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김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의 일이다. 운전중에 앞에 학원 통학버스가 아이들을 내려주려고 잠시 정차했길래 같이 서있었더니 뒤따라오던 승용차 한대가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면서 중앙차선을 넘어(왕복 2차선) 우리 두 차를 휙 앞질러갔다.
도로교통법 제48조 3항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 위반
-앞지르기 금지 위반
-일시정지 위반
교통법규 위반 벌칙금 : 승용차 4만원 벌점 10점
우리나라에도 스쿨버스가 정차했을 때 앞지르기를 하면 불법이다. 그런데 이 법규를 지키는 이는 물론 아는 운전자도 많지않은 것 같다.
<우리동네 초등학교앞 아침등교시간 풍경>
캐나다에서는 스쿨버스 정차시 버스에 점멸등이 켜지고 Stop 사인과 장애물이 팔 벌리듯 옆으로 튀어나온다. 그러면 반대차선까지도 지나가던 차들은 모두 정지한다. 사진에서처럼 학교 앞에 여러 대가 서있으면 당연히 정차시간도 길어지는데 전혀 위험하지않은 차선의 차들까지도 꼼짝않고 선다. 학교앞 도로는 주차가 금지되어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이 간단한 규칙이 지켜지지않는 걸까? 성격이 급해서? 몬트리올 주민들도 한국인 못지않게 성질이 급하다. 앞차가 신호 바뀌자마자 출발하지않으면 뒤에서 빵빵거리는 것도 마찬가지. 운전하면서 별 거 아닌 걸로 싸우고 욕하고.. 그런데 아이들 안전에 관한 한 이곳 사람들 고지식할 정도로 철저하다.
<15 년간 아이들 등하교를 지켜온 Nammour씨 >
물론 우리나라에도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 깃발을 들고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이곳 자원봉사자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몬트리올의 겨울은 몹시 춥고 긴데 방학은 짧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립학교들도 대부분 스쿨버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걸어서 등교하는 아이들은 많지않은데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등하교시간은 물론 점심시간까지 학교 주변을 지키고 서있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하다.
어린이 보호차량 규정이 잘 지켜지는 또 한 요인은 높은 벌칙금 부과에 있다. 주마다 다르지만 최저 $337 (약 29만원) 에서 $1,000 (약 85만원, 온타리오주는 $400에서 $1,000) 까지. 일반적으로 $500 (약 42만원) 전후이니 우리나라의 10 배 수준. 이곳 퀘벡주에서 불법주차는 $38 부터, 신호위반은 $151, 어린이 카시트 미착용은 $110 인걸 감안하면 캐나다의 벌칙금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스쿨버스 운전자는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앞지르는 차량을 고발할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급하더라도 멈출 수밖에.
물론 캐나다와 한국의 환경은 크게 다르다. 서울처럼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와 몬트리올의 학교주변은 단순비교가 불가능할뿐더러 한국의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캐나다처럼 스쿨버스를 운영할 여유가 없다. 등하교를 부모가 챙기는 일도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쉽지않아졌다. 그러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율이 유럽 여러나라들의 4-5 배(2004년 유니세프 발표)이고 보행중 사망사고가 68.2% (2002년 경찰청 통계) 라는 것은 우리나라 어린이 보행자 보호정책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모든 운전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법을 고치는 것은 뜻 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가능하다.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도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올 6월부터 일반도로에서도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카시트 장착을 필수로 하는 법이 시행된다고 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규정도 강화하고 어린이 통학차량을 보호하는 법규위반도 제대로 단속하는 등,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는 날까지 정부와 민간 모두 총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어떤 출산장려책보다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