : 야! 너같은 애들땜에 딴 기자들이 욕을 먹는거야.
종규 : 선배 생각해서 하는 말이지. 봐! 또 물먹었쟎아. 회사들어가면 또 물먹은 영새 소리 들을꺼구.
신영 : 그래두 돈 안 받는 경찰 아저씨 보니까 기분은 좋쟎아.
(E) : 휴대폰벨
신영 : 여보세요! (놀람 반가움) 어머나! 웬일이야?
종규 : 남자구나?
47. 진찰실 / 낮
유선전화로 통화중인 준호.
준호 : 어젠 어디로 사라진거야?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 좀 할려고 했더니 금새 안보이대?
신영 : 응... 같이 왔던 친구가 감기기운이 있대서 데리고 가느라고. . .
준호 : 방송국이니?
신영 : 아니 취재중이야. 넌 병원이니?
준호 : 응, 거기 전화번호 찍혔지? 그게 내 방 번호야. 심심하면 전화해.
신영 : . . . 정말? (나한테 관심있나?)
준호 : 그럼, 야 우리가 어떤 사이니. 너 우리 옛날 추억을 잊었어?
신영 : . . . 준호야. . . .
준호 : 신영아, 나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도 있고. . . .
신영 : . . . . .뭔데?
준호 : 만나서 얼굴보고 하고 싶어. 너 오늘 저녁에 시간되니?
신영 : (표정 확 펴지고)
48. 레스토랑 / 밤
신영,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보고 머리를 매만지며 조심스레 들어선다.
준호, 자리에서 일어나 손 흔들고.
준호 : 신영아!
신영 : 응. (미소로 다가가 앉고)
준호 : 나 인터넷에서 니가 방송했던거 찾아봤다. 너 엄청 멋지더라. 특종상도 받았다며?
신영 : 멋지긴. . . 맨날 그렇게 사니까 남자 사귈 시간도 없고.
준호 : 그럼 아직 애인이 없니?
신영 : 응. . .
준호 : 야. . .남자들 눈이 삐었구나. 너같은 여자를 그냥 두냐...
신영 : 너는 애인있구?
준호 : 나도 없지.
신영(E) : (미소) 당연히 그래야지.
준호 : 우리 오늘 맛있는 걸로 먹자. 5학년때 도시락 먹은 이후 처음이다. 같이 밥먹는거.
신영 : 그러네. . . (미소)
테이블 아래 놓인 신영의 발, 기분 좋아 까딱까딱. . .
와인잔에 담긴 레드 와인. 예쁜 접시에 담긴 맛있는 요리.
식사하는 신영과 준호. 다정한 시선 오간다.
신영 : 어쩜 20년동안 소식도 모르고 살았을까.
준호 : 집안 사정도 안좋아지고 나도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고해서. . .
별로 친구들 만나고 싶지가 않더라구.
신영 : 지금은 최고 좋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뭘 그래.
준호 : 응. . . 한달전에 취직했는데 병원은 맘에 들어.
신영 : 난 너 흉부외과라고 들은거 있지.
준호 : 그쪽을 할까했는데 이쪽이 돈을 더 버는 것 같아서 진로를 바꿨어.
돈을 많이 벌어야 나중에 와이프도 호강시켜줄꺼 아냐.
신영 : (미소) 참 준호야. . .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란게 뭐야?
준호 : 응. . .그거.. .
신영 : . . . .(기대감, 침 꿀떡). . . .
준호 : 너 PD중에서도 친한 사람많지?
신영 : . . .많지는 않고... 그냥 입사동기들은 잘 알지.
준호 : 왜 전문가들이 패널로 나와서 연예인이랑 같이 토크쇼처럼 진행하는 프로그램있쟎아.
신영 : . . . .(기대와는 달라서 실망해가며).. . 응. . .
준호 : 나 그런데 의사패널로 출연 좀 할 수 없을까? 이 정도면 방송타기에 빠지는 인물은 아니쟎니?
너보기엔 어때?
신영 : . . .방송타고 싶어?
준호 : 방송타서 얼굴알려 놓으면 나중에 개업할 때 환자 좀 끌꺼아냐.
신영 : 응. . . .
준호 : 좀 알아봐주라. 또 아냐? 같이 출연한 연예인이랑 눈맞아서 장가까지 가게될지?
그럼 내가 너한테 한턱이 뭐야 두턱도 내지.
신영 : . . .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오고).. .
준호 : 요즘 잘나가는 남자들 다 띠동갑이랑 결혼하고 그러쟎아. 난 그거 디게 부럽더라.
요즘 주말연속극에 막내딸로 나오는 애, 나랑 띠동갑인데 딱 내 타입이야.
혹시 방송국에서 마주치면 내 얘기 좀 해주라.
신영 : . . . .보도국 사람들은 연예인 잘 모르는데.
준호 : 그럼 가서 좀 친해봐. 날 위해서라도.
신영 : (와인만 마신다)
준호 : 참, 신영아. 중요한 걸 빼먹었다.
신영 : 또 뭔데?
준호 : 요새 비디오 찍었다는 A양이 누구니?
신영 : . . . . .
49. 카운터 / 밤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하는 준호. 계산서를 한참동안 들여다본다.
신영 : . . . .?? (왜 저러나). . . .
준호 : 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 정식 둘에다 와인 한잔씩 했는데.
매니저 : 10퍼센트가 붙습니다.
준호 : 10퍼센트요? 저번에 왔을땐 안붙었는데?
매니저 : 오후 7시 이후론 텐 퍼센트 가산됩니다.
준호 : 아. . .그걸 또 몰랐네... 이러줄 알았으면 이 옆집으로 가는건데. 아님 점심약속을 하거나. . .
신영 : . . . . .
준호 : 깎아주면 안돼요?
매니저 : 죄송합니다.
준호 : 10퍼센트면 얼마야. . . .
신영 : . . . . . .
50. 신영의 집 앞 / 밤
와서 서는 준호의 중형차.
신영, 내린다. 준호도 따라내린다.
신영 : 오늘 저녁 잘먹었어. 다음엔 꼭 점심을 먹도록하자. 아님 오후 7시 전에 가서 먹던가.
준호 : 그러게 말이야.
신영 : 그럼 조심해서 가구.
준호 : 야. . . 집 아담하니 이쁘다? 이거 한 50평 되냐?
신영 : 건평은 30평 밖에 안돼.
준호 : 이 동네는 재개발 안들어가나? 집들이 되게 낡았다... 여기 평당 천만원 안돼지? 한 6백 되려나...
신영 : 우리 동네 집값 낮은 편일껄.
준호 : 주택은 갖고 있어봤자 오르지도 않아요. 야, 넌 잘나가는 기자가 이런 동네 사냐?
이게 뭐냐, 강북변두리에서. 좋은데 시집갈려면 강남으로 옮겨.
신영 : 뭐?
준호 : 이거 팔아서 청담동 오면 전세값 간신히 될라나?
그래두 시집가기 전엔 청담 압구정 서초 이런데서 살아야돼. 어디사느냐고 묻는 놈들 너 못봤니?
그게 다 뜻이 있는 질문이야.
신영 : 엄마랑 상의해볼게.
준호 : 너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야. 새겨들어. 그리구 주택보단 아파트나 주상복합이 투자가치가 있어요.
신영 : 그럼 잘 가.
준호 : 내 차 좋지? 나 취직하자마자 36개월할부로 차도 뽑았쟎냐.
이 정도면 연예인 여자친구 태우고 다닐만 하지? 아까 내 부탁잊지마.
(차에 타며) 신영아! 나 간다.
준호의 차, 사라진다. 멍하니 보고서있는 신영.
신영, 끓어오르는 열! 이리저리 어쩔줄 몰라 서성거리다가 바닥에 떨어진 캔 깡통을 발로 걷어차며
신영 : 으아아악.......
열이 폭발하듯 소리치는 신영의 표정에서............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