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듯이 [ 지블랄터 해협 건너 모로코 ]
◉ 모로코(Morocco) 가는 길
제5일 [2014. 2. 14.]
스페인 세비아에서 중국식 점심을 먹은 후에 모로코 가는 길을 떠난다(13:00). 모로코 가는 길은 세비아에서 버스로 3시간(타리파까지), 뱃길로 1시간(모로코 탕헤르) 소요된다. 차창 밖에는 좌우로 대초원과 목장지대가 이어진다. 투우에 사용되는 검은 소(리디아 종)가 주로 그곳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풍력 발전기가 산언덕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버스로 세 시간을 달려 이베리아 반도의 최남단 타리파(Tarifa)에 도착하다(16:00). 여기서 지브랄타 해협을 1시간 못 미쳐 건너면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 땅이다. 마치 한뼘 거리이다.
( 타리파의 선착장 )
배 안에서 출입국 수속을 받는다(17:30 출발). 대륙 간의 이동이지만 절차는 간편했다. 나중에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되돌아 올 때는 상당히 엄격한 심사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페리 호는 북에서 남으로 질주한다. 배가 가로 지르는 우측 해역은 대서양이고 좌측은 지중해이다. 비행기여행, 버스여행으로 지쳐가는 육체에 생기를 주는 한 시간의 바다길 이다. 좌석도 넓고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어 훨씬 쾌적하다. 무엇보다도 한 시간의 짧은 시간이 가장 흡족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행이라도 너무 길면 지루하고 힘이 든다. 선생이 새겨들을 진리이다. 아무리 훌륭한 강의라도 너무 길면 지루함을.
( 모로코에 가는 페리 호 선상 )
◉ 모로코 예비지식 : 면적 71만 평방미터. 한반도의 3.5배, 인구 약 3,000만 명.
① 시차 : 스페인보다 한 시간 늦다(포루투칼과 같음), 1유로는 10 디르함(dirham D/H모로코 화폐)
② 사진 촬영 조심 : 이슬람권은 사진촬영이 영혼을 뺏어가는 것으로 여긴다고 한다.
③ 페르의 전통시장에서의 천연가죽향기
④ 꽃제비
탕헤르(Tanger) : 유럽에서 모로코로 들어가는 첫 도시이다. 인구 70만의 제법 큰 도시이다.
오후에 늦은 시각에 도착하니 이곳에서는 잠만 잔다. 18:30(모로코 시각 17:30) 도착.
탕헤르에서 제일나( Hotel Chellah) 호텔에 투숙하다.
하루에 세 번이나 나라가 바뀌고 시차가 변경되니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외교부, 통신회사의 안내 문자)와 시간변동이 바빠다. 현지도착 때마다 시차 계산하기도 힘들다.
♣ 페스(Fes)
제 6일 [2014. 2. 15.]
4시 기상 5시 조식, 5:45 어둠 속에서 탕헤르 호텔을 출발한다. 이른 새벽에 출발은 6시간의 페스까지의 여정 때문이다.
탕헤르에서 페스까지는 버스로 6시간의 여정이다. 북부 아프리카의 지형에 걸맞게 드넓은 평원이 이어진다. 바나나․딸기 농장 등이 보인다. 지루한 버스 투어이지만 가이드의 안내는 상세하다. 페스는 8세기에 형성된 고대도시로, 타일, 왕궁, 미로, 1200여 년 전의 금세공, 가족염색 등이 유명하다. 모로코에서 카사블랑카, 라바트에 이어 세 번째 큰 도시로 근 100만 명이 거주한다. 중세 여행가로 유명한 ‘이븐 바투타’가 이곳 페스 출신이다.
( 페스에서 왕궁의 정문 )
페스에 도착하니 한국의 봄날 마냥 따뜻하다(11:25). 노란 타일 문양이 유명하다는 왕궁의 정문에서 사진만 찍고는 구시가지로 걸어서 달린다. 8세기에 형성된 구시가지를 지나 9,400여개의 골목길로 이루어진 미로(迷路) 같은 시장통을 앞사람 뒤통수만 바라보며 달린다. 미로의 출구에 있는 가죽제품 가게에서야 겨우 숨을 쉬는 시간을 준다. 가게입구에서는 민트향이 나는 허브 잎사귀를 콧구멍에 끼라고 나누어 준다. 가게 안에서의 가죽 냄새도 그렇지만, 인근에 있는 소가죽 염색공장의 악취 냄새가 코를 막히게 한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는 또 남쪽으로 달린다(13:30 출발). 영화 '카사블랑카'로 알려진 카사블랑카로 가기 위함이다. 5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 전통 시장에서 금속 수공예 )
♣ 카사블랑카(Casablanca)
버스 속에서는 영화가 시작된다.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시 버그만 주연의 '카사블랑카'이다. 2차 세계대전 중 파리에서의 추억을 그리며 카사블랑카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닉(Nick)이 그곳에서 추억의 애인 일자(잉그리시 버그만)를 재회하지만, 이루지 못하는 사랑과 희생을 주제한 영화이다. 영화는 1942년 작으로 이곳 카사블랑카와는 무관하게 미국 할리우드에서 촬영되었다. 다만 영화에서도 리스본을 거쳐 미국으로 가기위한 리스본 행 비행기 표를 구하기 위해 다투는 배경이 된 곳이고, 종전(終戰) 직전 처칠과 루스벨트 대통령이 회담을 했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카사블랑카에 가는 길에 잠시 수도 라바트(Rabat)에 도착한다(16:30). 12 세기에 형성된 구도심의 핫산(Hassan) 왕릉과 하산 탑을 구경한다. 시간이 늦어 바삐 사진만 찍었지만, 마침 시간이 17:00 이어서 정문 보초병의 철수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 라바트 하산 왕릉의 근위병 )
라바트에서 출발한 버스는 우측에 대서양을 끼고서 해변 관광도로를 약 30여분 달린다. 왼쪽에는 꽃밭 같은 공동묘지 지역도 보이고 주거지역, 숙박시설 등이 보이고 오른 쪽에는 파도에 부서지는 대서양의 물거품이 모래에 처박히는 모습에 온통 버스 속이 환호성이다.
영화가 끝나고 진짜로 카사블랑카 시에 도착한다(18:40). 인구 500만의 모로코 최대의 도시이자 상업 중심지이다. 카사블랑카는 15세기에 이 도시를 건설한 포르투갈인이 붙인 이름으로 '하얀 집'이라는 뜻이다. 20세기에 들어와 서구풍으로 크게 개조되어 번잡하다.
밤에 도착한 호텔은 엉망이다. 가이드가 말한 바퀴벌레 이야기가 농담이 아닌듯하다.
◎제7일 [2014. 2. 16.]
4:30 기상, 5:30 식사, 6:15 출발. 강행군이다. 새벽 6:30 컴컴한 새벽에 모하메드 5세 광장과 하산 메스키다(모스크)를 바라본다. 여명의 눈동자가 열리기도 전에 어둠속에서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참배하는 우리는 마치 성지순례자가 아닌가? 영화 속에 나오는 재현된 카페 "Nick's Cafe" 앞에서 이른 아침 동트기 전에 사진만 찍고 급히 버스는 출발한다(07:00). 출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여행은 오로지 영화제목 때문이다. 영화는 '카사블랑카 없는 카사블랑카' 인데.
( 영화에서 나오는 닉의 카페 재현장 )
오늘 일정은 종일 탈(脫) 모로코 일정이다. 점심도 휴게소에서 도시락으로 때우고(10:40 점심, 11:40 출발). 한 시간 20분을 더 지나서 탕헤르에 다시 도착하다(13:00) 날씨는 매우 좋다. 탕헤르에서 해협 건너 스페인 땅이 선명하게 보인다. 14:30 배 출발하여 한 시간 만에 스페인 땅 타리파(Tarifa)에 도착한다. 15:30(스페인 시각 14:30). 스페인 입국수속은 출국 때보다 훨씬 신중하다. 모로코의 꽃제비의 입국과 마약 밀수 등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