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7일 금요일 새벽 02시 26분 다들 자는 이밤에 대전역을 출발하는 무궁화에 몸을 실었다.
04시 23분 정확히 1분 안 틀리고 무궁화가 도착한다. 두시간 기차안에서 졸다보니 팔 다리가 져린다.
그래도 내렸다.
하늘에는 눈발이 슬금슬금 내린다. 좀 전 인터넷에서 찾은 중림동 실로암 사우나로 이동했다.
목욕탕에서 한시간을 슬금슬금 목욕하고
06시00분 4호선타러 눈발 날리는 거리를 뛰었다. 삼각지에서 6호선 갈아탔다.
한강진역에서 내려 하얏트 호텔로 간다. 조찬교육을 받아야 한다. 미쳐버리지 ㅎ
6시50분 조찬모임 시작시간에 배낭매고 나타난 유일한 넘이다. 호텔 안내 아가씨들이 웃고 있다.
8시45분 교육끝나기도 전에 먼저 나와 배낭챙겨들고 김포공항으로 지하철 이동
10시 정각에 김포공항 도착했다. 지하철로 오기는 난생 처음이다.
국내선 화살표 따라 무지 걸었다. 넥타이 매고 배낭 맨 넘은 나 밖에 없다.
수속장소에는 출발20분전까지 공항에 나와주세요라고 써 있다.
10시50분 비행기는 예정대로 제주로 날았다. 비행기 탄 것이 2003년이 마지막이니 7년만에 비행기탔다.
활주로를 구르다가 붕 뜨는 그 기분이 제일 좋아서 난 비행기 타는데, 7년을 안 탔으니 기분이 묘했다.
새벽에 잠을 안 잔 덕에 붕 뜨자 잠 들었다.
11시54분 제주공항에 내리려고 할 때 일어났다. 바로 바퀴가 텅~ 하면서 땅에 부닥친다. 쪼만한 바퀴가
큰 비행기 무게를 지탱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된 제주시청 앞 조그만 식당으로 안내받고 들어가니 모르는 사람 20여명이 점심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앉으니 옥돔탕이 나왔다. 경상도식의 무국에 옥돔이 한마리 들어있다. 비린내 없이 무우의 단맛이
코에 향긋한 깔끔한 탕과 공기밥이 점심으로 딱 좋았다. 제주에서 옥돔을 탕으로 하는데는 이집을 따라갈
식당이 없다고 초대장을 보낸 원장나리의 말씀이다.
13시30분 식사후 워크샵 준비하는 동안 내일 한라산 등반을 위해 집에서 못 챙겨온 아이젠을 사러 나섰다.
길모퉁이 돌아가니 바로 블랙야크매장이 나왔다. 슬그머니 들어가서 혹시 내일 한라산 산행 가능하냐고 하니
15일에 20센티폭설이 왔지만, 어제 한라산 등반한 사람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일 눈만 안 오면 등반이 가능할
거라고 하면서 아이젠을 팔았다. 걱정반, 용기반, 내일의 산행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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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샵과 저녁만찬(방어회)이 끝나고
5Km 정도 떨어진 식당에서 혼자 2차 동참하지 않고, 남국의 따스한 공기를 느끼면서 숙소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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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시00분 휴대폰 알람에 일어났다. 같이 숙박한 동료가 놀라 일어나더니 이렇게 일찍 시계를 왜 맞췄냐고 해서
매일 이 시간에 일어난다고 하니 세수 후다닥하고 07시출발 김포행 비행기 타러 먼저 떠났다.
느긋하게 샤워하고
07시부터 아침준다고 해서 식당으로 가니 대만여행객 100여명이 와글거리고 시끄럽다. 혼자 아침식사
08시 드디어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넥타이와 양복은 배낭속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세탁이다싶다
숙소 안내데스크에 성판악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냐고 하니 시외버스터미널가서 버스 타라고 한다.
택시비는 기본요금 밖에 안 나온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다.
숙소 뒷편으로 나오니 바로 시내버스가 온다. 제주대학교가 종점이라 탔다. 교통카드 되냐고 하니 된다고 한다.
내가 가진 교통카드는 죄다 제주에서는 안 먹혀서 버스비 1,000원 현금주고 탔다. 시내에서 제주대학교까지 무지멀다
20여분 더 달려서 제주대학교입구까지 왔다. 5.16 도로를 벗어나는 듯 해서 내려달라고 했다. 운전수가 제주대학교까지
가는 넘이 왜 입구에서 내리나하며 머리를 갸우뚱한다.
제주대학교입구에는 눈이 뭉테기로 쌓여있다. 길도 얼어서 버스가 미끌린다.
08시36분 이어서 오는 서귀포행 시외버스를 탔다. 성판악까지 1,500원인데 1,000원만 내라고 한다.
관음사코스로 가려면 아침 07시19분 제주시청에서 버스 타지 못하면 대중교통은 그 뒤로 존재하지 않아서
눈 온 산길을 생각하니 성판악이 괜찮을 듯 해서 일단 성판악으로 결정했다.
08시56분 20분을 버스가 달려서 서귀포시입구의 성판악주차장에 날 내려준다.
눈온 한라산을 혼자 등반가능할까 하고 버스 내리고 보니 관광버스가 10여대 이상 주차되어 있고
별별 산악회 무리들이 아이젠 차는 소리에 모여서 사진찍는 소리에 농수산물시장 온 것같이 착각했다.
09시06분 나도 아이젠 차고 그 많은 무리들 속에 끼어서 백록담으로 출발
청주행 비행기가 16시50분에 뜰 예정이라서 최소 15시까지 다시 성판악으로 돌아와야 여유있게 청주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듯 했다. 그러다 보니 맘이 급하다.
앞에서 한줄서서 가는 무리들을 제끼면서 출발지는 평지같아서 빨리 걸었다.
양옆으로는 정말 20Cm의 눈이 쌓여있고, 2-3일간 사람들이 밟아서 등산로는 눈이 눌려서 압축되어 얼어있다.
9.6Km를 세시간만에 주파하지 않으면 15시까지 돌아오기 어려울 듯 했다.
7.3Km를 걸어오르면 일몰때문에 시간제한하는 진달래밭 대피소가 나오는데까지 사진 몇장 찍는 것 외 쉬지도 않고
올라보니 진달래밭 대피소를 11시13분에 도착했다. 남은 2.3Km를 과연 45분만에 오를 수 있을까 걱정된다.
대피소에서 라면 하나 먹고 싶고, 물 마시며 쉬고 싶은데, 목표 백록담을 향해서 그냥 출발
12시8분, 한라산 정상까지 200미터 남은지점에 도착한 시간이다.
12시16분 악을 쓰고 올라서 드디어 백록담이 눈에 들어온다. 물은 얼었고 물 없는 곳에는 눈이 쌓여서 흰사슴뿔이
펴지는 듯한 형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양쪽 길 기둥에는 눈과 바람이 만들어낸 걸작품들이 펼쳐졌으니 과연
눈덮힌 한라산은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해 준다. 정말 잡지 혹은 신문 사진에 나오는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지니 이 같이 기분좋은 일이 있나?
12시25분 정상에서 10분도 있지 못하고 얼른 하산하기 시작했다. 두시간 반만에 성판악까지 다시 가야한다.
13시25분 2.3Km를 내려오는데 한시간 소비했다. 큰일이다. 15시 도착은 물 건너간듯 했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정상가는 길목은 일몰시각 때문에 정상등반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다리가 풀려 힘도 없어서 결국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하나 사 먹었다.
13시33분, 다리에 에너지가 공급되었는지 뛸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 이제는 한시간 반만에 7.3Km를 가야한다는
생각만으로 빠른 걸음으로 하산하기 시작
15시09분 미친듯이 걸어서 정말 한시간 반만에 하산했다. 성판악주차장이 너무 반가웠다. 먹은 쓰레기를 죄다 버리고
15시19분 서귀포에서 올라오는 시외버스를 타고 버스비 1,500원 달라고 해서 주고 제주시내로 입성
15시56분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다 내리고 혼자 남아 혼자 내렸다. 택시로 얼른 공항으로 이동했다.
16시05분 공항도착 3,200원 택시비 현금 주고 공항에 내렸다. 시간 여유가 있다. 뭐라도 먹으려했는데
16시35분 비행기 티켓 바꾸고, 배낭 화물로 부치고, 옷도 다시 넥타이, 와이셔츠로 갈아입고 비행기타러 이동
16시55분 5분 늦게 출발한 비행기는 어두워지는 하늘을 뚫고 남해안, 다도해를 거쳐 청주로 향했다.
첫댓글 야 대단하다 ! 그 촉박한 시간에 등산 완료하고 비행기 시간 맞추 타고 .. 성판악에서 한라산 정상까지 갔다 올려만 거진 20km 다 되어 갈턴데 눈길에 겨울에 7시간만에 완주하였으면 (옛날 식구들과 갔을때는 12시간 더 걸린 것으로 기억난다) 정말 학오름에서 갈고 딱은 솜씨가 감탄할 지경이다. 좋은 시간 좋은 추억 되었으니 더 무싼 말쌈하리요
ㅋㅋ 다 학오름 덕택이제. 내 능력으로 뭘 하겠노. 힘들면 학오름에 쪽팔리지 않을라꼬 마구 헤집고 다녔다. ㅎㅎ 연말 잘 보내고 새해부터 눈에 푹빠진 산행했으면 좋겠다.
시간을 분단위로 기억하는 건 아닐거고...핸드폰으로 저장?
2/3는 사진에 시간이 기록되어있고, 나머지는 시계본 장면을 외워서 쓰니까 분단위가 좀 틀리는 곳도 나온다. 써 놓은 것 보면 마치 정확한 것 같지만 정확도는 5-10분 정도 틀리제. 성판악에 버스 내릴때 버스시간이 8시56분 확실했는데, 아이젠 차고 시계보니 9시6분이더라. 10분이 금방갔지. 비행기타러 들어갈 때 비행장 시간은 16시35분을 가리키고 있었제. 대충 그렇지 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