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양력과 태음력
먼저 양력이니 음력이니 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양력은 서양의 역서가 아니라 태양력의 줄임말이란다. 태양력은 태양의 움직임을 측정해서 만든 역서를 의미하지. 음력은 태음력의 줄임말인데,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모습을 측정해서 만든 역서를 말하는 거야.
지구는 자전하면서 1년에 한 번씩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지 않니?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것이 하루이고 한 번 공전하는 것이 1년이라는 것은 너도 알 거야. 요즘 같으면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서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것을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도 있고 지구의 공전 주기를 정확히 측정할 수도 있을 테지. 적어도 이론적으로라도 말이야. 그렇다면 고대인들은 1년의 길이를 어떻게 측정했을까?
옛사람들은 의외에도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1년의 길이를 측정했단다. 지평선에다 곧은 막대를 꽂아두면 해그림자가 드리우겠지? 해그림자는 하루 중 정오에 가장 짧을 거야. 날마다 정오에 해그림자의 꼭지점을 표시해두면, 그 길이가 변한다는 것을 일 수 있어. 길어졌다가 다시 짧아져서 원래 표시해둔 지점으로 돌아오겠지. 고대인들은 이 기간을 1년으로 계산했던 거야. 이렇게 측정한 1년의 길이를 태양년이라고 하는데, 고대 서양인들은 365.2422일로 측정했고 고대 중국인들은 365.25일로 측정했단다. 오늘날 태양년을 365.2419879일로 계산하고 있으니 상당히 근접한 수치이지.
태음력은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모습을 관찰하여 만든 역법이야. 우리가 지구에서 보면 달도 지구 둘레를 돌고 태양도 지구 둘레를 도는 것으로 보이겠지? 그런데 태양과 달 사이에 지구가 놓이게 되면, 태양 빛이 지구에 가려 달이 보이지 않게 될 거야. 이때를 삭(朔)이라고 한단다. 그리고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놓이게 되면, 달은 완전한 원을 이루어 태양 빛을 반사하겠지? 이때를 망(望)이라고 하지. 태음력은 삭에서 망을 거쳐 다음번 삭이 되기 직전까지를 한 달로 계산하는 역법이야. 이것을 삭망월이라 부르는데,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주기를 한 달로 계산하는 것이지. 삭망월은 29.53059일이야. 작은 달은 29일을 한 달로 정하고 큰 달은 30일을 한 달로 정해서 적절한 보완장치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1년 역서를 제작할 수 있겠지. 이 보완장치가 윤달인데,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야.
태양력은 어떤 점이 유리할까? 정오에 막대의 해그림자가 길면 낮의 길이가 짧고, 해그림자가 짧으면 낮의 길이가 길 거야. 해그림자가 길다는 것은 태양이 낮은 하늘을 통과했다는 것이고 해그림자가 짧다는 것은 높은 하늘을 통과했다는 말이겠지? 낮은 하늘을 통과하면 해가 떠있는 시간이 짧고 높은 하늘을 통과하면 체공 시간이 길 거야. 체공 시간이 짧으면 상대적으로 춥고 길면 상대적으로 덥겠지? 밤낮의 길이가 같은 때도 있을 거야. 이 때는 춥지도 덥지도 않겠지. 이렇게 태양력은 계절의 변화를 바로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야. 그렇다면 규린아, 태양력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하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 농사짓는 데 큰 도움을 줄거야. 언제 씨앗을 뿌릴지, 언제 수확을 할지 미리 계획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태양력을 사용했단다.
태음력은 어떨까? 1년 주기를 정하는 데는 불리하지만, 아무래도 달 모양의 변화로 한 달 주기를 특별한 관측장비 없이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겠지? 이번 여름에 바닷가에서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것을 함께 보았지 않니? 밀물 썰물(조수)이 그것이야. 달이 삭이나 망일 때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아주 크고(사리) 그 중간에 상현이나 하현일 때는 아주 작아져(조금). 달의 인력 때문이지. 고대인들은 그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경험적으로 그것을 예측할 수 있었단다. 어찌 되었든 어업에 종사하거나 항해하는 사람들에게는 태음력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겠니?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태음력을 사용했지만, 태양력적인 요소도 받아들였단다. 순수한 태음력만으로는 1년 주기로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야. 계절을 알려주는 24절기를 정해서 농사철을 예비할 수 있게 했지. 그리고 삭망월을 한 달로 하고 1년 길이에 부족한 날짜는 3, 4년에 한 번 윤달을 두어 어긋나지 않도록 조정했단다. 윤달이 무엇인지는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야. 이 역법을 보통 음력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 말하면 태음태양력이라고 해야 옳겠지.
첫댓글 양력이 서양 달력이 아니라
태양력의 줄임말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