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별난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힙 히스·댄 히스 두 형제가 함께 쓴 『STICK 스틱!』이다. 스틱은 막대기라는 뜻 외에 ‘달라붙다’라는 ‘고착’ 의미도 가지고 있다. 책 이름을 설마 막대기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뭐가 어디에 달라붙는다는 말인가.
사실 이 책을 집어든 것은 글쓰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이야기는 오래 기억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왜 그럴까. 물론 흥미라는 요소도 있을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이솝 우화는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이 읽고 거기서 교훈을 배운다. 속담은 겨우 한 줄 정도의 짧은 글인데도 오래도록 각인될 뿐만 아니라 그 의미까지 기억하며 언서생활에서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학창시절에 그 수많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들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선생님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학창시절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났지만 그 분들 중 수업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분은 거의 없다.
혹시라도 기억이 난다면 그건 수업과 관련이 거의 없는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다. 그 속에는 친구들과의 진한 우정 이야기가 있을 수 있고,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도 있을 수 있고, 뭔가 대단히 뿌듯했던 일도 있을 수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의 저자들은 지난 이야기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이야기. 즉 메시지가 내게 착 달라붙지 못했기 때문이라도 진단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이야기를 착 달라붙게 만드는 법을 다양한 사례를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메시지가 착 달라붙게 하려면 여섯 가지 핵심 요소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n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가 그것이다.
먼저 단순성이다. 메시지의 핵심을 발굴하려면 우리는 결론을 내리는 명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시지를 길게 늘어뜨리는 대신 핵심만 부각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무자비할 정로도 곁가지를 쳐내고 중요한 것만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속담이다.
의외성이 기억에 고착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그들의 허를 찔러 긴장감을 높이고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러나 놀라움에 대한 감정은 지속시간이 짧으므로 거기에 덧붙여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관에 반하는 결론을 내세워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메시지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문구나 문장이 예상을 깨뜨려야 한다. 예를 들면,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은 해롭다. 심지어 하루 세 끼 꼬박 콜레스테롤이 푸짐한 식사를 하는 것보다 팝콘 한 봉지를 먹는 편이 더 건강에 해롭다.’ 같은 것이다.
구체성이다. 우리의 두뇌는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므로 실질적 행위와 감각적 정보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속담은 대개 추상적인 진리를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구체적인 설명은 메시지가 청중에게 동일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신뢰성이다. 스티커 메시지는 나름대로 신뢰성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의 메시지를 스스로 시험해 볼 수 있도록, 즉 구매 전에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레이건 대통령이 대선전에서 한 말은 간명했다. “여러분, 투표를 하기 전에 마음속으로 한번만 물어보십시오. 과연 나는 4년 전보다 더 잘살고 있는가? 이 말을 우리의 진보정당 후보인 권영길이 차용해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로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레이건 대통령
감성이다. 메시지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무언가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같은 사람에게 감정을 느끼지, 추상적인 개념에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자극을 해야 할 적절한 감정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10대 청소년들에게 담배의 유해성을 상기시키는 것은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거대 담배회사의 표리부동한 행동을 알려줌으로써 반발심을 자극한다면 금연열풍을 훨씬 강하게 일으킬 수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
스토리다. 우리의 메시지대로 상대방이 행동하게 하려면 스토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특정 상황에 대해 머릿속으로 미리 예행연습을 해두면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유용하고 효과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여섯 가지 원칙을 요약하면, “성공적인 메시지를 창출하려면 간단하고 기발하며 구체적이고 진실 되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 6개 원칙의 머리글자를 따면 SUCCESs가 된다. 반드시 성공에 이른다는 말일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여섯 가지 원칙을 사례를 들어 설명할 후 그것을 활용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따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착력을 떨어뜨리는 악당 ‘지식의 저주’같은 항목을 별도로 제시함으로써 이를 실천하고자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식의 저주는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정보가 ‘저주’를 내린 셈이다. 이러한 저주는 우리의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어렵게 한다.
따라서 지식의 저주로부터 벗어나야 할 텐데 그 길은 오직 두 가지 뿐이라고 한다. 첫째는 아예 처음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은 것이고, 둘째는 메시지를 받아들여 변형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당연하게도 그 중 두 번째인 메시지를 받아들여 변형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실전 편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여섯 가지 원칙을 정리하고 있다. 즉, 강한 것은 단순하다(단순성). 듣는 이의 추측 기제를 망가뜨려라(의외성). 지식의 저주를 깨뜨리는 법(구체성). 내 말을 믿게 만들어라(신뢰성). 감성이 담긴 메시지는 행동하게 만든다.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지도록 말하라(스토리) 등이다.
실전과정은 청중에게 착 달라붙는 스티커 프레젠테이션의 5가지 법칙, 조직 내 소통을 방해하는 세 가지 적, 착 달라붙는 스티커 전략 만들기, 학생들에게 착 달라붙는 스티커 교수법 등이 예시로 제시되어 있다. 각자의 관심에 따라 참고 또는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줄곧 머릿속에 남아있는 말은 첫 문장, 즉 ‘리드’와 관련된 것이다. 전체 내용을 잘 드러내고 읽는 사람이 호기심을 느껴 그 이후의 내용을 읽게 하는 가장 중요한 문장이다. 신문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책을 읽도록 한 가장 강력한 동기가 글쓰기였기 때문이다. 글이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그 글은 오래도록 글을 읽은 사람에게 남아있을 것이다. 내가 쓴 글이 전체 글은 고사하고 단 한 문장이라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게 된다면 그보다 뿌듯한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