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5시에 심바이크에 모여서 무주로 이동 잠시 졸다보니 휴게소에서 가볍게 먹고 가자고 하셔서 휴게소에서 잠시 보급 전날부터 글리코겐 로딩하려고 파스타니 국수니 빵이니 그렇게 들이부었는데도 이놈의 밥은 왜이리 맛있는지 뚝딱비우고 차에올라 잠시 달리니 금방 무주 환영푯말이 유난히도 눈꼴시렵다.
숙소를 수련원으로 잡으셨다길래 걱정을 했는데 8인실을 셋이서 쓸수있어서 좋았고 물도 잘 나오고 밥도 주고 기대 그 이상 말그대로 대만족!
배번작업을 하려고 져지에 핀꽂고 번호달고 싯포스트에 스티커 붙이려고보니 싯포가 넘 짧아서... 편법을 사용했다. 통영에서 한번 해봤다고 제법 능숙하게 끝냈다. 배번작업을 끝내고 주변을 둘러보러 나왔는데 9시 겨우 넘겼을뿐인데 동네는 온통 칠흑이다. 그래서 이쁜 아가씨를 찾으려고 어슬렁 거렸는데 아가씨는 고사하고 할머니도 없다 이까지왔으니 맛집이나 가보자고 의견이 모아져서 검색을 해보니 '무주에 왔으면 중국집을 가야죠' 라길래 이시간에 중국집 가긴 싫어서 롯데리아에 갔더니 마감했단다 그래서 치킨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먹어서 배가 부른데도 치킨은 맛이있다.
흡입하고 씻고 누우니 옆에 두분은 금방 주무시는데 나는 도무지 잠에 들지를 않는다. 통영에서도 그랬는데 무리한 로딩때문인지 배에 가스는 계속차고 낯선곳에서의 잠자리가 불편해서일까, 뒤척이다 한시가 다되어 잠에 들었는데 눈을 뜨니 3시30분 네시에 알람을 해놨어서 에이 인터넷이나 봐야지 했는데 임병장의 탈영소식을 보다가 잠들었다 다시 눈을뜨니 4시50분. 전날 숙소 사무실에서 5시까지 식사하시라고 그래서 어쩌나 싶었는데 급식실 가보니 이제 밥을 푸는 아주머니. 뭘까? 이곳은. 심지어 밥먹으러 온사람도 우리무리뿐.. 밥을 다 먹어가니 사람들이 모여든다. 도대체 뭘까? 5시 까지 식사를 마쳐달라고 말한 소장님은. 어쨌든 밥을 먹는데 심바이크 라이딩에 나오는 여자분을 봤다. 오르막을 잘탄다던데.. 반가움보다는 경쟁심이 생겨서 아는척도 안하고 숙소로왔다 바람을 넣고 이동식을 챙기고 최종 정비를 하고 출발지로 향했다. 일찍 일어나 로라타며 몸푸는 사람들을 보니 대회가 실감이나고 대회장으로 가니 모여있는 인파를 보니 심장이 뛰고 편의점에 가니 동이나있는 에너지드링크와 생수를 보니 욕이나왔다. 태진이 형님과 왔지만 일행들것도 사려고 했는데 바카스도 없고 핫식스 두개가 딱 놓여있어서 후다닥 들어가 잽싸게 쟁취해냈다. 물을 사서 넣을 생각으로 아미노산을 타둔 수통만 두개 갑자기 앞길이 막막하다.
형님과 인사하고 라인업을 하러가는데 블로그에서 보던 예쁜 여성 라이더가 보였다 '내가 그 블로거에요' 라는듯 스트레칭 하는 척을하며 남자들의 시선을 의식하던 그녀. 나는 시크한 부산남이라 여왕벌따위 고글을 쓰고도 곁눈질로 훔쳐보지! 실물을 보니 정말 이쁘네 하얀색 3부빕에 구리빛으로 그을린 허벅지는 아침 7시의 나를 힘차게 만들뻔 했지만 수양대군과 사도세자를 떠올리며 마음의 균형을 맞추었다.
2분 남았다던 사회자의 말에 심장이 쿵쾅쿵쾅, 태진형님을 만나고 왔더니 사라진 일행들, 흰색3 부빕의 그녀. 모든것이 당황스러웠지만 출발신호와 동시에 내 머리속은 거짓말처럼 완주로 가득찼다. 가 그녀가 앞질러가자 다시 집중이 흐트러졌다. 빠른페이스의 그녀를 바짝 따라갔다. 흰빕은 속이 잘보인다. 얼마나 갔을까 길이 좁아지는 부분이 나오고 나는 그녀를 보냈다. 정신없이 왔는데 가민을 보니 페이스가 좋았다. 역시 흰빕... 첫번째 오르막이 나오자 대열이 산산조각났다.
용화재 3등급 업힐 고도차는 240m 거리는 5키로. 몸이 풀리지않아 페이스조절이 힘들다. 댄싱을 치니 심박이 189까지 올라가길래 빨리 앉았다. 여기서 젖산을 쌓으면 오도재앞에 무릎꿇을까봐 힘들진 않았지만 페이스를 늦췄다. 수도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따고 지나가는데 여기가 마지막이라면 댄싱으로 따라갔겠지만 이제 시작이라 나는 완주에 집중했다. 정상을 찍고 내리막을 탔다. 구석에 자전거를 뒤집고 서있는 남자, 낙차다. 오르막은 최대 13퍼센트였지만 내리막에선 -20퍼센트 헤어핀도 많았다. 늘 느끼는 거지만 처음 접하는 낯선 내리막 코스는 처음 만난 낯선 여자만큼이나 위험하다. 꽃뱀인줄도 모르고 덥썩덥썩 페달링을 하다가 화를 입은것이다. 후에 들었지만 일행중 한분도 바로 앞에가던 사람이 헤어핀에서 낙차를해 휘말릴뻔 했지만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고.
가파르고 짧은 내리막이후 곧바로 도마령이 시작된다. 2등급의 업힐, 고도차는 532미터 거리는 13키로 제법 힘든 구간이다. 아니나 다를까 따이는 사람이 제법 많다. 벌써 곡소리를 내는 사람들, 일찌기 오버페이스를 한게 틀림없다. 중간에 아침에 봤던 심바이크 나오는 여자. 잘탄다던데 페이스 조절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따고갔다. 첫번째 보급소를 보자마자 드롭을 잡고 댄싱을 쳤다 제법 많은 사람들. 나는 수박을 5개 집어먹고 마침내 수통에 물을 넣고 내리막을 달렸다. 10키로가 조금 넘는 이번 그란폰도에서 가장 긴 내리막 다운힐은 잘 탈 자신이 있어서 드랍을잡고 욕심을 좀 냈다. 허리를 숙이고 시선은 먼곳을 보며 홀을 살피고 헤어핀을 살폈다. 가파른 헤어핀을 브레이크없이 쏘면 땅과 가깝게 스치는 기분이 짜릿하다. 하이림을 물리고 달리는 아저씨 뒤에 붙어서 피를 빨며 달리다가 느려지는걸 확인하고 과감히 버리고 혼자 달렸다. 달리다 보니 지치는데 심바이크에서 몇번 뵈었던 아저씨가 팩을 이루어 지나다 나를 알아보시고 손짓하셔서 합류했다. 평소 이야기한번 안하던 분인데 정말 반가웠다. 팀팩으로 달리다 우두령을 만나자 산산히 찢어지는 팩 좀 전에 넘은 우두령과 비슷한 코스다. 이제사 몸이 좀 풀렸는지 페달링도 가볍고 호흡조절도 수월했다. 정상까지 100명을 넘게 딴것같았는데 좀전에 따고온 심바녀가 또 보였다. 헛것인가 했는데 눈길을 주는걸 보니 아까 그사람이 맞다. 두번을 따고나니 다시는 내 앞에 안보내겠다는 다짐을 하며 심박을 170까지 올렸다. 몸이 풀리니 우두령과 마산령은 가벼웠다. 순식간에 두고개를 점령하고 마산령 위에서 보급. 나는 요즘들어 싸지긴했지만 여전히 한통에 만원이 넘는 수박을 집어먹고 물을 다시 채우고 조금남은 오르막을 정복했다.
5번째 고개 2등급 업힐 부황령 거리는 3등급인 마산령과 용화재와 비슷한 6키로 그런데 고도차가 400미터가량 난다. 아니나 다를까 가민에 오르막 수치가 11밑으로 떨어지질 않는다. 벌써부터 와리가리하는 사람도 보이고 제자리 댄싱하는 사람도 보이고 그래도 그란폰도 코스라 끌바하는 사람은 없다. 계속해서 따고 나갔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시작하고 발바닥이 저리기 시작했다. 힘들게 부황령을 정복하고 마짐내 내리막. 여기만 지나면 오두재다. 두렵기시작했다. 선수들도 힘들다는 1등급 오르막. 단지 1등급이라는 사실만으로 위축이 들었고 지도에 표시되어있는 해골마크가 자꾸 상기된다.
내리막을 타면서도 젖산을 조금이라도 빼고자 페달링을 멈추지 않았다. 그랬더니 시속이 70을 넘엇다 과속방지턱과 홀을 살피며 멀리보며 페달링. 마침내 속도가 점점줄더니 고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오두재의 시작이다. 오르막에선 못먹을것같아 이동식3개를 연달아 털어먹고 오두재를 시작했다.
오두재, 고도차는 546 거리는 10키로 하지만 여기가 1등급인 이유는 마지막 4키로때문이다. 심박을 155~165정도로 페이스 조절을 하며 6키로정도를 탑만 잡고 댄싱없이 가볍게 올랐다. 좁은 마을길로 들어서서 헤어핀을 하나, 둘 돌자 가파른 오르막을 와리가리로 오르는 사람들, 전원이 와리가리로 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18퍼센트를 오르내리는 가파른 오르막. 각자의 박자로 내쉬는 거친 숨소리들, 이것이 내 호흡인지 저것이 내 호흡인지 이러다가 숨도 못쉬겠다 싶어 욕을했다. 왼발에 c 오른발에 8 그러다보니 저 멀리 주차되어있는 팀카에서 힘내라는 소리가 들린다. "언니 힘내요!!!" 염진ㅇ을 지른다 정말, 메디오폰도 코스 타는 여자 같던데 힘내라고 고함치던 여자가 코스에 들어와 그 언니라는 사람을 밀어주는데 계속 욕을하며 올라와서 그런지 욕을해도 분이 풀리지를 않았다. 그 분을 다리에다 실어서 와리가리 틈을 비집고 올라갔다. 쒸 퐈 쒸 퐈 으악 쒸퐈!!!!! 정신을 겨우 붙잡으며 올라가고있었는데 이번엔 그 좁은 길로 팀카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겠다며 비키란다. 열린창문에다 대고 "이 씨팔놈들진짜 너무하네 씨팔" 25퍼센트 오르막을 그놈이 방해를 하니 성질이났다. 대회에서 서포트카 진입을 막았는데도 미리주차를 시켜놓다니. 서포트카 출입을 막은 이유는 이때문이 아니겠지만 이젠 진입자체를 불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멀리 보이는 살수차와 보급소, 그곳에 누워서 사진찍는 사진사분까지 보고나니 마침내 마음이 수그러들었다. 1번과 2번 보급소는 사람이 많아서 난민수용소 느낌이었다면 여긴 레스토랑이다. 나는 질좋은 수박을 집어먹고 코-크도 마셨다. 달고 차가운 음료속에 섞여있는 탄산, 한모긒에 느껴지는 청량감이 온몸을 기분좋게했다. 전해질이 들어있는 이온음료 마시고 수박을 또 입에넣었다. 셰프로 보이는 분께 수통을 드리니 기꺼이 물을 채워주었다. 또 수박을 집어먹고 물통을 꽂고 출발하려다 수박을 하나 더 집어먹고 내리막을 쏘려다 하나 더 집어먹고 내려갔다. 마지막 업힐을 앞두고 긴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페달링을 멈출수가 없었다 무지막지하게 쌓여있을 젖산을 분해하고자 돌리고 돌렸다. 페달을 돌려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공장이있다면 26살의 나는 그곳에서 부장정도 될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TT차를 필두로 로테이션을 돌리는 팩을 만나서 합류했다. 경상도로 나갔던 코스가 다시 무주로 돌아왔고. 적상산을 마주하며 팩은 달려나갔다. 평지를 달리는데 팩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앞서가는 TT차 뒤에 붙었다. 독주는 역시 TT가 빠르다. 에어로 자세로 달리는 아저씨 뒤에 붙었다가 교통 통제하는 오토바이를 만나서 TT차를 버리고 오토바이 뒤에 붙어서 오르막 초입까지 왔다. 이제 마지막이다 내 가민은 120을 표시하고있었고 남은거리가 대충 눈에 보였다.
적상산, 오늘의 마지막 오르막. 고도차 655m 거리 9km의 1등급. 같은 1등급인 오도재가 변덕심한 여자였다면 이 산은 부잣집 장녀같은 느낌이다. 9퍼센트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가파름이 끊임없이 포기를 욕망하게 되고 모두를 지치게 했다. 그리고 이 산이 힘든 또다른 이유는 그란폰도와 미디오폰도 참가자들이 모두 모이는곳이라는 점에 있다. 입구부터 끌바하는 사람이 보이는가 하면 scr2가 완주하고 내려가고 있고... 그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마음은 조급해지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 심박이 165밑으로 떨어지면 페달링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피로는 이미 많이 쌓였고 바닥에 라카로 써 놓은 8.0km 는 바닥만 보며 가는것도 짜증이 나게 하기에 충분 아니 그 이상이었다. 이동식이 많이 남아 두개를 털어넣고 물통을 비웠다. 배후의진을 치고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겁도없이 댄싱을 치는 사람은 여지없이 따이는 구간 끌바가 수도없이 보였다. 출발하고서부터 보고싶었던 태진이형님이 보인다. 앞에 계실까 뒤에 계실까 뒤에 계시다면 혹시나 따이지 않을까 계속 신경쓰고 달렸는데 여기서 뵈니 반갑지 않을수가 없었다. 말할 힘은 없고 호흡에다 섞어서 'ㅎㅕ니ㅁ' 하고 아는체를 하며 인사를 하고 앞질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끌고 올라가고있다. 그걸 보자면 더욱 힘들고 더욱 지친다. 그래도 다행인건 6시간대로 들어오고 싶었는데 내 가민은 아직 5시간 30분 '어쩌면...' 하는 생각에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물처럼 흐르는 땀을 삼키기도 하고 뱉기도 하며 2.0km 표시까지 왔다 힘내라는 서포터들도 고마웠고 펑크 한번 나지않은 내 타이어도 튜브도 고맙고 터지지않은 휠 스포크도 고맙고 끊어지지 않은 체인도 고마웠고 심사장님도 고마웠고 그 흰빕의 로드여신도 고마웠다. 터널을 지나며 마침내 평지다 싶어 아우터를 걸었는데 나가질 않았다. 오르막을 하도타서 4퍼센트 업힐이 평지처럼 보인거였다. 그럼 그렇지... 생각했지만 여유가 좀 생겨 포디엄에 올라 소감을 말하는 모습을 생각했다 "가장먼져 터져주지 않으신 타이어께 감사합니다". 내려간 사람을 한 둘 본게 아닌데 포디엄이라니 피식 웃음이 났다. 이제 정말 평지다 가민을 보고 평지를 확인하고는 멀리보이는 피니시를 보며 아우터를 걸고 지퍼도 잠그고 고글도 끼고 부악부악 밟으며 피니시. 완주증을 받아보니 6시간 1분 '아!..' 애초에 5시간대를 목표로 왔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하고 지나보낸 시간이 6시간씩이나 된다는것도 놀랍기도 하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건 냉장고속의 무알콜 맥주였다.
일행들을 기다려 무리지어 복귀했다. 씻고 옷갈아입고 밥도 먹고. 심바이크에서 라이딩 몇번 함께 한 인연으로 무주까지 나와 자전거를 이동시켜주시고 숙소도 잡아주신 형님 두분께 정말 감사하다. 아직 경비계산을 다 하지 못했는데 죄송하고 그럼에도 함께새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아직도 속에 가스가 차서 불편한데 아침먹고 화장실가면 편해지겠지. 그란폰도 오두재때문에 겁먹었는데 정복하고 나니 정말 즐거운 라이딩이었던것 같다. 수요일까진 자전거도 나도 좀 쉬어야겠다.
첫댓글 ㅋㅋ 정신을 혼란케하는 흰빕, 글 솜씨도 좋구만. 수고 많았다!
생생한 후기 잘 읽었어~ 수고했다. 흰 빕 소녀의 블로그를 알려달라! 알려달라!
흰밥소녀 아이가??
즉 쌀소녀!!
상세히 현장감 있게 잘썼네^^
대성아 문딩아 고생혔다 ㅎㅎ
이노무시키마! 잘 읽었다. 다음에 형님이 흰밥 사주꾸마...
생생한 장문의 후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흰빕 그녀 궁금한데 사진이라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수고 많이 하셨고 푹 쉬세요. 근데 회복도 필요 없을것 같네요. ㅎㅎ. 이미 다 하신듯..
엉뚱한 시진을 찍어놨네 ㅎㅎ
우리가 보고싶은건 이 사진들이 아니잖냐 ㅋ
예전에 시립도서관 책상에서 읽던 문장필이나는데ㅋㅋ 재미었겠네..
푹~쉬고 낼 물속에서 봅세다^^
실감나는 후기 잘 읽고 갑니다.
요놈봐라......
자전거만 잘하는게 아니고
글쓰는 솜씨 또한 일품이구나^^
대성아... 욕봤다
전문 용어들이 많아서...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었던것 같아서... 부럽다..^^ 그래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